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뢰딩거의 자연철학 강의 : 자연과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 과학과 인문주의 - 모두를 위한 과학 6

슈뢰딩거의 자연철학 강의 : 자연과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 과학과 인문주의 - 모두를 위한 과학 6

$17.50
Description
양자역학의 초석을 놓은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에르빈 슈뢰딩거
물리학, 철학, 역사를 아우르는 명강연의 한국어 초역
저자

에르빈슈뢰딩거

저자:에르빈슈뢰딩거
1887년오스트리아빈에서태어났다.빈대학에서물리학을전공하고1910년박사학위를받았다.1921년정교수직위에올라폴란드,스위스,독일,영국등지의대학에서교수로일했다.슈뢰딩거는독일예나대학에재직중일때초기양자론을접하고1921년양자이론에관한첫논문을발표했다.그의이름은‘슈뢰딩거방정식’과‘슈뢰딩거의고양이’란사고실험의제목에남아오늘날에도널리기억되고있다.‘슈뢰딩거방정식’은1926년발표된논문을통해제안되었는데,전자의상태를정확하게기술할수있게했다.슈뢰딩거는이논문이후세편의논문을더발표하여양자화된입자의상태와에너지를다루는방법을제시했다.그는이업적으로1933년노벨물리학상을받았다.1938년아일랜드정부수반의개인자격초청을받아더블린으로이주하여고등과학연구소설립을도왔다.아일랜드로귀화했으나오스트리아국적을포기하지않았다.1956년빈대학으로부터물리학과교수직을맡아달라는제안을받고오스트리아로돌아갔지만1961년결핵으로사망했다.향년73세.슈뢰딩거의대중서가운데가장널리알려진『생명이란무엇인가』와『정신과물질』은이책과마찬가지로강연을바탕으로한책이다.특히『생명이란무엇인가』는DNA이중나선구조를발견한제임스왓슨과프랜시스크릭이그들의주저에서이중나선구조발견에영감을준책으로언급하여더욱유명해졌다.유작으로『나의세계관』이있다.

역자:김재영
서울대학교물리학과를졸업하고물리학기초론전공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독일막스플랑크과학사연구소초빙교수,서울대기초교육원,이화여대이화인문과학원등을거쳐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물리학의역사와철학등을가르치고있다.저서로『상대성이론의결정적순간들』,공저로『정보혁명』『양자,정보,생명』등이있고,역서(공역포함)로노버트위너의『사이버네틱스』,제임스클러크맥스웰의『전기자기론』,피터갤리슨의『아인슈타인의시계,푸앵카레의지도』,피터하먼의『에너지,힘,물질』등이있다.

역자:황승미
부산대학교에서환경공학을전공하고서울대학교에서환경교육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환경정책평가연구원(현한국환경연구원),국토연구원에서일했다.저서로『달팽이널뛰기』,역서로『작은것은가능하다』가있다.현재장회익서울대명예교수와제자들이만든녹색아카데미에서자연철학세미나,녹색문명공부모임을꾸리고있다.녹색아카데미웹진을통해기후위기와기타환경관련기사를소개하고,과학과환경,문학등다양한주제의독서모임을이끌고있다.

목차


추천사-장회익
서문-로저펜로즈

1부자연과고대그리스철학자들
1장왜고대사상으로돌아가는가
2장이성과감각의경쟁
3장피타고라스학파
4장이오니아의계몽
5장크세노파네스의종교,에페소스의헤라클레이토스
6장원자론자들
7장과학적세계관의특수성
참고문헌

2부과학과인문주의
서문
삶에대한과학의정신적의미
과학의진정한의미를말살하는과학의성취
물질에대한우리의관념에일어난근본변화
근본개념은실체가아니라형상
우리가만든‘모형’의본질
연속적인서술과인과성
연속체의복잡성
임시변통으로만들어낸파동역학
주체와객체사이의장벽이붕괴됐다는주장
원자혹은양자―연속체의복잡성을피하기위한오래된주문
물리적인미결정성으로자유의지에기회가생길까?
닐스보어가말하는예측의방해물
참고문헌

