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경제적인 것’의 의미를 확장하여 가족과 여성이 수행해 온 무급 돌봄 노동을 포함해야 한다!
돌봄경제학 분야의 선구자 낸시 폴브레 메사추세츠대 경제학과 교수의 역작
신자유주의가 불러온 극단적 경쟁과 개인주의에 마침표를 찍을 때가 지났다
“페어플레이 원칙에 기반한 광범위한 진보 연합 구축에 도움을 줄 이론적 도구”
돌봄경제학 분야의 선구자 낸시 폴브레 메사추세츠대 경제학과 교수의 역작
신자유주의가 불러온 극단적 경쟁과 개인주의에 마침표를 찍을 때가 지났다
“페어플레이 원칙에 기반한 광범위한 진보 연합 구축에 도움을 줄 이론적 도구”
다학제적 페미니즘을 경제 이론들에 세심하게 접목하여 풍부한 사유의 만찬을 차려냈다. _〈퍼블리셔스 위클리〉
인류 역사 내내 과소평가된 무급 돌봄 노동이 가족 내부와 경제 전반에 얼마나 심대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설득력 있게 파헤친다. _〈커커스〉
가부장제와 경제, 사회 및 정치의 복잡한 교차점들을 이해하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한 필독서. _자야티 고시 인도 자와할랄네루대 경제연구및계획센터 의장
야심 찬 기획에 숨이 멎는다. 이 책으로 교차정치경제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열겠다는 폴브레의 담대한 시도는 놀라울 정도로 성공적이다. 대단한 역작이다._하룬 아크람-로디 캐나다 트렌트대 교수
다양한 이론적 전통, 역사와 현대 생활의 증거로부터 추출한 핵심 통찰을 능숙하게 엮어 가부장제의 부상과, 간절히 바라 마지않는 그 쇠락에 대한 담대하고 탁월한 해설을 제시한다. _나일라 카비어 런던정경대 교수
2023년 노벨경제학상이 노동시장에서 성별 격차의 주요 요인을 발견한 클로디아 골딘 하버드대 교수에게 돌아간 것은 시대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주류 경제학인 신고전파 경제학과 이 대척점에 있는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이 경제적으로 환산하지 않았던 여성의 비시장 노동을 경제학의 연구 대상으로 끌어들인 페미니스트 경제학의 성과에 대해 최초로 노벨상을 수여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주도권을 거머쥐기 전과 후 모두 여성은 참정권만큼이나 경제적 권리를 온전히 누리기 어려웠다. 여성은 주로 이전에 가사노동으로 불렸던 집안일에 특화되어 있었다.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성공하고 공장이나 다른 허드렛일터에서 여성이 일을 할 수 있게 되자 여성은 남성보다 적은 임금을 받아야 했다. 여성의 일이 남성의 일보다 덜 중요하거나 부수적이어서가 아니었다. 페미니스트 경제학자와 경제사학자, 여성학자에 의해 경제사 혹은 인류 역사 내내 여성은 젠더화된 경제 위계질서 안에 위치지어져 있었음이 밝혀졌다.
의미 있는 수상 소식이 답지한 즈음에 출간되는 낸시 폴브레(Nancy Folbre, 1952~) 메사추세츠대 경제학과 교수의 『돌봄과 연대의 경제학』은 골딘에게 노벨상을 안긴 학술 업적보다 급진적인 주제를 다룬다. 골딘 교수가 노동시장에 참여한 여성의 저평가된 임금노동을 연구했다면 폴브레 교수는 초기부터 자신이 ‘돌봄 노동’으로 개념화한 여성의 비시장 노동을 연구해 왔다. 페미니스트 경제학 발전을 이끌고 돌봄경제학을 이론화한 낸시 폴브레 교수의 이번 책은 ‘교차정치경제학’이란 명칭으로 기존 경제학 이론과 도구 들을 종합하면서도 뛰어넘는 새로운 경제학 이론의 필요성을 제시하며 그 틀과 내용을 선보이는 의미 있는 저술이다. “마르스크주의 정치경제학, 신고전파 경제학, 제도학파, 행동주의 경제학, 게임이론 등을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경제학자로서, 문화의 영향, 시민사회와 정치 제도의 중요성, 집단 갈등과 전략적 행동, 이타주의와 의무/헌신 등 규범적 요소를 아우르는 전체론적 접근을 취한다.” 제도에 기반한 여러 차원의 사회적 불평등과 집단 갈등이 젠더, 인종/민족, 시민권, 계급 중 어느 한 축의 원인으로 환원되지 않으므로 교차적 접근이 요구되는 까닭이다.
