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의 생성 : 중동태와 당사자연구, 심문과 자책의 언어에서 인책과 책임의 언어로

책임의 생성 : 중동태와 당사자연구, 심문과 자책의 언어에서 인책과 책임의 언어로

$23.00
Description
비장애인 다수자에 맞춰 디자인된 사회처럼 일상의 언어에도 그런 면이 있지 않을까
사고의 가능성을 규정하는 언어 속 불문율을 겨냥한 두 연구자의 대화
우리는 의지-선택-책임의 선형적 인과에 기인하는 능동/수동의 구도를 깨고
‘책임’에 기꺼이 ‘응답’하는 인간조건에 참여할 수 있는가
『책임의 생성: 중동태와 당사자연구─심문과 자책의 언어에서 인책과 책임의 언어로』는 간과하기 쉬운 일상의 질문에 철학적 도전을 부단히 이어온 고쿠분 고이치로와, 뇌성마비 장애인이자 전직 소아과 의사, 현재는 장애 당사자연구 분야에서 주목받는 연구자인 구마가야 신이치로의 공동연구를 대중 강연 통해 풀어내고 책으로 엮은 첫 작업물이다. 각자 자기 분야의 전문가로 한국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두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독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이 책을 읽으면, ‘(자신을) 연구한다는 것’ ‘다양한 곤란함과 함께 살아나간다는 것’ 그리고 ‘사회를 변혁하기 위해 행동한다는 것’이 서로 다르지 않음을 느낄 것입니다.” “한국 사회의 다양한 현장에서 출발해 중동태의 개념, 당사자 연구의 지식으로 가고, 또 거기서부터 각자의 현장으로 돌아와서 이해하고 생각하는 ‘왔다 갔다’가 독자 여러분들 안에서 일어난다면, 이보다 더 기쁜 일은 없을 것입니다.” 신체장애인들의 피나는 노력 덕분에 지하철에 승강기가 설치되고 공공시설 곳곳에 경사로가 생겨 비장애인도 혜택을 누리게 되었다. 한데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신체적 장애에 비해 비가시적인 장애는 여전히 은폐되기 일쑤이고 이제 걸음마 단계인 시도도 있으며 철저히 개인의 노력에 맡겨진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가 일상에서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말’의 영역일 것이다. 이 책은 과거의 건축물처럼 다수자의 경험과 합의로 축적된 구성물인 언어의 한 정경을 가시화한다. 언어가 나를 적절히 표현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경험이 소수자에만 국한되지 않는 요즘이다. 애써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포착하기 어려운 언어와 책임의 상관관계에 관해 철학과 당사자 연구의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흥미로운 장면들 속에서 우리는 누구나 한 번 이상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저자

고쿠분고이치로,구마가야신이치로

저자:고쿠분고이치로
1974년일본지바현에서태어났다.와세다대학교정치경제학부를졸업하고,파리제10대학과파리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DEA를,도쿄대학교종합문화연구과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같은대학원종합문화연구과교수로재직하며철학과현대사상을가르치고있다.한국에서출간된주요저서로는『중동태의세계―의지와책임의고고학』(동아시아,2019)『다가올민주주의』(오래된생각,2016)『고쿠분고이치로의뢰즈제대로읽기』(동아시아,2015)『인간은언제부터지루해했을까?』(한권의책,2014)가있다.

저자:구마가야신이치로
1977년야마구치현에서태어났다.신생아가사후유증으로뇌성마비를앓았다.도쿄대학교의학부의학과를졸업한후소아과의사로일하다가같은대학원의학연구과박사과정을거쳐현재는도쿄대학교첨단과학기술연구센터부교수로재직하며당사자연구를수행하고있다.주요저서로는『재활의밤』『당사자연구ㅡ등신대‘나’의발견과회복』등이있으며,공저로『발달장애당사자연구ㅡ천천히신중하게이어지고싶다』『연결의매너ㅡ같지도않고다르지도않게』『혼자괴로워하지않기위한‘고통의철학’』등이있다.2018년장애인당사자연구자로경향신문과도쿄현지에서가진인터뷰를통해한국에소개되었으며,2023년에는충청북도장애인종합복지관주관으로열린‘한일교류장애인자립지원전문가특강’에초청되어특강을진행했다.

