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흥 문화론 (일본적 창조의 계보)

부흥 문화론 (일본적 창조의 계보)

$27.00
Description
흔히 일본 정신의 핵심에는 세상을 덧없게 여기는 ‘무상관’이 있다고들 말한다. 사회 전체를 휩쓸 정도의 커다란 상실도 결국 무상한 것이고, 인간은 찰나와도 같은 사건들이 지나가는 것을 지켜보기만 할 수 있다는 세계관이다. 무상관에 바탕을 둔 일본론은 오랫동안 일본에서도 일본 바깥에서도 특별히 의문에 부쳐지는 일 없이 수용되어 왔다. 이 책은 그러한 세계관이 일본적인 것을 설명하는 유일한 원리로 여겨지는 경향을 반박하고자 한다. 일본 문화의 전통 속에는 사실 체념적 관조와는 정반대인 ‘부흥’의 원리가 생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부흥 문화’를 규명하기 위해 지은이는 유구한 일본 문화사의 전통을 면밀히 읽어 나간다. 7세기 『만엽집』을 필두로 하는 고중세 문학들이 영민한 젊은 비평가의 참신한 시선에 의해 ‘부흥 문화’를 싹틔운 묘판으로 되살려지고, 일본 근대 문학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나쓰메 소세키, 다자이 오사무, 가와바타 야스나리, 미시마 유키오 등이 가졌던 부흥 문학가로서의 면모가 생생히 드러난다. 만화ㆍ애니메이션의 시대를 이끈 데즈카 오사무와 미야자키 하야오 또한 이 계보의 계승자이며, 이들 모두는 자기 시대의 상처를 직면하고 문화의 힘으로 사회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자 시도한 부흥기의 천재들이었다.

이 책은 ‘일본’을 특권화하는 흔한 일본론으로 귀결되지 않는다. 지난 부흥 문화의 맹점들을 분명히 짚고 보편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의미를 길어 올리고자 힘을 쏟는다. 고도화된 글로벌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난과 상실은 점점 더 일상화되어 간다. 한국 사회 역시 긴 역사 속에서 수많은 상처를 입었고 그 상흔도 여전히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1400년 일본 부흥 문화의 계보에서 우리는 어떤 부흥과 쇄신의 자원을 발견하게 될까.
저자

후쿠시마료타

1981년교토시에서태어났다.교토대학교에서중국근대문학을전공했고2012년문학박사학위를취득했다.현재릿쿄대학교준교수로재직중이다.2004년메일매거진『파상언론』에마이조오타로론을발표하며비평활동을시작했으며,2008년부터잡지『유리이카』에연재한「신화사회학」을바탕으로2010년첫단독저서인『신화가생각한다:네트워크사회의문화론』을펴냈다.2013년출간한역저『부흥문화론:일본적창조의계보』는2013년기노쿠니야서점인문서30선에선정되고2014년36회산토리학예상(사상·역사부문)을수상하며그의대표작이되었다.이후발표한『성가신유산:일본근대문학과연극적상상력』(2016)으로2017년야마나시문학상을수상했으며,계속해서『울트라맨과전후서브컬처의풍경』(2018),『변경의사상:일본과홍콩에서생각하다』(2018,장위민張彧?과공저),『백년의비평:어떻게근대를상속할것인가』(2019)등을펴내며활발히저술활동을이어가고있다.2019년에는문화예술활동에공헌한개인및단체에수여하는와세다대학교쓰보우치쇼요대상장려상을수상했다.고전부터현대서브컬처까지아우르는광범위한시선,과감한문제설정과논리전개,힘과리듬을겸비한문체로독서계의주목을받고있다.

목차

서장역사의웅덩이

1장부흥기의‘천재’:가키노모토노히토마로와그외부
A히토마로적인것/B히토마로적인것의외부

2장수도의중력,중력의도시:이야기의존재이유
A수도의중력/B중력의도시

3장멸망이만들어낸문화:중국의경우
A복고와부흥/B유민내셔널리즘

4장가상국가:근세사회의초월성
A가상국가/B고스트라이팅

5장전후/진재후:일본근대문학의내면과미
A전후=〈나〉의문학/B진재후=〈우리〉의문학

6장혼이돌아갈곳:전후서브컬처의부흥사상
A자연의말소(디즈니/데즈카오사무)/B자연의회귀(미야자키하야오)

종장무상관을넘어

후기
옮긴이후기:다시쓰는일본문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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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재난이휩쓸고지나간자리
상처입어쓰러진사회를다시일으키는문화의힘

『만엽집』부터미야자키하야오의애니메이션까지
1,400년역사의굴곡을누비며
대담한필치로다시써나가는21세기의일본문화론

오늘날일본을대표하는소설가인무라카미하루키는2011년6월카탈루냐국제상수상연설에서3/11대진재라는거대한재해를겪은일본인들이빠르게‘일상’을회복할수있었던근거로‘무상’無常의정신성을말했다.

