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마지막 여름

도시의 마지막 여름

$15.80
Description
1973년 첫 출간 후 50년이 지난 지금,
세상이 잊고 있던 시대를 관통하는 고전을 다시 만나다.
‘잃어버린 세대’가 낳은 혼란을 대변하는 한 남자 레오 가짜라와 로마에서 만난 사람들 사이의 환멸적 관계를 통한 군중 속의 고독, 그리고 잔인하리만큼 냉혹한 현실을 살아가는 사랑의 모순을 탐구한 소설 《도시의 마지막 여름》은 전례가 거의 없을 정도로 독특한 출판 사례를 가지고 있다. 당시 스물여섯 살이던 작가는 밀라노에 본사를 둔 신문사의 특파원으로 로마에 파견되고, 취재를 마친 후 밀라노에 돌아가는 대신 로마에 남아 소설을 쓰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완성된 원고는 이탈리아의 거의 모든 출판사에서 출간을 거절당하고, 우연히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인 나탈리아 긴츠부르그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단 하룻밤 만에 소설에 매료된 그녀의 열렬한 지지를 얻어 1973년 가르잔티에서 첫 출간된다. 같은 해 이네디토상을 수상하고 한여름 동안에만 17,000부가 팔리는 등 돌풍을 일으켰으나 돌연 출판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만다. 이후 이 책은 문학을 연구하는 박사과정의 학생들과 책 애호가들의 탐구 대상이 되면서 일반 독자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퍼지게 되고, 다시 세상에 알려진다. 그렇게 아라그노에서 재출간된 후, 첫 출간 당시 이 소설을 소홀히 여겼던 많은 매체 및 비평가들의 공개적인 사과와 함께 ‘고도로 정교하고 진지한 소설’이라는 호평을 받는다.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두 번째 판이 소진된 후 책은 또다시 모습을 감추게 되고, 독자들의 간절한 요청에 의해 2016년 봄피아니에서 다시 한번 세상의 빛을 보게 된다. 2021년 작가의 소설 중 처음으로 미국의 출판사 파라, 스트라우스 앤 지루에서 영어로 번역 출간되면서 같은 해 피츠제럴드상과 마르코폴로상을 수상하고, 유럽문학상 최종 후보작으로 선정된다. 현재 작품성을 널리 인정받아 전 세계 20개국 이상의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저자

지안프랑코칼리가리치

GianfrancoCalligarich
1947년에리트레아아스마라출생.이탈리아밀라노에서청소년기를보낸후1960년대로마로이주하여저널리스트이자TV시나리오작가로활동했다.이탈리아공영방송국라이(Rai)에서다양한프로그램을쓰면서비평가들과대중사이에서큰파장을일으켰고,1994년테아트로XX세콜로(TeatroXXSecolo,20세기극장)를설립하면서활동무대를극장으로옮겼다.
1973년이네디토상(IneditoPrize)을수상한《도시의마지막여름(L’ultimaestateincittà)》은작가의소설중처음으로영어로번역출간되었고,2021년피츠제럴드상(FitgeraldPrize)과마르코폴로상(MarcoPoloPrize)수상및유럽문학상(EuropeanLiteratureAward)최종후보작으로선정되면서전세계20개국이상의언어로번역출간되었다.2012년《사적인심연(Privatiabissi)》으로바쿠타상(BaguttaPrize)을수상했고,2017년《크루시치의우울(LamalinconiadeiCrusich)》로내러티브부문비아레지오상(Viareggio-RèpaciPrize)을수상하는등꾸준히창작활동을이어가고있다.

목차

도시의마지막여름|15

출판사 서평

2021년피츠제럴드상,마르코폴로상수상작
2021년유럽문학상최종후보작
1973년이네디토상수상작

내게주어진운명이있고그것을따라살았을뿐이다.그게전부다.
―본문중에서

1973년에첫출간된《도시의마지막여름》이오랜시간에걸쳐시대를관통하는컬트소설이될수있었던이유에는여러요인이있겠지만,그중가장독자의마음을끌어당기는것은군중속의고독이라는감정을탐구했다는점이다.소설은1970년대초,어니스트헤밍웨이가《해는또다시떠오른다(TheSunAlsoRises)》의서문에거트루드스타인의말을인용한데서유명해진‘잃어버린세대’가낳은로마를배경으로한다.당시로마는현재우리가아는유명한유적관광지의모습이라기보다는,소설후반부에나오는“아틀리에의장인들은항상무엇인가를수리하고있었다”라는표현처럼수많은사람들이몰려들어번화하지만그이면에는세월의무관심속에방치되어낙후되고황폐한모순된장소로대변된다.주인공레오역시밀라노를떠나로마에살고있지만,어떻게든그곳에서자신을지키기위해치열한경쟁을펼치다실패해다시떠나거나결승점에닿더라도불만족스러운얼굴을하게되는온갖부류를보면서방관자의시선으로바라보기만하는삶을살아야한다는것을깨닫는다.

