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 : 농촌사회학자 정은정의 밥과 노동, 우리 시대에 관한 에세이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 : 농촌사회학자 정은정의 밥과 노동, 우리 시대에 관한 에세이

$15.00
Description
골고루 갖춘 밥상을
함께 받는 세상을 위해
차갑고 서러운 타인의 밥상을 살펴보는 일
우리가 먹는 음식은 어디에서 올까? 새벽에 문 앞에 배송된 물건은 어떤 이들의 손을 거쳐 왔을까? 아무도 챙기지 않는 이들, 하지만 이들의 노동에 모두가 기대어 살고 있는 사회. 농촌사회학 연구자 정은정이 밥과 노동, 사람과 세상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펴냈다.

“인간이란 실체를 정의하자면 살아오면서 먹은 음식의 총체이다. 음식은 오로지 물리적 맛과 영양, 칼로리의 총합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개개의 모든 음식에는 정치, 사회, 문화, 그리고 자연의 변천까지 망라되어 있고, 여기에 개인의 기억과 사연까지 깃들어 있다. 포도가 보통의 과일이 아니라 어느 한 여인과 그 가족들의 사랑과 그리움이 담긴 그 무엇이었던 것처럼. 하여 오늘 우리의 입으로 쓸려 들어가는 지상의 모든 음식들이 무겁고 복잡하며 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자의 음식 이야기는 마음 뭉클하고 따뜻하지만,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맛집’에 대한 정보는 없지만, 조리 노동의 고단함과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이야기한다. 유통업계의 성장을 떠받치고 있는 배달 노동의 현실을 비판하고, 한편으로는 청년 라이더들에게 헬멧을 꼭 쓰라 간곡히 부탁하기도 한다. 외국인 이주노동자에 기대어 먹고살면서도 끝내 그들을 동료 시민으로 여기지 않는 모순을 직시하자고 말한다. 학교급식이 멈춰 끼니를 놓치고 있는 청소년들에 대한 걱정도 담겨 있다. 밥을 벌다 목숨까지 잃는 세상에서 누군가는 더 맛있게 먹겠다 호들갑을 떠는 ‘먹방 사회’의 면구스러움을 숨기지 않는다. 과연 우리는 제대로 먹고 있는지, 한 번은 물어보자는 부탁을 한다.

“먹거리 생산지로서의 농촌만 귀한 것이 아니다. 농촌에 사는 사람들이 귀하다. 농촌이 사라진다면 농민들뿐만 아니라 시골 버스 운전기사와 작은 점방을 지키는 주인 내외, 어린이와 노인, 농업 이주노동자들, 행정 관료들 모두 어디로 가야 할까. 결국 또 도시로 향해야만 한다. 도시의 숨막히는 고통은 농촌의 고통에서 출발하였고, 그렇다면 이제 농촌을 돌보고 아픈 도시를 다독일 때가 아닐는지. 힘없고 사라지는 것들에 예를 다하는 세상이라면 살아 있는 것들에 정성을 쏟는 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세상이 좀 더 순해질 것이라, 여전히 순진하게 믿는다.”

이제 사라질 거라 여겨져 면전에서 투명인간 취급당하는 농민들을 만나고 연구하는 길에 들어선 것은 그가 ‘도마도 집’ 딸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농사짓는 이들을 관찰하는 농촌사회학 연구자가 된 저자는 농촌의 작은 목욕탕이 귀한 이유가 무엇인지 이야기해 주고, 농약을 제일 많이 먼저 뒤집어쓰는 농민들이 우비와 마스크라도 잘 쓰고 일하는지 누구 하나쯤은 살펴봐야 한다고 안타까워한다.

“소비자의 이름으로 생산자들에게 싸고, 안전하고, 맛있게 만들어 내라며 불가능에의 도전을 요구하는” 우리에게 살처분 현장에서 가장 고통 받는 농촌 주민과, 현관 앞 새벽 배송을 위해 밤을 새워 달려온 이의 안부를 묻자고 말한다. “우리가 먹는 밥을 위해 무게를 더 많이 지는 이들이 있음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자는 것이다.

