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 절을 걷다 : 누구나 찾지만 잘 알지 못하는 사찰을 구석구석 즐기는 방법

아름다운 우리 절을 걷다 : 누구나 찾지만 잘 알지 못하는 사찰을 구석구석 즐기는 방법

$18.00
Description
전 간송미술관 학예사와 떠나는 지식 여행

일주문부터 산신각까지
절 곳곳의 궁금증을 풀어 주다
절에서 옛것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한 최소한의 지식
여행자가 꼭 방문해야 할 곳으로 유럽에 성당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절이 있다. 이렇게 절은 누구나 찾는 친근한 장소이지만,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없는 여러 채의 집들, 석조물, 조각상, 그림 등으로 채워진 미지의 공간이기도 하다. 절에 대한 책들은 많지만 그곳에서 여행자들이 갖는 궁금증을 제대로 풀어 주지는 못한다.
우리 옛 미술을 쉽고 재미있게 알려 스타 강사가 된 이 책 저자는 일주문부터 산신각까지 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곁에 있는 여행 가이드처럼 친절한 설명을 해 준다. 이 책은 절에서 옛것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 알아야 할 최소한의 지식을 담고 있다. 각기 다른 절들에서 공통점을 뽑아내 이야기해 주기 때문에 어느 절에 가도 책 내용을 적용시킬 수 있다. 불교 신자이거나 그저 단순한 절 여행자이거나 상관없이 모두에게 이 책은 좋은 안내자가 되어 줄 것이다.
선정 및 수상내역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21년 출판콘텐츠 창작지원사업 선정작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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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탁현규

기획하는전시마다대박을터트리고매강연청중의감탄을자아내는고미술계최고의해설가.사진기의역할을대신했던옛그림속에서과거의특별한순간들을발견해내기를즐긴다.박물관한구석잊힌유물이었던옛그림도탁현규의예리한해석,그리고재치있는입담과만나면한편의역사드라마가된다.

서강대학교사학과를다니던시절간송미술관을찾았다가한국미술에흠뻑빠졌다.한국학중앙연구원한국학대학원에서미술사전공으로박사학위를받았고간송미술관연구원으로일했다.지금은동덕여대,경인교대,한성대등에서한국미술사를가르치고있다.저서로『삶의쉼표가되는옛그림한수저』,『아름다운우리절을걷다』,『그림소담』,『고화정담』,『사임당의뜰』등이있으며KBS에서펴낸『천상의컬렉션』을감수했다.

목차

부록1:책에소개된절과유물지도
부록2:절배치도
들어가는글

제1장절로들어가며
무지개다리,이언덕에서저언덕으로건너가는다리

제2장깨달음의세계로들어가는3개의문
일주문,부처의세계로들어가는문
금강문,2명의금강역사가지키는문
천왕문,4명의천왕이지키는문

제3장절마당
루(다락집),전망좋은2층집
석등,부처님의법을밝히는돌등
석탑,부처님의사리를모신돌무덤

제4장부처가사는집
대웅전,큰영웅석가모니불이사는집
-석굴암:경주토함산에재현한인도영취산
-영산탱:영취산에서석가모니불이설법하는그림
-감로탱:배고픈귀신에게단이슬을베푸는그림
-삼장탱:하늘·땅·지옥의무리들이함께자리한그림
-신중탱:하늘신과땅신들이함께자리한그림
-괘불탱:절마당에높게거는큰그림
-관세음보살벽화:대웅전후불벽뒤쪽에그린그림
팔상전,부처님일생을8폭그림으로건집
대광명전,부처님법이몸을갖춘비로자나불이사는집
극락전,극락의주인아미타불이사는집
약사전,병을고쳐주는약사불이사는집