“이‘무상’이라는사고방식은종교와는조금다른맥락에서일본인의정신성에깊이아로새겨져있으며,민족적인심성으로서……말하자면체념의세계관입니다.이는사람이자연의흐름에역행해봤자모두허사라는것을뜻하기도합니다.그러나일본인은그러한체념속에서오히려적극적으로미의존재방식을찾아내왔습니다.”(445쪽)

나아가그는이‘무상’의정신이대재해로상처입은일본의‘부흥’을이끌것이라는기대를드러내기도했다.이연설은국제적으로많은호평과일본을향한응원을이끌어냈는데,사실‘무상’이나‘체념’같은개념으로일본문화를설명하려한것이하루키가처음은아니다.실제로일본고전문학에서도무상을말한사례를무수히찾을수있고,이로인해일본인스스로만들어낸일본론뿐아니라일본사회를‘낯선것’으로발견한서구인또한일본정신의특질을‘무상’으로말하는것을당연시하게되었다.
후쿠시마료타의『부흥문화론:일본적창조의계보』역시일본의‘부흥’을말한다.그러나지은이가방대한문학적사례를통해설명하는부흥의원리는하루키가말한무상과는사뭇다르다.오히려그는하루키의연설이“서양인의구미에맞는일본의이미지를재강화한것에불과”하며,“신비화된개념”을“자신의미학으로착각”한것이라고지적한다.

“명멸하는무상의세계를넋놓고바라보는것만이미에대한일본적감상태도라고여기는풍조에는단호하게이의를제기하겠다.히토마로와구카이,『헤이케이야기』와나카가미겐지,바킨과아키나리,가와바타야스나리와미시마유키오,혹은데즈카오사무와미야자키하야오-이들이수행한‘부흥’을알고서도과연그처럼두루뭉술한‘무상관’의미학이일본문화의주류라고단정할수있을까?”(444쪽)

이처럼반문한지은이는일본의고대와중세,그리고근세와근현대로이어지는도저한문학사를짚어나가며일본문화의창조성이‘무상’으로환원될수없는활기띤부흥의실천들로실현되어왔다고힘주어주장한다(아울러이책은무라카미하루키또한그자신의말과별개로20세기후반일본부흥문화의실행자로평가한다).일본문화는상흔을그저바라보며받아들이는데서가아니라만성적인상실을딛고다시일어서는데서그창조성을발휘해왔다는것이다.이는좀처럼의심받거나반박되지않아온주류일본문화론을대담하게거부하는선언이다.『부흥문화론』에서그는위에열거된일본문학사속‘천재’(“미래의현실이될만한씨앗을미리한아름지닌사람”)들의작품을전쟁이나지진같은‘재액’이할퀴고간자리에서수행한‘부흥’으로자리매김하고,그계보를면밀히독해하고재평가함으로써일본부흥문화의동력을규명하고자한다.

