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갑자기바지뒷주머니에서전해지는진동에야마가미신타는손에들고있던소화제를상품진열대에도로놓는다.
“누구지?”
신타는계속해서울려대는스마트폰을뒷주머니에서꺼낸다.지금바쁘니까나중에통화하자는말이목구멍까지차오르지만,스마트폰화면을확인한순간속으로삼킬수밖에없다.발신자가‘이토집’이다.녹색응답버튼과빨간색거절버튼사이에서엄지손가락이갈피를잡지못하고오간다.결국엄지손가락은응답버튼을선택하고,곧이어중년남자의목소리가들려온다.
---「첫문장」중에서
“차에타고있을때라는건앉아있다는소리잖아.지갑은엉덩이쪽주머니에들어있었을거아니야?어떻게빼냈어?이토가빼서줬어?설마그랬을리가없잖아.”
쓰쓰미의안경이오래된전구불빛을반사해곤충의눈처럼번뜩여눈이보이지않는다.
---p.33
누군지확인해볼까.나는검게탄시체에다가가려다관뒀다.숯이된머리의일부가벗겨져내쪽으로날아왔기때문이다.몸을돌려피한김에,나는시체는내버려두고그대로걷기시작했다.다른사람이없는지찾아보는편이낫다.
---p.40
형은철쭉덤불에가만히손을넣더니잎사이에서무언가를꺼냈다.민달팽이였다.
“꺅!”
“이건옆집할아버지야.돌아가신할아버지.”
반투명한몸을꿈틀대는민달팽이를형은손가락에올리고사랑스럽다는듯미소지었다.나는비명을지르며형의손을쳐민달팽이를떨어뜨리고는발로밟아짓뭉갰다.
“무슨짓이야!아아,할아버지가!”
---p.72
“경보,목표물발견!남남서방향에적병하나,가시거리삼백!”
“확인,남남서방향에적병하나,2번사격수,사격!”
“2번사격수,사격합니다!”
조준기의동그란확대화면에는이쪽을등지고달아나는빨간옷깃의적의모습이있다.내가방아쇠를당기자그등에바로구멍이뚫리고쓰러진적의머리에서방탄모가떨어져굴렀다.기록담당이노트에휘갈기는연필소리가들렸다.불그스름한황야에는잉크를똑똑떨어뜨린자국같은것이곳곳에흩어져있다.시체다.
---p.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