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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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가야트리 차크라보르티 스피박은 전 세계 인문학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목소리 중 하나로, 그의 작업은 한국에도 다수가 소개되어 ‘서발턴’과 ‘포스트식민 페미니즘’ 같은 개념을 확고히 새겨 넣었다. 그렇지만 이들 개념이 너무나 강한 그림자를 드리운 탓에 그가 언제나 읽기의 책임을 요청하는 문학 비평가이자 교사로 쓰고 활동해 왔다는 사실은 제대로 환기되지 못했다.

「읽기」는 스피박이 2012년 5월에 인도의 푸네 대학에서 진행한 나흘간의 강연을 담은 책이다. 이 책에서 스피박은 읽기란 사회 정의를 향한 의지를 육성하는 행동이라는 자신의 오랜 지론을 다시 한번 역설한다. 그리고 그 정신에 입각해 프란츠 파농과 J. M. 쿳시, 엘리자베스 개스켈 등의 작품을, 그리고 자신의 과거 텍스트들을 읽는다.

「읽기」는 우리가 무엇을 위해 읽는지, 그 자신은 어떻게 읽는지를 일흔에 접어든 스피박이 우리에게 가르치는 책이다. 스피박의 문체는 난해하기로 유명하지만, 강의 형식을 취한 이 책은 스피박에 대한 이해를 가다듬을 기회를 마련해 준다. 또 문학적 훈련을 통해 상상력을 사용하라고 권하는 이 대가의 어조는 읽기가 사소해지고 있는 오늘날 특별히 감동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요컨대 「읽기」는 가야트리 차크라보르티 스피박의 읽기들을 돌아보고 우리의 읽기를 위해 그의 읽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최상의 도구다.
저자

가야트리차크라보르티스피박

GayatriChakravortySpivak
1942년인도서벵골주콜카타에서태어났다.1959년콜카타대학의프레지던시칼리지를졸업하고미국으로이주해1967년코넬대학에서폴드만의지도하에윌리엄버틀러예이츠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1976년자크데리다의『그라마톨로지에대하여』영어번역과해제로주목받았으며,이어「세여성의텍스트와제국주의비판」(1985)과「서발턴은말할수있는가?」(1988)등을필두로한적극적인지적개입및서발턴연구집단(SubalternStudiesGroup)소개활동으로마르크스주의와페미니즘을탈구축하는포스트식민비평가라는평가를받았다.
다수의논문과인터뷰를발표했으며이중상당수가『다른세상에서』(1987),『스피박의대담』(1990),『교육기계안의바깥에서』(1993),『포스트식민이성비판』(1999),『다른여러아시아』(2008),『지구화시대의미학교육』(2012)등의저서로묶여출간되었다.또벵골소설가이자활동가인마하스웨타데비의여러작품과마르티니크작가이자정치인인에메세제르의『콩고에서의한계절』을영어로번역하기도했다.2022년에는번역에관한글을엮은『살아있는번역』을펴냈다.
아이오와대학과시카고대학,텍사스대학,피츠버그대학등을거쳐컬럼비아대학비교문학과교수로재직중이며,1980년대중반이래인도농촌지역에학교들을설립해토지를소유하지못한비문해성인과아동을교육하고있다.
2012년에교토사유와윤리상(KyotoPrizeinThoughtandEthics)을수상했고2013년에는인도정부의시민훈장인파드마부샨(PadmaBhushan)을수여받았다.현재W.E.B.두보이스에대한책을집필중이다.

목차

감사의말
편집자노트
서문_라라초크세이

서론
헤겔을읽는파농
스피박다시읽기
텍스트에서는무슨일이일어나는가:J.M.쿳시의『서머타임』과엘리자베스개스켈의『남과북』
교직과자서전
마무리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스피박은어떻게읽는가
우리는무엇을위해읽어야하는가

“문학적읽기를위한상상력훈련이유연한에피스테몰로지를
생산한다는점,바로이에피스테몰로지가,
아마도,우리세계를구할수있으리라는점입니다”

가야트리차르크라보르티스피박,
나흘간의교육무대에서상상력훈련으로서의읽기를가르치다

가야트리차크라보르티스피박은1976년서른네살의나이에자크데리다의『그라마톨로지에대하여』를영어로번역하고장문의해제를덧붙여국제적으로주목받은뒤「세여성의텍스트와제국주의비판」(1985),「서발턴은말할수있는가?」(1988),「잘못을바로잡기」(2004)등의작업으로마르크스주의와페미니즘을탈구축하는포스트식민비평가라는평가를받았다.전세계인문학계에서가장영향력있는목소리중하나인그의작업은한국에도다수가소개되어‘서발턴’과‘포스트식민페미니즘’이라는개념을확고히새겨넣었지만,이들개념이너무나강한그림자를드리운탓에그가언제나읽기의책임을요청하는문학비평가이자교사로쓰고활동해왔다는사실은제대로환기되지못했다.
그렇지만그를따라다니는이미지들을걷어내고읽어보면그의작업중심에는읽기와듣기의문제가,서발턴의교육이라는문제가늘중심에자리잡고있었음을실감할수있다.나아가스피박자신이“과거의과부화장에서현재의일이자미래를위한일이기도한아동정신변화로”(210)관심이옮겨왔다고말하듯읽기(와)교육은점점더그를사로잡아왔다.그렇다면스피박은어떻게읽으며무엇을위해그렇게읽어야한다고생각하는가?이것이『읽기』의질문이자이책에서스피박이실연實演하고자하는쟁점이다.
『읽기』는스피박이2012년5월에인도의푸네대학에서진행한나흘간의강연을엮은책이다.역사학연구자로서현대철학의전회들을통해역사학을다르게실천할가능성을궁리해온안준범이번역한이책에서스피박은오랫동안거듭강조해온‘읽기’의중요성을인도의영문학도들을대상으로다시한번역설한다.그리고그정신에입각해프란츠파농의『검은피부,하얀가면』,J.M.쿳시의『서머타임』,엘리자베스개스켈의『남과북』읽기를,그리고자신의과거텍스트인「세여성의텍스트와제국주의비판」과「잘못을바로잡기」다시읽기를실행한다.

