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괜찮은 눈이 온다 (나의 살던 골목에는 | 한지혜 산문)

참 괜찮은 눈이 온다 (나의 살던 골목에는 | 한지혜 산문)

$14.15
Description
“슬픔이 지나간 자리에는 내가 버텨온 흔적이 있고,
기쁨이 남은 자리에는 내가 돌아보지 못한 다른 슬픔이 있다.”

우리가 지나온 골목길에 건네는 담백하고 잔잔한 위로

순간의 경험이, 체험이 삶을 대신할 수는 없다는 것
지나가는 자는 머무는 자의 고충을, 행복을 절대 알 수 없다는 것
안다는 말은, 알겠다는 말은 매우 오만하고 경솔한 말이라는 것 _148∼149쪽
1998년 한 일간지의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래 두 권의 소설집을 발표하며 현대인의 공허한 내면을 자신만의 문법으로 묘파해온 한지혜 작가의 첫 산문집이 출간되었다. 어느덧 21년 차 중견소설가로, 또 일간지 및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하는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이번 책에서 불투명하고 불완전한 세상을 살아오면서 바라본 풍경들을 간명하고 정직한 문체로 그려낸다. 53편의 수록작은 문득 문득 어릴 적 엄마가 지어준 밥 냄새가 그리워질 만큼 친밀하고 소중한 삽화들로 가득 차 있다. ‘나의 살던 골목에는’이라는 부제처럼 작가는 살아오면서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맞닥뜨린 세상의 풍경을 네 개의 골목으로 나누어 보여준다.

1부 첫번째 골목은 마당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뛰어놀기 좋았고, 아무리 좁고 복잡해도 한 번도 길을 잃어본 적 없는 골목길의 추억, 식당에 딸린 단칸방에 웅크린 채 오직 책 속에서만 위안을 얻을 수 있었던 어린 이야기꾼의 행복과 불안, 소설가가 된 현재의 이야기들이 미묘한 대조를 이루며 전개된다. 2부 두번째 골목은 달빛에 젖은 길이다. 삶과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가계부를 찾아보며 미처 알지 못했던 그의 삶을 헤아려보고 죽음을 앞둔 어머니를 떠나보내는 과정에서의 슬픔 또는 괴로움의 기록들이 심금을 울린다. 3부 세번째 골목은 마중 가는 길이다. 혈연의 최소단위인 가족에 초점을 맞춘다. 가족을 가족으로 존재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묻고 혈연과 상관없이도 공유하는 기억을 하나둘 더해가며 함께 서사를 써내려갈 수 있는 관계라고 스스로 답한다. 4부 네번째 골목은 광장으로 가는 길이다. 생리대조차 살 수 없는 저소득층 아이들의 아픈 현실과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차별과 혐오, 빈부격차, 성폭력 고발운동과 연대 등에 대한 고민이 담담하게 풀어져 나온다.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고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이슈들에 대해 작가는 낮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러면서 마음껏 울 수 있는 사회, 우는 사람이 모두 위로받는 건강한 사회, 눈물 흘린 만큼 위로받고 아픈 만큼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저자

한지혜

서울에서태어나자랐다.경향신문신춘문예에당선하며작품활동을시작하였다.소설집으로『안녕,레나』와『미필적고의에대한보고서』가있으며,일간지를비롯한여러매체에칼럼을기고하고있다.

목차

프롤로그

1부첫번째골목

숨어있기좋은책
내가살던골목에는
나는너를모른다
누구에게나빛나는한가지
세월은가고,사람은늙지만
참괜찮은눈이온다
성공대신성취
해바라기를심었더니그리움이피네
아이는어쩌고?
나무의노래
꿈,견디면즐거운
멈추지않는순간
안돌려도,터닝
생략된삶에대한연민

2부두번째골목

서울78-236415의남자
내영혼의불량식품
짧은생을돌아나오다
엄마의맛
세상과아름답게이별하는법
마음이가리키는운명
추억과밥을먹었다
초보농사고군분투기
당신이누구인지당신이말할수있게
호출기,흔적없는그리움
대한민국김장노동자
용서의나라
시간을소유하는법

3부세번째골목

세상의끝
바닥을딛고서는힘
인문학적수학
누가우리의가족인가
부모로서의용기
반짝반짝빛나는
엄마의자전거
같은세상다른언어
4등이어도괜찮아
기록은사라져도기억은남지
무엇이든물어봐

4부네번째골목

치유의광장
나를부끄럽게만드는위로
촛불이후광장은진화할까
고통은왜증명해야하는가
생리대기본권
참고문헌없음
울어도돼
쫓겨난늑대는어디로가야할까
꿈조차꾸지못하는아이들
요정과마녀사이
권력과폭력
가난이가난과싸울때
‘학생다움’을결정할자유
출구없는삶
희망은아프다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춥고흐린날,그게창밖의날씨든내가처한인생이든
마음을낮추면세상모든만물은,그안에깃든마음은다괜찮아질수있다.
나는우선그것만으로도고맙다._60~61쪽

우리는살면서많은우여곡절을겪는다.그리고실패하거나좌절했을때자책하거나스스로를비하한다.그러나우리가간과하지말아야할것은세상에는개인의능력과꿈을묵살하는시스템이있고,그것이위압적인태도를고수하는한우리는아플수밖에없다는것이다.
그렇지만좋은일을아주좋은일로만들지못하는것도,나쁜일을아주나쁜일로치닫게하지않는것도결국은자신이다.차별과혐오,빈부격차와폭력이횡행하는세계를탓하고만있을수는없다.내가어떤삶을살것인가는‘그럼에도나는어떤선택을할것인가’와같은질문이다.방향을크게돌리는것만이변화는아니다.때로는제자리에서힘차게뛰어보는것도더깊어지는변화일수있다.

그날함박함박떨어지던눈이내귓가에서그렇게말했다.“괜찮다,괜찮다,괜찮다.”
그소리를듣고있으니정말모든게다괜찮아졌다.아무일도일어나지않은것같고,
아무일도일어나지않을것같았다.세상모든게다안온하고안전하게여겨졌다._60쪽

구조조정을당했던오래전어느날밤,작가는그칠줄모르고퍼붓는눈을맞으며‘괜찮다’라는말의마법을경험한다.체한듯이얹혀있던이야기들을모두토해놓은뒤에들려온그소리를들은뒤로문득자신의삶이깊어지는것을느꼈다고고백한다.좀체잡히지않는인생이조용히건네는위로란그런것일지모른다.
작가는섣부른낙관도참담한비관도없이진솔한언어로고요히자신과세상의삶을응시한다.다층적인삶의희로애락을다루며독자와기꺼이눈맞춤한다.이책이작가뿐아니라우리자신의이야기이기도한이유이다.

*이책은초판3천부에한해서양장으로,2쇄부터는무선제본으로출시할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