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밍 업 쇼트 : 불확실한 시대 성인이 되지 못하는 청년들 이야기

커밍 업 쇼트 : 불확실한 시대 성인이 되지 못하는 청년들 이야기

$18.00
Description
『커밍 업 쇼트』는 신자유주의적 전환이 오늘날 ‘노동 계급 청년들’의 ‘성인기로의 이행’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하는 사회학 저작이다. ‘선택의 부재’ 상황에 처해 있는 ‘노동 계급 청년’ 100명을 인터뷰해 이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구체적이고도 생생하게 들려준다. 아울러 산업 노동을 대체한 서비스 경제에서 살아남고자 고투하는 여성과 비백인 청년의 현실을 함께 살펴봄으로써 신자유주의가 젠더와 인종의 선을 따라 어떻게 상이한 영향을 미치는지도 분석한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이런 상황에서 보수화된 청년들을 단순히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신자유주의 담론을 스스로 재생산하게 되는 주체적 과정을 분석한다는 것이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배신과 좌절만을 경험한 청년들은 경쟁, 개인주의, 자립이라는 신자유주의의 문화적 각본을 받아들이고는 자립하지 못한 사람들을 배척한다. 또한 ‘무드 경제’의 명령에 붙들려 자아의 성장에 집중하는 탓에 시장과 국가 같은 강력한 제도들이 행사하는 힘을 시야에서 놓치게 된다.
이 책은 우리 자신과 타인, 공동체에 대한 이해 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불평등에 저항하는 연대를 수립하고 유지하기란 요원한 일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그래야만 청년들이 성인이 된 이야기를 감정 관리로 환원하지 않고, ‘우리’라는 감각을 유지한 상태로 불안전 및 상실과 맞서 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

제니퍼M.실바

저자:제니퍼M.실바
인디애나대학교의‘폴오닐공공및환경업무대학’조교수(2019~)로정치문화,사회계급,불평등,성인기로의이행등을중심으로연구를진행하고있다.2004년웰즐리칼리지를졸업하고버지니아대학교에서사회학으로석사학위를,2010년에는같은대학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버크넬대학교사회학과조교수로있으면서문화와불평등을연구하는사회학자로이름을알렸다.또한하버드대학교박사후과정중경제불안이사회적유대감과시민적참여에미치는영향을연구했다.2013년에는첫저작인『커밍업쇼트』를출간했으며,대중적글쓰기도활발히병행해연구내용을『뉴욕타임스』,『뉴요커』,『보스턴글로브』,『디애틀랜틱』,『보스턴리뷰』,『살롱닷컴』등에실었다.2019년에는쇠퇴중인한탄광도시거주민들을인터뷰해이들이미국정치를어떻게이해하고있는지를분석한『우린여전히여기에:미국심장에놓인고통과정치』를출간했다.

역자:문현아
서울대학교‘국제이주와포용사회센터’책임연구원(2020~).연구자와활동가로서의정체성을병행하며연구공동체‘건강과대안’연구위원으로도활동중이다.젠더,돌봄,건강,사회불평등에폭넓게관심을두고연구를진행하고있다.지은책으로『엄마도때론사표내고싶다:대한민국에서엄마로산다는것』(2012)이있고,『돌봄노동자는누가돌봐주나?:건강한돌봄노동을위하여』(2012),『페미니즘의개념들』(2015)등을공저로펴냈다.또한『경계없는페미니즘』(2005),『세계화의하인들』(2009)을번역했고,동료들과『불평등과모욕을넘어:낸시프레이저의비판적정의론과논쟁들』(2016),『자본주의의병적징후들』(2018)등을함께옮겼다.

역자:박준규
한양대학교ERICA문화인류학과교수(2012~).한양대학교‘글로벌다문화연구원’원장도겸하고있다.세계화,관광,디지털기술을주제로인류학을강의하고있으며,현대사회문제를인류학적관점에서분석하고해결하기위해노력하는참여인류학을실천하고자한다.또한이주,다문화,세계화관련지역사회기반연구를진행중이다.공저서로CulturalLandscapesofKorea(2010),『현대의서양문화』(2011),De-borderingKorea(2013),『현대문화인류학』(2018),DiasporicReturnstotheEthnicHomeland(2019)가있고,『자본주의의병적징후들』(2018),『글로벌시대의문화인류학4판』(2019)등을함께옮겼다.