먹거리를 둘러싼 사회적 관계를 하나씩 짚어 보고, 농업 문제와 외식 자영업자의 애환과 학교급식 노동의 이면에 대해 취재를 바탕으로 집필한 이 책은 사회학자의 리포트이지만, 인문학적인 성찰과 문학의 향기가 넘친다.
선정 및 수상내역
2022 농림축산식품부 식생활교육 우수도서 선정 /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저자

정은정

농촌사회학연구자.1977년충주에서김장의계절에4남매중막내로태어났다.1983년12월서울로올라와서울의끄트머리에서자랐고,20대이후에는여기저기떠돌며살아왔다.지금은부모님이토마토농사를짓던경기도남양주시에서살고있다.농촌·농업·농민의일이집안일이기도하여,사회학중에서도농촌사회학공부에뜻을두었다.

『대한민국치킨전』,『아스팔트위에씨앗을뿌리다-백남기농민...

목차

책을펴내며

1부당신의밥상
포도의계절에부쳐
소년의차가운밥상
청춘들의삼시세끼보고서
황혼의밥상
함께먹으니즐겁지아니한가
국통에빠진딸기라도먹이려면
오늘도‘사골곰탕’입니다만
소년원의급식도학교급식이다
박하사탕싸던여인들
파리를여는사람들
어느생협조합원의소회


2부사람이온다
김밥으로오신하느님
한여름떡볶이배달을하다가
인간을‘사재기’하는택배산업
새벽배송,전쟁같은쇼핑의세계
토니버거의추억
카페,하시겠습니까?
‘공공카페’의고민
기프티콘의세계
고구마를굽는사람들
홈쇼핑셰프전성시대
생을깔다,깔세매장
구슬아이스크림녹던날
이마트의지하세계앞에서
김군의숟가락
꼭대기와바닥,두죽음앞에서


3부심고거두는일
꽃상여진자리
존엄을지키는목욕탕
농촌우체국의빨간경고
원천상회와쌍봉댁을위하여
배춧값이정말무서운가
우비라도입으셨습니까?
딸기꺾기체험
눈물의총각김치
이름도남김없이
그들이우리를먹여살린다
누구를위하여컨설팅을하나
토마토밟기
밥한공기의쌀값
아로니아의검은눈물
아버지가잡지못한행운
경자유전의원칙


4부생명의무게
‘홍천고딩달걀’
쌀과소시지의무게
타들어가는나무,타들어가는농심
댁내소는안녕하신지요?
우리는죽여보지않았다
고창의외로운‘닭싸움’
군세권을아십니까?
산천어를위하여
플리즈,농민을기다려주오
계란미션임파서블
들판의공룡알
대추의운명
‘고히잠드소서’

후기
‘남양주지옥분식통신’

출판사 서평

저자의음식이야기는마음뭉클하고따뜻하지만,거기에서그치지않는다.‘맛집’에대한정보는없지만,조리노동의고단함과자영업자들의고통을이야기한다.유통업계의성장을떠받치고있는배달노동의현실을비판하고,한편으로는청년라이더들에게헬멧을꼭쓰라간곡히부탁하기도한다.외국인이주노동자에기대어먹고살면서도끝내그들을동료시민으로여기지않는모순을직시하자고말한다.학교급식이멈춰끼니를놓치고있는청소년들에대한걱정도담겨있다.밥을벌다목숨까지잃는세상에서누군가는더맛있게먹겠다호들갑을떠는‘먹방사회’의면구스러움을숨기지않는다.과연우리는제대로먹고있는지,한번은물어보자는부탁을한다.

“먹거리생산지로서의농촌만귀한것이아니다.농촌에사는사람들이귀하다.농촌이사라진다면농민들뿐만아니라시골버스운전기사와작은점방을지키는주인내외,어린이와노인,농업이주노동자들,행정관료들모두어디로가야할까.결국또도시로향해야만한다.도시의숨막히는고통은농촌의고통에서출발하였고,그렇다면이제농촌을돌보고아픈도시를다독일때가아닐는지.힘없고사라지는것들에예를다하는세상이라면살아있는것들에정성을쏟는일도마다하지않을것이다.그렇게해야만세상이좀더순해질것이라,여전히순진하게믿는다.”