역자:박영대
대구에서태어났다.대학에서사회학을전공했고대학원전공을철학으로바꾼후과학,인류학등을함께배우고익히며연구하고있다.스피노자철학을좋아하여슬픔보다기쁨이많아지는배움의삶을추구한다.옮긴책으로『계산하는기계는생각하는기계가될수있을까?:인공지능을만든생각들의역사와철학』이있으며,『쿤의과학혁명의구조,과학과그너머를질문하다』를함께썼다.

목차

추천사
한국어판서문
들어가는글―살아나간끝에있는일상

서장동태와당사자연구
시작하며
당사자연구의이전상황
‘의료적모델’에서‘사회적모델’로패러다임변화의배경
비가시적,이해하기힘든장애나는도대체누구인가?
당사자연구와당사자주권
증상과함께지역으로나가다
외재화와동료의힘
‘면책’에서‘인책’으로
『발달장애당사자연구』의전제디스어빌리티의임페어먼트화
‘묶어내기’와‘간추리기’의곤란함
‘바로이것임’과상상력
질의응답
①정상인과ASD환자의거주분리에관해
②정신분석으로ASD증상이개선될수있는가
③아야야사츠키씨는우울증에걸리지않았나
④ASD고용에관해
⑤ASD의핵심에있는장애에관해
⑥예측오차가커지는경우에관해

1장의지와책임의발생

사용하기불편한일상언어
『중동태의세계』와당사자연구
‘능동’과‘수동’은새로운문법법칙이다
중동태의정의
중동태의세가지의미
능동태/중동태에서능동태/수동태로
‘의지’의탄생
의지와무로부터의창조
의지,선택,책임
행위의코뮤니즘,들뢰즈와‘의로운마음’
「상처와운명」
‘예측오차’와트라우마
기억의덮개가열릴때
휴먼네이처/휴먼페이트
‘12단계’라는프로그램
권력과비자발적동의
내장의어포던스,중동태를살아가는신체
중동태는구원이아니다
필연적법칙과‘자유’
코나투스와당사자연구
의지한다는건미워한다는것이다
‘나’와‘상처’
‘살리엔시’와익숙함
조현병패러다임의상실
질의응답
①당사자연구가힘듭니다
②중동태의소멸과석가의탄생은관계가있지않을까요?
③능동·수동·중동과의학의역사에관해

2장중동태와주체의생성

의지란‘끊어내는일’,절단이다
의사결정지원과욕망형성지원
‘몰(mole)적’상태와‘분자적’상태
‘하고싶음’과‘일단하기’,‘무심코’의효용
현상학과발달장애
타자의현상학과당사자연구
주체의생성과도식화
예측오차와‘바로이것임’
예측,도식,상상력
‘타자’가그렇게대단한가?
태아의신체도식
코나투스와상상력
내장에의주목
질의응답
①‘나’는어디서나오는건가요?
②코나투스는해체되어야하지않을까?

3장자기감·타자·사회

자기를유지하려면코나투스를거스르지않으면안된다
코나투스와‘지루함을달래기’
소비와낭비혹은인풋과아웃풋
의식과자기감
원-자기,핵심자기,트라우마
‘자서전적자기’에는타자가필요하다
무인도에서는자기가존재할수없다
타자와잘맞는조건
다수자가다수자인이유
‘핵심역량’의네거티브로서의자폐증
강요받는반(反)중동태적인생활방식
당사자연구와당사자운동
인지행동치료와당사자연구
신자유주의적신중주의
상처에대한부인과소비행동
질의응답
①인지행동치료의프로세스는중동태적이지않습니까?
②성,상처,중동태는어떻게관련됩니까?
③‘상처’와‘타자’에관하여

4장중동태와책임

‘의지’와당사자연구
‘사용한다’라는철학
플라톤의『알키비아데스』를읽다
플라톤주의의탄생
abuse와use
물을맛보다,몸을맛보다
지배와자유
활동지원사운동과당사자주권
책임과응답
근거없는‘믿음’
‘12단계’에서의변화프로그램
‘책임’은오직중동태의끝자락에있다
질의응답
①활동지원사와어떻게친해질수있나요?
②비즈니스세계의대화는능동태뿐이지않나요?
③인지행동치료적연애서적은위험하지않나요?