목차

한국어판서문
서문

1장리스크사회에서성인이된다는것
2장현재라는감옥에갇힌사람들:성인기에이르는길을가로막는장애물들
3장불안한친밀함들:리스크사회의사랑,결혼,가족
4장경직된자아들:미국노동계급의재형성
5장무드경제에서살아가기
결론리스크의감춰진상처들

부록연구방법
후주
옮긴이후기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성인기에이르는길에서무력감을배우기
:밀레니얼노동계급청년들은왜성인이되지못하는가

몇십년전만해도성인이되는것은혼란이나불안,불확실함에휩싸이는경험이아니었다.대부분나라에서성인지위는나이에근간을두며일정나이가되면그에따르는권리와의무를갖게된다.나아가온전한성인이되려면성인기의사회적기준들을달성해야한다.부모품을떠나고,안정된일자리를구하고,결혼하고,부모가되어야하는것이다.그런데오늘날미국의노동계급청년들은‘성장’을멈춘듯이보인다.이책1장과2장에서는이들이안정되고예측가능한성인의삶을창출하기가불가능함을밝힌다.
전지구적자본주의와신자유주의는유연성을강조하면서안정적이던블루칼라일자리를대폭감소시켰다.그결과생활임금을지급하고정년을보장하며노동조합이결성된일자리가사라지고불안정한저임금서비스일자리가그자리를채웠다.이런상황에서포스트산업세대는혼자힘으로유동성과우발성을부단히해결하도록강요받고있다.나아가청년들이건강한성인으로자랄수있도록지원해야마땅한교육,법,의료같은국가제도들은오히려성인기로가는길을가로막곤한다.어린시절부터이들은가망없는존재로낙인찍히며,복잡한관료제는그논리를해석할지식이나여유가없는이들에게좌절감만을안긴다.
신자유주의를보조하는사회제도들의변화가초래한가장큰폐해중하나는리스크의사유화(privatizationofrisk)다.실업이나질병,가족의불행,장애,부상등예기치못한충격을겪으면휘청거릴수밖에없다.그런데사회안전망이파괴된탓에노동계급청년들은살아남으려면이런충격을개별적으로,주로신용카드를이용해해결해야한다.사유화가강화된환경에서노동계급의성장경험을정의하는것은명확하고인식가능한목적지를향한진보가아니라현재의유동성과불확실성에대한관리가된다.
또한연애와결혼,가족같은친밀관계역시노동시장에대한보호막으로기능하지못한채오히려추가적인짐이되었다.과거에는남성이생계를,여성이가사를책임지는식으로가족관계가깊이젠더화되어있었지만,이제는남성부양자모델을따르면생계를유지하기어렵다.더불어20세기중후반에2세대페미니즘과민권운동을거치면서성적·인종적평등의이상이얼마간달성되었지만,노동계급가족들은이런평등을현실에서실현할자원의부족에시달리고있다.전통적인가족관계로돌아갈수도없고새로운문화적이상에맞추어관계를꾸릴수도없는처지인오늘날노동계급성원,특히여성은가족과커리어를상호배타적인것으로맞닥뜨린채로친밀함이라는덫에빠져있다.

