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한 목격자들: 철새·경락·자폐증·성형의 현장에 연루되다

겸손한 목격자들: 철새·경락·자폐증·성형의 현장에 연루되다

$17.00
Description
한국 과학기술학계에서 최초로 수행된 ‘현장연구’의 실제를 처음으로 소개하는 책
과학의 현지로 대담하게 뛰어든 연구자들이 겸손한 목격자로 변모해 간 3년의 기록
『겸손한 목격자들: 철새ㆍ프리모관ㆍ자폐증ㆍ성형의 현장에 연루되다』는 우리 과학학계에 과학기술학(STS; 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의 ‘실험실 연구’가 소개된 후 처음으로 ‘참여관찰’이라는 인류학적 방법론을 적용해 이뤄진 3년의 현장연구 성과를 대중교양서의 글쓰기로 풀어낸 책이다.

실험실 연구는 프랑스의 과학기술학자 브뤼노 라투르(당시에는 철학 박사였다)의 미국 소크연구소 소속 생리학 실험실 연구가 가장 유명하고 고전적 논의로 손꼽힌다. 라투르는 대학 시절 친분을 맺은 로제 기유맹이 유명한 신경내분비학자가 되어 자신의 생리학 실험실에 대한 인식론적 연구를 제안하자, 1975년부터 약 2년간 인류학의 민족지 연구 방법으로 현지조사를 수행했다. 라투르의 실험실 현장연구는 그 자신에게는 과학기술학자라는 새로운 이력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을 뿐 아니라, 과학기술학 연구에 새로운 방법론과 사실관을 제시한 것으로 높이 평가받는다. 그후 1980년대 서구의 과학기술학계에서는 과학의 실험과 실험실에서의 사실 구성에 관한 많은 연구가 본격화되었다. 우리나라 학계에 실험실 연구가 너무 늦게 소개되었거나 학자들의 관심 밖에 있지 않았음에도 라투르의 실험실 연구는 선구적 사례이자 이론의 전형으로만 존재하고 있었다. 이 책의 저자 중 한 명인 임소연의 성형외과 현장연구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저자

김연화

포항공과대학교화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석사학위를받았다.대기업연구소에서연구원으로재직하다가과학기술현장이사회적으로이해되는과정을공부하고자서울대학교과학사및과학철학협동과정에진학,실험실연구로두번째석사학위를받았다.연구를논문외의다른방식으로재현하는데에도관심이많아예술가와협업하기도했다.과학기술과사회의더나은관계맺기를꿈꾸며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서기술예측및기술영향평가업무를수행했다.지금은포스텍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에재직중이며동시에독립연구자로서실험실고고학이라명명한실험실연구도진행하고있다.

목차

들어가며:이것은과학기술학책이다.

철새와철새를세는사람들과연루되다_성한아
200마리곤충표본
과학기술학의미답지,현장생물학
철새를세는과학현장에접속하기
탐조,새와인간의합작품
조사원의전문성이빛나는현장
개체수빠르게세기
빠르고정확한조사에가려진시간

경락을연구하는실험실에연루되다_김연화
과학에연루되다
한의학물리연구실에연루되다
김봉한을만나다
봉한관을찾다
실험에연루되다
봉한관이있다고생각해?
프리모관으로변화
현장을나오다

자폐증과자폐증을공부하는엄마들에연루되다_장하원
연구주제를찾기까지:엄마×연구자
자폐증을알아가기:자폐과학의자폐증
자폐증을문제삼기:나의현장을찾아서
엄마들을만나다:27개의자폐증이야기
의사들의자폐증과엄마들의자폐증
‘다른’아이돌보기:자폐증을공부하는엄마들
과학기술학을통해서질병을(돌)본다는것

성형외과에연루되다_임소연
나는어쩌다성형외과현장에있게되었나
S성형외과의임코디가되다
성형외과에서과학을목격하다
상담,보는것만으로도알게되는과학
수술,보는것만으로는알수없는실험
성형수술을과학기술로본다는것