왜 가부장제 체제를 분석해야 하는가
가부장제 체제란 “가부장적 권력 구조가 다른 집단권력 구조와 역사적으로 고유한 방식으로 중첩되고 교차하는 체제를 뜻한다.”(21쪽) 신자유주의가 맹위를 떨치는 동안 사회 분열이 극심해졌다. 생물학적 여성도 단일한 젠더 정체성으로 묶이지 않으며 근래에는 노동자 집단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개인과 집단은 다양한 제도에 기반한 복수의 집단 정체성을 띠고 상호작용한다. 그 복잡다단한 협력과 갈등의 동학에서 가부장제 체제는 뚜렷한 부상과 쇠락의 궤적을 그렸고, 최근에는 재부상의 조짐마저 드러내고 있다.
가부장제는 이데올로기와 문화 규범을 형성하므로 집단권력 구조의 쇠락이라는 장기 추이와는 무관하게 변화가 어려울 수 있다. 또한 오늘날 부동산과 금융을 통해 양극화된 경제자산에 대한 통제력은 여전히 젠더화되어 있고 이 자산은 다시 권력을 지속시킨다. 가부장제는 약화되고 변화했지 망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역량에 투자하는 사람들의 권한을 박탈하고 특히 여성에게 불이익을” 안기다는 공통점을 가진 가부장적 제도와 자본주의 제도가 다시 결탁해 특권을 공고히 하려는 길을 차단해야 한다. 교차정치경제학은 약자 집단들이 이러한 불평등의 연쇄를 재생산하는 구조물의 생태를 총체적으로 들여다보고 폭넓은 동맹을 조직하기를 돕는 이론적 도구를 자처한다. 99퍼센트를 위한 페미니즘을 넘어 99퍼센트를 위한 정치경제학이 지속가능한 경제와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절실한 때임을 일깨운다.
누구를 위한 이론인가
1부는 교차정치경제학을 위한 이론적 재구성 작업으로 이론화에 필요한 주요 개념들을 정의한다. 기존 이론들의 개념을 재정의하여 확장하기도 한다.
이론화의 첫 단계는 경제적 불평등이 지속되는 원인을 규명하는 작업이다. 즉 개인(행위성)과 사회(구조) 중 어느 쪽에 책임이 있는가에 관한 기존 학설의 주장을 뜯어보고 이론과 현실의 불일치점에 합리적인 설명을 제공한 후대의 연구들을 검토한다. 아무래도 신고전파 경제학과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이 자주 비교되는데, 이 두 학설은 그 지위에 비해 한계가 매우 뚜렷하다. 전통적으로 신고전파 경제학은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개별 행위자가 가득한 세상”, 즉 개인에 주목하고,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은 “하나의 유해한 생산양식이 지배하는 세계”, 즉 구조에 주목한다. 전자는 시장에서 교환을 통해 효용을 극대화하려는 ‘합리적 인간’의 이익 추구 행위가 비합리적 차별을 일삼는 고용주를 불리하게 만들어 자연스럽게 도태시킬 거라 낙관한다. 하지만 개별 행위자의 행동을 결정한 ‘선호’가 제도 구조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다. 후자는 젠더 불평등이 오로지 계급 불평등에서 파생되었다고 설명하기 때문에 다른 제도 구조에 기인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때문에 남성이 남성의 집단적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하기만 하면 사회주의에서 이탈한 것이라고 매도당한다. 저자는 마르크스주의 전통 안에서 활동하는 페미니스트 이론가로서 두 이론의 기존 통찰을 포용하면서도 구조와 행위성의 상호작용을 보는 시야를 확대하는 이론적 혼성을 받아들인다. 실제로 오늘날 마르스크주의 학자들은 전통 이론에 부재하다고 여겼던 기술, 젠더, 생태에 관한 주제를 발전시키고 있다. 현대자본주의도 단순하지 않다. 북서 유럽의 사회민주주의와 식민 지배를 경험한 국가의 자본주의가 있으며, 신자유주의 정책 출현 이후로 여성 임금노동자가 증가한 현상 등은 자본주의 동학의 결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고용주와 노동자 사이에 위치한 전문가-관리자 계급의 등장은 노동자 계급도 계층적으로 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윈주의의 다수준선택설은 개인과 집단의 동학에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제공했다. 행동경제학, 고도로 수학적인 접근법을 사용하는 게임이론과 협상 모델, 기술 변화와 사회 규범의 상호작용 등도 기존 이론을 보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행위성과 구조는 각기 교차적이며 서로 중첩된다. 개인과 사회는 나란히 간다. 이 사이의 인과관계는 양방향으로 작용한다. 개인은 젠더와 연령, 섹슈얼리티, 인종/민족, 시민권으로 정의된 집단 정체성을 가지며, 고용 형태나 자산 소유라는 범주에 사회적으로 배정된다. 이런 범주 중 일부는 상당한 경제적 결과를 낳는다. 이해관계와 정체성도 나란히 간다. 이와 같은 복잡한 정체성과 교차성은 일찍부터 마르크스주의의 영향을 받은 페미니스트 이론가들로 하여금 현실에 보다 정합적인 이론틀을 개발하도록 이끌었다.
