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베란다 원예

내 맘대로 베란다 원예

$15.00
Description
1988년 작가로 데뷔한 이래 문학만이 아니라 음악, 연극, 방송 등 다방면에서 활동을 벌여 온 작가 이토 세이코의 베란다 원예 에세이. 2004년 봄부터 2006년 봄까지 2년간 『아사히 신문』에 매주 연재한 일기를 묶었다.
십수 년의 아마추어 원예 경력을 가진 그이지만 원예의 무대는 도쿄 변두리 맨션의 좁은 베란다를 벗어나지 않는다. 번듯한 정원을 부러워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베란다이기에 더욱 밀접하게 느낄 수 있는 식물의 세계가 있다. 도무지 성에 차지 않는 공간인 베란다에서, 계절과 함께 반복되는 식물들의 성장과 죽음에 항상 새롭다는 듯이 울고 웃은 기록이 이 책이다.
원예에 숙달하는 길을 알려 주기보다는 우왕좌왕 실패의 기록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이 기록을 읽어 나가며 우리는 자연스레 원예란 무엇인지, 왜 사람은 원예라는 행위에 그토록 이끌리는지를 묻게 된다.
이 책은 우리에게 식물과 함께하는 삶이 주는 충만감이란 무엇보다 거듭되는 실패 역시 원예 생활의 당연한 일부임을 받아들이는 데서 비롯하는 것이라고 알려준다. 기약 없는 기다림에 익숙해질 때쯤 불현듯 황홀이 찾아오곤 한다는 것도.
저자

이토세이코

いとうせいこう
1961년도쿄출생.와세다대학법학부졸업후고단샤편집자를거쳐문학,음악,연극,텔레비전등다방면에서활동해왔다.1988년장편소설『노라이프킹』(ノ?ライフキング)을발표하며작가로데뷔해제2회미시마유키오상과제10회노마문예신인상후보에올랐다.1990년대에활발한창작활동을벌이다가2000년대들어소설가로서공백기를가졌고,2013년『상상라디오』(想像ラジオ)로복귀하며제35회노마문예신인상과제2회시즈오카서점대상을수상했다.또이작품과다음해발표한단편「코를향한협공」(鼻に?み?ち)으로2년연속아쿠타가와상후보에오르기도했다.원예잡지『PLANTED』의창간편집장을역임하는등아마추어원예가로서도긴경력을보유하고있으며,1999년원예일기를엮은첫책『보태니컬라이프』(ボタニカルㆍライフ)로제15회고단샤에세이상을수상한바있다.『내맘대로베란다원예』(自己流園芸ベランダ派)는2004년봄부터2006년봄까지2년간의원예일기를엮은책으로,『보태니컬라이프』와함께NHK에서『식물남자베란더』(植物男子ベランダ?,2015~2016)로드라마화되기도했다.

목차

서문:일기계원2년차

2004년봄
여는인사:복음의봄이오다|루쿨리아:벚꽃은아래를향해핀다|서향나무:‘특가품’은내년용|등나무:이사로달랜심사|칵테일장미:무전지주의자의전향|말리화:두가지덧없음

2004년여름
시험받는계절|아마릴리스:아마릴리스의묘비|계수:식목시장에서주인공이되다|조건좋은베란다라는잠꼬대|꺽다리:금세뿌리를내리는‘꺽다리’|붓꽃과달개비:새들의선물|스파르타학원의신입생|앤젤스트럼펫:피지않는꽃과용서할수없는벌레|물만으로는부족하다|나팔꽃:열악한도시의여름|모과:수확이라는이름의정체성|꽃은피를흘리지않는산제물이다|표주박과여주:반려동물에가까운식물|무화과:행복의투영|접시꽃:하늘을향해자라지않는저주

2004년가을
백리향:들뜸토기|월하미인:하룻밤의꽃|용감한여행|여주2:여주의대진격과최후|수국:‘헛수고’의끝|칼랑코에:세기의대발명,600엔|용담:기적적인관계|편지감사합니다!|구즈마니아:화포는난감해|베란더노상파에게사랑을담아

2004년겨울
산다화:일진일퇴는계속된다|석남화:스승의가르침|산다화2:가르침을등진벌|히야신스:‘새해건망증’의극복|브로콜리:세계의고통과브로콜리|1월에피는남자|나는하나사카할아버지가아니다|모과2:어색한재회|원예파자기류베란다여도OK|명자나무:한그루의부정|명자나무2:시들었던게……?