제5장보살이사는집
명부전,지옥왕들에게죄를심판받는집
관음전,현실고통을없애주는관세음보살이사는집

제6장옛스님들이사는집
나한전,번뇌를떨친아라한이사는집
조사전,스승의진영을모신집

제7장토속신앙과만난집
산신각,산신이사는집
독성각,홀로수행하는성인이사는집
칠성각,북극성과북두칠성이부처로사는집

제8장절에서나오며
부도,스님의돌무덤

도움받은책
도판목록과출처
부록3:불보살의손짓과자세

출판사 서평

왜절에여러집들이있는지궁금한사람들을위한책
우리땅을여행하는사람들이흔히찾는곳이절이다.하지만대부분이절의조용한정취를느끼는데만족하거나너른절마당을한바퀴휙돌고나오는데그친다.절곳곳을차지하고있는여러집들,탑,석등,조각상,그림(탱화)에대한궁금증은풀지못하고돌아간다.여행자뿐아니라불교신자들도매번절하는불보살상에대해서는잘모르는경우가많고매번마주하는불교미술품이어떤아름다움을갖췄는지깨닫지못할때가많다.
전간송미술관연구원으로우리옛미술의아름다움을쉽고재미있게알려온저자는이렇게말한다.“절은전통미술의보물창고다.건축,조각,회화,공예등이모든것이절에있다.더군다나한절안에통일신라물건부터조선시대물건까지천년의시간이같이있다.이는서양성당과교회안에서양미술의핵심이모두있는것과마찬가지다.따라서절을찾아가는것은옛것의아름다움을만나는최고의경험이된다.”고.
이책은절에서옛것의아름다움을제대로느끼기위해알아야할최소한의지식을담고있다.절구성이다다른것같아도큰틀에서는비슷하다.그리고큰틀에서비슷해도똑같은절은있지않다.이책은그차이들에서뽑아낸공통점을이야기하는책이다.절에서처음만나는무지개다리와일주문부터마지막에들르게되는산신각까지절곳곳을자세히설명해준다.부록으로‘책에소개된절과유물지도’도실려있어이책을들고절여행을떠나는사람들이여행루트를짜는데도유용하다.

절에들어갈때무지개다리를건너는이유:순천선암사승선교
절에들어가려면무지개다리를건너야하는경우가많다.우리나라절들은대개계곡옆에터를잡는다.이는절에사람이살며가장필요한것이물이기때문이다.그리고산은능선길보다계곡길이오르기에좋아서웬만한절들은모두계곡옆너른터에자리잡는다.산이깊으면물이많고물이많으면돌다리를크게세워야하니무수한절에서무수한무지개다리가세워졌다.
무지개다리의의미는강을건너게해준다는단순한실용성에서끝나지않는다.불교의목적은차안에서피안으로건너가는것이다.차안은우리가사는이세상이고피안은깨달음의세계다.이언덕에서강을건너저언덕으로건너가는것이해탈이고깨달음이다.그리하여절입구의무지개다리는차안에서피안으로건너가는장소로볼수있다.이렇게무지개다리가상징성을띠니각절마다무지개다리를크고아름답게만들려는노력이오랜세월이어졌다.
우리나라절들의무지개다리가운데가장유명한다리는순천선암사의무지개다리다.선암사에서는이다리를승선교(昇仙橋)라부른다.‘선계로오르는다리’란뜻이다.그렇다면부처님의세계를신선세계로도보았다는말이다.이것은절이든신선세계든모두산속에있기때문일것이다.그래서부처님을금으로된신선이라하여금선(金仙)이라고도부른다.