유순한신자유주의주체되기
:어째서노동계급청년들은자발적으로신자유주의에순응하고있나

이책의가장큰특징은이렇게불안정하고불확실한사회에서노동계급청년이‘어떤’성인이되는지를,즉이들이신자유주의주체가되는메커니즘을분석하고있다는것이다(4장).주지하듯현재많은노동계급청년이자진해규제완화와민영화등신자유주의정책을신봉하며이에반하는생각과실천에적대감을표출한다.하지만이책은단순히청년들이보수화되었다고비난하지않는다.대신극단적인경제구조조정,심대한문화변동,깊은사회불평등때문에성인의삶이근원적으로파괴된현실에서살아남으려노력하는과정에서오히려청년들이신자유주의에순응하게되는과정을조명한다.
노동계급청년들은노동시장에서좌절을맛보며,성인기로가는길을형성하는제도들,특히교육영역은이좌절을배가한다.그외에도일상적인상호작용과관행에도배신이만연해있다.경험을통해청년들은국가가자신을위해공정하게행동하지않으리라고확신하며,자신이철저히혼자고외부의도움에기대려면리스크를감수해야만함을뼈저리게깨닫는다.그리하여타인을불신하고의존을거부하는태도를미덕으로여기고이를성인기삶의주된특징으로삼는다.그런데이런자립의영웅담에는어두운이면이있다.
청년들은타인과의유대관계를끊고내면으로파고들며감정적으로무뎌진다.그리고자기가혼자힘으로살아남았으니남들도그래야한다는강한믿음을고수한다.이들은경쟁,개인주의,자립이라는문화적각본을받아들인신자유주의주체가되어자립하지못한사람들과자신사이에가혹한경계선을긋는다.남성은여성및성소수자를배척하며얼마남지않은공공부문일자리를계속차지한다.백인은흑인이복지수혜자가되어자신의세금을낭비한다며도덕적비난을가한다.흑인들은열심히일하는것만으로는성공할수없는다른흑인과자신사이에한층더단호하게선을긋는다.
이처럼노동계급청년들은단순히신자유주의의선전에속아넘어간것이아니다.이들은도움을주리라믿었던제도들이오히려자신을배신했음을절절히깨닫고있다.문제는이깨달음이신자유주의의헤게모니논리에대한근본적인도전보다는긍정으로이어진다는것이다.불신의문화를초래한원인이신자유주의임에도배신의경험은청년들이사회와연대를멀리하고광범위하게퍼진신자유주의적발상과정책을받아들이도록부추긴다.견고한개인주의와절대적자립이삶을헤쳐나가는유일한수단이라는신자유주의논리를받아들이게되는것이다.이렇게청년들은신자유주의의리스크에대응하면서오히려신자유주의헤게모니를능동적으로따르고궁극에는재생산하고있다.

무드경제에서살아가기
:어떻게청년들은자아의성장을유일한목표로삼아스스로자신의자아를착취하게되었나

오늘날노동계급청년들의성인기여정에서발견되는또다른중요한특징하나는이들이가치있는성인의삶과이를가로막는장애물모두를‘자아’의층위에서이해하고설명한다는것이다(5장).지은이와인터뷰한대다수남녀는안전한성인의삶을꾸리지못하는원인이정치에있다고말하지않는다.대신이들은아주개인적인층위에서성인이된이야기를들려주었다.과거에겪은고통의치유를성인정체성의기반으로삼아해방되고변형된성인자아를구축했다는것이다.
어떤변화가생긴걸까?과거에성인의삶은고된노동,결혼,자녀양육,공동체참여,노후등을중심으로이해되었고,남녀모두깊이젠더화된경로를따라삶을이어갔다.성인이되는정해진경로가있었고성취해야할가시적이고분명한목표가있었다.그런데이런전통적인과정들이파괴되면서청년들은각자의성인기를부단히새롭게창출해야하는부담을짊어지게되었다.지은이는이처럼변화된상황을‘무드경제’(moodeconomy)와‘치료적자아’(therapeuticself)라는개념으로포착한다.
무드경제란오늘날사람들이달성할수있는목표가‘자아의성장’과‘감정관리’로축소된상황을가리킨다.노동은불안정하고관계는불확실하며미래는예측불가능한상황이라청년들이목표로삼을수있는선택지는자아의성장뿐이다.자아를성장시키려면‘과거’로돌아가개인적으로경험한‘어린시절의고통’,특히가족이안긴고통을극복해야한다.다른한편노동계급청년들이성인기의기준들을달성하는데어려움을겪음에따라교육,출판,사회복지,방송,의료등우리삶을틀짓는제도·미디어에서심리치료의언어와제도가폭발적으로증가했다.치료언어는부정적인생각,감정,행동을혼자힘으로통제할정도가되어야행복에이를수있다고우리에게가르친다.노동시장과제도,미디어가이렇게상호작용한결과우리는심리적발전을통해성인자격을갖추고자고군분투하는치료적자아가된다.
이같은치료적자아는유동성과불확실성으로둘러싸인삶에의미와질서를부여하는핵심적인문화자원이되었다.하지만자원도시간도없는노동계급청년들에게는자아의성장이라는명령이오히려추가적인압력으로작용한다.더큰문제는청년들이감정에기반한자아관리가행복의열쇠라고이해하다보니가족의과거사만을부각시켜시장과국가처럼강력한제도들이행사하는힘을시야에서놓치게된다는것이다.무드경제와치료담론의명령을부지불식간에체화한이들은성인의삶과행복이온전히‘개인적’인것이라고이해하고,부족한자원을가지고끝없이자아관리에힘써야하는악순환에붙들리며,자아를성장시키지못한타인들을비난한다.신자유주의가청년들에게혼자힘으로경제적성공을책임져야한다고가르치듯,무드경제는이들이심리적성장을스스로책임지게만듦으로써경제영역의신자유주의가조성한자립문화를강화한다.이를통해성인기에이르는노동계급청년들의여정이다시한번개인화되며,리스크에대한집단적대응과연대같은개념들이들어설자리는더욱줄어든다.

