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툶이곧진실이되는책
이책의힘은역설적으로‘서툶’에있다.필자대부분은입대전까지긴글한편써본적없는청년들이다.그러나바로그다듬어지지않은정직함이잘쓰인어떤글보다깊은울림을준다.누구도대신써줄수없는,오직그시간을통과한사람만이적을수있는이야기이기때문이다.화려한비유나매끄러운구성을기대하고펼친독자라면처음엔당황할지도모른다.그러나몇편을읽다보면,기교가없다는것이곧거짓이없다는뜻임을알게된다.이청년들은잘보이려쓰지않았다.그저자신에게일어난일을,자신이느낀그대로적었을뿐이다.
낮의함성과밤의진심,두번쓴자화상
구성도단순한수기모음을넘어선다.같은필자가1부와2부에서두번글을쓰는데,1부〈군인이되어가는시간〉이낮의훈련과외적적응을담는다면,2부〈불침번의마음들〉은소등후불침번을서며잠못드는침상에서떠오른내면의고백을담는다.낮의함성과밤의진심이라는이대비속에서독자는한청년이어떻게조금씩단단해지는지를입체적으로지켜보게된다.낮에는“체력보다정신력”을말하던청년이밤이되면떠나보낸연인을,부치지못한편지를,차마말하지못한짝사랑을꺼내놓는다.같은사람의두얼굴이나란히놓일때비로소‘훈련병’이라는단어뒤에숨어있던한사람한사람의얼굴이떠오른다.
서툰손끝에서솟아오른문장들
놀라운것은,글쓰기에익숙하지않은청년들사이에서도이따금빛나는문장이솟아오른다는점이다.“익숙함이란감사함의반대말이아닐까”,“그리움은내가무엇을사랑하는지를가장정직하게보여주는감정”,“사람의마음에도계절이있다면지금의나는늦가을어딘가에서있는것같다”―이런문장들은누가가르쳐서나온것이아니다.낯선환경이사람을정직하게만들고,정직해진마음이제목소리를찾았을때비로소터져나온것이다.이책은그순간들의기록이다.
세사람에게,그리고우리모두에게
이책은세부류의독자에게각기다른의미로가닿는다.지금군생활을하는이에게는“나만그런게아니구나”하는위로를,입대를앞둔청년에게는먼저다녀온또래의솔직한예고편을,그리고아들을보낸부모에게는“잘자라고있구나”하는안부를전한다.나아가군대를경험하지않은이에게도이책은마음에닿는다.낯선곳에서처음으로어른이되어가는일,떨어져보고서야소중함을아는일,서툴게자신과마주하는일은입대라는사건을넘어누구나통과하는보편의경험이기때문이다.
읽고쓰는일이사람을일으켜세운다
결국이책이증명하는것은하나다.읽고쓰는일이한사람을어떻게일으켜세우는가.견디는시간으로만여겨지던군복무를성장과성찰의시간으로바꾸어냈다.한손에총을,다른한손에책을든청춘들이직접써내려간이작지만단단한기록은그변화가결코구호가아니라실제로일어나는일임을보여준다.
책속에서
한손에는총을들고나라를지키는청년들이다른한손에는책을들고자신의미래를세워가고있다.이보다더든든한청춘의모습이있을까.
―〈프롤로그〉중에서
번호로불리던시간은단순히이름을대신하는숫자의시간이아니었다.그것은사회인에서군인으로변화하는첫관문이었고,새로운책임감을배우는과정이었다.―〈낯선세상으로들어가는첫걸음〉,264번훈련병노재영
같은하루라도어떤환경에서보내느냐에따라전혀다르게느껴질수있다.지금의나는그차이를가장크게체감하고있다.느리게흐르는시간속에서하루를견디고,또하루를넘기며내가조금씩달라지고있다는것도함께느끼고있다.―〈한주가한달처럼느껴졌던첫시간〉,208번훈련병김승직
익숙함이란감사함의반대말이아닐까싶다.감사는‘이것이없을수도있었다’는인식에서시작된다.하지만익숙함은그가능성자체를지운다.―〈평범한일상의소중함〉,140번훈련병최지민
예전에는책한권을읽고나서도남는것이없다고느꼈다.하지만이제는한문장이라도나에게도움이되는내용을찾고,그것을실천하려고노력한다.―〈독서가나에게주는힘〉,252번훈련병신예준
결국사람을움직이는것은환경이아니라마음이라는것을깨달았다.같은5사단신병교육대대생활이라도어떤마음으로받아들이느냐에따라전혀다른의미가된다.―〈여자친구에게보내는편지〉,125번훈련병오겸희
군생활을하며얻은가장큰변화는강한체력이아니라,두려움앞에서한걸음내디딜수있는마음일지도모른다.―〈훈련병의짝사랑〉,264번훈련병노재영
군대뿐아니라세상의벽이아무리높아보여도,나는다시일어나그벽을넘어갈것이다.―〈군대에서나를일으켜세워준힘〉,20번훈련병나은성
군대에서의불침번은단순히잠을버티는지루한시간이아니었다.내삶의밀도를앞으로어떻게채워나가야하는지알려주는가장정직한자기계발의시간이었다.―〈불침번서며배운시간의무게〉,12번훈련병이지훈
진정한자유란모든것을마음대로하는것이아니다.스스로를통제할수있을때비로소누릴수있는것임을이번경험을통해배우게되었다.―〈통제속에서자유를찾다〉,193번훈련병신윤서
사람의마음에도계절이있다면,지금의나는늦가을어딘가에서있는것같다.잎이모두떨어진것은아니지만,바람이불때마다소중한기억들이흔들리며작은소리를내는계절말이다.―〈첫편지〉,13번훈련병김상현
진짜부끄러운것은못하는것이아니라포기하는것이었다.부족하면부족한대로더해보면되는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