집단 갈등의 복잡성은 교차정치경제학을 추동했다. 교차정치경제학은 ‘경제적인 것’에 대한 더 큰 그림을 그릴 것을 주문한다. 이런 요구 앞에 우선적으로 재점검되어야 하는 영역 혹은 개념이 ‘재생산’이다. 저자는 재생산을 “인간 역량의 생산과 유지”로 정의하며, “신체뿐만 아니라 체화된 신체적, 인지적, 정서적, 사회적 역량의 생산”을 뜻하는 ‘사회적 재생산’과 밀착되어 있다고 본다. 재생산과 가부장적 제도 발전은 연관성이 있다. 이에 관한 초기 연구는 페미니스트 이론가들이 수행했고 지금은 널리 받아들여진다. 그런데도 재생산이 경제 외부에서 일어난다는 남성 중심적 가정이 여전히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이유는 거시 경제 성과를 측정하는 오래된 회계 관행 때문이다.
한 국가의 경제성장을 측정하는 대표적 지표인 GDP는 시장에서 판매된 상품과 서비스의 가치만 생산된 것으로 본다. 이 지표에는 가족을 돌보는 무급 노동과 가격표가 붙지 않은 대자연의 생태 서비스 가치는 포함되지 않는다. 저자는 전작에 이어 이 책에서도 경제적 성공을 다르게 정의해야 함을 재차 역설한다. 물론 저자의 주장이 정책적으로 채용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2010년 미국에서 실시된 조사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준다. 비시장 노동의 대체 비용의 하한 추정치가 전통적으로 측정된 GDP의 약 44퍼센트에 이르는 것으로 나왔다. 이 추정치는 아동을 보호 감독하는 데 투입한 시간까지 포함한 것이다. ‘인간의 역량’은 노동력만이 아닐 뿐 아니라 사람이 할 수 있는 활동 전체다. 이러한 잠재력은 “고용주와 동반자, 미래 세대를 포함하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모든 사람에게 행복의 원천이자 경제적 자원이다.” 따라서 재생산은 사회적으로 조직화된 이전(移轉)에 기반하는 사회적 재생산과 분리될 수 없다. 사회적 재생산에 대한 저자의 정의는 “사회에 소속된 집단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신과 자신의 이익을 영속화하는 과정”이다.
재생산 자체도 매우 중요한데 문제는 재생산 비용의 분배다. 기업은 누군가 어마어마한 비용을 투자해 길러낸 노동자를 사용하면서도 그 노동자의 사회적 재생산에 필요한 세금을 회피하려고 사업장 이전을 무기로 삼아 위협하려 든다. 여성의 경우는 일단 돌봄 제공자로 지정되고 나면 평생 저소득과 경력 개발 어려움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경제적 자원을 갖지 못한 여성은 사회적 협상력도 취약해진다. 이런 불이익은 남성이라도 피할 수 없지만 역사적으로 여성이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였다. 일찍 승자가 된 사람은 후계자에게 유리한 기회를 물려주게 되고 다음 라운드는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서 펼쳐진다. 이런 순환은 끝난 적이 없다.
그렇다면 경제적 불평등을 야기하고 재생산하는 사회적 위계 구조를 명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그 구조 안에서 내린 결정이 모든 사람에게 잠재적으로 유리한 결과를 가져오는 방향으로 ‘조정’될 수 있다. 5장에서는 위계 구조 안에서 펼쳐지는 힘의 동학을 게임이론을 비롯해 경제학에서 개발된 이론들이 정식화한 양식을 다수 차용하고 활용해 적절한 설명을 끌어낸다. 집단은 갈등과 경쟁도 하지만 협동하기도 한다. 역동적인 분석 사례 중 협동하는 두 행위자의 기여 비중을 측정하기 어려운 상황을 설명한 152쪽 이후의 내용을 살펴보자. 두 행위자가 협동을 통해 얻은 이익을 분배하는 최적의 공간이 153쪽 그래프에 굵은 선으로 표시되어 있다. 정반대 경우인 두 행위자가 협동을 거부하거나 협동 계약을 끝낼 때의 그래프는 154쪽에 있다. 분배가 불공평하게 이뤄지는 후자의 상황을 결정하는 것은 행위자의 ‘대안 지위’다. 대안 지위는 어떤 결정이나 선택에서 물러나 가질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를 가리키다. 강력한 대안 지위를 가질수록 협상에서 유리하리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협상은 역동적인 과정이다. 이런 과정을 매개하는 사회제도가 민주적일수록 그래프는 전자의 형태에 가까워질 것이다. 가부장제 구조는 여성의 대안 지위를 약화시킨다.
