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차별을 다시 생각하다 (뇌성마비 장애인 운동단체 푸른잔디회의 장애해방운동)

장애인 차별을 다시 생각하다 (뇌성마비 장애인 운동단체 푸른잔디회의 장애해방운동)

$19.00
Description
왜 장애인을 차별하면 안 되는 것일까?
차별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우리는 정상인 문명을 거부한다!”
빼앗긴 ‘자신’을 찾아 ‘건전자’(정상인)에 맞서 강렬한 자기주장을 펼친
뇌성마비 장애인 운동단체 ‘푸른잔디회’ 이야기
“이 책을 통해 그들과 우리의 해방이 연결되어 있음을 새삼 자각한다.” _ 박경석
“혹시 차별은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아닐까? 남몰래 이런 회의와 좌절을 느끼고 있다면 이 책은 바로 당신을 위한 책이다.” _ 장혜영

“장애인 차별을 하면 안 된다”는 말은 우리 사회에서도 상식처럼 여겨지는 말이다. 비단 장애인뿐 아니라 여러 소수자에게도 차별이 일어나면 손쉽게 “차별하면 안 된다”라는, 원칙적인 이야기만이 그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고민 없이 둥둥 떠다니는 듯하다. 또 차별에 반대하여 투쟁을 벌이는 이들에게 “그런 방식은 설득력이 없다”는 식의 준엄한 질타가 이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데 애초에 차별이 무엇인지, 왜 그것이 나쁜지에 대해 좀 더 깊숙이 들어가 보면, 사람마다 이에 대해 사회적으로 서로 다른 감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이 책은 일본에서 과격한 반차별 투쟁으로 사회에 충격을 안긴 장애인 단체 ‘일본뇌성마비자협회 푸른잔디회’의 이야기를 통해 ‘차별’이라는 말이 지닌 의미와 내용을 우리가 함께 공유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차별을 극복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생생하게 꺼내 보여준다. 그러면서 동시에 지금도 계속해서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는 한국 장애인들의 투쟁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독자들은 책을 읽으며 복잡한 사회 속 복잡한 사정이 얽혀 있는 무척이나 성가신 문제인 ‘차별’이란 무엇인지를, “우리는 강렬한 자기주장을 행한다”, “우리는 문제 해결이라는 길을 선택하지 않는다” 등의 비타협적인 주장을 행동강령으로 삼아 사회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외쳤던 푸른잔디회 사람들의 활동을 통해 생각해 볼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이러한 날것의 목소리를 통해서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끊임없이 발신되고 있는 장애인들의 외침을 폭넓은 감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아라이 유키는 일본 니쇼가쿠샤 대학 교수이자 문학 연구자로 특히 장애인을 비롯한 소수자의 말과 사회에서 이 말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의미를 갖게 되는지를 중심 주제로 삼아 여러 책을 펴냈다. 국내에는 《말에 구원받는다는 것》이 소개된 바 있다. 저자는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며 우리가 지닌 그들에 대한 안이한 동정심과 ‘건전자’(정상인) 중심 사고방식에 맞선 장애인들의 저항의 몸짓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번에 소개하는 《장애인 차별을 다시 생각하다》는 특히 그 중심에 푸른잔디회의 핵심 인물들 및 그들의 구체적인 여러 활동 사례와 동인지 《시노노메》에 발표되었던 장애인들의 육성을 배치하여, 독자들이 격리와 차별로 점철된 장애인들의 역사와 그 가운데서 장애인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지키고자 분투했던 투쟁과 사랑을 함께 느껴 볼 수 있게 해 준다.
푸른잔디회의 싸움은 일본 사회에서 1970~1980년대를 중심으로 벌어졌다. 책에서는 특히 장애아동 살해 사건 감형 탄원 반대, 우생보호법 개악 반대, 가와사키 버스 투쟁, 특수학교 의무화 저지 투쟁을 중심으로 이들의 활동상을 펼쳐내 보여준다. 이는 사회에서 어떤 행위나 가치관이 장애인들에게 분노를 불러일으켰는지, 이것이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얼마나 다른지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왜 이들은 이에 분노했을까? 출신, 성별, 가족 구성, 연령, 신체의 특징 등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다양성이 중시되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고 모두가 생각하는 가운데서도 소수자에 대한 관용이나 상식이 필요치 않다는 가치관이 분출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타협 없이 크게 외쳤던 푸른잔디회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이 책을 읽으며, 별다른 갈등을 수반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일상적으로 개진할 수 있는 ‘머조리티’ 입장에서 벗어나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내고자 할 때 겪게 되는 갈등과 한계를 온몸으로 보여주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비장애중심주의Ableism에 저항하여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서로가 얻고 해방을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는 희망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아라이유키

