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뱀남자보러가자,호노카.”
막전학와서인기가많았던내게카오리공주가그렇게제안했다.전혀기대하지않았다.그게그러니까,감나무마을의볼거리에대해많은아이들이온갖이야기를주었지만(이를테면‘절대잠들지않는고양이’나‘아무도없는음악실에서울리는피아노’,‘교감선생님의하트모양대머리’같은)솔직히말해모조리김빠지는것이었기때문이다.
하지만이전학생만의특별인기역시며칠지나면사라질터였으므로그동안친구를만들어두어야만했고,6학년2학기인지금부터열심히친구를만들어두지못하면내년봄중학교생활에까지영향을미칠터이니.
“뱀남자?”
---「첫문장」중에서
그다음날,내인기는뚝끝나있었다.아침에교실로들어서는데수다를떨고있던모두가갑자기조용해졌다.뺨언저리가얼얼했다.나는두근거리는마음으로“안녕.”하고말했지만누구도눈을마주쳐주지않았다.의자에앉자엉덩이가물컹하고차가웠다.
“힉.”
소리치며벌떡일어섰다.
---p.14
담벼락에서머리만떼어나는빙글주위를둘러보았다.
왠지낯익은장소인걸.
솔직히말해상당히낡았다.온통쥐색,콘크리트로만되어있는시시한건물.모퉁이를돌자입구가있었다.커다란가방을든할아버지가막들어가는중이었다.덜컹덜컹하고요란한소리를내며자동문이열렸다.
아아,그런가,여기는지난번에온도서관이구나.
내다리는제멋대로움직여할아버지뒤를따라갔다.
---p.23
아무튼내가제일도서관이마음에들었던것은누구도나를상대하지않는다는점이었다.아까말한것처럼동네에있으면내마음은줄곧안절부절,몸은파김치상태였다.하지만도서관은다르다.잘생각해보면신기한일이었지만누구도내게말을걸어오지않았다.뭐라고말하면시끄럽다고주의를받기때문일지도모른다.책만볼뿐다른사람에게는흥미가없기때문일지도모르고.
---p.41
코를훌쩍이며나는마지막페이지를덮었다.이야기들은모두지금까지본적이없는것들같았다.가엾은내용,생각지도못한결말,이해가잘안되는것도있고찌잉하고감동적인이야기도있었다.모두다른작가의다른이야기였지만전부아버지가등장한다.딸의아버지,아들의아버지,한참전에돌아가신아버지,함께살고있는아버지도,떨어져사는아버지도있었다.
---p.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