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헤르츠 고래들

52헤르츠 고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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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나는 아무도 듣지 못하는 너의 52헤르츠 소리를 들을게.”

‘마치다 소노코’의 첫 장편 소설.
2021년 제18회 일본 서점대상 수상!!!

다른 고래들은 들을 수 없는 주파수로 노래하는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고래,
52헤르츠 고래.

일본 규슈의 한적한 바닷가 마을.
모든 것을 버리고 그곳으로 홀로 이사 온 ‘키코’는
어느 비 오는 날 자신처럼 외로움의 냄새가 나는 한 아이를 만난다.
가족으로부터 학대받은, 그리고 학대받고 있는
두 사람이 만나 두려움을 딛고
한 걸음 한 걸음 앞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

저자

마치다소노코

저자:마치다소노코
1980년에태어나현재후쿠오카현에거주한다.2016년〈카메룬의파란물고기〉로제15회여성에의한여성을위한R-18문학상대상을수상하며심사위원인미우라시온과츠지무라미즈키에게호평을받았다.이듬해에동작품을수록한《밤하늘에헤엄치는초콜릿구라미》를출간하며데뷔했다.2020년에발표한첫장편소설《52헤르츠고래들》은가정내학대라는상처가있는두주인공을내세운작품으로,2021년제18회일본서점대상을수상했다.다른작품으로는《어란》,《우쓰쿠시가오카의불행한집》,《편의점형제》,《별을길어올리다》등이있다.

역자:전화영
서울시립대국어국문학과를졸업했다.자연과동물,사람이야기를좋아한다.옮긴책으로아오야마미치코의《가마쿠라소용돌이안내소》가있다.

목차

1.거리끝에내리는비
2.밤하늘에녹아드는목소리
3.문너머세상
4.재회와참회
5.씻을수없는잘못
6.전해지지않은목소리의행방
7.세상끝에서의만남
8.52헤르츠고래들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첫문장:
내일날씨라도묻듯가벼운어조로유흥업소에나갔었느냐고했다.나는유흥업소라는말이순간낯설어두눈을끔벅이다가이내말뜻을알아차리고반사적으로남자의콧대를겨냥해따귀를때렸다.찰싹,하고경쾌한소리가울렸다.
“이남자가미쳤나!”

p.11
“그런데왜야쿠자의칼에찔렸다고…….”
묻다말고불현듯짚이는데가있었다.그개인병원이다.상처부위가너무아파진통제와항생제를받으러간곳.
“이런미친!개인정보를그냥흘렸단말이야?”
그만다리에힘이풀려주저앉고말았다.이건소송감아닌가?
“상처는사실이야?”
무라나카가놀란듯물었다.그얼빠진얼굴을째려보며말했다.
“어차피그쪽도떠벌리고다닐거잖아.아,몰라.야쿠자에게쫓기는유흥업소여자든성인물배우든좋을대로말해.어떻게생각하든난상관없으니까.”

P.17
무릎을다시끌어모으고눈을감으려했을때물을튀기며이쪽으로천천히다가오는발소리를들었다.나도모르게방어자세를취하는데새먼핑크티셔츠에청바지차림의아이가우산도쓰지않고걸어왔다.놀다가갑자기비가와집에가는길일까?
“얘,여기있다가비가잠잠해지면가지?”
나도모르게말이튀어나왔다.고개를숙이고있어서얼굴생김새는모르겠지만어깨까지기른머리나선이가는몸을보아중학생정도되는여자아이같다.

p.28
“안상,안상.”
이럴때찾는이름은하나밖에없다.
“도와줘,안상.”
악물은이틈새로쥐어짜듯말하는데비가뚝그쳤다.놀라서고개를드니눈앞에청바지를입은다리가홀연히서있고,위를더올려다보니날아가버린내우산을쓴여자아이가있었다.새먼핑크티셔츠와긴머리칼이낯설지않은게일전에본그아이였다.울고있는나를보고여자아이는놀란듯눈을동그랗게떴다.
이아이는왜내게왔을까?지난번에는아무리불러도곁에오지않더니왜지금이타이밍에?

p.45
무표정한가면을쓴것처럼감정이사라진얼굴이무섭다.저사람말대로하지않으면얻어맞는다.하지만발이움직이지않는다.머리한구석에서엄마가키코도이리와보라고불러주기를기대하고있다.그런일은일어날리없는데도.봐,엄마는내쪽은쳐다보지도않잖아.
의붓아버지가못마땅한듯혀를차며내게로온다.도망쳐야해.하지만발은요지부동이다.
­저기,아버…….
­말들어.
찰싹.뺨에서소리가나고나는그충격으로잠에서깬다.늘겪는일이다.
눈을뜨자친숙한천장이보였다.눈을여러차례깜박이고한숨을한번내쉬었다.
“……오랜만에꿨네.”

p.60
“아……음,그거용케찾았네.내가자주듣는거야.”
소년이태블릿을가리키며고개를갸우뚱했다.어떤생명체의소리인지모르는것같다.널려던수건을바구니에도로넣고소년의옆에앉았다.
어스레한물속에서기포가천천히올라가는화면에장중한울림이메아리치고있었다.크게숨을쉬는것같기도하고콧노래를부르는것같기도하다.다정하게부르는듯들리기도하는소리.
“이건고래의노랫소리야.”
소년의눈썹이미세하게위로올라갔다.
“놀랐지?고래는바닷속에서마치노래를부르듯친구들을부른대.”
호오,하고감탄하는숨을내쉰소년이눈앞의바다로시선을던졌다.나도따라바다를보았다.
“대단하지?저렇게드넓고깊은바닷속에서친구들한테소리가전달된다니.분명히대화도할수있을거야.영상속이아이는뭐라고하고있을까?”
소소한말들이면좋겠다고생각한다.오늘밤은달이아주밝네.여기바다는아름다워서기분이좋아.오늘따라네가보고싶어.그런대화가바다어딘가에서오가면좋겠다.
“물속에서상대방의목소리가울리면어떤느낌일까?난상대방의마음이온몸을감싸는상상을하곤해.”
내게보내는마음을온몸으로받고온몸으로듣는다.분명굉장히행복한일이리라.
“아무리멀리떨어져있어도내게보내는마음이느껴진다니대단하지않아?하지만그런행복을누리지못하는아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