누구를 위한 서사인가
2부는 1부에서 정립한 이론 토대 위에서 “착취의 기원, 자본주의 제도의 확장, 복지국가 발전, 젠더 불평등 지속, 진보적 동맹 구축에 대한 희망 등 정치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몇 가지 핵심 서사”를 재구성한다. 2부 큰 틀에서 보아 가부장제 체제의 부상과 성공, 쇠락, 최근의 백래시에 이르는 전개 과정에 대한 광범위한 역사적 서술이다. 이 작업은 지금까지 드러난 경제적 불평등이 우연적이거나 불가피한 선택의 귀결이 아님을 드러내면서 하루 속히 끝내야 할 광범위한 약자들의 동맹을 호소한다.
6장 ‘가부장제 전사(前史)’와 7장 ‘자본주의 궤적’은 가부장적 권력 구조가 상당히 성공적으로 제도화되어 온 역사적 흐름을 서술하고 있어 책 전체의 배경지식을 제공하는 역할도 한다. 2부의 목표인 서사의 재구성은 결국 대안적 경제, 대안적 경제 이론, 대안적 사회체제를 모색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실제로 시장 실패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복지국가 정책들이 큰 진전을 만들어냈음에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었던 이유를 9장 ‘젠더와 돌봄 비용’에서 이해할 수 있다.
현재 한국사회 상황은 미국 경제학자가 묘사하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대체적인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19년 말경에 이르러 20세기 후반 복지국가 정책이 누렸던 전세계적인 추진력은 대부분 소멸되었다.” “많은 유권자가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를 선호했을 테지만, 이는 달성은커녕 상상하기도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교차하는 권력 집단의 상대적인 협상 위치의 변화는 구조적 재편성을 초래하여 계급 불평등을 심화하고 계급과 무관한 고질적인 분열을 악화시켰다.” 젠더 평등을 촉진하지 않고 가족 헌신에 대한 공적 지원을 별로 제공하지 않는 국가들에서 이제 급격히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한국 합계출산율 0.78명으로 세계 최저). 인구 감소는 인류세 위기를 줄이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겠으나, 노인 세대의 부양을 위협한다.
‘플랜 F’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하기엔 너무 절망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아일랜드 사회주의 페미니스트 윌리엄 톰슨과 안나 휠러는 이미 1825년 “개인 경쟁에 기반한 경제체제는 타인을 돌보는 책임을 지는 사람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돌봄 경제에 속한 건강과 교육, 사회서비스 같은 사회민주주의적 정책 의제는 ‘돌봄 사회주의’라고 불릴 수도 있다. “돌봄을 주고 돌봄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려면 최소한 사회적으로 구성된 불평등을 줄일 수 있는 재생산 협상을 새롭게 벌일 필요가 있다. 어떤 페미니스트 경제학자는 이를 ‘플랜 F’라고 부른다.” ‘플랜 F’의 작성은 시작되었다. 유엔여성기구의 최근 보고서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지원하고 여성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가족 친화적인 사회이전 지출과 서비스 정책의 비용이 대부분의 국가에서 GDP의 5퍼센트 미만을 차지해 부담이 크지 않다고 추정한다. 이런 지출이 진정한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교화는 비용을 훨씬 초과할 것이다.” 또한 국제노동기구는 유급 돌봄 노동에 대한 ‘고진로High-road’ 전략으로 보상을 높이고 이직률을 줄여 유/무급 돌봄 위기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 그리고 유의미한 성공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돌봄’은 한국 사회의 주요 의제이기도 하다.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달려가는 중인 한국 사회 안에는 개인들의 연대로 꾸려진 돌봄 공동체가, 받아본 적도 베풀어본 적도 없는 돌봄을 서로 나누면서 돌볼 권리와 의무를 배우고 만들어 가고 중이다.
미래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우리는 오래된 경험을 통해 나아갈 길을 함께 모색할 수 있다.
