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면 못 놀아 : 요양원으로부터의 사색

죽으면 못 놀아 : 요양원으로부터의 사색

$19.80
Description
“미래의 우리들 이야기이자, 우리 모두의 희망을 바라는 메시지”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늙어지면 못 노나니’는 1960년대에 발표된 노랫말이다. 요즘에야 ‘호모 루덴스(Homo Ludens)’가 의미하듯 놀이와 즐김에 긍정적이고 적극적이지만, 이 노랫말이 나온 시점 전후의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노래로나마 위로 삼아야 할 만큼 살아남기 위해, 가족들을 위해 손마디고 휘고 뼈가 빠지는 노동으로 정작 제대로 놀지도 못했던 시절이었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바로 그 험한 세월을 타고 넘어 이제 요양원에서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어르신들이다. 저자는 자칫 우울하거나 지루할 만한 요양원 일상을 특유의 유머와 관조, 그리고 열정으로 어르신들과 함께하며 “죽으면 못 놀아” 말씀하신 시크한 어르신(59쪽)의 지당한 진리를 체득해 제목을 삼았다.

페르도나는 전직 성공회 여성 사제이자 소도시에서 혼자된 아이들을 위한 ‘어린이 치유 센터’를 운영했던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로 느지막이 사회복지사 자격을 얻어 요양원에서 어르신들과 매일 아침마다 어르신들과 더불어 국민 체조를 하고 치매 어르신들을 위한 각종 인지 및 신체 활동 프로그램을 함께했다. 자칫 지루하게 반복될 수 있는 일상과 때론 좌충우돌하는 나날들을 그녀는 유쾌 발랄한 문장과 때론 잔잔한 감동의 언어로 담담하게 펼쳐 냈다.

치매 탓에 맥락 없이 이어지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그녀는 마치 엄마 아빠, 삼촌, 때론 친구와 주고 받는 일상의 대화로 받아들인다. 이런 지은이의 태도는 결코 그녀의 본성에서 기인한 것만은 아니다. 스스로 고백했듯 “그냥 듣는다는 것,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이야기든 듣자마자 머리가 먼저 분석해 판단하고 재판하려 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신도 모르게 어떻게든 상대의 생각과 행동을 내 생각대로 바꾸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 때문”이었다면서 요양원 어르신들과 동행하면서 바뀐 자신의 모습을 ‘하늘이 준 참으로 고마운 기회’라며 오히려 고마워한다.

책은 COVID-19가 전 세계를 휩쓸던 팬데믹 2년 간 어르신들과 함께한 일상의 기록이자 사색의 일기이다. 팬데믹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르신들은 “아이들이 왜 안 오지, 왜 안 오지?” 하며 원망한다. 면회가 시작되었어도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손 한 번 잡아 보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시시때때로 진행되는 코로나 검사는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등 요양원 모든 식구들에게 공포심을 자아낸다. 기저 질환을 가진 어르신들이 코로나 양성 판정이라도 받는다면 언제 어찌될지 장담할 수 없는 나날이었기 때문이다.

그 힘들었던 기간을 그녀와 요양원 어르신들은 자신들의 공간에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이겨 냈고 또 그렇게 이별했거나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그럼에도 책 속 주인공들의 나날이 무겁거나 슬프게만 다가오지 않는건, 요양원 또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삶을 이어가는 또 하나의 온전한 사회이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어르신들의 말과 행동을 그냥 그대로 들어 주고 받아 주는 그녀의 사색의 힘이리라.

생의 마지막을 요양원에서 맞이하는 풍습이 보편화된 오늘날, 이 책의 주인공 어르신들은 곧 미래의 우리일 수도 있다. 그러니 “어르신들 마음에 따뜻한 봄날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지은이의 희망은 곧 우리 모두의 희망이기도 하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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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페리도나

삶에서진짜중요한것들은어쩌면‘어슬렁대다가번뜩’만나는것일지도모른다고믿는사람,앞만보고빠르게달릴때는알지못했던사랑의깊이를요양원복도에서어슬렁대다마주한사람,앞으로의삶도요양원복도에서처럼기웃기웃어슬렁댈그런사람입니다.