2005년봄
삼색버들:나를격려해준빛|골든몽키:이름별난화분의등장|브로콜리2:불운한수확|무스카리:봄을알리는방문객|명자나무3,수국2:격세유전의힘|살구:이레동안의대작전|계수2:‘봉오리’에안달하다|살구2:인공수분의기적|양하:세상의법칙을거스르는식물|잡초천국을향한지칠줄모르는열정|라임:한해거른고백|붓꽃2:반중력의오락|울창하다고한적없는데요|공주수련:식목시장보고,그첫번째

2005년여름
차:베란다차밭의꿈|앤젤스트럼펫2:넘을수없는벽|살구3:불가능한결과|공주수련2:공존하지않는생명|나팔꽃2:신종인가재래종인가|메꽃:메꽃의출현|월하미인2,바나나:베란다의아열대화|꽈리고추:특별상여|나팔꽃3:다시“여러해살이,씨없음,여러송이의큰꽃”|꽈리고추2:열광의끝|비눗방울나무:거저나마찬가지|여름막바지의신원미상자|사피니아:지지않는꽃

2005년가을
싸리:풍류의대가|박꽃:바람을맞고피는꽃|부용:실감안나는만개|수초:저주의사자,수초|바나나2:바나나와나의영토문제|박꽃2:부끄러워하는박꽃|비눗방울나무2:애정의역전|시든나무에물주는습관|올리브:해충육성|석남2:새로운석남에대해

2005년겨울
등나무2:계절을앞지르다|꽈리고추3:꽈리고추의붉은잎|수국3:식물형알람|시클라멘:사랑스러움을거스르지못하고|바나나3,꽈리고추4:위기에저항하는생명|민트:모든싹은사랑스럽다|튤립:올해는구근이아니라|수선화:낯모를이에게문병가다|복수초:개화를앞두고|겨울의끝과공명하다

2006년봄
베란다폭발|민트2:만반의돌봄태세|아이비:최고의작은선물|엄격한자연의리듬|마치는인사??그리고안녕히

단행본후기
그후
문고판을위한후기
해설:?‘시들게하기’란‘돌보기’와같은것_야규신고

출판사 서평

도시의비좁은하늘아래,
정원은꿈도못꾸지만우리에겐베란다가있다

경력은베테랑,전문성은아마추어
원예인(이자작가)이토세이코가도쿄외곽의맨션베란다에서기록한
우왕좌왕베란다식물관찰일지

도시생활이일반화한현대에도우리는식물키우기를멈추지못한다.그저잠시피는꽃을보겠다는기대로비좁은주거공간속에서화분놓을자리를찾고퇴근후부족한휴식시간을쪼개지난한돌봄을자청한다.『내맘대로베란다원예』는그처럼식물을키우지않고는견딜수없는도시원예인의희로애락을계절의순환과함께담아낸책이다.제35회노마문예신인상과제2회시즈오카서점대상,제15회고단샤에세이상등을수상한작가이자방송인,음악인그리고무엇보다원예인인이토세이코가2004년봄부터2006년봄까지『아사히신문』에매주연재한일기형식의에세이를모았다.
만능인재로알려진데다원예잡지『PLANTED』의편집장경력까지가진이토세이코지만정작이책에서보여주는모습은우왕좌왕의연속이다.시들어가는화분을지켜보며가지치기를해야할지망설이고,이미시든듯한화분을버려야할지고민하다가미련이남아기약없는돌봄을시작하며,급기야는동종화분을사서안그래도부족한공간을더욱비좁게만들고는후회에빠진다.흙쌓아둘공간이없다며모든화분을부엽토로채우는우악스러운모습을보이는가하면우연의도움으로살구의인공수분에성공하고는우쭐해한다.
이처럼이책은전문가가알려주는원예의요령과는거리가있다.오랜기간식물과어울려산평범한도시생활자의꾸밈없는일상을보여주고,그안에자연스레섞여드는사색과유머,소소한감동의순간을나눌따름이다.
지은이는단지“베란다에서식물을키운이야기”일뿐이라고말하지만이책을읽어나가며우리는베란다에도나름의복잡한생태가있음을체감하게된다.집에서한발짝나온공간인만큼계절의변화가한층또렷하고,식물들외에도여러곤충이나어항속물고기,씨앗이담긴똥을떨구고가는새까지다양한행위자가나름의존재감을발휘한다.충분히주의를기울이기만하면베란다는사시사철쉴틈없이사건이벌어지는장소로변모한다(너무그럴듯한베란다를상상해서는안된다!“울창한숲같은베란다”를상상하고보여달라던방문객들이하나같이말을잃고돌아갔다하니까).
그리고그런작은사건하나하나에주목하며식물을돌보는사람을지은이는‘베란더’라고부른다.독신생활을하는맨션의자투리공간인베란다에빼곡히화분을놓고키우는자신만이아니라,현실의제약을거스를수는없지만식물에대한관심과애착을놓지못하는뭇사람을향한우정어린표현이다.