나가며:과학기술학에대하여,글로못다한이야기들
독자리뷰

출판사 서평

연루된연구자들
연구자경력을시작하는초심자가,설령석박사통합과정으로입학했다고해도제도로정해진기간의반이상을인류학자처럼민족지를작성하기위해현지로들어가겠다는결심을내리기란쉽지않다.무난히박사학위를받고조금은유리한고지에설수있는경로도있었을터인데선뜻도전하지않는현장연구를자원한그들.책의〈들어가며〉를쓴임소연은본인과세명의공저자가‘과학사및과학철학협동과정’(이하과사철)에서학위과정을밟던무렵경험했던과학기술학의위치와정체성동요를솔직하게서술한다.저자들이원고구성단계부터계획했던‘대담’(책에서는〈나가며〉)중일부대화에서도실험실연구는라루트로(학술적연구나논의가)끝난거아니냐라는반문도있었다는회고가등장한다.그럼에도저자들이과학자부족내부에서그들처럼살아가며장기간참여관찰을수행할수있었던이유를‘연루’라는열쇳말속에서찾는다.

저자들은모두이공계학부를졸업했다.장하원은“실험의쳇바퀴”밖에서과학을보고싶었고,김연화는망하기만하던실험실생활로인해인생을망치는대신전공을바꾸었으며,과학고를졸업했는데도일찌감치수학자의꿈을접고“일말의아쉬움도없이다른길을택했”던임소연은“자연과환경에관한인문사회학적인공부”를하기위해,성한아는학부시절곤충학채집여행을통해자연에실험실을설치하는현장생물학의독특한과학실행을과학기술학의관점에서연구하고자과사철과정에들어간다.저자들은우리사회의문이과구분아래에서이과생으로길러지며과학을배우고익히는동안과학에깊이연루된몸,과학을깊이육화한몸이되었다.스스로알아낼수없었던이유로과학과불화하는시간을겪었지만,과학기술학을만난후그들이‘대문자과학’(라투르의용어)의세계에서한때길을잃었음을깨닫는다.

재회한과학과그들이선택한현장
네편의글중정통실험실연구에가장가까운김연화의현장을먼저보도록하자.타고난과학연구자의자질이엿보이는김연화는실험수업을좋아했고실험실생활에대한로망이있었다.그럼에도실험술기를집중적으로수련해야하는공대대학원실험실의석사생활은장밋빛과는거리가멀었다.고단했던석사과정을마치고학위를받지만,전공을바꿔과학기술학을접해일련의실험실연구를알아가면서“실험실이다시보였”고,“심지어숱하게망했던나의시간도의미있게느껴져가슴이벅찼다.”

과학은교과서속의지식만으로이루어지지않는다.어쩌면더중요한것이과학이론을검증하고지식을공고하게하는절차인실험일것이다.일군의과학기술학자들이실험실연구를수행한이유도바로이점에있었다.출판물로발표되는정제된과학지식으로과학이무엇인지를연구하는것이아니라,바로과학이만들어지는장소에서과학자들의행위를봐야한다고,수행을보라고한것이과학기술학이었다.과학자들의말도중요하지만그들의행동을통해,그들이실험실에서다양한실험장비와실험재료에연결되는방식을탐구함으로써우리는과학에대한더많은이해를할수있게된다.(113쪽)

김연화는지도교수의주선으로‘한의학물리실험실’에서참여관찰을할기회가생기자마다할이유가없었다.그는라투르가연구한캘리포니아의소크연구소(SalkInstitute)뿐만아니라다른과학기술학자들의선행연구들을살펴보며위로와자극을받지만,“미국의깔끔하고완벽해보이는실험실이아닌,대학원생들이종종자괴감을느끼는한국의실험실을연구하고싶어졌다.”

(서양)의학과한의학,과학과의학의관계로미루어보면‘한의학물리연구실’은명칭부터이질적이었다.연구실을책임지고있던소광섭교수는현대물리학이부딪힌거대한벽에돌파구를낼새로운방법론을경락연구를통해찾고있다고설명했다.소광섭교수의연구진은경락에해당하는해부학적구조물을실험을통해찾아냈다고주장했다.그구조물은‘봉한관’이라는명칭으로불렸는데,최초발견자였던북한의생리학자김봉한이자기이름을따서명명한것이었다.

