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삶

타인의 삶

$14.80
Description
◆ 타인의 삶
1979년 10.26 사건을 모티프로 사실, 진실, 신뢰, 의리, 충성이 어떻게 개인의 의식과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한 인물의 삶의 이력을 통해 풀어 낸 작품이다. 일본 제국주의 심장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의 거사일과 ‘야수의 심정으로 유신의 심장을 쏘았다’는 장군의 거사일을 평행이론으로 굳게 믿는 아버지는 거사 이후 핍진한 삶 속에서도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홀로 키우며 버텨왔다.
어린 시절 화가의 꿈을 키워 왔던 아버지는 군 복무 시절 장군의 운전병으로 그림을 매개로 연을 맺었다. 전역 후에도 장군의 집안일을 돌보며 장군의 가장 총애하는 부하라는 믿음으로 충성을 다했다. 그러던 차에 장군이 선물로 받은 당대 유명 화가의 〈미인도〉 속 여인에 마음을 뺏겨 열병을 앓았다. 그림 속 여인에 대한 열병이 어릴 적 꿈에 대한 열정으로 번져 누구도 모르게 그림을 모사하여 거사 당일 바꿔 달고 진품을 몰래 간직했다.
거사는 실행했지만 결국 혁명에는 이르지 못하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장군. 다행히 운전사일 뿐 거사에 역할을 담당하지는 않았다는 이유로 목숨은 부지하여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홀로 양육하며 모창 가수로, 동네 경로당의 초상화 화가로, 그렇게 일생을 살아 온 아버지. 요양병원에서의 오랜 투병 끝에 생의 끝자락에서 소원했던 아들에게 유언장과 유품을 남기는데, 거기에 아들의 출생과 아버지의 삶을 붙들어맸던 비밀이 담겨 있었다.
“진짜가 사라진다면 내가 그린 짝퉁은 과녁 잃은 화살처럼 존재의 의미를 상실하는 거였다.”

◆ 상사화
말년의 삶을 의탁하는 요양 병원 환자들과 요양 병원 경영자, 그리고 그 중간에 선 요양 병원 담당의인 화자의 관계를 통해 해체되어 가는 가족의 의미를 되새긴다. 개업의로 무난한 일상을 살아 가던 화자는 무리한 투자에 이어진 젠틀리피케이션으로 결국 병원을 폐업해야 했다. 설상가상 딸의 유학을 돕기 위해 떠난 아내로부터의 이별 통보로 가족과 재산을 모두 잃는 지경에 이르렀다. 오로지 이윤을 목적으로 돈벌이 수단이 되어 버린 지방 요양 병원의 허울뿐인 원장으로서 생의 끝을 준비하는 말년의 환자들을 돌보던 화자는 추악한 자본의 실상과 가족 해체라는 현대 사회의 병폐와 정면으로 마주한다. 가족과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언젠가 상사화를 바라보며 황 노인이 하던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꿈틀댔다. 혈연의 이파리가 떨어져야 진정한 인연의 꽃이 피어오른다던. 그렇다면 순임은 황 노인이 혈연의 울타리를 넘어 피워 낸 꽃일까. 나는 다시 황 노인의 눈을 떠올렸다. 사라진 딸을 애타게 그리던 임 여사를 가까이서 지켜보던, 우물 속처럼 깊은 눈이었다.”
저자

권행백

한의학박사.내장산기슭에서태어나전주고,경희한의과대학을졸업하였다.해외의료봉사등진료와사회활동에전념하던중일중독에빠져허우적대는자신을발견,모든활동을접고홀연히‘자기다움’을찾아떠났다.몰입과성찰의십여년여정끝에본명을버리고‘행복한백수’를의미하는‘행백(幸白)’이라는이름의이야기꾼으로돌아왔다.이제그의삶을지배하는화두는두가지이다.실존하는인간의행복한삶이란무엇인가?그리고현재의한국사회를규정하는굴곡의현대사는어떻게해석할것인가?첫번째질문을진화생물학에서찾은『이기적유전자,반격의사피엔스』로정리하고,후자에대한답을구하고자얽히고설킨한국현대사를지배와저항,허위와진실의핍진한서사로풀어낸십여편의소설로찾아왔다.