저자:아라이유키
문학연구자.소수자의자기표현법과장애인의사회활동을연구하고있다.도쿄대학교대학원인문사회계연구과를수료했고니쇼가쿠샤대학문학부부교수이다.국내에소개된저서로《말에구원받는다는것》(ㅁ(미음),2023)이있으며그밖의저서로《격리의문학한센병요양소의자기표현사》,《장애와문학시노노메에서‘푸른잔디회’로》,《살아가는그림예술이사람을‘치유’할》,《휠체어옆에사는사람장애로부터바라보는‘생의어려움’》등이있다.

역자:문민기
한국현대사연구자이며역사문제연구소연구원이다.한국장애사연구를해보겠다고말하고다닌것만큼의성과를내지못해늘고민중이다.지금은1980년대사회정화를주제로박사논문을쓰고있다.〈1980년대한국장애인운동의‘새로운흐름’형성〉등의논문을발표했고,《우리는지난100년동안어떻게살았을까1》,《‘손상’과장애의문화사》등의책을동료들과함께썼다.

목차

한국어판서문7
들어가며_'장애인차별'에대해생각한다는것13

1.'차별'과싸우기시작한사람들31
2.장애인인채로산다59
3.'건전자'란누구인가83
4.빼앗긴'자신'을되찾다107
5.장애인은살해당해도어쩔수없는가135
6.장애인에게'보통의생활'이란무엇인가159
7.장애인은태어나면안되는가191

나가며_장애인차별과맞서는언어235

지은이후기263
옮긴이후기269

출판사 서평

추천사

차별과맞서싸우는사람들의이야기는언제나가슴에불길을지핀다.‘푸른잔디회’에대해처음알게되었을때도그랬다.그들의싸움은나뿐만아니라한국의수많은진보적장애인운동가들에게영감의원천이되었다.그들의지향을비판적으로넘어서기위한뜨거운논쟁이줄곧이어지기도했다.이과정과더불어,우리는그들처럼‘정상인’들의사회의동정과시혜를거부하고차별이스며든장소곳곳에서온몸으로맞서갔다.그들이그러했듯,사회가요구하는‘정상인’의모습을본따서가아니라우리의몸그대로를드러내며아스팔트바닥을,지하철바닥을기었다.그리고이내우리에게는푸른잔디회가겪은것처럼‘너무과격하다’는딱지가나붙었다.그러나그것이곧새로운민주주의를만들어가는우리의힘이었고,아무도기억하려하지않는우리가역사에한줄기록될수있는유일한방법이었다.이책을통해그들과우리의해방이연결되어있음을새삼자각한다.푸른잔디회가쌓아온‘작은역사’가우리가쌓아온‘작은역사’와만나조금씩세상을바꾸어왔음을다시금깨닫는다.그러나아직갈길은멀다.이책에서말하는것처럼사가미하라시설장애인살상사건은벌써잊혀졌다.여전히일본과한국의수많은장애인들이시설에갇힌채사랑의가면을쓴혐오와식민화를견뎌내고있다.그와중에나는장애인운동활동가로서얻은전과들을명목으로일본입국을세차례나거절당했다.‘푸른잔디회의투쟁’이,‘또다른푸른잔디회들의투쟁‘이서로가서로를만나가며일본에서,한국에서,그리고세계곳곳에서계속이어져야만하는이유가바로이것이다.그전선은‘비장애중심주의에대한저항AgainstAbleism’이다.이책을통해독자들이지금까지의차별에맞선저항의역사를되새기고AgainstAbleism의전선에서함께하기를바란다._박경석,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상임대표