아무리 경제적 부가 중요하다 할지라도 그 가치는 다른 형태의 자본, 즉 인간에게 체현된 역량과 태양 생태계의 자연 자산, 물려받은 지식과 기술이라는 사회적 자산, 함께 일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에 비하면 왜소하다. 우리 인간의 협동으로 이룰 미래의 성공은 이 대규모 자산을 성공적으로 관리하는 데 달려 있으며 자본주의 제도는 이 일에 적합하지 않다. _337~8쪽
역사적으로 자본주의로 분류된 체제는 사회주의로 분류된 체제만큼이나 민주주의를 전복시키기 쉬운 것으로 판명되었다. 국가 규제를 회피할 수 있는 지구적 부의 편중보다 민주주의를 더 크게 위협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을 추구함에 있어서 자연적, 사회적, 인적 자산을 희생시키면서 사적 이윤을 보상하는 제도적 장치보다 더 큰 위협은 없다. _350쪽
인류 역사 내내 과소평가된 무급 돌봄 노동이 가족 내부와 경제 전반에 얼마나 심대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설득력 있게 파헤친다. _〈커커스〉
가부장제와 경제, 사회 및 정치의 복잡한 교차점들을 이해하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한 필독서. _자야티 고시 인도 자와할랄네루대 경제연구및계획센터 의장
야심 찬 기획에 숨이 멎는다. 이 책으로 교차정치경제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열겠다는 폴브레의 담대한 시도는 놀라울 정도로 성공적이다. 대단한 역작이다._하룬 아크람-로디 캐나다 트렌트대 교수
다양한 이론적 전통, 역사와 현대 생활의 증거로부터 추출한 핵심 통찰을 능숙하게 엮어 가부장제의 부상과, 간절히 바라 마지않는 그 쇠락에 대한 담대하고 탁월한 해설을 제시한다. _나일라 카비어 런던정경대 교수
2023년 노벨경제학상이 노동시장에서 성별 격차의 주요 요인을 발견한 클로디아 골딘 하버드대 교수에게 돌아간 것은 시대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주류 경제학인 신고전파 경제학과 이 대척점에 있는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이 경제적으로 환산하지 않았던 여성의 비시장 노동을 경제학의 연구 대상으로 끌어들인 페미니스트 경제학의 성과에 대해 최초로 노벨상을 수여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주도권을 거머쥐기 전과 후 모두 여성은 참정권만큼이나 경제적 권리를 온전히 누리기 어려웠다. 여성은 주로 이전에 가사노동으로 불렸던 집안일에 특화되어 있었다.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성공하고 공장이나 다른 허드렛일터에서 여성이 일을 할 수 있게 되자 여성은 남성보다 적은 임금을 받아야 했다. 여성의 일이 남성의 일보다 덜 중요하거나 부수적이어서가 아니었다. 페미니스트 경제학자와 경제사학자, 여성학자에 의해 경제사 혹은 인류 역사 내내 여성은 젠더화된 경제 위계질서 안에 위치지어져 있었음이 밝혀졌다.
의미 있는 수상 소식이 답지한 즈음에 출간되는 낸시 폴브레(Nancy Folbre, 1952~) 메사추세츠대 경제학과 교수의 『돌봄과 연대의 경제학』은 골딘에게 노벨상을 안긴 학술 업적보다 급진적인 주제를 다룬다. 골딘 교수가 노동시장에 참여한 여성의 저평가된 임금노동을 연구했다면 폴브레 교수는 초기부터 자신이 ‘돌봄 노동’으로 개념화한 여성의 비시장 노동을 연구해 왔다. 페미니스트 경제학 발전을 이끌고 돌봄경제학을 이론화한 낸시 폴브레 교수의 이번 책은 ‘교차정치경제학’이란 명칭으로 기존 경제학 이론과 도구 들을 종합하면서도 뛰어넘는 새로운 경제학 이론의 필요성을 제시하며 그 틀과 내용을 선보이는 의미 있는 저술이다. “마르스크주의 정치경제학, 신고전파 경제학, 제도학파, 행동주의 경제학, 게임이론 등을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경제학자로서, 문화의 영향, 시민사회와 정치 제도의 중요성, 집단 갈등과 전략적 행동, 이타주의와 의무/헌신 등 규범적 요소를 아우르는 전체론적 접근을 취한다.” 제도에 기반한 여러 차원의 사회적 불평등과 집단 갈등이 젠더, 인종/민족, 시민권, 계급 중 어느 한 축의 원인으로 환원되지 않으므로 교차적 접근이 요구되는 까닭이다.
왜 가부장제 체제를 분석해야 하는가
가부장제 체제란 “가부장적 권력 구조가 다른 집단권력 구조와 역사적으로 고유한 방식으로 중첩되고 교차하는 체제를 뜻한다.”(21쪽) 신자유주의가 맹위를 떨치는 동안 사회 분열이 극심해졌다. 생물학적 여성도 단일한 젠더 정체성으로 묶이지 않으며 근래에는 노동자 집단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개인과 집단은 다양한 제도에 기반한 복수의 집단 정체성을 띠고 상호작용한다. 그 복잡다단한 협력과 갈등의 동학에서 가부장제 체제는 뚜렷한 부상과 쇠락의 궤적을 그렸고, 최근에는 재부상의 조짐마저 드러내고 있다.