이제사라질거라여겨져면전에서투명인간취급당하는농민들을만나고연구하는길에들어선것은그가‘도마도집’딸이었기때문일지도모른다.농사짓는이들을관찰하는농촌사회학연구자가된저자는농촌의작은목욕탕이귀한이유가무엇인지이야기해주고,농약을제일많이먼저뒤집어쓰는농민들이우비와마스크라도잘쓰고일하는지누구하나쯤은살펴봐야한다고안타까워한다.

“소비자의이름으로생산자들에게싸고,안전하고,맛있게만들어내라며불가능에의도전을요구하는”우리에게살처분현장에서가장고통받는농촌주민과,현관앞새벽배송을위해밤을새워달려온이의안부를묻자고말한다.“우리가먹는밥을위해무게를더많이지는이들이있음을인정하는것부터시작”하자는것이다.

먹거리를둘러싼사회적관계를하나씩짚어보고,농업문제와외식자영업자의애환과학교급식노동의이면에대해취재를바탕으로집필한이책은사회학자의리포트이지만,인문학적인성찰과문학의향기가넘친다.

‘밥은먹었느냐’는말과‘밥은먹고다니냐’는말,그사이어디쯤에서헤매는이들과함께이글을나누고싶다.무엇보다농민과자영업자들이내글의독자가되길바라며써온글들이다.하지만독자로염두에두었던이들은하루가길고버거워정작이런글에눈길을줄여력이없다는것도취재를통해알았다.짬이난다면관공서일을보거나잠깐이라도눈을붙이는삶이기때문이다.이런근면하고성실한이들을마음으로나마응원하고자이글을묶는다.혹여지나가다누군가라도이책을들춰보다세상의모든먹거리는농촌과사람이촘촘히엮여있음을어렴풋하게나마느낀다면더할나위없겠다.
─「책을펴내며」에서

왜‘장례지원금’에대한공약을찾아보기는어려울까?오래도록지역을지킨농민들의마지막이야말로융숭하게대접해야할일이아닐까?더이상꽃상여를탈수없어서할머니들이서로부둥켜안고울게하지말고,이제꽃상여운영은군이나면에서하겠다고나서주면안될까?
평생을땅에붙어농사를지어국민들을먹여살리고지역을지킨거칠고귀한손들에대한존경과감사를공공으로표명해야만청년농민도자신의존엄을그자리에서확인할수있을것이다.청년농민들도언젠가는고령농민이될것이다.지금의고령농민들을대하는사회적태도가곧이들을대하는태도의준거이다.
─본문중에서

농촌에서농민들이줄것은쌀뿐이라며쌀을주실때마다그묵직한무게가나를죄인으로만들곤한다.쌀과소시지에는저울로재어지지않는생명의무게가깃들어있지만내말과글에는그만큼의무게가있는지전혀확신할수없어서이다.
─본문중에서

‘농자천하지대본’같은말들은이명처럼귀에서뭉개지곤했다.내게는그저‘농자천한자’로들렸다.농사는천한자들이짓는일이었다.‘밥은하늘’이라며치켜세우기도하지만어디세상이그러했나.시장자본주의사회에서귀한일은비싼급료를받는일이고,헐값을받는일은천한일일뿐이다.농업이그렇고배달일이그렇다.귀한일이었다면자식에게물려주려했을것이다.하지만부모님은공부를해서농사는짓지말고살기를간절히바랐고,나는그바람만큼은충실하게따랐다.
그렇게‘도마도집’딸은토마토농사는짓지않고‘도마도농사’를짓는이들을관찰하는농촌사회학연구자가되었다.농사는짓기싫었지만내가아는세계가농업과농촌,그리고후미진변두리의생활뿐이어서어쩔수없이보고적는일이동네의일이었다.
─본문중에서

코로나19의광풍이휩쓸고지나가는이자리에서가장큰고통을겪고있는이들은한국의자영업자들이다.OECD국가들중에서가장많은자영업자가있는한국은인구의4분의1정도가근로는하되임금은알아서만들어내야하는사람들이다.그고통의심연에는농촌의고통이그대로이어지고있다는확신때문에내게자영업문제는농촌의문제이다.그래서지겨우리만치농촌·농업·농민문제와더불어자영업자문제에천착,아니집착하며글을써왔다.
─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