왜장애인을차별하면안되는것일까
‘장애인을차별하면안된다’는것은한국사회의상식이다.이나라에는장애인차별금지법도있다.그런데왜우리주위에는여전히장애인에대한차별이극심할까?상식도있고법도있는데차별이사라지지않는다면,혹시차별은해결할수없는문제가아닐까?남몰래이런회의와좌절을느끼고있다면이책은바로당신을위한책이다.‘차별’이라는말은분명해보이지만생각보다모호하다.차별이나쁘다는원론을넘어어떤행동이왜차별인지공동체다수의구성원이납득하기위해서는공통의경험과그경험을언어화한이야기,즉역사가필요하다.이책은‘우리는문제해결이라는길을부정한다’는파격적인행동강령아래1970~1980년대일본에서왕성하게활동한뇌성마비장애인운동단체‘푸른잔디회’의투쟁을따라가며‘장애인차별’이라는단어에깃든잊혀진역사를끈질기게그려낸다.그치열한순간들을따라가다보면차별에맞서는투쟁이란우리의삶그자체만큼복잡하고딱나누어떨어질수없음을어느새알게된다.결국우리는매순간무엇이가능한지고민하며한걸음씩나아갈수밖에없다.그것이바로인간의삶이다._장혜영,장애인인권활동가,21대정의당국회의원

책속에서

얄궂게도‘차별’은‘나쁜것이다’라는총론에동의하기쉽기에,반대로각론에서동의를얻기어려운것일지도모르겠습니다.각론에대해논의하는것은‘당신(나)의그언동은차별에해당하는가아닌가’를생각하는데까지이어지기때문입니다._16쪽

푸른잔디회이전에도장애인단체는존재했고,장애인운동도존재했습니다.하지만그운동을이끌었던이들은주로장애인의부모나의료·교육·복지전문가들이었습니다.…반면푸른잔디회는장애인당사자들이중심이되어스스로거리에나가마이크를쥐고장애인차별반대를외쳤습니다.장애인당사자가장애인차별에대해분노의목소리를낸최초의단체라해도과언이아니며‘고발형운동’의전형적인사례로평가되기도합니다._70쪽

‘이사회에는장애인차별이존재하고있다’라는표현에정면으로반대하는사람은아마많지않을것이라생각합니다.하지만이‘사회’라는말은‘큰주어’의대표격인것으로서‘머조리티’는자칫하면자기자신이장애인차별을잔존시키고있는사회의일원이라는점을잊어버리게됩니다._105쪽

차별과억압을받은고통을표현하고자할때,자신을차별·억압하는사람들이쓰는말로만이야기해야하는상황에놓여있지않았을까생각합니다.이런말을우리는‘누구의말’로받아들이면좋을까요._131쪽

“우리장애인에게,아니,내게이‘우생보호법개정안’은자기생존에관한중요한문제이다.이법안이가결됨으로써적어도연간몇천명의장애아동이확실히뱃속에서말살되어갈것이다.게다가그것은뱃속장애아동의삶만을위협하는것이아니다.장애아동을뱃속에서죽인다는것은우리들,지금생존해있는장애인의존재근거를매우훌륭하게무너뜨리는결과를낳는다.이법안이성립될때,그것은모든정상인이,사회가,권력이나를향해“죽어”라고말하는것이다.”_210쪽.

“인간으로사는것을인정해주기바랍니다”라는말은그저단순하게장애인일개인에게살아갈자원을나눠달라는주장이아닙니다.또는사회의한켠에그들만조용히살아갈수있는공간을비워달라는것도아닙니다.푸른잔디회운동가들의‘말투’를주의깊게읽어나가면“인간으로사는것을인정해주기를바랍니다”라는말은장애인도이사회안에서사람에게서태어나고사람을낳기도하는존재로서인정해주기를바란다는뜻입니다._234쪽

차별에대해고민하기위해서는무엇을차별이라규정하고거기에맞서싸워왔는지를확인해야한다는것이다.그래서차별에저항했던일본장애인운동사를간단하게나마톺아보는책이되었다.간단하다고해서그내용이얕지는않다.각장마다담겨있는푸른잔디회의투쟁은너무나처절했고,그들이던진질문과요구한주장은깊고넓었다.그질문과주장은현재의상황과도겹치는,안타깝게도여전히유효한것들이었다._270-271쪽,옮긴이후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