주류에과감히반기를든젊은비평가의대표작
새로운문명의자화상을그리다

일본문화사전체를아우르는폭넓은시선과독창적인문제의식,자신감넘치는필치로이야심찬책을세상에선보인후쿠시마료타는누구인가.놀랍게도이책을발표한2013년에그의나이는32세에지나지않았다.교토대학교중국문학과를졸업하고대학원에진학한지얼마되지않았던2004년,비평계의스타아즈마히로키가운영하는인터넷잡지『파상언론』을통해대중에게처음소개된이래그는동서양의고전부터장르문학과애니메이션등의서브컬처까지자유자재로넘나들며현대사회의특질을통찰하는평론을왕성하게써냈고,2010년에는전통있는비평잡지『유리이카』에연재한「신화사회학」를대폭개고해묶은첫비평집『신화가생각한다:네트워크사회의문화론』을출간하며독서계의주목을받았다.이듬해인2011년3/11대진재가일본을덮쳤을때그는당장발언에나서기보다는신작의집필에진력했고,2년여후전작으로각인된‘포스트모던이론에밝은영민한젊은비평가’라는인상을일신하는『부흥문화론』을발표하게된다.
3/11대진재이후‘부흥’은일본의전사회적의제로부상했다.특히일본정부는‘동일본대진재부흥기본법’을공포하고‘부흥청’을설치하는등‘부흥내셔널리즘’의형성에공을들이기도했다.그런분위기에출간된『부흥문화론』은단순히기성일본문화론을반박하는것이아니라부흥의바람직한모습에대한질문을던지는책으로받아들여졌다.즉일본문화의긴전통을굽어보며“힘내라일본”같은캠페인구호를훨씬넘어서는진정창조적인부흥의모습을찾아내고자한것이다.물론그부흥들의모습은몇마디말로정리될수있는것이아니다.왜냐하면고대부터현대까지이어진일본사속부흥문화들은각각의부흥기에특유한실천들로구성되었으며,또그에따른맹점도없지않았기때문이다.따라서과거의부흥사례를그대로현재에되살리는것은바람직하지도가능하지도않은일이다.부흥문화의관점에서과거는현재적비평의식을통과했을때비로소의미를갖게된다는것이지은이의입장이다.

[아래는이책의내용을소개하는부분입니다.]

고전을독해하는참신한시각
중국에비추어일본문화의맹점을조명하고
쇄신의길을찾는비교문화적시선

이런입장으로부터지은이는우선고대와중세,근세,근현대를망라하는구도속에서부상당한사회를다시일으켰던문화적실천들을섬세하게읽어내며‘일본부흥문화’의주요테마들을추출한다.예를들어일본고전문학을주로다루는1~2장에서는7세기『만엽집』을대표하는가인歌人가키노모토노히토마로의시가를읽으며거듭된왕권의교대와내란,천도로황폐해진나라를진혼한문학의주술성을논하는한편,일본사에서유례없이치열했던내전인겐페이전쟁(1180~1185)으로멸문당한‘헤이케’가문의성쇠를그린『헤이케이야기』를살피면서역사서가남긴공백지대를감싸안은일본이야기문학의산문적상상력을적극적으로평가한다.그리고이를통해일본에서는문학이정치체제가온전히수용할수없었던상실의정념을처리하는메커니즘역할을수행했다고주장한다.
다른한편지은이는이러한부흥실천들이내포했던맹점또한선명히드러낸다.문학에서의진혼은살아남은자의시점에서이루어지거나승자에게바치는봉헌물의성격을가지므로,결국패배자=당사자가스스로발화할기회를빼앗는효과를갖기마련이다.또이야기(픽션)에는대중을매료시키는힘이있지만이데올로기에휩쓸리기쉽고역사서와달리문명의소산을후세에전하는기능이빈약하다.
그렇다면현대에요청되는부흥을수행하려면부흥문화의전통은어떻게쇄신되어야할까?이길을제시하기위해그는크게두가지전략을채택하는데,첫째는이단적전통의발굴(히토마로보다한세대뒤에태어나강렬한자기변론의산문문학을펼쳤던구카이,왕조문학전통바깥에서재액을기록한이야기작가나카가미겐지등)이고둘째는중국이라는대조사례를통한문명비교의시선이다.특히춘추전국시대의공자(『논어』,『사기』)와『수호전』등을경유해일본이갖추지못한“너른품의문학”을요청하는3장,거듭된멸망체험이길러낸중국내셔널리즘이세속화의혼란을겪던근세일본에‘이식’됨으로써형성된일본내셔널리즘을말하는4장은지은이가중문학자로서보유한역량이빛을발하는부분이라할수있다(이때일본내셔널리즘은국가규모차이에따른“축척의혼란”을일으키기도했지만반면그로인해『우게쓰이야기』의우에다아키나리같은이야기의‘해커’가등장할무대를제공할수있었다고평가된다).그리고논의는이제근대를향해나아간다.