과학기술학의관점에서경락을연구하는물리학실험실을연구하고자했던김연화의질문은“한의학물리연구실이봉한관을어떻게재현하고있는”가였다.북한과학의폐쇄성과김봉한의급작스런몰락탓에제기된의문,즉김봉한의주장이사실인지,봉한관이진짜인지등은그의연구와는무관한질문이었다.김연화가경험한한의학물리연구실은,실험을중시하는연구중심대학을나온그가보기에도“너무나도전형적인대학연구실”이었다.연구실의연구자들역시그가봐왔던여느이공계인들과다름이없었으며,봉한관을찾기위해가능한모든실험적방법을궁구하는연구자의자세를보였다.소광섭교수도책임자로서봉한관연구를향해쏟아지는의구심과문제제기를열린태도로받아들이며반론이제기되면그것을반박하는실험을진행했다.요컨대많은주변인들의의심,염려,지적과달리한의학물리연구실은“과학시민권을획득하지못”한채온갖의구심에휩싸인봉한학설을다양한방식으로재현연구를하면서“동시에일종의동료평가를진행”하고있었다.

겨울철새를전수조사하는과학현장
성한아는현장생물학의독특한과학실행에관심이컸다.〈겨울철조류동시센서스〉(이하〈센서스〉)는국가주도로자국영토에포함된자연을기록하는공적조사다.매년겨울한국에도래하는철새의종을파악하고개체수를세는일을정부부처(환경부)가주관하는이유는〈센서스〉의조사결과가환경정책과제도수립의근간데이터로쓰이기때문이다.정확한전수조사를위해〈센서스〉가실행되는기간은고작2~3일이다.매우제한된기간내전국의철새도래지에서일제히조사가진행되려면지정된조사지역과철새에정통한조사원이동원되어야한다.성한아는20년넘는경력의베테랑조사원C의조사현장을중심으로철새의숫자를세는과학실행을그림을그리듯기술한다.자연에개입하지않는현장생물학의원칙과윤리는조사내내관철되기에조사원에게는특별한전문성이요구된다.그들이‘지역전문가’라는이름으로불릴때의지역은조사지를새의지역으로파악하는능력을높이사기때문이다.성한아는조사원들의이런전문성을해러웨이의용어인‘응답능력’으로읽어내고그들의보이지않는노동과시간에도눈길을준다.

의료/의사가(돌)보지못하는자폐증‘들’의현장
과학기술학은과학실행의본성을이해하기위해행위자를따라다니라고가르친다.선행연구들처럼장하원도자폐스펙트럼장애(이하자폐증)와연관된의학지식을다루는전문가를인터뷰하고그들의경전을연구한다.하지만어떤계기를맞닥뜨린후연구방향을수정한다.소위‘자폐과학’을구성하는사람들과연구성과들을충분히습득하고나니,“자폐증에새롭게‘눈뜨고’있는사람들,특히자폐증을지닌아동을키우는보호자들을만나보고싶었다.”한후배가연구에큰도움을받을거라며중증의자폐증을지닌성인당사자의어머니를소개해주는데,그어머니는“자신의자녀가‘전형적인’자폐증이아니라서‘자폐증’연구에도움이될지확신할수없다”는이유로인터뷰를완곡히거절한다.그분은자녀가이미법적으로장애등급을받고오랫동안치료를받아왔는데도자폐증을부인하는듯한모습을보였다.그런데그어머니만그런것도아니어서인터뷰에응한다른어머니들을만나서도비슷한상황을연속해서겪는다.장하원은“진료실바깥에는자폐스펙트럼장애라는명칭과그것의개념이지칭하는충분히전형적인자폐증은사실상존재하지않는다는사실”을깨닫고“자폐증을일상적으로돌보고있는사람들”사이에현장을만들고27개의자폐증이야기를쓴다.