옮긴이해제

출판사 서평

명강연자가남긴과학고전

에르빈슈뢰딩거는양자역학의시대를열어젖힌이론물리학자다.1926년‘슈뢰딩거방정식’을포함한논문을비롯해여러편의논문을발표하여파동역학을정식화하는데기여했다.그업적으로노벨물리학상(1933)을받았다.한데아이러니하게도대중과학서로널리읽힌그의책은양자역학이나일반물리학과는거리가멀다.세계는물론우리나라에서도오랫동안과학고전으로사랑받은『생명이란무엇인가』(1944)가대표적이다.이책을읽어보면근원을궁구하는물리학자의태도도엿볼수있지만아무튼그책은생명과유전현상을다루며,살아있는세포의핵심을“비주기적결정”(aperiodiccrystal)으로상정하고그구조를물리학적으로추론하면서생명현상의특성과유전물질에관해독특한설명을제공한것으로유명하다.(1953년왓슨과크릭이DNA이중나선구조를발견한후,이책의내용중명백한오류들이지적되었지만강연과출판이그전에이뤄졌음을감안해야한다.)『생명이란무엇인가』를비롯해활자화되어호평을얻고여러언어로번역된슈뢰딩거책들은강연을기초로한것이었다.

「자연과고대그리스철학자들」과「과학과인문주의」

『강의』에수록된두편의강연중「자연과고대그리스철학자들」(이하「철학자들」)은1948년5월24,26,28,31일런던유니버시티칼리지에서진행된네차례의대중강연이토대가되었으며,책으로출간된해는1954년이다.「과학과인문주의」는1950년2월더블린고등연구원에서4회에걸쳐진행된시리즈강연‘인문주의의구성요소로서의과학’의출판본이다.

슈뢰딩거는「철학자들」에서과학적세계관의근본적인특성을도출하고자고대그리스의자연철학자들과과학이라는사고체계의특수성과연관된몇몇학파의학설을조사한다.과학(물리학)에서그러한역사적연구가필요한이유는기초과학이당면한위기의근원이고대의철학과과학에닿아있다고보기때문이다.슈뢰딩거는당시에유럽학술계에형성된이러한회고적연구의흐름과궤를같이하면서도물리학자의시각에서포착해낸포괄적인설명을제공한다.「과학과인문주의」도「철학자들」의기본문제의식을공유한다.그런바탕에서고대의자연철학이래수천년간물리학이다뤄온‘물질’이란개념의기본특성을내용을설명하고,그개념에내포된과학적이면서도철학적인논제들의난점과모순등을자세히다룬다.2부의한절에서는자신에게노벨상을안겨준파동방정식을‘임시변통’의산물이라고표현한점이인상적이다.

과학은그리스인의발명품이다

슈뢰딩거가여러고전학자의주장과다양한문헌을검토했음을알수있는대목들을가져와보자.

근대과학을주조한사상가들이아무것도없이맨손으로시작한게아니었음을[…]고대과학과철학을진심으로되살리고계승했습니다._37쪽

다음구절은존버넷(JohnBurnet)의『고대그리스철학(EarlyGreekPhilosophy)』의서문에서가져왔습니다.“…과학은‘그리스방식으로세계에대해사고하는것’이라고말한다면이는적절한표현이다.왜냐하면과학은그리스의영향을받은사람들에게만존재했기때문이다.”_40쪽

원자론을근대과학에도입한가상디와데카르트의삶과글을보면,우리는실제역사적사실을알수있습니다.그들은원자론을도입하면서,자신들이열심히공부했던고대철학자들의이론을(스스로)이어받고있다는것을확실히알고있었습니다.더중요한점은,고대이론의모든기본특성들이대단히강화되고폭넓게정교해져서,그러나변하지않은채오늘날에이르기까지현대이론에살아있다는것입니다._118쪽

“과학은그리스인들의발명품이다.”과학은그리스인들의영향을받은사람들을벗어나서존재했던적이없습니다.[…]곰페르츠(나는그를아주많이인용했습니다)는우리의현대적인사고방식전체가그리스인들의사고에기반한다고말합니다.따라서그리스인들의사고는특별하고,수세기에걸쳐역사적으로자라왔으며,보편적인것이아니라오로지자연에대한사고방식으로가능한것입니다.그는우리가이러한사실을알아차리고,거의저항할수없는마법에서우리를자유롭게하는특수성에대해인식하는것을중요하게여깁니다._128쪽

슈뢰딩거는근대과학,특히물리학은고대과학과철학의직계후손이란점을인정한다.하지만그의논점은그리스철학자들의위대한업적을칭송하는데있지않다.그가신중하게선택한고전학자들의견해에드러나있듯“그리스방식으로세계에대해사고하는것”,“보편적인것이아니라오로지자연에대한사고방식으로가능한것”이라는지적에동의하며그리하여그것이물리학이론안에어떤방식으로흔적과영향을남겼는지를밝히는데로향한다.