고독,사고,말

나오는글
옮긴이후기―나의‘이삶’을새롭게이해하고끌어안는다는것

출판사 서평

추천사

이책은‘중동태’연구와‘당사자연구’를수행해온두책임감있는연구자의상호응답이자,관개체성(transindividuality)에바탕한응답으로서의책임을사유할수있게해주는혁신적성찰의텍스트다.
김도현(『장애학의도전』저자)

책속에서

도대체나는누구인가,어디까지가내노력으로바꿀수있는범위이고어디서부터가바꿀수없는범위인가,하는그와같은물음에대한대답이자명하지않은당사자들에게있어서동료와함께(동료라는건,‘자신과유사한경험을지닌타자’라는의미로사용하고있습니다.물론완전히똑같은경험을한타자는존재하지않으므로어떤의미에서유사한경험이라는뜻입니다)그것을연구해나간다는것은혼자서는꽤어려운일입니다.사회를‘바꾼다’에앞서서,유사한경험을지닌동료와함께우리는어떤사람인가에관해서우선그것을‘아는’일을목표로합니다.‘바꾸다’에앞서있는‘안다’를지향한활동이당사자연구입니다._32쪽

‘행위의원천으로서의의지’라는생각은한층더한문제를일으킵니다.자신의의지로행위한다는것은어떤것일까요?내가다른사람에의해꼬드겨지거나누군가에의해강제되는게아니라자신의의지로행위한다는것은,그행위의출발점이자신에게있음을의미합니다.그리고의지를행위의출발점으로간주한다는건,그의지가순수한원천으로여겨진다는걸의미합니다._90쪽

조금전고쿠분선생님의말씀에겹쳐보자면자폐성장애를가진이들중에는신체안팎에서들어오는대량의분자적인어포던스가의식으로올라와버리는경우가있습니다.이것은어떤의미에서는단절이일어나지않고,의지가일어나지않는,‘중동태’스러운상태입니다.그러나이미소개한대로이러한어포던스의조정과정이모두의식에떠오르는일은매우성가시며방대한정보의조율과‘묶어내기’작업에시간이걸릴수밖에없어서요지부동의일상을보내는것이라고아야야씨는말하고있습니다._165쪽

저는내과의사로주로생활습관병과당뇨병을진찰하고있습니다.[…]우리대부분이치료로서행하는것은‘일단하기’로이행하는일이라고생각합니다.즉심야에라면을먹으면안된다는규칙을의료진이부여하거나또는환자스스로규칙을만들도록하는게치료의핵심입니다.그러나그것은좀처럼잘되지않습니다.그렇다면우리가‘하고싶음’으로이행한다는것,즉무심코중동태의세계로발을들여놓는다는것이실제로치료의관건이되지않을까싶습니다._199쪽

사회의변화라는건비용이들기때문에자기조절로어떻게든하려고한다는겁니다.이것은이른바‘신자유주의’적인사고방식이지요.히라이씨는‘향상된자유주의(advancedliberalism)’라고표현합니다만,국가의지출을가능한한억제해‘역시자기결정이중요하지’라고개인의주체성을칭송하면서도‘하지만자기책임이야’라며사회의모순을개인에게전가하고있습니다.아주간단히말하면그런문제점에관한지적입니다._247쪽

제가뇌성마비인신체를사용하는일은저자신의신체를‘맛보지않으’면어렵습니다.“움직여,이놈아”하고주인공쇼타로군이리모컨으로‘철인28호’를조종하듯몸을움직이려해도움직이지않습니다.지배하려고하거나컨트롤하려고하면잘안되는거죠.오히려몸이지금어떠한상태인가에귀를기울일수있는,말하자면솟아오르는움직임을건져올리는감각이있어야합니다._28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