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붕어 (강도하 만화)

금붕어 (강도하 만화)

$15.00
Description
만화에 건네는 도발적 질문

우리가 아는 만화의 익숙한 형태는 글과 그림 그리고 칸으로 구성되어 있다. 미술, 문학, 영화의 요소들이 결합한 장르가 만화라는 것. 여기까지가 만화에 대한 일반 규정이면서 우리가 지닌 고정관념이다.
강도하 작가의 신작 〈금붕어〉는 만화에게 건네는 도발적 질문이다. ‘글 없는 만화가 가능할까?’ 이 낯선 만화에 일말의 의문을 떨치지 못한 채 일단 책장을 넘겨본다. 처음 몇 페이지, 뭔가 불편함이 스멀거림과 동시에 어렴풋이 이야기의 실마리가 드러나면서 한 발 한 발 작품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단 한 칸도 허투루 채우지 않은, 단 한 줄 선에도 에너지가 충만한 흑백 그림의 숲에서 가끔 길을 놓쳐 지나온 페이지를 다시 들추게 된다.

그림만으로 지면을 채운 만화.
왜 폐허의 풍경인지, 불현듯 등장하는 생명들은 무엇의 은유인지 작가는 한마디도 보태지 않았다.
만화의 특징 중 하나는 속도이다. 말풍선에 들어간 짧은 문장으로 줄거리가 빠르게 이어지는 데서 독자들은 쾌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작가는 만화의 속도를 배반했다. 말 없음을 통해 독자들은 오히려 그림에 집중하고 빠져들어 스스로 줄거리를 만들어내는 체험을 맛볼 수 있다. 오로지 그림만으로 작가의 의도와 독자의 상상이 다양한 이야기로 결합될 수 있는 파격적 시도이다. 그러니까 고민 끝에 선택한 말 없는 만화는 작가의 만화 철학이 집약된 역설적 의미의 ‘문학적’ 결단이다.
그림이 침묵하면 독자의 말문이 트인다. 이것만으로도 작가의 과감한 모험은 성공했다.
창작의 주체는 작가이지만 해석은 독자의 몫, 오독의 자유는 독자 모두에게 열려 있다.
작가의 만화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담긴 3년 만의 신작, 아버지가 딸과 아들에게 선물하는 생명의 판타지아 〈금붕어〉는 독창성과 파격적인 형식으로 한국 만화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하는 작품이다. 독자의 상상력으로 재구성하는 이야기의 묘미와 그림 속 말 없는 말의 의미를 찾아가는 즐거움의 선사가 이 작품의 미덕이라면, 작가의 의뭉스런 농담은 별미다.

“내공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작가가 내놓을 수 있는 답은 오로지 작품이다.
작가 강도하는 〈금붕어〉로 답했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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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강도하

1987〈뛰어라빠가사리〉
1990〈아버지와아들〉
2001〈슬픈나라비통도시〉
2006《위대한캣츠비_전6권》
2007《3m_전2권》,《로맨스킬러_전2권》
2009《큐브릭_전3권》
2010《세브리깡_전3권》
2012《연애괴물대백과》,《아름다운선_전3권》
2013《발광하는현대사_전3권》
2014〈레테〉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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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만화의모험,만화의파격:농담의폐허에서농담을소생시키는만화적실험

신작〈금붕어〉의모티브는꽤먼시간을거슬러가야한다.작가가1987년발표한8쪽단편만화〈아버지와아들〉을장편으로완결하리라는구상이33년만에맺은결실이다.작가가아직아들이기만했을때꿈틀거린상상이중년에접어든아버지가되어비로소지면에펼쳐진것이다.오랜시간그상상의불씨를보듬어끝내모닥불로피워낸끈질김과작가의식이대담한실험정신이깃든작품으로탄생했다.

모든소생은폐허에서비롯된다.사람도사물도다시태어나기위해서는철저한해체를통한폐허의시간을통과해야한다.때문일까.시종일관코맥매카시의소설〈로드〉를연상시키는음울한폐허의풍경이펼쳐지는그림들속에서희망의기미는언제드러날것인지긴장하며책장을넘기게된다.하지만이작품은그리친절한편이아니다.만화에서흔하디흔한단한글자의의성어와의태어는물론이고대사한줄없다.작품의시작과끝에들어간단몇줄의문장만이어렴풋이이작품의가로등역할을할뿐이다.

그러하다.〈금붕어〉의스토리는오로지그림으로전개된다.문자사용을인내한만화라니독자들은오로지그림에만집중하게된다.문자가사라진자리는오롯이독자들의상상으로이야기를구성할여지가된다.불친절의미덕이다.그리하여독자들은자신만의상상력으로구성해가는이야기를다듬기위해스쳐넘긴페이지를몇번이고거듭다시넘겨보는새로운만화읽기를경험하게될것이다.독자들이각자의시각과방식으로말풍선을머릿속에그려보게만드는작가의겸손한도전으로책한권은다른색과이야기를담은천개의책으로재탄생할것이다.

궁금하다.작가는왜이런모험을실행한것일까.자칫오해와외면의위험을감수하면서까지.
말풍선을넣었더라면얻을수있었던가독성을포기하고수백수천개의선을더그려넣어야하는수고를선택한것일까.색을뿌렸더라면더밝고화려했을화면을,그리고더손쉬웠을방식을제쳐두고오로지흑색의선에공을쏟아부은것일까.점점화려한비주얼을지향하는장르의유행을따르지않은것일까.작가에게만화는무엇이고창작의의미는또무엇이었기에.

창작의방식에정답은없다.개별작가의선택이곧자신만의정답이될터이다.만화가강도하의의중을굳이짐작해보기로하니떠오르는몇개의낱말들,기본,노동,농담.
기계가제공하는각양각색의툴을사용하기이전에만화는작가만의고유한선이바탕이되어야한다는기본,모든창작은정신적이든육체적이든지난한노동의산물이라는사실,만화는특유의농담으로세상의구원에일조한다는의미.어떤낱말로고통스런창작과정의일부라도해석할수있을까만,수많은날밤을지새우며탄생시킨〈금붕어〉엔이세가지요소를주축으로작가의철학과발칙한실험정신이씨줄과날줄로촘촘히짜여있음은분명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