절입구를지키는우락부락한근육질조각상들의정체:구례화엄사천왕문
무지개다리를건너면3개의문을만나게된다.일주문,금강문,천왕문으로이세문을모두갖춘절이있는가하면금강문을빼고둘만갖춘절도있다.절여행자라면입구에서한번은흠칫놀라는경험을했을것이다.금강문과천왕문에우락부락한근육질조각상들이자리하고여행자를내려다보고있기때문이다.금강문에있는것이두금강역사,천왕문에있는것이사천왕이다.이들은절문안으로삿된것들이들어오는것을막는다.금강문이1차검문소,천왕문이2차검문소인셈이다.
사천왕은동남서북네하늘을지키는4명의천왕으로여행자를압도하는어마어마한크기다.큰것은5m에달하고작은것도3m를넘는다.몸집도상당하여천왕문안을꽉채운다.더군다나사천왕상은대개의자에앉아있기때문에일어섰을때를상상하면엄청난크기다.
사천왕은구례화엄사것이유명하다.네천왕이천왕문내부통로를기준으로오른쪽에둘,왼쪽에둘이위치한다.오른쪽안쪽에있는동방지국천왕부터시계방향으로남방증장천왕,서방광목천왕,북방다문천왕의순서로배치된다.조선후기사천왕상은손에든물건으로구분된다.하지만몇몇절의사천왕상들은손에든물건이같고자리를바꿔선경우마저있어사천왕상을구분하는데혼란을주기도한다.하지만대개는동방지국천왕이악기인비파를,남방증장천왕이서슬퍼런칼을,서방광목천왕이용과여의주를,북방다문천왕이삼지창이나탑을들고있다.

화엄사석등안에는찻잔을든스님이있다?:구례화엄사공양석등
석등은옛날에는등불을피우던것으로지금은더이상불을밝히지않는다.그럼에도석등의상징은여전히강한빛을발한다.석등의보이지않는빛은부처님말씀으로,오랜세월이자리에서중생을제도했다.
부석사에서가장오래된물건이석등이다.총높이는3m이고전체비례와균형이잘맞아늘씬하면서우아하다.불빛이나오는화창을통해‘무량수전’현판글씨가딱잡힌다.무량수전현판을만든스님들은건물현판이화창에딱걸리도록계산했음이틀림없다.
부석사석등이가장오래된석등가운데하나라면가장큰석등은화엄사에있다.화엄사에는1702년에중건한우리나라최대목조건물인각황전(覺皇殿)이있다.정면7칸,측면5칸에2층건물인각황전의위용에짝할다른건물이한국에는없다.이각황전앞에우리나라최대석등이건물의웅장함과호응하고있다.
그런데화엄사에는각황전앞석등과는정반대로가냘프고자그마한석등도있다.이를보기위해서는각황전뒤로108계단을올라야한다.다오르면너른터가나오고여기에석등하나와석탑하나(4사자3층석탑)가나란히서있다.다른석등과비교할때가장큰차이는기둥이하나가아니라3개인점이다.이는기둥사이에인물상을놓기위해서였다.한국석등으로는비슷한예가없는독특한작품이다.석등속공양자를자세히보면삭발을하고가사를입은스님이다.오른쪽다리는무릎을꿇고왼쪽다리는세워서찻잔을든왼손을왼쪽무릎위에놓아탑을향해차공양을드리고있다.그렇다면공양자가차공양을드리는대상은누군가.놀랍게도바로옆에있는4사자3층석탑안의부처님이다.석등속공양자가탑속부처님을향해차를올리는장면이연출된것이다.

우리가잘몰랐던석굴암조각상들의프로필:경주석굴암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에등재된석굴암은세계가인정하는유물이다.우리나라사람치고석굴암을모르는사람은아마없을것이다.하지만그속에조각된상들의정체를세세히알고있는사람은드물다.
석굴암구성은석가모니불이영취산에서펼친설법장면이다.주실가운데에석가모니불이있고그주위를모임참석자들이둘러싸고있다.석가모니불모임에으뜸은석가모니불의설법을듣고깨달은제자들이다.이들아라한1,250명가운데20명이름이대표로열거되니20대제자다.이들을10대제자로줄인것이『유마경』이다.석굴암에조각된10대제자는바로『유마경』을바탕으로했다.10대제자순서는출가한순서이고이것은대개나이순이다.그래서석가모니불오른쪽앞에서부터1~5대제자까지서고왼쪽으로6~10대제자가선다.
석가모니불모임에서좌우보처보살(부처를좌우에서모시는보살)은문수보살과보현보살이다.문수보살은지혜를상징하는경권(여러겹으로접을수있게만든경전)을왼손에들었고,보현보살은오른손에찻잔을들었다.문수보살과보현보살앞에는각각범천과제석천이자리했다.범천은인도에서우주를창조한신으로,불교로들어와천신들가운데대표가되었다.제석천은불교세계의중심인수미산정상에살면서32천을거느린다.범천과제석천은모두오른손에먼지떨이인불자를들었다.불자는인도에서수행할때몸에붙어피를빨아먹는해충들을털어내기위한물건으로불교에서중요한상징이되었다.
이들외에도부처님을지키는사천왕,부처님세계로들어가는입구에서문지기역할을하는두금강역사,석굴암모임의마지막을차지한팔부중(여덟신의무리)등이자세히소개된다.

