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을다드러내는게
수치이자사치로느껴지는요즘,
사랑의모든감정이민낯그대로담겨있어더욱빛나는원태연의시
원태연시인은말한다.18년만에시를쓰는마음이꼭군기가바짝든이등병의심정과같았다고.다른건좀못해도그냥그렇게인정하며살아갈수있지만,시만큼은절대그럴수없다고.아니,그래서는안된다고.시의부정은원태연존재자체의부정이기에그는잔뜩긴장한채펜을잡고다시시를썼다.그래서일까.18년만에그가새로쓴시들은이전시들과확연히다르다.단어하나까지조심스럽고한층더섬세하다.
너는내거울이야,내마음의거울.나는너를만나고나서내가어떤사람인지알게됐거든.너는나랑비슷한사람이니까이해할수있을거야.큰소리로말하는사람을싫어하는것도,기분이안좋아지면양치를하는것도,북적거리는곳에오래있지못하는것도,사람들이다잠든밤을좋아하는것도,그래서너한테날보여주고싶은데그게이렇게힘들다.사실난나를잘모르거든……그래서니가날좀읽어줬으면좋겠어……//천천히/오래오래/또박또박,또박.
-48쪽<사랑이란2>
사실원태연은특유의직설적인표현으로유명한시인이었다.머릿속에떠오른생각을그즉시종이에옮겨쓴듯한시.그게그의매력이자특징이었다.
너를예를들어
남을위로할때가올까봐
나도그런적이있었다고
담담하게말하게될까봐
―30쪽<두려워>
니가내취미였나봐
너하나잃어버리니까
모든일에흥미가없다
뭐하나재미난일이없어
-72쪽<취미>
18년이지나는동안원태연시의겉모습은조금달라졌지만,그럼에도그의시는과거와같은감정선에서독자의마음을들쑤신다.원태연시에는우리가사랑하며겪는모든감정들이거짓하나없이민낯그대로담겨있다.
사랑은인간의가장보편적인감정이고,여전히원태연은그걸가장솔직하게표현하는시인이다.상대에게내마음을다드러내는게수치이자사치로느껴지는요즘같은세상에서원태연의시는더욱빛이난다.마음이어지러운날,원태연의시를읽고필사하자.감추기에급급했던,그래서채아물지못했던사랑의온갖기쁨과슬픔이가슴속에서제목소리를내기시작할것이다.
감성적인캘리그라피와삽화로
시에흠뻑취하는경험을선사하는
『그런사람또없습니다』
온전히나를위한시간을보내고싶은날.그런날에는필사시집만한게없다.시를읽으며마음에귀기울이고,필사하며몸에집중하다보면잡념은사라지고오로지시의언어만이머릿속을헤엄친다.
읽고쓰는것만으로도좋은원태연필사시집에이시대최고의감성캘리그라퍼배정애와따뜻한하루의기억을그리는삽화가히조가참여했다.글씨와삽화는원태연시의또다른형태가되어시몰입의완성도를높여준다.캘리그라피를보는것만으로도시의감성이고스란히전해지고,삽화를눈에담는것만으로도독자들의마음을아련하게한다.
이책의또다른재미는파트별로마련된‘시인의필사’코너이다.원태연시인이직접필사한<알아!><욕심2><우주미아><그림자의하루>가수록되어있어,책한권에시인과독자의필사가함께담기는특별한즐거움을맛볼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