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일들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땅과 이웃, 시 이야기)

위대한 일들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땅과 이웃, 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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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김해자 시인이 만난 땅과 이웃과 시
“15년째 농촌에 살면서 시인이 겪은 사람과 자연, 그리고 그 밖 세상 이야기가 감칠맛 나게, 때로는 경건하고 숙연하게 펼쳐진다. 살아가는 이야기를 썼을 뿐인데, 일상이 명상인 듯 이토록 시의 향기가 따끈따끈 두근두근 물씬물씬한 산문이라니.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섬세한 필력에 나는 새삼 감탄한다. 김해자는 나보다 아프면서 나보다 강하구나. 맑은 영혼과 건강한 정신의 증표인, 이렇게 평온한 멜랑콜리에 찬, 평범한 삶의 범상치 않은 이야기가 널리 읽혀서 많은 이들에게 힘이 되길 빈다.”
- 황인숙 시인, 추천사 중에서
선정 및 수상내역
2022 ARKO 문학나눔 선정도서
저자

김해자

시인.15년째농사를배우며,문학강의도하고부르는데마다가서환경생태교육도한다.시집으로『무화과는없다』,『축제』,『집에가자』,『해자네점집』,『해피랜드』가있고,민중구술집『당신을사랑합니다』와산문집『내가만난사람은모두다이상했다』,시평에세이『시의눈,벌레의눈』등을펴냈다.전태일문학상,백석문학상,이육사시문학상,아름다운작가상,만해문학상,구상문학상,허난설헌시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책을펴내며

1부시를심는사람들
양승분이흙에시를심고있다
그까짓것,것들
언니들과의저녁식사
감나무몇그루서있는집
과거의거울에비추어
만나보니우리의사부들은
마중물과쉼표
동거
살아서하늘을만났으니

2부환하고맛있고즐거울겁니다
텃밭공화국에서
청소해주고밥해주고머리감겨주고
폐지값과시값
만인에게기본소득을
귀촌을묻는당신께
생애가장시원한여름
봇짐

3부방주에실린해피랜드
한사람이왔다간자리
모든언더그라운드를위해건배
오늘하루
문학이라는말조차잊고
한없이기쁘고가벼웁게
난엉덩이만이아니야
방주에실린해피랜드

출판사 서평

김해자시인의세번째산문집.농촌에서15년째초보농사꾼으로살면서같이밭매고같이밥먹는이웃들의이야기와,세상과시에대한사유를담고있다.시인이언니라고도부르고마음속으로엄마라고도부르는허리굽은할매들과의사소하지만특별한일상의이야기들은생생하고즐겁고따뜻하다.문명에대한통찰과인간과자연에대한깊은사유와연민이담겨있는시인의산문은동시대를살아가는우리들에게삶의가치와의미를곱씹게만들며,동시에위로와용기를준다.

“시를심는사람들”
-위대하고사소한일들에서발아하는‘시’

“위대한일들이저기서벌어지고있습니다.저콩들과깻잎과동글동글유난히예쁜땅콩들이내입으로도들어올겁니다.저노동과환대와우정을먹고제몸이차차나아지고있습니다.초저녁바람에밭위에도구름이흘러가고있습니다.”

시인에게위대한일은“씨앗을뿌리는일”이나“달걀들을거두어들이는일”같은사소한일들이다.시를쓴다는것은“땅과이웃들의주름진얼굴을지그시바라보는일”이라고말했던시인은자연과이웃들의친절과대가없는보살핌덕분에‘생각’에찌들곤하는자신의“영혼에빈틈이생기고”“그빈자리에서시가발아하고있”다고고백한다.

“양승분씨를들여다보면시인같습니다.(…)시인은명사라기보단형용사나부사에가까운것같아요.아니어쩌면시야말로동사인지도모릅니다.시적인삶,혹은시적인태도로나와이웃과세상을만나는사람이야말로진짜시인아닐까요.그러니양승분씨야말로진짜시인입니다.”

새벽부터가마솥에콩을삶아,잠깨길기다려현관문두드리는구부러진손가락,“복지관에서갖다주었다는국수와함께두부두모꼬옥쥐어주는굽은손”에서시인은‘시’를발견한다.“삐그시부침개접시를내미는흰부추꽃같은묵음의말”,“먹어봐달지,묽은감입에넣어주는가만한말”,“잘자랐네,이쁘네.왕고들빼기와쇠비름,개망초도어루만지고,삭아가는청국장속짚풀처럼서로엉겨붙은말들”은시인을먹이고살렸으며,이제시가되고산문이되었다.

“여기살면서보고들은이야기들이책이되었습니다.밥먹으면서듣고,마늘종자,양파모종심으며듣고,김매면서듣고,마을회관에서해바라기하며들었습니다.듣다보니여기까지왔습니다.생명이시시각각자라나고열매맺고스러져가는,이대지에서해마다반복되는가장단순하고사소하고도일상적인삶들이귀하고위대하게여겨졌습니다.”

“그자리는환하고맛있고왁자지껄즐거울겁니다”
-환대와우정,삶에대한사랑

“저를먹여주고가르치고보살피며희망을주고,나눔과우정으로여기까지오게한내이웃들과친구들께도감사드립니다.제밭을무료급식소로사용하면서임대료없이세살며날마다노래불러주는명랑한참새들과텃밭의모든작물과풀들께도요.”

농촌공동체의환대와우정속에서몸과마음을보살피며살아온시인의산문에는“땅속에묻힌평범한사람들의삶”과“뼈만앙상한역사속에서숱한사람들의속담과이야기와수수께끼와노래”가풍성하게담겨있다.

또한시인은환대와우정속에더많은이들이동네사람들과어울리는농촌정경을떠올린다.“보다깊게사랑하고창조하며공짜로파견된이지구에희망을피워내는일에몰두”하자고이야기한다.“그러니우리는미리백수를선언합시다.손이백개나되니할일참많다고즐거워합시다.”

흙에젖줄을대고살아가는존재들,세상의바닥에서울리는낮은목소리에뿌리를두고있는시인의산문은삶을대하는진정어린태도를보여준다.시인은말한다.“나도잠시이지구상에서동거하다갈겁니다.기왕이면동거하는동안서로어루만지며나누며살다가고싶습니다.그런세상을노래하고싶습니다.거의회복되지않을만큼인간이망가뜨린지구한모퉁이에서저는잠시쉬어가는중인지도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