러일전쟁‘전후’로개막된근대문학의시대
나쓰메소세키와다자이오사무,가와바타야스나리와미시마유키오
‘나’의폐역에서‘우리’의문학으로나아갈길을찾다

“일본부흥문화의계보에서러일전쟁〈전후〉의근대문학은상당히특이한위치를차지한다.이제까지검토한것처럼일본의부흥문화는종종전쟁이나혼란이후에〈우리〉를수용할새로운장소를제공해왔다.그러나러일〈전후〉문학은그와반대로불쾌혹은광기의밀실에유폐된〈나〉를강하게욕망했다.”(334쪽)

러일전쟁은일본사에드문승리한대외전쟁이었다.그러나이승리는일본에영광이아니라불황을가져왔고,국가가공적영역을잠식한상황에적극적으로동일시할수없었던문학가들은우울한‘나’의폐역에스스로를가두게된다.지은이는이러한폐쇄감을이른시기에형상화한작가로서오늘날에도일본국민작가로손꼽히는나쓰메소세키를든다.불황으로중간계급이붕괴된사회현실을가감없이그린『그후』(1908)에서주인공다이스케는형제나마찬가지였던히라오카의아내미치요와의불륜에몸을던진결과파멸을맞는다.지은이는일본근대문학이호모소셜한우정에기반한‘남성연대’이상의연대성을그려내지못했다는점을지적하는데,『그후』에서는그런빈약한연대성마저파괴되어형제와같았던‘우리’가서로에게낯선‘나’로분해되는것이다(이런측면에서그는일본인의본질을집단주의에서찾는것이얼마나뻔한오해인지꼬집는다).그리고이불황속에서태어난낭만주의작가다자이오사무는사회로부터‘나’를격리한끝에작품을넘어작가자신까지도파멸시키는폭주로나아가게된다.그리고지은이는이러한근대문학,자연주의문학의고립성을근세문학으로부터의후퇴로보기도한다(그러나이덕에문학이정치프로파간다와밀접한관계를맺는데실패하곤했다는역설도있다).
그렇다면문학이‘나’의폐역을벗어나‘우리’로향하기위해필요한것은무엇일까?지은이는국가적통합과는다른방식으로공공적‘우리’를형성하기위해서는그구심점이될‘미’美의탐구가필요하다고강조한다.그리고이러한관점에서그는1923년관동대지진이후재건된도시를극장삼아출현한대중문화의‘관객’이라는새로운‘우리’이미지를제시하며,특히대지진후도쿄아사쿠사를주무대로작품활동을벌였던가와바타야스나리와에도가와란포가이‘우리’의구심점이될‘미’의형성에진력했던부흥문학가임을보인다.그렇다면이렇게등장한‘우리’가오늘날일본문학에성공적으로계승되었을까?
지은이는적어도근대문학에서는이런시도들이결실을맺지못했음을가와바타의비판적계승자인미시마유키오작품세계를독해하며보여준다.그에따르면미시마는‘나’와‘우리’를자기문학안에공존시키며가와바타등이만들어낸‘우리’에내재된맹점을예리하게간파한작가다.미시마는관객이라는존재양식의한계(2차대전패전후의비참한‘나’라는실체)를직시한끝에『금각사』의주인공미조구치가금각사라는미의극장을향한테러에나서게만든다.그리고후기작품세계를대표하는『풍요의바다』연작을통해나쓰메소세키에의해기각되었던‘우정’의문학을다시불러내며극장적미의시대에종언을고했고,연작의종결과함께희비극적자살로자기생애도마감함으로써‘우리’를향한근대문학의모험에도종언을고했다.그러나그렇다고‘우리’를단념해야하는것은아니다.지은이는2차대전후부상한새로운미디어인서브컬처가‘미’와‘우리’의문제를이어받고있다고말한다.

새로운지도적미디어,서브컬처의등장
데즈카오사무에서미야자키하야오로

“2차대전후일본을뒤덮은서브컬처는일본부흥문화의최신판으로이해될수있다.만화와애니메이션자체는전쟁전부터일본사회에있었지만,전후에데즈카오사무가등장한이래더욱중층적인의미를갖게된것은분명하다.”(394쪽)
“미시마문학과는완전히다른맥락에서서브컬처가〈전후〉일본사회에서양적으로확대되어새로운미와관객을길러냈다.아니,이런말로는불충분하리라.우리는전후사회에만화가퍼졌다고하기전에이미전후사회자체가만화와닮아있었다는점에주의해야한다.”(395쪽)

이책이다루는마지막부흥기는2차대전전후다.이전쟁이전까지일본이라는나라는멸망의위기를직접적/전면적으로체험한적이없었다.그렇다면이미증유의전후로부터일본을일으켜세운부흥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