짝꿍: 듀나X이산화

짝꿍: 듀나X이산화

$12.00
Description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이자 ‘짝꿍’ 프로젝트의 첫 번째 작품집이다. ‘짝꿍’은 장르문학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해 온 기성 작가와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한 신진 작가의 작품을 함께 엮음으로써 장르문학의 오늘을 선명하게 보여 주는 프로젝트이다.

SF에 초점을 맞춘 이번 단편집에서는 듀나, 이산화 작가가 합을 이루었다. 듀나 작가는 SF 작품을 발표할 지면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1990년대부터 꾸준히 정교한 상상의 세계를 구축해 왔다. 그의 글을 읽으며 성장해 2010년대에 데뷔한 이산화 작가는 탄탄한 설정과 치밀한 구성으로 독자들의 눈길을 빠르게 사로잡았다.

《짝꿍: 듀나×이산화》 속 세 편의 이야기는 각각 소멸해 가는 우주, 스스로 진화하는 기계, 고대 지하 유적이 품은 비밀을 추적하면서 듀나, 이산화 작가가 지닌 매력의 정수를 보여 준다. 최근 들어 성장세가 뚜렷한 국내 SF의 현주소를 확인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줄거리]
〈사라지는 미로 속 짐승들〉
사립 탐정 라다 문이 살고 있는 세계는 사라지는 중이다. 도시들은 조금씩 좁아지다가 어느 순간 펑 하고 소멸해 버린다. 이 우주가 일종의 게임을 위해 이용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시민들 중 누군가가 게임 바깥에서 온 유저이며 그들이 세계에 개입한다는 주장은 아직 가설일 뿐이다. 라다 문은 자신의 어머니가 유저라고 생각하는 열세 살 아이 우서영과 그 아이가 세계 소멸을 막는 단서를 쥐고 있다고 여기는 숙적을 연달아 마주하는 가운데 자신의 우주가 존재하는 원리가 무엇인지를 파악해 나간다.

〈불가사리를 위하여〉
19세기 중반의 강원도, 가난한 딸부잣집 막내딸인 말순은 ‘불가사리’의 밥이 될 처지에 놓인다. 자신을 모델로 삼던 화가의 애정을 거부한 대가로, 인간을 이용하는 인공지능 기계인 일명 불가사리가 출몰하는 지역에 버려진 것이다. 그의 목숨을 구한 시간인의 설명에 따르면 미래의 불가사리들은 인간과 전쟁을 치르며 대립하게 된다. 시간 여행이 가능한 시간인들은 과거로 거슬러 오르고 다른 우주를 창조하면서 역사를 바꿀 수 있는지 탐색하고 있다. 시간인들과 함께 지내게 된 말순은 자신의 시대와 인간이라는 존재를 모두 넘어설 가능성을 엿본다.

〈어른벌레〉
이스라엘의 고대 유적지 텔 미크네에서 사고가 발생한다. 지하 동굴에서 발굴 작업을 하던 세 사람 가운데 한 사람, 고고학 박사 테닐 스트롱혼이 제때 빠져나오지 못했다. 관련 증언을 통해 상식선 밖의 일이 일어났음을 감지한 수사 당국은 당시 테닐과 함께 있었던 발굴 팀장 레온에게 상세한 진술을 듣는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도 핵심에 다다르지 못한 수사관은 테닐이 생전에 몰두했던 원시종교의 의식과 그가 주목했다는 성경의 한 구절을 매개로 ‘말은 안 되지만 이해는 되는’ 사건의 실체에 다가선다.
저자

듀나

소설가이자영화평론가다.장편소설《민트의세계》,《제저벨》을펴냈으며,소설집으로는《브로콜리평원의혈투》,《태평양횡단특급》,《면세구역》,《아직은신이아니야》,《대리전》,《용의이》,《나비전쟁》,《구부전》,《두번째유모》가있다.