배고픈귀신에게단이슬을베푸는그림:순천선암사서부도전감로탱
대웅전에는후불탱으로영산탱이걸리고대웅전좌우벽에도탱화가걸리는데왼쪽벽에걸리는탱화가감로탱이다.감로탱은절에서지내는천도재가운데대표인수륙재를표현한그림이다.수륙재는물과육지에서떠도는외로운혼령들이극락왕생하도록지내는재를말한다.
감로탱에는아귀餓鬼(배고픈귀신)가감로(불보살이주는단이슬)를받는대표로나온다.그렇다면수륙재를지내며감로탱을거는것은사람눈에는보이지않는아귀를눈에보이게하여수륙재를지내는목적을확실하게보여주는효과가있다.그래서감로탱은수륙재의식을한눈에파악하게하는그림이다.조선불교에서는천도재를의식에서으뜸으로여겼기때문에조선500년간감로탱은끊이지않고이어졌다.
감로탱가운데가장뛰어난모범은선암사서부도전감로탱이다.큰아귀둘이감로를받아먹고극락왕생할대상으로등장한다.그들을향해감로를나눠달라고발우를내밀고있는작은아귀무리들도있다.이들주변에는인간사에서일어나는비통한여러죽음장면들이펼쳐진다.이렇게억울한죽음을맞이하는경우이들이무주고혼이된다.감로탱에는또한수륙재를집행하는작법승들과구경을하러온참석자들도그려져있다.

절에서부처님일생을그림으로볼수있는집:순천송광사영산전팔상탱
불교공부에서제일처음해야되는것은불교를창시한석가모니불일생을공부하는것이다.하지만여러경전을읽어도석가모니불80평생을제대로알기쉽지않다.이때불교미술은빛을발한다.그림으로부처님생애를공부하면글을읽지못하는사람도부처님삶을배울수있다.팔상전(또는영산전)에걸리는팔상탱이그역할을맡는다.팔상이란‘부처님일생에서일어난8가지사건’을이야기한다.그리고이이야기를8폭에담은탱화를팔상탱이라한다.따라서팔상전은예배공간이기도하지만부처님일생을공부하는공간이기도하다.
팔상탱8폭에는도솔천에서내려오시다(도솔내의),룸비니동산에서태어나다(비람강생),네문을나가보다(사문유관),성을넘어집을나서다(유성출가),설산에서도를닦다(설산수도),나무아래서마왕을항복시키다(수하항마),녹야원에서법을전하다(녹원전법),쌍림에서열반에들다(쌍림열반)등부처님일생8대사건과그앞뒤로일어난여러사건들이함께펼쳐진다.