원자혹은입자그리고연속체라는개념

슈뢰딩거가말하는기초과학의위기는물리학의위기와동의어다.아인슈타인의상대성이론도양자역학도완벽하지않았으며그상황은지금까지도진행형이다.(슈뢰딩거는1961년에타계하여상대성이론과양자역학을통합하려는여러이론적시도를보지못했다.가령로저펜로즈가서문에서언급하는끈이론이1960년대후반에등장했다.통일장,대통일장,만물이론,최종이론등여러제목으로물질의근원을통합적으로설명하는이론후보가나왔지만실험적으로입증되지않고있다.)슈뢰딩거는파동방정식을고안하여양자역학의이론적기틀을놓는데혁혁한기여를했다.바로그1920년대는1900년막스플랑크가흑체복사로방출된에너지가양자화되어나타난다는광양자가설을주창하며시작된양자역학의중심이론이결정되려던시기였다.경합을벌이던양진영의한편에는아인슈타인과슈뢰딩거가있었고,다른한편에는보어와하이젠베르크가있었다.역사의한페이지로남은1927년코펜하겐에서열린제5차솔베이회의의승자는닐스보어였다.보어와많은대화를나누며아이디어를발전시킨하이젠베르크의불확정성원리는양자역학을상징하는용어가되었다.슈뢰딩거와아인슈타인이코펜하겐해석에끝까지반대한일화는잘알려져있다.불확정성원리의확률론적해석을받아들일수없었던아인슈타인은연속체와결정론을고수하는통일장이론을만들려고오랜기간시도했으나끝내실패했다.

이책에서이야기되지않는사건을상술한이유는슈뢰딩거가논하는‘위기’를이해하는데필요하기때문이다.슈뢰딩거는1부1장에서(34쪽부터)상대성이론과양자이론이일으킨사유의혁명보다자신이더주목하는것을밝힌다.물질의근원을밝히고자하는양자물리학도실은근대과학이계승한고대과학과철학의기본개념을고스란히물려받았다.그런데그바탕에는미처발견되지못한“선입견이포함된관념들과부적절한가정들”이포함되어있다.그요소들을분명히인식한슈뢰딩거는이론학자로서어떤한계에봉착했음을자각했으며물리학의위기는정교한이론속에고착되어버린고대의유산을파악하고고치는작업을통해출구를마련할수있다고생각한다.

양자라는개념을비롯해양자론의대두이후발견된‘기본입자’는하나가아니라여럿이긴해도고대원자론이상정한‘원자’의개념이수정을거치며확장된것이다.고대원자론을완성한데모크리토스가설명하는원자의주요특징은109~112쪽에걸쳐비교적상세히나와있으며,여기서는몇가지만간추려보겠다.세계는빈공간(허공)과원자로구성되어있다.원자는모두동일한물질이거나동일한성질을띠며,엄청나게많고모양과크기가다양하다.원자는너무작아서보이지않지만끊임없이운동하면서서로뭉치고밀어내며우리눈에보이는다양한물체와현상을만든다.실재와맞지않는내용도포함되어있지만대체로보아고대원자론은굉장히평범해서직관적으로받아들이는데무리가없고당연하게들리기까지한다.하지만슈뢰딩거의설명을들어보면고대그리스인에게‘빈공간’이라는것은매우이해하기힘든관념이었다고한다.당시에는‘있지않는것’은존재할수없기에비어있는공간은존재할수없다고여겼기때문이다.그렇다면레우키포스-데모크리토스-에피쿠로스로이어지는고대원자론의계보에서공통적으로전제하는‘원자’와‘빈공간’이란개념은어떻게해서도입되었을까?

