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코 자서전 (지성사의 숨은 거인 | 양장본 Hardcover)

비코 자서전 (지성사의 숨은 거인 | 양장본 Hardcover)

$18.53
Description
스스로를 가르치는 데 평생을 바친 철학자,
어느 시대에도 속하지 않았던 세계 지성사의 숨은 거인,
잠바티스타 비코의 『자서전』 국내 초역!
이 거친 숲에,
외롭고 두렵고 우울한 숲에 맹세하리라.
내가 나의 숨을 내뱉을 때까지
그 고고한 침묵을 흔들지 않겠노라고.
_「절망한 자의 사랑」에서

이탈리아의 철학자 잠바티스타 비코(1668~1744)는 우리에게 익숙지 않은 이름이다. 그는 세계 지성사의 페이지들을 장식하고 있는 학자들에 견줄 만한 성취를 보였음에도 생전엔 이름을 떨치지 못했다. 인류 문명의 전 시대를 아우르는 독특하고도 방대한 사유는 놀라웠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조차 영어, 프랑스어 등의 번역본을 통해서야 그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토로할 정도로 난해하다는 꼬리표가 언제나 따라붙었다. 그는 17세기에 태어나 18세기에 죽었으나 어느 시대도 아닌 ‘비코의 시대’를 산 사람이었다. 어려서부터 철학과 역사, 법률, 문학에 관심과 조예가 깊었으므로 성공한 학자의 길이 예정돼 있었으나, 나폴리대학교의 수사학 교수, 왕립 역사 편수관을 역임하며 변방의 눈 밝은 학자 정도로 여겨졌다. 100스쿠도의 연봉을 받으며 많은 식솔을 거느린 가장으로서 곤궁한 삶을 살았다. 낮에는 일을 했고 밤에는 연구를 하거나 축시, 연설문, 또는 귀족의 전기를 쓰는 데 시간을 바쳤다. 그럼에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았고, 모든 것을 신의 뜻으로 여기며 『새로운 학문』을 집필하는 데 몰두했다.

그의 최대 업적으로 일컬어지는 『새로운 학문』은 자신이 살았던 시대까지의 모든 학문을 종합적으로 포괄하면서도 현대의 학문 조류와 긴밀한 친화력을 가질 정도로 선구적인 면모를 지닌 대작으로 손꼽힌다. 20세기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는 “불행한 개인의 삶이 결국은 인류의 행복으로 귀결된 것”이라는 비코의 스스로에 대한 평가에 자신을 투사했다. 그 결과는 『피네간의 경야』라는 고도의 실험적인 소설로 드러났다. 문학비평의 새로운 지평을 연 에드워드 사이드는 곤궁한 삶 속에서도 권력과 거리를 두며 비판의 자세를 견지한 그에게서 지식인의 귀감을 발견했다. 어떤 학문 분야에서건 일가를 이룬 학자들은 비코에게 영감을 받았다고 고백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비코를 이해하면 다른 철학자들까지도 이해할 수 있는 또다른 방편을 얻게 된다”고 말한 석학 아르날도 모밀리아노의 평가는 주목할 만하다.
저자

잠바티스타비코

(GiambattistaVico,1668년6월23일~1744년1월23일)
비코는평생유럽의변방이라할수있는나폴리를떠나본적이거의없다.나폴리대학교의수사학교수였던그는그곳에서조차별로알려지지않았다.수입도변변치않은데다가많은식솔을거느려야해빈한한삶을살았다.
그는자신의곤궁한삶이학문에더욱정진하라는신의섭리가작용한것이라생각하며『새로운학문』의집필에몰두했다.나폴리뒷골목의한구석방에서인류의역사는물론이고천상의세계까지아우르는업적이탄생한것이다.그의최대업적이라고일컬어지는『새로운학문』은대단히독창적이면서수많은학문분야에창조적인화두를던져주고있다.그럼에도불구하고그저작은읽기가난해하여이탈리아사람들조차프랑스어번역과영어번역을통해그를이해하게되었다고실토할정도였다.비코의『자서전』은그난해한『새로운학문』을정확하고흥미롭게이해하려면반드시필요하지만,그자체로도충분히중요성을갖는저작이다.