절에서지옥왕들에게죄를심판받는집:여주신륵사명부전
어두운관청인명부전(冥府殿)은사후세계왕들에게살아있을때지은업을심판받는집이다.사후세계왕이라고하면염라대왕이떠오르는데명부전에는염라대왕말고도왕이9명이나더있어이를시왕(十王)이라한다.원래는십왕이지만발음이부드럽지못해‘십’에서‘ㅂ’을빼버려시왕이되었다.명부전이없는절은없다.왜냐하면사후세계지옥의형벌에서벗어나길바라는바람이불교신앙의핵심이기때문이다.명부전은절의가장중요한집인대웅전오른쪽에위치한다.명부전을대표하는곳이신륵사명부전이다.
명부전의주인은지옥에중생이한명도남아있지않을때까지부처가되는것을미룬보살인지장보살이다.지장보살조각상의왼손위에는대개는지장보살의중요물건인보주가놓인다.지옥은어두운곳이기때문에보주에서나오는빛이지옥을환히밝혀준다.지장보살곁으로좌우보처인도명존자와무독귀왕이선다.지장보살은보주와같이육환장을드는데때로도명존자가육환장을대신들기도한다.인간은죽으면살아있을때지은업에따라6곳을떠돌게되는데이를육도윤회라고한다.이육도윤회를상징하는고리6개를지팡이끝에달고있어육환장이라부른다.지옥의두꺼운문은이육환장으로두드려야열린다고한다.불단좌우에대칭으로시왕이자리한다.지장보살오른쪽으로1,3,5,7,9왕이자리하고왼쪽으로2,4,6,8,10왕이자리한다.시왕옆에는시왕을보좌하는판관이사모에문관복식을하고두루마리를들었다.저두루마리에죄인이지은죄내용이적혀있어서판관이두루마리를시왕에게바치면시왕은죄내용을보고판결을한다.판관옆에기다란막대기를든인물은시왕의명령을받고이승으로내려와중생을저승으로데려가는사자(흔히저승사자)다.
명부전에는지장탱이걸리는데때로시왕탱도함께걸리기도한다.시왕탱은10명왕의재판과지옥형벌장면을10폭에각각담은그림이다.온양민속박물관에소장된시왕탱가운데다섯번째인염라대왕탱에는염라대왕이재판하는장면이그려졌다.화면위쪽에서는네모난면류관을쓴염라대왕이죄인의형벌을정하기위해붓을들었다.염라대왕주변에는판관,사자,궁녀,동자,옥졸들이서서호위를한다.구름아래는지옥장면으로죄인들을커다란절구통에넣고절굿공이로빻는대애(??,방망이와맷돌)지옥이등장한다.옥졸둘이형벌을집행하고절구통좌우에는포승줄에묶인죄인들이자기차례를기다리며떨고있다.하지만이모든고통도지장보살의원력(願力)으로소멸될것이분명하다.절구뒤에는지장보살이합장하며지옥중생들을위해기도하고있다.
지옥장면가운데에는높은나무대위에둥근구슬이올라있고구슬안에는도끼를들고황소목을치려는사람이보인다.나무대왼쪽으로붉은머리털의옥졸이죄인머리칼을잡은채구슬을보게한다.이머리칼잡힌죄인이구슬속인물이다.즉살아있을때지은악업이고스란히구슬에떠오른것이다.그래서이구슬을‘업을비추는거울’이란뜻으로업경대(業鏡臺)라고한다.명부에있는업경대덕분에이승에서저지른죄를속일수없게되고자신의죄를깨닫게된다.그렇다면업경대를‘지옥의CCTV’라고불러도되겠다.시왕탱속지옥장면은옛날에윤리교과서역할을했을것이다.살아있을때지은죄는죽어서도벌을반드시피해갈수없다는사실을중생에게그림으로일깨웠다.



<책속한구절>
흙바닥이좋았다.비가와서질척해도좋았다.나무집이좋았다.여름에더워도겨울에추워도좋았다.붉은칠을한나무기둥과검은기와지붕은궁합이맞았다.절집들은모두1층이어서집뒤가눈에훤히들어왔다.집안에들어가면조각도있고그림도있고때때로음악도있었다.그리고말없이자신을낮추는사람들도있었다.가져온공양물을부처님앞에올려놓는사람들은모두경건했다.집안사방벽에그림이걸려서사람들은사방벽모두에절을하며한바퀴돈다.그리고신을신고나와이번엔다른집으로다시신을벗고들어간다.신을벗는일도겸손을뜻하는것이아니겠는가.
[들어가는글에서]