그렇다.비가내리지않았다면다른선택을했을지도모른다.지금도그날내리던비를생생하게기억한다.잊고있던깜짝선물처럼도시에갑자기내린봄비는그어떤향수보다더향긋한냄새로도시를채우고있었고,내인생에서이이야기가시작된날만큼향기가득한날은다시없을것이다.
―본문중에서

삶의의미를찾지못하고낭비적인인간관계에서환멸을느끼며표류하고있던레오는이런저런불운들이한꺼번에겹친어느날,무작정빗속을걷기시작한다.우연히단골술집에서평상시친분이있는성공한TV프로듀서렌조를만나고,그는그날저녁자신의아파트에서있을칵테일파티에레오를초대한다.레오를맞은것은렌조의아내비올라부인이었고,그녀는비에홀딱젖은레오의모습에웃음을터뜨린다.렌조또한레오를초대한것을까맣게잊고있었던듯하다.파티에모인사람들은하나같이화려하고부유해보이는삶을쫓는부류였고,레오는그들과어울리는것에는애초에관심이없었다.그가이곳을찾은이유는오직허기진배를채울무언가를찾는것뿐이었다.바로그때하얀벨벳소파에앉아혼자서하는카드게임을하고있던아리아나를만나게된다.결코속할수없는군중속에서외로움을등에지고도삶을포기하지않을유일한이유를만나게된것이다.

사실세상은최선을다하긴했다.며칠간날씨는따뜻했고하늘도푸르고잔잔했다.하지만어떤면에서바로그멋진날씨가내고통을더할뿐이었다.내게가치있는건아무것도없다는생각이도무지사라지지않아집안을서성였고,발코니에앉아책을읽거나담배를피우면서도내가왜이러는지를몰라당황스러웠다.
―본문중에서

그날새벽레오와아리아나두사람은함께도시를표류하면서서로가느끼는그묘한감정이사랑이될것이라는사실을알면서도애써부인한다.사랑이라는것을알면서도사랑이아니기를바라는씁쓸하고도위태로운역설이다.아리아나를만나이후레오는이상한감정에휩싸인다.그녀를사랑하지않기위해모진말로상처를주고차갑게외면하면서도,동시에그녀를너무나강하게원하는모순과마주한다.그의인생에서그무엇보다가장원했을그약간의온기를느끼고자그녀의알몸옆에몸을뉘여작고단단한배위에손을올린다.하지만자신을더만져달라는그녀의속삭임에도불구하고더이상움직일수없다.얼어붙은듯꼼짝할수없는자신이불행하게느껴질뿐이다.그에게남은것은아무것도없었다.그무엇보다가장원했을그약간의온기,그녀의배에닿은내손에서부터온몸으로퍼져나가결국그녀에게돌려줄수있게만드는그따스한온기가그에게는조금도남아있지않았던것이다.

“세상에자네의일부라고느껴지는게하나라도있나?아니,없을거야.왜그런지알아?그건우리가멸종된종에속하기때문이지.우린그저우연히살아남은사람들인거야.그뿐이지.”그가시가에불을붙이기위해걸음을멈추고말했다.내가몰랐다면그것은오랜역사를지닌아름다운유럽이아주명료하고신중하며단호하게자살시도를하고있을때태어났기때문이다.우리의아버지들이누구였던가?이제는존재하지않는고향의전선에서서로를학살하던사람들,바로그들이었다.우리는바로그시기에태어났고,우리어머니들의허리를끌어안은그들의손은피를뚝뚝흘리고있었다.
―본문중에서

레오의외로움과불안을진정으로이해해줄수있는사람은친구그라지아노뿐이다.백만장자인아내를둔그였지만항상술집을전전하며취해있는,레오처럼‘남은음식(avanzo)’에만족해야하는삶을살고있었다.이탈리아어로남은것,잔재,다른사람의생명이나재산에서원치않고버려진잔해또는불필요한인간을의미하는‘남은음식’은이소설을이해하는데가장중요한열쇠이다.바로레오의삶의본질을꿰뚫는단어이기때문이다.레오는사는아파트,파티에서허기를채워준견과류나냉장고의음식,애인이생긴남편을둔여자에대한끌림,자신의일부처럼느껴지는누군가가타던고물자동차까지모두다른사람들의삶에서남은것들이다.그라지아노는레오에게영화를만들자고제안하고,처음으로두사람은영화대본을쓰기위해‘남은음식’,즉다른사람들에의한선택이아닌자신들의의지로무언가를만들기위해노력한다.하지만영화제작은결국자신들의힘만으로는불가능하다는현실을깨닫는다.그러던중그라지아노는아리아나에게묘한감정을느끼고이를레오에게털어놓고,레오또한아리아나의마음속에다른남자를품고있다는것을발견한다.세상에그들을위한온전한것이라고는,그들이스스로선택할수있는것이라고는죽음외에아무것도없을것이다.