‘연속체’(continuum)라는수학개념이있다.수학이아니어도일상적차원에서이해할수있는개념이다.예컨대오늘의나는내일의나와연속성을갖는다.간단한예시로자연수0과1사이에는무한히많은소수가존재한다는것을우리는안다.우리는연속체라는개념을몰라도이런문제를다루는방법을배운적이있고무엇이문제인지모를정도로당연하게생각한다.이처럼너무도자명한연속체개념이그리스인들에게는심각한난제였다.

한변의길이가1인정사각형의대각선에대응하는‘수가없다’는사실때문에(우리는이것을√2라고부릅니다)이들이난처한상황에처한것을보면알수있습니다.이문제는아킬레스와거북의달리기,날아가는화살에대한제논(엘레아학파)의잘알려진역설에서확인할수있습니다.모래에대한다른역설도있고,점들로이루어진선에대해계속제기되는문제도있습니다._91~92쪽

같은맥락에서그리스인들은부피가고무풍선처럼늘어나고줄어드는것과같은연속체의상도갖지못했기때문에“물체들이따로떨어진개별입자들로구성되어있다는방식”으로부피를이해해야했다.데모크리토스는매우뛰어난기하학자이기도했다.그는밑면에평행하게원뿔을두개로잘랐을때위아래단면에생기는두원이크기가다르다고생각했다.사선으로연결된원뿔의표면도엄밀하게는매끄럽지않다.데모크리토스는극소량의개념,수학의미적분개념을이해하고있었던것이다.그는원뿔의부피를구하는방법을기하학적으로증명한장본인으로수학적인연속성과순수한기하학의엄밀성이일치하지않는해법으로서원자와빈공간이라는원리를재발견했다.

원래원자와빈공간은그의스승레우키포스의아이디어이며,희박화와조밀화원리는밀레토스학파의아낙시메네스의것이다.데모크리토스는아낙시메네스의견해도알고있었지만그논리중맞지않다고여긴것을수정했다.아낙시메네스는기본물질을‘공기’로보았고,모든물질은적절한환경에서조밀해지거나희박해지면서고체,액체,기체로변화한다고보았다.데모크리토스는물질이아무리작더라도그하나하나가희박해지거나조밀해졌는데도물질자체가변하지않은채로남을수는없다고생각했다.그래서항상변하지않는작은물체(즉원자)가그성질은유지하면서희박해지거나조밀해지려면작은물체들사이의공간이비어야한다는조건이필요했던것이다.

실재와이론사이의간극이라는문제

이제남는문제는수학적사고의구성물인연속체(결정론과짝을이룬다)를계속껴안고있는이론의실재와의정합성이다.이것이진정근원적인모순이라서이론의불완전함을지속으로야기하는데도우리의뿌리깊은사고습관탓에이를발견하지못하고있다면어떻게해야하나?잘알려져있듯슈뢰딩거는파동방정식을만들고양자얽힘현상을예측한후로자신의이론에서뚜렷한진전을보여주지못했다.이론물리학보다는형이상학연구,더나중에는베단타철학으로기울어졌다.아마도그는이책의곳곳에서피력하듯어떤통합적인길을모색했던듯하다.그의생각을더알지못하지만,그리고그도정답을말하지못하지만,이책에자신의‘파동역학’에관해의미심장한논평을남겨놓았다.

관찰사실들은공간과시간에대한연속적인서술과양립할수없습니다.이것은최소한여러사례에서정말로불가능해보입니다.다른한편으로는,불완전한서술즉공간과시간에틈이있는그림으로부터는명확하고모호하지않은결론들을끌어낼수없습니다.이렇게불완전한서술은흐릿하고임의적이고불명확한생각으로이어지게됩니다._190쪽

파동역학의이런그림에는틈이전혀없습니다.인과관계에도틈이전혀없습니다.파동의상은완전한결정론에대한고전적인요구에부합합니다.[…]하지만앞에서말했듯이관측가능한사실들이나자연이정말어떤모습인지알려준다고믿을수없는그런서술이무슨쓸모가있을까요?_191쪽

파동의상에서제거된틈은파동그림과관측가능한사실들을연결하는지점으로물러나버렸습니다.관측가능한사실들은파동그림과일대일로대응하지않습니다.모호한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