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  마로 시리즈 (Maro Series) 9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 마로 시리즈 (Maro Series) 9

$18.00
Description
“여기에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환경 재앙이 그리는 지옥도
광둥성 동부의 항구 도시 산터우로부터 내륙으로 만입하는 곳에 ‘실리콘섬’이 있다. 폐기된 전자제품에서 재활용 가능한 부품을 뜯어내서 가공하는 작업장과 공장이 밀집해 있다. 세계 각지에서 실려 온 전자 폐기물과 폐플라스틱이 이 섬에서 해체, 처리, 재가공된다. 분류와 해체 작업은 오로지 사람, 이곳 토박이들이 ‘쓰레기인간’이라 부르는 외지 노동자들의 눈과 코, 손으로 이뤄진다. 현지인과 외지인 모두 이 섬에서 돈 한 푼 더 버는 데 혈안일 뿐 공통적으로 이 섬을 혐오한다.

여자들은 시커먼 물에 맨손으로 빨래하고, 아이들은 플라스틱 잿더미 위에서 점프하며 놀거나 폴리에스터 필름이 둥둥 떠다니는 검푸른 연못에서 헤엄치며 장난친다. 불리한 자연조건을 극복하려 선조들의 지혜로 건설된 관개수로와 지형물들은 깨진 디스플레이와 플라스틱 쓰레기로 가득하거나 회로기판 따위를 녹여내는 산성 용액 웅덩이로 변했다. 유독한 화학약품이 끓으며 발생하는 흰 안개와, 강가나 들판에서 플라스틱을 태우며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가 합쳐진 푸르스름한 회색빛 안개가 섬의 대기에 고루 섞여 모든 생물의 모공 속으로 스며든다.
선정 및 수상내역
2013년 중국의 양대 SF문학상 ‘성운상’ 장편부문 금상 수상
2013년 ‘화지문학상’ 장르문학상부문 금상 수상
2014년 마철문화 주최 ‘이 소설이 가장 재미있다 장르문학상’ 올해의 TOP 8 선정
2019년 스타 작가이자 번역가인 켄 리우 번역 영어판 『Waste Tide』 출간
독일, 일본, 스페인, 러시아 등 10개국에 판권 수출
2019년 영국 <가디언> 선정 베스트 SF&판타지 도서
2020년 로커스상 ‘Best First Novel’ 부문 최종 후보작
2023년 프랑스 상상문학대상 번역 부문 최우수상
저자

천추판

저자:천추판

1981년광둥성산터우에서태어났다.베이징대학교중문학과와예술학과를졸업하고구글차이나,바이두등에서10년이상근무한배경을가지고있어문학,예술,과학기술에대한이해가깊다는평가를받는다.현재는SF작가,각본가,번역가로활동중이다.초등학교1학년때초단편SF를썼고,공식적인수상기록은열여섯살때부터쌓아오고있다.중국SF잡지『과환세계』가주최하는캠퍼스SF대상제6회공모전에「미끼」를응모하여1위를차지한것이시작이었다.2000년「O」로베이징대학의장자배오리지널SF공모전에서1등상을받은후로꾸준히단편을발표하며수상해오다,2011년「끝없는이별」로중국의가장권위있는SF문학상은하상우수상을받는다.2012년에는『보마』로제3회성운상최우수도서상과최우수미술상,「G는여신을상징한다」로성운상최우수단편상,「리장의물고기」로제2회SF·판타지소설번역상최우수단편상의주인공이되었다.

대표작으로꼽히는『황조荒潮』는2013년에출간되어그해제4회성운상장편부문금상,2014년제1회화지문학상장르문학부문금상을수상했고,마철문화주최이소설이가장재미있다장르문학상올해의TOP8으로선정되었다.2019년에는초판에서98곳을수정하여3부작의1부로개편한개정증보판을출간했으며,최고의상업적가치를지닌저작물로선정되기도했다.스타작가이자번역가인켄리우의번역으로출판된영어판『WasteTide』(2019)는큰화제를불러일으켰으며독일,스페인,이탈리아,일본,러시아등10개국에판권이수출되었다.영국〈가디언〉선정2019년베스트SF&판타지도서리스트,2020년로커스상BestFirstNovel부문최종후보작에도올랐다.

현대중국문단은바링허우세대작가들이주축을이루고있는데중국SF계도비슷한상황이다.천추판은세계중국인SF작가협회(CSFA)현회장이며,세계SF작가협회(SFWA)와Xprize재단SF자문위원회(SFAC)회원,아시아소사이어티의아시아21넥스트제너레이션과예일대학교맥밀런센터베르그루언연구소2023년연구원,미국드폴대학교인문학센터의인문공헌상수상등의국내외활동을펼치며작가세계를확장하고중국SF를널리알리는데앞장서고있다.