목차

옮긴이서문

I.유소년기(1668~1686)
II.바톨라시기의자기완성을위한공부(1686~1695)
III.나폴리로귀환:초기비코철학의형성(1695~1707)
IV.비코철학의두번째형성(1707~1716)
V.비코철학의결정적인형태와1723년의공채(1717~1723)
VI.『새로운학문』초판본(1723~1724)
VII.부차적저술들(1702~1727)
VIII.“반론”과『새로운학문』재판본(1728~1731)

부록I.비코의말년:빌라로사후작이1818년에계속하여쓰다
부록II.시「절망한자의사랑」
부록III.시「절망한자의사랑」원문

출판사 서평

“신이모든것의정신이라면인간의정신은인간의신이다!”
고독한지성은어떻게시대를밝히는별이되는가
모든학문을집대성한대작『새로운학문』이완성되기까지
솔직하게써내려간지적성장과정의고백록
그리고청년기에쓴단한편의시「절망한자의사랑」

한국교원대명예교수이자역사학자조한욱교수가번역한『비코자서전』은미숙했던청년시절의잠바티스타비코가원숙한사상가이자교육자로성장해가는과정에대해스스로기술한고백록이다.수백년전에쓰인글이라고믿기지않을만큼문체는현대적이며,문학과역사,철학의토양에서구워낸한편의묵직한성장소설처럼읽히기도한다.또『비코자서전』은유럽의변방이라불렸던나폴리에서지식인들의동호인모임이라할수있는아카데미와같은조직을통해어떻게인맥이형성되고,그것이학계에어떤영향을끼치는지,그구조에대해서도짐작할수있게해준다.나폴리를넘어유럽의세계에서학자들사이의교류가어떻게이루어졌고,그과정에서어떤평판이형성되었는지도살펴볼수있어17~18세기당대지식인들의모습과생활상을엿볼수있는귀중한풍속자료로서도손색이없다.
1725년비코가쉰일곱살이되던해에완성한이책은학문의길에들어서는젊은이들에게길잡이가될글을써달라는베네지아의귀족포르치아백작의계획의일환으로집필되었다.1728년베네지아에서500쪽정도의책으로출판되었는데,여덟명의저자들중비코의글이가장뛰어난것으로꼽혔다.그이유는그것이당시까지하나의장르로정착되지않은‘자서전’이라는형식을취했으며게다가당시로선혁신적인‘지적전기’였기때문이다.
『비코자서전』에서우리가눈여겨봐야할것은비코가스스로의사유체계를형성해간과정이다.비코는특정학파에속한적이없고,특별히스승으로부터가르침을받은적도거의없다.비코의부친은서점주인이었다.그덕분에비코는어려서부터책을많이읽었다.그가섭렵한주요저자들만살피더라도플라톤과아리스토텔레스,스토아학파와에피쿠로스학파,교부철학자와스콜라철학자,로마의법학자,르네상스시대의인문주의자들,베이컨과데카르트와스피노자같은당시로서는최첨단의철학자들,그로티우스와푸펜도르프같은법학자들에달한다.
방대한독서의분량도놀랍지만더욱놀라운것은그가책을읽었던방식이다.그는비판적인독서를통해자신이읽은저자들의사유체계에서받아들일수없는부분을논박하며극복했다.그와동시에그들로부터받아들일것을선별한뒤그런점들을종합하여자신만의정신세계를만들어갔다.당대의명망높은철학자칼로프레세가고대의에피쿠로스에빗대어비코를“스스로를가르친사람(autodidascalo)”이라고불렀던것은바로이러한의미에서였다.
“내가재가되어버린다해도오명을감수할것이오.”
개인적불행을인류행복에의기여로승화하다
『새로운학문』에이르는길,『비코자서전』

한인간의저작은단순하고도명백하게그자신의삶에서나온다.축적된경험을소재로삶과세계를해석하고이해하고상상함으로써쓰이기때문이다.이탈리아철학자이자비코전문가크로체는“비코의『자서전』은『새로운학문』과같은정신속에서씌어졌다”고갈파한바있는데,그의말마따나난해하기로유명한그의필생의업적『새로운학문』을이해하기위해서는『자서전』속비코의생애를먼저들여다보는것이그지름길이될수있다.
비코는일곱살때사다리에올라갔다가떨어지는바람에다섯시간넘게실신한적이있다.두개골골절에여러부위에걸쳐다량의뇌출혈이있었다.의사는그가꽤장시간기절해있던사실을감안하여,이아이는죽거나또는회생하더라도바보가될것이라고진단했다.다행히그어느쪽도현실이되지않았는데,사고의후유증은다르게나타났다.상처가아물면서점점우울하고예민한사람으로변해간것이다.
열여덟살이되던해에는건강이극도로악화된데다가세마저심각하게기울었다.이때문에그는바톨라에있는로카가문에들어가가정교사로지내면서9년을보내야했다.이기간은그에게법학과시에집중하고진척하는데보탬이된시간이었다.
서른한살이되던1699년에는스스로명예로여겼던왕립나폴리대학교수사학교수로채용되었다.그는이시기에많은철학자들과교류하게되었고,형이상학에대해처음으로논의다운논의를할수있었다.비코는『자서전』에이즈음매학사연도를시작하는10월18일에행한연설들도수록하고있다.그연설문들은수사학수강생들을대상으로한것이지만,궁극적으로훗날비코가『새로운학문』에서보이는학문의종합에도달하게되는과정을이해하는데도움이되는텍스트이기도하다.
1723년에는나폴리대학교법학교수공개모집이있었다.실력은누구보다월등했지만대학내의인사및정치문제에둔감했던관계로탈락했다.큰실망이따랐지만,그이후비코는나폴리의대학공동체내부에서의세속적인성공에대한어떤희망도포기한채자신의심원한사상을배양하는데모든힘을기울였다.그결실로태어난것이바로『새로운학문』이다.비코는다른사람들이라면학문자체를포기하거나그것을위해분투했던것을후회하게만들었을자신의개인적인불행이인류의행복에기여하라는신의섭리였다는것을그때깨달았다고적고있다.