가부장제는 이데올로기와 문화 규범을 형성하므로 집단권력 구조의 쇠락이라는 장기 추이와는 무관하게 변화가 어려울 수 있다. 또한 오늘날 부동산과 금융을 통해 양극화된 경제자산에 대한 통제력은 여전히 젠더화되어 있고 이 자산은 다시 권력을 지속시킨다. 가부장제는 약화되고 변화했지 망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역량에 투자하는 사람들의 권한을 박탈하고 특히 여성에게 불이익을” 안기다는 공통점을 가진 가부장적 제도와 자본주의 제도가 다시 결탁해 특권을 공고히 하려는 길을 차단해야 한다. 교차정치경제학은 약자 집단들이 이러한 불평등의 연쇄를 재생산하는 구조물의 생태를 총체적으로 들여다보고 폭넓은 동맹을 조직하기를 돕는 이론적 도구를 자처한다. 99퍼센트를 위한 페미니즘을 넘어 99퍼센트를 위한 정치경제학이 지속가능한 경제와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절실한 때임을 일깨운다.
누구를 위한 이론인가
1부는 교차정치경제학을 위한 이론적 재구성 작업으로 이론화에 필요한 주요 개념들을 정의한다. 기존 이론들의 개념을 재정의하여 확장하기도 한다.
이론화의 첫 단계는 경제적 불평등이 지속되는 원인을 규명하는 작업이다. 즉 개인(행위성)과 사회(구조) 중 어느 쪽에 책임이 있는가에 관한 기존 학설의 주장을 뜯어보고 이론과 현실의 불일치점에 합리적인 설명을 제공한 후대의 연구들을 검토한다. 아무래도 신고전파 경제학과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이 자주 비교되는데, 이 두 학설은 그 지위에 비해 한계가 매우 뚜렷하다. 전통적으로 신고전파 경제학은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개별 행위자가 가득한 세상”, 즉 개인에 주목하고,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은 “하나의 유해한 생산양식이 지배하는 세계”, 즉 구조에 주목한다. 전자는 시장에서 교환을 통해 효용을 극대화하려는 ‘합리적 인간’의 이익 추구 행위가 비합리적 차별을 일삼는 고용주를 불리하게 만들어 자연스럽게 도태시킬 거라 낙관한다. 하지만 개별 행위자의 행동을 결정한 ‘선호’가 제도 구조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다. 후자는 젠더 불평등이 오로지 계급 불평등에서 파생되었다고 설명하기 때문에 다른 제도 구조에 기인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때문에 남성이 남성의 집단적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하기만 하면 사회주의에서 이탈한 것이라고 매도당한다. 저자는 마르크스주의 전통 안에서 활동하는 페미니스트 이론가로서 두 이론의 기존 통찰을 포용하면서도 구조와 행위성의 상호작용을 보는 시야를 확대하는 이론적 혼성을 받아들인다. 실제로 오늘날 마르스크주의 학자들은 전통 이론에 부재하다고 여겼던 기술, 젠더, 생태에 관한 주제를 발전시키고 있다. 현대자본주의도 단순하지 않다. 북서 유럽의 사회민주주의와 식민 지배를 경험한 국가의 자본주의가 있으며, 신자유주의 정책 출현 이후로 여성 임금노동자가 증가한 현상 등은 자본주의 동학의 결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고용주와 노동자 사이에 위치한 전문가-관리자 계급의 등장은 노동자 계급도 계층적으로 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윈주의의 다수준선택설은 개인과 집단의 동학에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제공했다. 행동경제학, 고도로 수학적인 접근법을 사용하는 게임이론과 협상 모델, 기술 변화와 사회 규범의 상호작용 등도 기존 이론을 보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행위성과 구조는 각기 교차적이며 서로 중첩된다. 개인과 사회는 나란히 간다. 이 사이의 인과관계는 양방향으로 작용한다. 개인은 젠더와 연령, 섹슈얼리티, 인종/민족, 시민권으로 정의된 집단 정체성을 가지며, 고용 형태나 자산 소유라는 범주에 사회적으로 배정된다. 이런 범주 중 일부는 상당한 경제적 결과를 낳는다. 이해관계와 정체성도 나란히 간다. 이와 같은 복잡한 정체성과 교차성은 일찍부터 마르크스주의의 영향을 받은 페미니스트 이론가들로 하여금 현실에 보다 정합적인 이론틀을 개발하도록 이끌었다.