역자:이기원

이화여자대학교중어중문학과를졸업하고,호주멜버른대학교에서경영학석사학위를받았다.한국투자증권해외투자영업부와한국거래소베이징대표처에서일했다.현재멜버른에거주하며중국어권도서를번역하고있다.옮긴책으로『빙의』『인생의격차』가있다.

목차

한국독자여러분께_천추판
언어와인명에관한옮긴이노트_켄리우

프롤로그
1부침묵의소용돌이
2부무지갯빛파도
3부분노의폭풍
에필로그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세계화시대에영원한승자란없습니다.”
세씨족이지배하는공동체의운명

실리콘섬은중대한기로에서있다.재활용분야는수천억달러규모의유망산업으로성장했고제조업의명맥이달렸다.섬정부는수작업과심각한오염에서벗어나친환경일자리제공,환경재건,주민보건개선,GDP증가를한꺼번에해결할계획서를내민미국다국적기업테라그린리사이클링의제안을검토하는중이다.이사업을독점해배를불려온실리콘섬의삼대가문(뤄,린,천)이주요협상대상자이나이들은협상에미온적이다.테라그린은다른나라들에서협상을성사시킨스콧브랜들을책임자로파견한다.

실리콘섬경제의8할을장악한뤄씨집안의우두머리뤄진청은이섬의분위기를상징하는인물이다.그는집념과승부욕의화신으로냉혹한현실의전장에서패자가되기까지적지않은업보를쌓았다.이따금자신의업보에몸서리치기도하지만,비열한행동을포기하는대신독실한불교신자로서부처님께공양을올리고제물을기부하는것으로마음의평화를얻는다.그는깡패무리를부리며뤄씨씨족의영토내소유물을지키고질서를감시한다.중요한결정을내리기전에는점을치기도하고집안소속무당을두고굿을벌이기도한다.도덕이나인의를저버리는부끄러움보다다음생에지게될업보가훨씬두려워한다.

테라그린과실리콘섬의협상이지지부진한가운데스콧은이곳에온다른목적을위해은밀히움직인다.그리고이런그의다른신분을알고그를추적하는조직이있다.스콧은언덕처럼쌓인의체더미에서SBT-VBPII32503439라는부호가새겨진인공기관을찾아내이폐기물의취급자를조사해달라고섬정부의린주임에게부탁한다.그런데이의체는스콧이발견하기전사용된적이있다.천씨집안작업장에고용된리원(원형)이기이하게생긴이의체를쓰레기인간미미와뤄진청의어린막내아들의머리에씌워본것이다.의체가두개골에장착되는순간바늘이튀어나와두사람의머리를찌른다.그뒤뤄진청의아들은혼수상태에빠지고미미는자꾸만이상한꿈을꾼다.

“미미-메카가똑바로섰다.”
인간과기계의승화와추락
미미는1년전쯤외딴산골마을을떠나실리콘섬으로와서뤄씨집안작업장에서일하게되었다.음력7월15일중원절거리축제를구경하러나갔다가뤄씨네깡패들에게폭행당하는미미를천씨집안사람카이종이구해준다.천카이종은테라그린의직원으로어릴때온가족이미국으로이주했고,스콧브랜들의통역을맡아출장에동행했다.그러나카이종의이행동은세집안의영역을침범하지않는다는약속을어긴것이며미미를도둑질한것이된다.미미는천씨집안작업장에서지내면서카이종과가까워지지만,카이종을만나러나간날그녀를노리고있던뤄진청의충직한개칼잡이에붙잡혀끌려가고만다.

뤄진청은아들의병을무속으로고치려하고그의식에바칠제물로미미가필요하다.급진적환경운동단체콴둥의조직원호치우숙이는SBT-VBPII32503439에관한정보를입수한즉시스콧과접촉을시도하고,스콧은철저히은폐된일급기밀웨이스트타이드프로젝트의비밀을알게된다.자신의과거를숨긴채실리콘섬에들어온리원이자신의여동생같다던미미를아끼고보호해주기만한것일까.

납치된미미는칼잡이의끔찍한고문으로반죽음에이른다.칼잡이와졸개들이미미의훼손된육체를관조해변으로가져간다.관조해변은연고없는자들의공동묘지다.이해변에는록히드마틴의전투용외골격로봇메카가버려져있다.미미의육신에서분리된그의영혼이공중에서해변을내려다보며자신이당한끔찍한고문을떠올리곤격렬한분노에휩싸인다.그녀의의식이꿈틀거리며관조해변에흩어져있던정보전달물질의냄새를맡고방화벽을해제하고프로그래밍코드를변경한다.미미의숨이끊어지기를기다리던칼잡이와졸개들눈앞에서불가사의한일이벌어진다.