『비코자서전』한국어판출간의의의

작년말역자는『새로운학문』완역을마치고독해의어려움을호소하는독자들의요청에여러번의강연을진행하면서비코의생애와사상을알릴필요성을절감하게되었다.비코의성장과정과주변환경,나아가당시의시대적상황을어느정도알게된다면『새로운학문』의의미나중요성이다소나마친밀하게다가올것이라는확신이있었다.
『비코자서전』의한국어번역출판은『새로운학문』에무난히이르기위한징검돌이라는점외에도몇가지큰의미를지닌다.먼저세세한것으로서현행이탈리아표기법에문제를제기하면서‘베네치아’,‘피렌체’,‘로렌초’,‘칸초네’등의표기를‘베네지아’,‘피렌제’,‘로렌조’,‘칸조네’로바꾼것이다.현지발음과다소차이가있는국립국어원외래어표기법에대한이의는오래전부터꾸준히제기되어왔는데,역자는이책을기점으로함께적극적으로그대안을논의할수있기를희망한다.
아울러역주는가능한한많은번역본들을참고하면서상세하게달았다.독자의이해를돕는것뿐아니라훗날누군가비코연구를하게된다면도움이되기를바라는역자의배려가담겨있다.미국과일본과독일에서이루어진기존번역은모두이책과저본이다르다.그번역본들은베네데토크로체와파우스토니콜리니가공동으로편찬하여1929년에라테르자출판사에서간행한판본을저본으로사용했다.본문은동일하지만니콜리니가단독으로출간한이책의저본과니콜리니가크로체와함께공동으로편집한그판본은각주에서상당한차이를보인다.
그두판본사이의가장큰차이는자서전이끝나는대목이다.이책의저본은비코가집필을마쳤던1725년에서끝나는반면,크로체와니콜리니가함께편찬한저본에서는그이후비코의말년과사망이후에벌어진일에대해70년이상이지난뒤나폴리의학자빌라로사후작이덧붙인부분까지서술하고있다.하지만엄밀하게말하면그나머지는비코에대한타인의‘전기’이지비코의‘자서전’은아니다.그것이이책에서그부분을부록으로처리한이유이다.
또비코의속마음을표현한작품으로알려진장시「절망한자의사랑(AffettidiunDisperato)」번역전문을당시의원문과함께부록으로실었다는점도새롭다.이시는비코의청년기에해당하는1686년에서1695년에걸쳐바톨라의성에거주하던시기의마지막무렵에쓴것이다.그동안유수의비코연구자들에의해비코의철학적형성과정을보여주는시로해석돼왔지만,역자는거기에반대하여청춘기비코가사랑의고뇌를토로한관점으로접근한다.

시가절절한감정의표현이라면그것은청년비코에게가장절실한눈앞의현실에대한토로였다.앞서말했던나폴리의신문기사가지적하듯비코는줄리아를연모하게되었다.그러나결코드러낼수는없었다.사회적신분의격차가너무도컸기때문이다.따라서그시의제목“절망한자의사랑”은“절망한자의고통”이라고옮겨도무방해보인다.줄리아에대한사랑이야말로고통이었기때문이다.줄리아역시비코에게비슷한감정을품었던것같지만결국같은신분의남자와결혼하게되었다.비코의연정이더욱슬픈것은후견인의보호를받는열등한존재로서그결혼식의축시를그가써야했기때문이었다._「옮긴이해제」,268~269쪽

여기에는단지비코의연정을밝히는것이상의더큰의미가담겨있다.역자는「절망한자의사랑」에대해,이는비코스스로그속내를결코드러낼수는없었지만가슴깊이간직하고있던사회적차별에대한분노와민중에대한애정을행간에감춘시로서의미를갖는다고풀이한다.그것이비코가품고있던민중사관의토대가되었다고보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