맞은편으로고개를돌리면왼쪽에서방광목천왕(廣目天王)이있다.광목천은넓은눈이라는말뜻그대로큰눈으로온갖나쁜것들을물리치는천왕이다.오른손은아래로내려용의모가지를꽉움켜쥐었고왼손은위로올려엄지와중지로여의주를사뿐히잡았다.이때용은빼앗긴자신의여의주를애타는눈빛으로쳐다보고있다.용은자신의생명과도같은여의주를빼앗기고무기력하게광목천왕에게굴복한상황이다.바다신이라는용마저가볍게제압하는광목천왕의위세에용보다못한잡귀들은광목천왕을당해낼수없을것이라는경고다.
[천왕문,4명의천왕이지키는문]

그런데용왕모습이이전다른영산탱속용왕의모습과다를뿐더러용주사후불탱무리가운데가장개성넘치는용모다.아마도이용왕은정조임금을모델로하지않았을까싶다.눈썹과수염이거의사천왕만큼이나짙어서실재인물을모델로한듯한느낌이다.이그림이완성되었을때정조임금이39세였고저얼굴도대략그나이대다.이런추정을더확실히하는것이맞은편천모습이다.머리를커다란타원형2개로만들어뒤로올린저모습은왕실여인들머리모양이다.이것은기존에없던도상이다.그렇다면이여인은정조비였던효의왕후가아닐까.정조임금보다1살연하였으니38세의효의왕후라고보아도될것이다.
[대웅전,큰영웅석가모니불이사는집]

다섯번째폭의이름은‘설산에서도를닦다(설산수도雪山修道)’이다.이화폭에서시간상가장빠른것은숲에서사냥꾼과옷을바꿔입은태자가칼로머리카락을스스로자르는장면이다.이를‘금도낙발(金刀落髮)’이라부르는데태자가출가후첫번째로맞는중요사건이다.불교에서삭발을하는것은높은터번으로상징되는신분을포기한다는표시다.불교의2대강령가운데하나인평등이삭발행위에담겨있다.강력한카스트제도아래에서머리를깎으면누구나평등해진다는생각은불교가세계보편종교가되는데가장뛰어난점이었다.
[팔상전,부처님일생을8폭그림으로건집]

불교에는석가모니불말고도많은부처가있다.과거,현재,미래와동방,남방,서방,북방등시공간마다중생을구제할부처가안계신곳이없다는생각은많은부처를낳게했다.특히나중생들이병들었을때병을치료하는부처는중생들이진정으로원하는부처일것이다.불교에서는이를약이되는스승,약사불이라고부르고약사불이주존으로계신집을약사전(藥師殿)이라고한다.약사전은절에서중심전각으로놓이는경우는드물고모든절에있지도않고극락전보다도숫자가적어서약사불의중요도는아미타불보다는떨어진다.
[약사전,병을고쳐주는약사불이사는집]

지장보살우보처는독이없는귀신왕인무독귀왕으로귀왕이사는데가지옥이다.그러니까누구보다도지옥상황을잘알기때문에지장보살이지옥중생을구제하는데도움이된다.그렇다면귀왕을이렇게불러보면어떨까.지옥의현지가이드.귀신왕이기때문에왕모습으로하는데,이것이무독귀왕과시왕의모습이비슷한이유다.무독귀왕은때때로경전이든나무상자인경함을두손으로받치고있어홀을든시왕과구별할수있다.
[명부전,지옥왕들에게죄를심판받는집]

석종형부도는조선후기에스승의부도를세우는것이관례화되면서많이세워져절마다부도의숲인부도림(浮屠林)이조성되었다.부도림은대개일주문밖에있어서절을들어갈때나빠져나올때처음혹은마지막으로참배하는공간이된다.이것이야말로삶과죽음은둘이아니라는불교의가르침을공간으로이야기하는것이아니겠는가.
[부도,스님의돌무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