실리콘섬,세계가딛고선발전과번영의시궁창
한국어판『웨이스트타이드』는작가의요청에따라켄리우(『종이동물원』)가번역한영어판『WasteTide』(2019)를번역했다.중국어원작『황조(荒潮)』는2013년에출간되어,미국네뷸러상의위상을가진중국SF문학상성운상장편부문금상,양성신문사:1957년창간된석간신문사)가제정한제1회화지문학상장르문학부문금상을수상하며다시한번큰주목을받았다.천추판은이미2011년에단편으로중국최고SF문학상은하상우수상을,2012년에는장편으로성운상최우수도서상을받은바있으며,『황조』의수상은작가개인과SF소재와주제면에서특별한의미가있다.

천추판은『웨이스트타이드』를발표한후정말많은매체의조명을받았다.그중한인터뷰에서그는이렇게말한바있다.“고향을모델로한작품을선택한것은중국의현실에대한나의생각과관련이있고,변화하는중국의아픔을써내려간것은그곳이점점나아지는것을보고싶었기때문입니다.”

『황조』의배경은실리콘섬(硅嶼)이다.중국어로는구이위라고읽는다.작가의고향인광둥성구이위(貴嶼)와발음이같다.(실리콘,규소를뜻하는硅(규)와貴(귀)는성조는다르고발음이같다.)작가는자신의고향구이위의현실이SF에등장하고도남을만한디스토피아의한장면처럼보였다고말한다.중국어판위키피디아에등재된구위(한자독음으로는귀서진)항목에는일반현황에관한짤막한소개다음에바로“중국8대전자폐기물유통센터중한곳”이었다는설명이이어진다.마지막단락은다음과같은사실을알려준다.“구이위의환경오염은BaselActionNetwork의다큐멘터리영화에소개되어그린피스,유엔환경계획(UNEP),바젤협약및기타국제기구의관심을끌었다.2013년판기네스북에는이지역의환경문제가기록되어있으며,세계최대의전자폐기물처리장이라고명시되어있다.”

작가는소설에서단테의『신곡』지옥편중지옥문에새겨진글귀를인용해실리콘섬을묘사한다.“나를통해고통의도시로들어가고/나를거쳐영원한고통으로들어가며/나를거쳐길잃은사람들속으로들어가노라/여기에들어오는자,모든희망을버려라.”현실의고향에서작가가목격한환경오염,열악하고비참한노동실태는소설속에핍진하게묘사되는데,실리콘섬이라는가상의현실에그보다더어울리는장면을상상하기는어려울것같다는생각이든다.

소설에서는광둥성지역의역사,지리,풍습,민간전승같은전통문화요소가사이버펑크장르와결합하여독특하고기이한색채를더한다.실리콘섬토박이는차오저우어(潮州話)라는,우리에게는매우낯선지역방언을사용하는것으로설정되어있다.차오저우어는“여덟개의성조와복잡한변음규칙을가진고대방언”이라고한다.실리콘섬풍습과관련된단어와일부인명,관용적표현등이차오저우어로표현된다.한국어판을번역한이기원은,차오저우지역출신화교지인들의도움을많이받았다.홍콩영화를즐겨본한국인이라면차오저우어가광둥어와비슷하다고느낄수도있다.홍콩과구이위는지리적으로가까우며차오저우선조들이홍콩등지로이주해정착한역사가있어두지역은문화적친연관계에있다.

실리콘섬사람들은어느문화권에나존재하는애니미즘(정령신앙)을변함없이믿고있으며,불교와도교의신에게치성을드리고점을친다.점을치는관습도이지역만의풍속은아닌데실리콘섬에서는조점(潮占)이라불리는매우기이하고잔인한일면을가진점을친다.조점은바다의조수가밀려와해변에남긴흔적을보고치는점이다.바닷가마을의지리적조건에맞게정식화된의식이라추정할수있겠다.소설속에서들려주는조점의기원설화는세월의조수에씻겨현재의후손들에게는잊힌폭력성을들추어낸다.사실상실리콘섬의오래된것들은토박이들의전유물이며이들의기득권과사회적우위를지키는명분으로활용되며,자신의처지를숙명이자운명처럼여기는쓰레기인간들은인습이퍼뜨리는이데올로기의힘에순응한다.

이처럼『웨이스트타이드』는광둥성특정지역의문화적특수성을강하게드러냄에도불구하고영어권을비롯해10개국에판권을수출하여각언어권독자들로부터호평을받았다.아시아최초휴고상수상자인류츠신의추천사와켄리우의번역이보증수표가되었으리라짐작하지만,작품의주제가언어와문화를초월해공감할수있는시의성(환경재난)을지녔으며작품성이탁월하다는점도간과할수없다.

중국정부는유엔이구이위마을을환경재난(EnvironmentalCalamity)지역으로선포하는등세계가재앙의심각성을주시하자사태의심각성을시인하고개선을위해노력한끝에마침내2018년1월1일을기해폐기물수입을금지했다.아이러니하게도그후한국으로수입되는폐플라스틱과전자폐기물의유입량이증가하고있다고한다.실리콘섬의비극은무대를옮겨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