“시도하거든시들고시들거든시도한다”
베란더의원예일기란실패의기록일지니
주저말고식물과더불어일희일비하라
죽어가는것을돌보며인간은성장한다

대부분의사람이처음원예에발을들이면뜻대로자라지않고걸핏하면시드는식물에좌절감부터느끼곤한다.지식이나기술의부족탓도있겠지만어쩔수없는공간과시간의제약이크다.애초에식물에최적의환경과돌봄을제공할수있는조건이아닌것이다.그런만큼베란더의원예일기란실패의기록으로채워지기마련이다.오랫동안베란더생활을해온지은이이토세이코도예외가아니다.다만그는좌절하기보다는“시도하거든시들고시들거든시도한다”는마음가짐으로쾌활함을잃지않는점이남다르다.
시든식물을보며낙심했다가도이내새로운화분을향한열정을불태우고,겨울베란다의쓸쓸함에잠기기보다는“남보기엔살풍경하기짝이없을테지만내머릿속에는또렷하게봄의예상도가떠올라있다”며가지치기에공을들인다.꽃이흐드러질봄을상상하며마른가지뿐인화분을향해물을준다.하지만반대로생명력이강한식물들을상대로는돌봄을게을리하다가시들게해뒤늦은후회에잠기기도한다.직접수확한차를마시겠다며차나무를샀다가현실의벽을통감하는가하면꽈리고추의강인함을찬미하다가그만베란다부터부엌까지온통꽈리고추투성이로만들어버린다.그러다가도곧“항상꽃이덧없다고불만스러워하는주제에강인한꽃에감사할줄모르는건너무방자한것아닌가”라며반성하기도한다.
전문가의눈에는도무지종잡을수없는원예일지도모른다.식물에대한애정이넘치는것같지만종종엉뚱한시도를하고(베란다에서벼를재배하는것같은!)중요한순간에게으름을부리기도하니까말이다.그러나‘해설’을쓴원예가야규신고는원예에는“꽃을‘잘키우는’것”과“식물과더불어일희일비하는것”의두갈래가있으며,지은이의원예는귀중한소수파인후자에속한다고말한다.“세상에나와있는원예책의99%”는‘잘키우기’에숙달하는길을제각각의방식으로알려주지만,“수험공부하듯공부”해식물육성에숙달할뿐이라면“식물을장악하고있다는감각”을갖게되기쉽다.그결과‘죽어가는것을돌보기’가가져다주는성장의기회도잃게된다.그렇기에어떤원예보다도가까운곳에서식물을돌보는베란다원예가,그중에서도무턱대고숙달을지향하기보다는때로실패하더라도“얼굴을맞대고식물의안색을살펴스스로판단하는”지은이의방식이“원예의어떤극치”에닿을수있다는것이다.
그는그‘극치’가무엇인지짚어말하지는않는다.그러나지은이의일기를읽어나가며우리는자연스레그것이“우리와종이다른생명은바람대로움직여주지않는다”는사실,그리고“원예는식물을지배하는게아니”라“오히려그것이불가능하다는사실을배우는것”과관련된다는사실을알아차릴수있다.이책은우리에게식물과함께하는삶이주는충만감이란무엇보다거듭되는실패역시원예생활의당연한일부임을받아들이는데서비롯하는것이라고알려준다.기약없는기다림에익숙해질때쯤불현듯황홀이찾아오곤한다는것도.