2013년진화생물학에세이『이기적유전자사용매뉴얼』발표
2015년단편<샤이레이디>《한국소설》신인상
2016년<불교신문>,<광남일보>신춘문예당선
2017년단편<오동의꿈>경북일보문학대전금상
2018년장편『한옥마을남쪽사람들』발표
2018년중편<바람이깎은달>서귀포문학공모전대상
2018년중편<악어>제26회전태일문학상
2018년소설집『악어』발표
2019년소설집『아버지의우상』발표
2019년계간《동리목월》신인상
2019년『이기적유전자사용매뉴얼』의수정증보판『이기적유전자,반격의사피엔스』발표
2023년소설집『타인의삶』발표

목차

▷하나.타인의삶
▷둘.전환시대
▷셋.륜향(輪香)
▷넷.미노타우로스사냥꾼
▷다섯.텍사스카우보이
▷여섯.앤드(AND)
▷일곱.상사화

출판사 서평

“제삶은안정적이길바라면서타인의삶은충격적이길원하는사람들을향한죽비소리!”

세속적관점에서보자면누구나부러워할한의사라는직업을작파하고돈안되는소설가의길로들어선권행백은어쩌면이시대의‘돈키호테’라불릴만하다.이념이꺾이고글로벌한신자유주의와실용주의가득세하는시대라더욱그러하다.2015년단편「샤이레이디」로등단한그는비교적짧은시간에,그것도아이러니와알레고리적기법을구사한작품들로자신만의소설세계를확연하게보여주었다.앞서발표된장편『한옥마을남쪽사람들』(2018,온하루출판사)과전태일문학상수상작<악어>를표제작으로세중편을묶은소설집『악어』(2018,아마존의나비)와여섯단편과한중편을묶어펴낸『아버지의우상』(2019,아마존의나비)은하나의색깔로규정짓기어려울만큼스펙트럼이넓고,굵직하고의미있는서사를다채롭게펼쳐놓았다.시대를향한강렬한응시,총체성에바탕을둔서사,그것을드러내는활달한문체등세가닥을축으로형상화한서사는‘문학이죽었다’는요즈음보기드문텍스트이기도하거니와문학을대하는작가의우직함과끈기를보여준다.

정신적기점을상실한분노의시대,비전을잃은방황의시대,힐링,먹방,게임,몰카등환락성행위들에대한심리적치유의담론들이넘쳐나는시기,시대정신을담아낸서사담론이절실한요즘권행백의작품은그런요구에적절한응답이될듯싶다.

사회에대한성찰을외면하는세상에정작필요한것은‘시대와불화하는서사적응전의담론’일것이다.생의한면에촉수를들이대는이야기들이개인의실존을넘어역사와집단의테제로확장되어야함은물론이다.그의소설은역사적비극과부딪쳐깨어져나가는인물들을그려내고있으므로미적이면서안정감있는담론과는거리가멀다.그런면에서그의소설은삶의무게를벗어던지고가볍게비상하는요즈음언어들과는달리세상의무게가실려있다고해도좋을듯하다.그는미적전위나현실적완결의성취를이루기보다날것그대로의삶을파고드는데힘을기울인다.주제,소재,상황설정이우리사회의예각적모순과맞닿아있는데다당대의사회현상에확고하게자리잡고있다.

소설은궁극적으로인물에대한탐색이다.그의소설들에등장하는인물들은선험적지식에의존하기보다구체적삶의현장에서체득한신념에따라행동하는개별화된사람들이다.그렇다면그러한인물들에대한탐색이지금이시점에서어떤의미를지니는지살펴보는것은독자의몫이될것이다.권행백의소설들은유동하는삶의순간들을두려움없이날것으로붙잡기도하고때론창조적상상의변용을시도하기도한다.하여좌절하고상처입은인물들이그것의치유를위해얼마나처절하게몸부림치는지실감나게보여준다.인간은누구나제삶은안정적이길바라면서타인의삶은충격적이길원하는속물임에틀림없다.그의소설은그런독자들을향한죽비소리가될법도하다.
-조동선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