집단 갈등의 복잡성은 교차정치경제학을 추동했다. 교차정치경제학은 ‘경제적인 것’에 대한 더 큰 그림을 그릴 것을 주문한다. 이런 요구 앞에 우선적으로 재점검되어야 하는 영역 혹은 개념이 ‘재생산’이다. 저자는 재생산을 “인간 역량의 생산과 유지”로 정의하며, “신체뿐만 아니라 체화된 신체적, 인지적, 정서적, 사회적 역량의 생산”을 뜻하는 ‘사회적 재생산’과 밀착되어 있다고 본다. 재생산과 가부장적 제도 발전은 연관성이 있다. 이에 관한 초기 연구는 페미니스트 이론가들이 수행했고 지금은 널리 받아들여진다. 그런데도 재생산이 경제 외부에서 일어난다는 남성 중심적 가정이 여전히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이유는 거시 경제 성과를 측정하는 오래된 회계 관행 때문이다.
한 국가의 경제성장을 측정하는 대표적 지표인 GDP는 시장에서 판매된 상품과 서비스의 가치만 생산된 것으로 본다. 이 지표에는 가족을 돌보는 무급 노동과 가격표가 붙지 않은 대자연의 생태 서비스 가치는 포함되지 않는다. 저자는 전작에 이어 이 책에서도 경제적 성공을 다르게 정의해야 함을 재차 역설한다. 물론 저자의 주장이 정책적으로 채용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2010년 미국에서 실시된 조사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준다. 비시장 노동의 대체 비용의 하한 추정치가 전통적으로 측정된 GDP의 약 44퍼센트에 이르는 것으로 나왔다. 이 추정치는 아동을 보호 감독하는 데 투입한 시간까지 포함한 것이다. ‘인간의 역량’은 노동력만이 아닐 뿐 아니라 사람이 할 수 있는 활동 전체다. 이러한 잠재력은 “고용주와 동반자, 미래 세대를 포함하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모든 사람에게 행복의 원천이자 경제적 자원이다.” 따라서 재생산은 사회적으로 조직화된 이전(移轉)에 기반하는 사회적 재생산과 분리될 수 없다. 사회적 재생산에 대한 저자의 정의는 “사회에 소속된 집단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신과 자신의 이익을 영속화하는 과정”이다.
재생산 자체도 매우 중요한데 문제는 재생산 비용의 분배다. 기업은 누군가 어마어마한 비용을 투자해 길러낸 노동자를 사용하면서도 그 노동자의 사회적 재생산에 필요한 세금을 회피하려고 사업장 이전을 무기로 삼아 위협하려 든다. 여성의 경우는 일단 돌봄 제공자로 지정되고 나면 평생 저소득과 경력 개발 어려움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경제적 자원을 갖지 못한 여성은 사회적 협상력도 취약해진다. 이런 불이익은 남성이라도 피할 수 없지만 역사적으로 여성이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였다. 일찍 승자가 된 사람은 후계자에게 유리한 기회를 물려주게 되고 다음 라운드는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서 펼쳐진다. 이런 순환은 끝난 적이 없다.
그렇다면 경제적 불평등을 야기하고 재생산하는 사회적 위계 구조를 명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그 구조 안에서 내린 결정이 모든 사람에게 잠재적으로 유리한 결과를 가져오는 방향으로 ‘조정’될 수 있다. 5장에서는 위계 구조 안에서 펼쳐지는 힘의 동학을 게임이론을 비롯해 경제학에서 개발된 이론들이 정식화한 양식을 다수 차용하고 활용해 적절한 설명을 끌어낸다. 집단은 갈등과 경쟁도 하지만 협동하기도 한다. 역동적인 분석 사례 중 협동하는 두 행위자의 기여 비중을 측정하기 어려운 상황을 설명한 152쪽 이후의 내용을 살펴보자. 두 행위자가 협동을 통해 얻은 이익을 분배하는 최적의 공간이 153쪽 그래프에 굵은 선으로 표시되어 있다. 정반대 경우인 두 행위자가 협동을 거부하거나 협동 계약을 끝낼 때의 그래프는 154쪽에 있다. 분배가 불공평하게 이뤄지는 후자의 상황을 결정하는 것은 행위자의 ‘대안 지위’다. 대안 지위는 어떤 결정이나 선택에서 물러나 가질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를 가리키다. 강력한 대안 지위를 가질수록 협상에서 유리하리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협상은 역동적인 과정이다. 이런 과정을 매개하는 사회제도가 민주적일수록 그래프는 전자의 형태에 가까워질 것이다. 가부장제 구조는 여성의 대안 지위를 약화시킨다.