목차

사라지는미로속짐승들·6p
불가사리를위하여·44p
어른벌레·68p

추천글·134p
작가의말·138p
프로듀서의말·144p

출판사 서평

|한국SF의거장과신예,이세계의실체를엿보다

겹쳐지는우주
《짝꿍:듀나×이산화》의수록작세편은분명별개의이야기들이지만,모든작품의배경을관통하는공통점이있다.세계가중첩된다는것이다.〈사라지는미로속짐승들〉(듀나)의주인공들은그들의우주가허구라는사실을잘안다.누군가가이우주를게임판삼아움직이고있다.몇몇사람들은‘실제’우주와이어지는통로를찾으려하는데,허구의우주가사라져가는위기를막기위해서다.여러차원의세계가서로에게영향을미치는셈이다.

〈불가사리를위하여〉(듀나)의시간인들은과거로시간여행을하면서다양한시간선을만들어낸다.인간의기술력으로만든기계신이도리어인간정신을지배하게되자수많은사람이과거로돌아가역사를바꾸려한까닭이다.비슷한시도가거듭된나머지19세기중반의조선인말순까지도평행우주를상식으로여기기에이른다.

〈어른벌레〉(이산화)는더욱먼과거로향한다.이스라엘의청동기시대유적지를탐사하던중불가사의한사건에휘말린고고학자의이야기는,언뜻허황되어보이는원시종교가설과구약성경기록이문자그대로의사실일가능성에무게를싣는다.청동기시대를증언할사람은이제없지만유적과유물과그밖의무언가는눈에띄지않는곳에여전히남아있다.당시의세계가현재와는상당히달랐을지도모른다는증거를품은채로.

인간존재에대한의문
중첩되는것은세계뿐만이아니다.인간이라는존재또한다른존재와겹쳐진다.〈사라지는미로속짐승들〉의주인공라다문은서두에서부터자신이실제인물이아니라추리소설설정의주인공임을밝힌다.함께등장하는다른인물들도각자다른장르,다른이야기에속해있다.하나의세상에다양한이야기속인물이공존하는것은누군가의의지가작용한결과다.나는나이자다른존재의생각이반영된결과물인것이다.그가우리의이야기를통해얻고자하는것은무엇일까?이토록다양한장르,그만큼다양한삶은어떤의미가있는가?

다른두작품은순수한인간성에대한의문을던진다.〈불가사리를위하여〉에등장하는인공지능기계‘불가사리’는인간과영향을주고받는가운데인간을닮아간다.〈어른벌레〉속고대인들은인간과다른생물사이의경계를현대인처럼뚜렷하게나누지않는다.이들작품에서대다수의사람들은인간과다른존재의결합을꺼려한다.무엇을두려워하기때문인가?무엇이우리를인간으로남아있게해주는가?그것은인간이꼭지켜야할,진정가치있는것인가?

세계의실체를향해
우리가이세상을충분히이해하고있다는인식은어쩌면오만이다.곁에있는사람의세상을이해하는일조차도어렵다.〈불가사리를위하여〉에등장하는이탈리아인들은말순에게거절당해자살한화가를동정하지만,말순과함께생활하는성초는양반집자제인화가가농갓집딸인말순을협박했다는사실을더해야이야기가완성된다고말한다.〈사라지는미로속짐승들〉의우주전체가어떤모습인지,〈어른벌레〉에서일어난사건의전말이어떤형태인지알기위해서도서로다른위치에선여러존재의시각이필요하다.

다른위치에서거나다른존재의시각을취하기란쉽지않은노릇이다.그러나노력하는것쯤은가능하다.세상의모든이야기가시야를넓게틔워주지만SF의효과는유독특별하다.굳건해보이는물리적인경계조차훌쩍뛰어넘으면서새로운전망을보여주는것이다.《짝꿍:듀나×이산화》속이야기들은말한다.눈앞의세계는전부가아니며인간이라는형태또한우리의유일한형상이아닐수있다고.감지가능한세계와인간존재라는,절대적이라여겨지는조건조차무너뜨린다면이세계의숨겨진진실에한발더다가가는일도가능할것이다.그것이야말로이책을선택한,SF독자들이누리는황홀한특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