친밀함이라는덫
:왜우리는점점더친밀한관계에집착하는가,
그리고왜이관계는참을수없는부담이되는가

이책전반에걸쳐강조하듯연애와결혼,가족같은친밀관계(intimaterelationship)는단순한사적영역이아니다.친밀함은시장이초래하는외적리스크를막아주는울타리가아니라노동계급청년을짓누르는또다른부담이되었다.그래서이들이친밀관계에서어떤좌절을경험하고이관계를어떻게생각하게되는지가오늘날노동계급청년의성장을이해하는또하나의실마리가된다(3장).
지난수십년사이전통적인젠더역할이일정정도완화되었다.그러면서사랑과결혼에대한새로운문화적이상이발전해전통적인결혼관을대체했는데,이이상은‘성적이고감정적인동등함’으로이루어진‘순수한관계’를중시한다.그덕분에여성들은불평등하고모욕적이며감정적으로불만족스러운결혼생활에마침표를찍을권한을확보했다.하지만끝없는협상‘노동’이필요하기때문에이런순수한관계를유지하려면특수한감정적·언어적·물질적자원을보유해야한다.노동계급은이자원을획득할여력이나시간이없다.
일상이예측불가능하고리스크로가득하기때문에청년들은오히려가장친밀한관계에집착하게된다.그런데순수한관계를유지할자원이부족하기때문에연애와결혼은깨지기쉬운것,또하나의리스크가된다.그리고이부담은젠더와인종에따라상이한형태로분배된다.평등한관계라는이상이부상했지만남성들,특히경제적으로취약한소수인종남성은전통적인부양자역할을맡아야한다는부담감에굴복해관계맺기를피한다.여성들은이런남성의태도가이기적이라느끼며,다른한편으론자신이어렵게획득한‘치료적자아’가불만족스러운관계때문에훼손당할까봐두려워한다.
또한결혼한커플들은치료적관계를추구하지만각자의자아를실현하는데필요한자원이자신에게없음을깨닫는한편,양쪽부모로구성되고엄격하게젠더역할을나누는전통적인가정을꾸리려해도목표를달성하는데필요한경제적수단이없음을알게된다.이처럼치료적논리와전통적인논리라는두사랑논리사이에갇힌커플들은견고한가족관계와헌신을유지하기위해개인적자아를희생해야할지를매일매일판단해야만하며,친밀관계는끝없는노력과갈등을유발하는또다른전장이되어버렸다.

개인의서사에머물지않는‘우리’의감각을찾아나서기
:어떻게원자화된개인주의를극복하고
복수의목소리를허용하는계급연대를이룰것인가

노동시장의유연화,금융제도의규제완화,사회안전망의파괴와리스크의사유화,강고한개인주의와자립의문화등신자유주의정책과담론은노동계급청년의성인기를파괴했을뿐아니라연대의싹도잘라냈다.물론신자유주의가자신의약속을전혀지키지않았기때문에청년들의불만을완전히잠재울수는없었고,세계각지에서이에대한항의들이발발하곤했다.하지만이책이우리에게던져주는메시지중하나는우리자신과타인,공동체에대한이해방식을바꾸지않는한불평등에저항하는연대를수립하고유지하기란요원한일이라는것이다.
자아의성숙,자기서사구축,심리적치료같은문화적수단은여성이나비백인등사회주변부에머물러있던타자들이급진적인자기인식에도달하도록돕는유용한자원이되어주었다.그런데지금이수단들은신자유주의문화에포섭되어“이미존재하는것으로서의자아의우위를긍정하고단언하는”도구로사용되고있다.하지만“‘개인적인것이정치적이다’라는문구는경험이심원하게역사적이고집단적인본성을지님을드러내려는것이지끝없는개인서사를만들어내려는것이아니다”(262쪽).이책은노동계급청년남녀의존엄과진보를새로이정의하는것이긴요한과제라고호소한다.그래야만청년들이성인이된이야기를감정관리로환원하지않고,‘우리’라는감각을유지한상태로불안전및상실과맞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