누구를 위한 서사인가
2부는 1부에서 정립한 이론 토대 위에서 “착취의 기원, 자본주의 제도의 확장, 복지국가 발전, 젠더 불평등 지속, 진보적 동맹 구축에 대한 희망 등 정치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몇 가지 핵심 서사”를 재구성한다. 2부 큰 틀에서 보아 가부장제 체제의 부상과 성공, 쇠락, 최근의 백래시에 이르는 전개 과정에 대한 광범위한 역사적 서술이다. 이 작업은 지금까지 드러난 경제적 불평등이 우연적이거나 불가피한 선택의 귀결이 아님을 드러내면서 하루 속히 끝내야 할 광범위한 약자들의 동맹을 호소한다.
6장 ‘가부장제 전사(前史)’와 7장 ‘자본주의 궤적’은 가부장적 권력 구조가 상당히 성공적으로 제도화되어 온 역사적 흐름을 서술하고 있어 책 전체의 배경지식을 제공하는 역할도 한다. 2부의 목표인 서사의 재구성은 결국 대안적 경제, 대안적 경제 이론, 대안적 사회체제를 모색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실제로 시장 실패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복지국가 정책들이 큰 진전을 만들어냈음에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었던 이유를 9장 ‘젠더와 돌봄 비용’에서 이해할 수 있다.
현재 한국사회 상황은 미국 경제학자가 묘사하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대체적인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19년 말경에 이르러 20세기 후반 복지국가 정책이 누렸던 전세계적인 추진력은 대부분 소멸되었다.” “많은 유권자가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를 선호했을 테지만, 이는 달성은커녕 상상하기도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교차하는 권력 집단의 상대적인 협상 위치의 변화는 구조적 재편성을 초래하여 계급 불평등을 심화하고 계급과 무관한 고질적인 분열을 악화시켰다.” 젠더 평등을 촉진하지 않고 가족 헌신에 대한 공적 지원을 별로 제공하지 않는 국가들에서 이제 급격히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한국 합계출산율 0.78명으로 세계 최저). 인구 감소는 인류세 위기를 줄이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겠으나, 노인 세대의 부양을 위협한다.
‘플랜 F’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하기엔 너무 절망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아일랜드 사회주의 페미니스트 윌리엄 톰슨과 안나 휠러는 이미 1825년 “개인 경쟁에 기반한 경제체제는 타인을 돌보는 책임을 지는 사람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돌봄 경제에 속한 건강과 교육, 사회서비스 같은 사회민주주의적 정책 의제는 ‘돌봄 사회주의’라고 불릴 수도 있다. “돌봄을 주고 돌봄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려면 최소한 사회적으로 구성된 불평등을 줄일 수 있는 재생산 협상을 새롭게 벌일 필요가 있다. 어떤 페미니스트 경제학자는 이를 ‘플랜 F’라고 부른다.” ‘플랜 F’의 작성은 시작되었다. 유엔여성기구의 최근 보고서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지원하고 여성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가족 친화적인 사회이전 지출과 서비스 정책의 비용이 대부분의 국가에서 GDP의 5퍼센트 미만을 차지해 부담이 크지 않다고 추정한다. 이런 지출이 진정한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교화는 비용을 훨씬 초과할 것이다.” 또한 국제노동기구는 유급 돌봄 노동에 대한 ‘고진로High-road’ 전략으로 보상을 높이고 이직률을 줄여 유/무급 돌봄 위기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 그리고 유의미한 성공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돌봄’은 한국 사회의 주요 의제이기도 하다.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달려가는 중인 한국 사회 안에는 개인들의 연대로 꾸려진 돌봄 공동체가, 받아본 적도 베풀어본 적도 없는 돌봄을 서로 나누면서 돌볼 권리와 의무를 배우고 만들어 가고 중이다.
미래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우리는 오래된 경험을 통해 나아갈 길을 함께 모색할 수 있다.
아무리 경제적 부가 중요하다 할지라도 그 가치는 다른 형태의 자본, 즉 인간에게 체현된 역량과 태양 생태계의 자연 자산, 물려받은 지식과 기술이라는 사회적 자산, 함께 일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에 비하면 왜소하다. 우리 인간의 협동으로 이룰 미래의 성공은 이 대규모 자산을 성공적으로 관리하는 데 달려 있으며 자본주의 제도는 이 일에 적합하지 않다. _337~8쪽
역사적으로 자본주의로 분류된 체제는 사회주의로 분류된 체제만큼이나 민주주의를 전복시키기 쉬운 것으로 판명되었다. 국가 규제를 회피할 수 있는 지구적 부의 편중보다 민주주의를 더 크게 위협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을 추구함에 있어서 자연적, 사회적, 인적 자산을 희생시키면서 사적 이윤을 보상하는 제도적 장치보다 더 큰 위협은 없다. _350쪽
돌봄과 연대의 경제학 : 가부장제 체제의 부상과 쇠락, 이후의 새로운 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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