성형외과,“바람직하면서문제적”인현장
성형수술을비판적으로연구하기는쉽다.이미많은연구자와저널리즘에의해충분히비판받기도했다.그렇지만성형수술을과학기술의범주로포섭한후그것을과학기술학의방법론으로연구해서새롭게알수있는건무엇일까.이는성형챕터의책장을넘기기전독자는가장먼저던질질문이아닐까.임소연은성형수술이“사진이나몸과같은비인간적존재의행위성,즉과학기술학특유의개념을드러내주는좋은연구현장”이라고말한다.연구자가아닌일반독자에게는어떤유익함을줄수있을까.“과학기술학연구자로서나는어떤과학기술이좋은가나쁜가를증명해내는것보다는그것을지금보다는더좋은과학기술로개선하는것에관심이있다.그러기위해서나는그과학기술을만들고사용하는사람들중에나쁜사람들을(한번더)들추고비난하기보다는더많은,평범한사람들,혹은개선의의지를가진사람들에게영향을주어그들을연결시키는글을쓰고싶다.”과학기술학은“세부사항의과학”(scienceofparticulars)으로서과학실행의살아있는모습을보여주고들려주는일에유능하다.과학기술연구자들이인풋키를쥐고있다면그간우리일반인들은아웃풋의출구앞에서실행의결과물을받아드는입장이었다고해도과언이아니다.지금학계의학술적관심이집중된‘실재론’에내용을채우는일은과학기술학의본령이었다.서구의형이상학이유구하게이어지는동안한줄기스핀오프로서갈라진과학기술은다른학문들과도사뭇다른형태와방식을추구하며독자화해왔다.그런터여서과학자들은인문사회과학계연구자들이과학기술에대해내놓는담론에대해잘모른채쏟아내는비판이라며불쾌하게여기거나무관심을표하곤했다.그렇게언어와세계가더욱멀어져왔던상황을과학기술학이수습하고있다.임소연은살아있는몸을다루는의료의현장에서생생한물질성을놓치지않으며,그몸의물질성을“그것이삶인사람들의것”으로되돌려주려고노력한다.

현실에조응하는겸손함,연구와삶은분리되지않는다
너무이상적으로이야기하는걸수는있지만,우리는그야말로현실을따라여기까지온거잖아요?저도물론자폐증유전자나『DSM』과같은권위있는의학지식에도관심이있었지만,더중요했던계기는맘카페에서발달장애를지닌아이를키우는엄마들이힘들어하는것을보게된것이었어요.이게제가아이를키우면서겪었던어려움이나고민과통한다는생각도많이들었고요.이엄마들이어떻게자녀의치료와일상을꾸려가야하는지고민하고서로묻는걸보면서,의사들이규정하는자폐증의의미와치료방향이있는데왜이렇게힘들어할까,이문제를이해하고싶다,이게출발점이었거든요.특히엄마들이교과서나의사들말보다서로의말을더믿고의지하는것을보면서이들의지식,이들이알아가는과정을보자,그과정에서겪는어려움과이들의말과글이갖는권위를보자,이렇게해서연구가시작된거죠.(325쪽)

우리는과학을믿을만한지식이라고대체로인정한다.과학은자연의물질이나현상에대해주관적이해나가치를배제하는객관적인방법으로연구하며반증을허용하고엄정한검증절차를거쳐도출한사실을잠정적진실로받아들이기때문이다.이로써획득한과학의객관성이라는가치이면에는겸손하다는이미지가부수적으로창출된다.하지만과학의겸손함은많은연결들을지우는역설을낳았다.저자들은“겸손함이약속하는투명성이란자신의성별,인종,국적등의주관성이아무런표식을남기지않는남성,백인,서구인에게나허용되는것”임을본유적감각으로각성한다.그리고해러웨이식겸손함의전략을취해전지적관찰자가아니라겸손한목격자에게상황지워진책임과한계를온전히드러내는글을썼다.인용문에서보이듯저자들은현실에조응하는그들의몸을의심하면서도순치시키지않는다.동요하는그곳이문제의현장임을,연구의현장임을본능적으로자각한다.또다른목격자인우리독자는삶을희생시킨대가로위대한성취를거두는연구자가아니라,삶과연동하는문제를기꺼이연구로서껴안는새로운유형의연구자들이우리곁에,그리고우리의과학/기술/의료곁에있음을발견한다.과학기술(기술과학)이만들어낸사이보그들이경계를가로질러새로운의미를생성하듯,우리문화의토대에서자생한과학기술학자들이우리들삶의현장과연루된과학지식을그들이체득한새로운서사기법으로쓰고있음을목격한다.

[독자리뷰]
‘연루되다’는동사는이책속과학기술학자들의과학하는법을가장잘나타낸다.이들은높은곳에서관찰하지않고적극적으로현장에연루된다.딱딱한숫자와논증을넘어그안의사람과정동을본다.‘겸손한목격자되기’는곧과학에얼굴을되찾아주려는시도다.통상과학은비인간적인비전문가가감히한마디얹을수없는성역으로여겨져왔다.하지만과학의현장에서보고듣고느낀것을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