만담같은너스레와절절한진심을오가며
이별을반복하며돌아오는
식물들의현재를힘껏기록한다

지은이는식물사진을거의찍지않는다고한다.사진을남겼다가다시본들기억은희미하고그때그식물에느낀감정도되살아나지않기때문이다.그러나글로써남기면식물을둘러싼상황들이또렷해지며“그꽃의어떤모습에매료되었던건지,왜그뿌리내린방식에놀랐던건지,왜싹하나가올라왔다고미치도록기뻐했는지”가이해되기시작한다.
이책에서도그는사진이나그림을곁들이는일없이“식물들의상태를최대한정확히옮겨적고싶다는숨길수없는강렬한욕망”에충실하게,그리고우직하게글을써나간다.매주연재지만글감의고갈은전혀염려하지않는다.오히려“글감이잔뜩인데”연휴로휴재를맞게된아쉬움을토로한다(원예일기를시도해보고싶은독자라면어디서나글감을발견하는그의눈에주목해보는것이좋겠다).베란다생태계에서벌어지는일들을기록하는것을“일생의과업”으로여긴다는말이결코과장이아니다.
이로부터‘글’이기에맛볼수있는묘미가생겨난다.첫째묘미는연극,만담,랩,방송등으로단련된입담이다.볕이드는쪽을향해피는꽃의성질과실내라는조건이빚는괴리탓에매번베란다로나가꽃정면으로돌아들어가야하는(안그러면항상뒤에서꽃을보게되므로)번거로움을묘사하다가벚꽃류는아래를향해핀다는사실을깨닫고화분앞에서납죽엎드려꽃을감상하는장면이우리가이책에서처음마주치게되는지은이의모습이다(18~19쪽).주말식목시장에서“발빠르게진품을발견해망설임없이획득”하고의기양양해져“비닐봉지를한아름늘어뜨리고”개선하는장면이나(37~38쪽),마트에서하나남은화분을둘러싸고다른방문객들과눈치대결을펼치는장면(106~107쪽)은눈앞에서한편의콩트를상연하는것만같다.이책을다읽은후에는누구나앞바퀴바람이빠진자전거페달을힘껏밟으며식목시장으로향하는지은이의모습이뇌리에남게되지않을까.
유머러스한입담이독자에게서빠르게친근감을이끌어내는기술이라면,오래식물을차분히관찰해온사람이기에가능한담백하고도섬세한식물묘사는노마문예신인상을수상하고미시마유키오상,아쿠타가와상후보에도올랐던문필가로서의매력을펼쳐보인다.“아슴푸레하게비쳐보이는꽃잎에약한햇빛이비쳐들”며“얼마간은비현실적으로느껴질만큼환상적인광경”이펼쳐진어느흐린날의베란다에대한묘사(141쪽)는지은이의들뜬기분에우리를동화시킨다.또마치의지를가진듯개화의순간을보여주지않는박꽃과지은이의술래잡기를지켜보면서는같이긴장하고같이허탈해하는자신을발견하게된다(212~213쪽).어린시절지은이에게식물키우는방법을가르쳐주었던큰아버지가세상을떠난날밤,8년만에피어났다가날이밝기전에시든월하미인의위로는먹먹한감동을준다(75~77쪽).


치유를주는사물이아니라티격태격하는동반자
베란다원예의밑바탕에는
자연을향한원초적그리움이존재한다

원예와반려식물을둘러싼이야기들은종종힐링같은키워드를동반한다.지은이는이책의전작격인『보태니컬라이프』에서이런힐링론을비판한적이있다고한다.식물과티격태격하며공동생활을이어가고있는지은이인만큼이런반응이자연스럽기도하다.
하지만식물에사람을위로하는독특한힘이있다는사실만큼은지은이도부정하지않는다.지은이역시상실을함께애도해준월하미인만이아니라,세계의참상을전하는소식들과미디어의선정주의에위통까지앓다가“오직생존만을염두에두고서묵묵히자라고있”는브로콜리로부터위안을얻기도하고(112~114쪽),심한몸살을앓아베란다로나가기도힘들때“허청허청바람에흔들리는모양새를실내에서도볼수있”는버들로부터격려를받기도한다(132~133쪽).
지은이는어느여름땅거미가내릴때부모님집마당에서박꽃의개화를지켜보며느낀‘자연그자체에녹아드는듯한잊을수없는감흥’에취해자기베란다에도박꽃을들였다가애를먹은경험을들려주는데(203~204쪽),매일매일을숨가쁘게보내는도시생활자들이원예에매력을느끼는것도결국이런감흥에대한그리움을어딘가에간직하고있기때문아닐까?
그런그리움을자기안에서느끼는사람이라면이원예일기를읽어나가며베란다원예가각박한도시생활속에서계절과생명의순환을피부로느끼게해주는체험임을,열악한환경에서도용케꽃을피운식물로부터받는감동은이행위를이어나갈원동력이된다는것을확인하게될것이다.그리고한걸음더나아가“나와는다른생물인식물의생태계에기록자로동참”하겠다는의지가일어날지도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