이상하게슬프지도않았다.적어도너무많이슬프지는않았다.조금지친것은맞다.확실히그랬다.그리고어느순간나는전차를타고있었다.운이좀좋으면역가판대에서좋은책을발견하고기차도너무붐비지않을것이다.운이좋았다.책은재미있었고기차는거의비어있었다.기차가움직이기시작하고나서야슬픔이밀려왔다.기차가다른방향,그어떤방향으로향해도내게는마찬가지라는것을깨달았기때문이었다.
―본문중에서

크리스마스를앞두고렌조의집을찾은레오는그곳에서깊은환멸을느끼고그동안의미없는삶을살던자신을품어주었던로마에서완전히단절되고고립되었다는기분을느낀다.그는지친마음으로향수(鄕愁)를안고밀라노행기차에오른다.하지만밀라노에도착한그는자신이자란거리를알아보기가쉽지않다.고향을떠나있는동안많은거리는많은변화를겪었고,그의부모또한이미자신이없는삶에익숙하고충실한모습이었다.레오는이제와그들의안정된삶에자신이끼어들어가족들을귀찮게하고싶지않았다.결국그는깜짝등장을그만두기로하고어릴적향수를달래줄수있는무언가를위해소시지가게를찾아돌아다니다괜찮은곳을찾아낸다.따끈한프랑크푸르트소시지를넣은샌드위치에소금에절인양배추와머스터드를조금추가해먹으며역쪽으로걸으면서생각한다.이것만으로도밀라노에올가치가있다고.다시로마행기차에오른레오는슬픔을느끼지않는다.로마든밀라노든애초에자신이있을곳은그어디에도없다는사실을깨달았기때문이다.

“레오,내친구.”그라지아노가분수사진을찍고있는관광객두명을바라보며말했다.“무리중하나라는느낌이든다는건정말슬픈일이야.”
―본문중에서

우리를둘러싼군중들과함께세상을살아가고있는이상한사람이느끼는고독과그곳에서이는모순을모른채피할방법은없다.더욱이미디어로넘쳐나는세상이발전하면할수록,단절된세대를거듭하면할수록그고독과모순의깊이는더욱깊어지고있을지도모른다.《도시의마지막여름》이오랜시간동안출간과절판을거듭하며시대를관통하는컬트소설로자리하게된이유가바로이것이다.시대를막론하고우리곁에실재하는감정이며현상이기때문이다.나아가우리가느끼는고독은어쩌면우리만의것이아니며,모순된세상은실제로존재하지않을지도모른다.이모든것은모두시간과장소가낳은환상일뿐일지도모르기에.

추천사

“이소설의진정한가치는인간과도시사이의,즉군중과고독의관계를절실하고명료하게깨우쳐준다는점이다.”
―나탈리아긴츠부르그,《어느가족의회화》작가

“잃어버린로마를배경으로한사랑과실존적표류에대한눈부신재발견.”
―《뉴욕타임스북리뷰》

“찾기힘든걸작.특정한장소와시대를배경으로한유럽문학의한계를벗어나미국상업출판시장에서의성공으로전세계적으로그작품성을인정받은,전례를찾을수없는뛰어난작품.”
―《로스앤젤레스타임스북리뷰》

“페데리코펠리니감독의《달콤한인생》과카뮈의《이방인》을떠올리게한다.수십년동안절판되었다가마침내전세계적으로그이름을알린이우아한소설은독자의가슴을먹먹하게만들것이다.”
―《보그》,2021년올해최고의책선정

“작가가묘사한로마는나보나광장,스페인광장계단,캄포데피오리의번화하고생생한실체이다.그리고광장주변의트라토리아에서들려오는사람들의목소리,접시부딪치는소리,조율되지않은트럼펫의우울한소리등작가가표현한여름의소리는이소설에풍부한질감을더한다.세상이정해놓은틀안에서고군분투하는레오를통해소설만이줄수있는경이로움을느낄수있다.”
―《북리스트》
“1970년대초로마의잃어버린세대가낳은외로움에대한이야기.”
―《커커스리뷰》

“이탈리아의컬트고전.출간된지수십년이지난지금,과거의그어느때보다오늘날에더적절하게느껴진다.”
―《에어메일》

“작가가묘사한이탈리아의광장과파티,해변,술집은헤밍웨이의《파리는날마다축제》를연상시킨다.소설을읽는내내세상에홀로남겨진주인공레오의고독이가슴을아프게만든다.”
―《퍼블리셔스위클리》

“매력적이고퇴폐적이며감정적으로무자비한소설.피츠제럴드와안토니오니가공존하는이작품은독한칵테일로만달랠수있는종류의불행이깊숙이파고들어있다.이치명적인주옥같은작품이다시세상의빛을볼수있게된것은독자들에게행운이다.”
―앤드류마틴,《쿨포아메리카》작가
“아름답고슬픈사랑이야기.”
―《일조르날레》

“모든묘사는책을읽는동안눈부시도록생생하게펼쳐진다.”
―《엘르》

“여전히보물의발굴이가능하다는것을증명한소설.이책으로작가지안프랑코칼리가리치는역사에길이남을것이다.”
―《르피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