목차

추천사4
프롤로그5
1_인간이알수없는비밀들11
2_죽으면못놀아59
3_우리갈길다가도록95
4_그래도봄은온다135
5_하늘이좋아서195
6_참좋게되었다253
7_마침내축복311

출판사 서평

“인생살이의반딧불같은책”

누구의어떤시선으로바라보느냐에따라달라지는게삶의풍경이다.그곳이감옥이건요양원이건아우슈비츠수용소건.부제가‘요양원으로부터의사색’이다.어르신이‘두당얼마’로인식되기도하는곳,생의마지막존엄함에대한논의가끊이지않는곳,인간의무기력과초라함을날것그대로드러내는곳.그곳에선어떤시선,어떤사색이가능할까?치매요양원에서어르신들과동고동락한저자의시선은맑고융숭하다.통계적으로어르신들에게제일애틋한보호자는할머니가키운손녀라며‘할머니가내세에손녀의딸로다시태어나면좋겠다’고기원하는대목에서목울대가후끈해졌다.명절에어르신면회할때사가면안되는품목중뻥튀기가있는데싸구려사왔다고어르신들이실망하셔서그렇다는구체적설명에빵터졌다.어떤순간,어떤상황에서도사람은누구나속이있다.그걸믿는저자의명랑하고꾸준한태도는사람을안심시킨다.요양원에서일하는동안자신이이생에온목적에대해조금씩깨닫는과정이될것이라는예감은믿음직스럽다.깨달은척하지않으면서도화선지에먹물처럼스미는상투적이지않은‘잠언록’이다.살이(生)의반딧불같은책이다.반딧불처럼존재하지만,제대로보기힘든생의존엄함을삶의속살을낱낱이짚어주는복된책이다.
-부축응원자이명수님의서평

책속에서

오늘은어르신들과가제수건염색을해보았다.“그런그지발싸개같은걸무엇하러하냐!”
면서집어치우라투덜거리다가도염색도제일먼저하고,당신의수건도제일먼저챙기고돌아서서자랑하는모습이역시어르신들의반전매력이다.
게다가수업이끝나고숙진어르신은“이렇게바보같은나에게이런시간이있어감사하다.”
몇번이나말씀하셨다.
_‘인간이알수없는비밀들’중<츤데레>,20쪽

오늘도영감님이오셔서멀리목소리면회만하고돌아가셨는데,양순어르신은생활실에올라가자마자영감님께전화를하신다.
“여보.내가깜박하고못한말이있어요.사랑해요.”
어르신침대위에영감님자랑과함께늘어놓은반찬통에는영감님이손수볶아오셨다는미역줄기볶음이얌전히들어있었다.
_‘인간이알수없는비밀들’중<깜박하고못한말>,31쪽

우리는늘기적을바라면서도기적이란것이매순간일어나고있음을깨닫지못한다.
일어나는사건은순간순간이씨줄날줄직물같이엮여만들어지는것이라순간의기적이없다면결코일어날수없는일아닌가.
_‘마침내축복’중<기적>363쪽

추천사

산문인데문장뒤의압축과상징이명백하게시(詩)다.이해를돕기위해들어간사진조차시의행간같다.내식대로비유하자.법정스님의《무소유》글에해학이양껏얹힌다면이책이다.《무소유》처럼군더더기일개도없이깊고성성한데자주웃게된다.놀라운일이다.우리삶의마지막정류장이라생각되는요양원,그것도치매노인들이기거하는곳의풍경을전하는글이이럴수있다니.삶과죽음이동전의앞뒷면으로공존하는곳에서매일어르신들과지지고볶는사회복지사가전하는일상풍경인데위축도없고암울하지만도않다.우리가살아가야하는이유,살아지는이유를키득거리며체득할수있다.언제읽든,누가읽든‘올해의책’이될만하다.나는그랬다.우리모두에게강추다.
-부축응원자이명수


‘죽으면못놀아.’세상에이렇게즉흥적유희로느껴지는당돌한제목이또있겠는가?그렇지,죽으면못노는거맞잖아!!비극적요소를농담처럼환기시킨제목에서호감을느낀나는피식웃으며첫장을넘겼다.이내첫장은마지막장으로빠르게달려갔다.
흔히생각하던요양원풍경은책을펼치는순간어르신한분한분의캐릭터가생생히살아숨쉬는공간으로변하기시작했다.그리고친근감이가슴으로내려와출렁인다.사회복지사업무와요양원일상을천연덕스럽고유쾌하게버무린지은이의매력은삶과죽음의철학적관점조차독자의몫으로담담하게내버려둔다.
지은이가전하는요양원어르신들삶의기록은우리에게삶은목표가아닌,종착역을향해하루하루치열하게살아내고있는‘역전없는인생백서’임을깨닫게해준다.
-만화가원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