사회정의의원천으로서의읽기,
세부에주목함으로써불가능한유토피아를바라보기

스피박은인문학의요체가‘욕망들의비강제적재배치’임을우리에게주지시켜왔다.우리의욕망이민족주의적이고자본주의적이며성차별적인승리들보다는계급,인종,젠더평등을향하도록이끌수있어야한다는것이다.이런재배치를위한교육을그는‘상상력훈련’이라부른다.이훈련은어떻게이루어지는가?학생과독자가텍스트의세부에주목해텍스트안에흔적으로남은타자의목소리를살피게만듦으로써.그가자크데리다의텍스트들에서배운‘탈구축’d?construction이란해체하고파괴하는무언가가아니라이같은면밀히읽기의다른이름일따름이다.그러므로읽기의근원적인목표는지식습득이아니라정신의습속변화며,비교문학자인스피박에게이를위한최상의무기는여전히문학교육,특히영문학연구전통이다.무언가가독이될수도약이될수도있음을언제나유념하는그는학생들에게정교하게발전한제도적문학연구를폐기하기보다는‘긍정적사보타주’를통해그것의성과를움켜쥐고사용하라고권한다.
이건한가한요청아닌가?세상이불의로가득차있으니세심한읽기보다는행동에나서야하는것이아닐까?직접적이고긴급한사안이줄지어있을때읽기에전념하기란거의불가능함을그도부정하지않는다.그럼에도읽기교육을통한상상력훈련이꾸준히선행되지않는다면사회정의를향한움직임이정치적승리를거둘수는있을지언정유지될수는없다는것이스피박의오랜지론이다.“세부를향한이목이존재하지않는다면어떤혁명도지속되거나고양될수없지요”(22).그의말마따나사회적약자들혹은서발턴이헤게모니의회로에진입했을때또다른억압자로돌변하는것을막으려면상상력훈련으로미리준비되어있어야만한다.
요컨대스피박은장기적인준비를요청한다.지식인의재현책임을회피하지않는지식인으로서그는이처럼상상력을훈련시키는것이,불가능한유토피아를바라보는것이문학도와문학교사의임무라고제언한다.서발턴도교육받아야한다는사실을사람들이잊는경향이있다고지적한바있는그는실제로인도농촌지역에학교들을설립해비문해자성인과아동을교육하는프로젝트를수십년째진행중이기도하다.직접문제들을해결하기보다는‘문제해결자들을생산하려는’욕망을품고서미국과인도,즉각각글로벌북부와남부의한거점인이곳들에서비대칭적으로교육실천을행하고있는것이다.그근저에는인문학이점점더사소한것으로치부되더라도,혹은바로그렇기때문에상상력훈련이중단되어서는안된다는신념이깔려있다.이러한교육실천이더디고당장은효과도미미해보이겠지만궁극에는더많은결과를낳을것이기때문이다.“그러는내내제가강조했던것은,문학적읽기를위한상상력훈련이유연한에피스테몰로지를생산한다는점,바로이에피스테몰로지가,아마도,우리세계를구할수있으리라는점입니다”(44).

문학은증거가아니다
텍스트가펼쳐내는욕망을따라가는읽기

이렇게읽기와교육의가치를역설한다음스피박은본문에서실제읽기를행한다.「헤겔을읽는파농」은『검은피부,하얀가면』에서프란츠파농이헤겔의『정신현상학』을어떻게‘자기것으로삼는지’를밝힌다.헤겔자신이주인-노예변증법을개인적이거나심리적인사례로읽어선안된다고경고하고있음에도파농은이변증법을사용해마르티니크인들의심리적환경을설명하고자했다.누군가는이것이오독이라고비난하겠지만스피박이보기에“파농은헤겔을읽는것이지,단순히주석을다는것이아니”(52)며,이것이야말로파농이헤겔을“가장관여적인방식으로읽었다는증거”(57)다.
다음장인「스피박다시읽기」에서는자신의과거텍스트인「세여성의텍스트와제국주의비판」과「잘못을바로잡기」를검토하면서이글들이나온배경과더불어저자인과거자신의‘검토되지않은문화적가정들’이무엇이었는지를해명한다.그리하여그는「세여성의텍스트와제국주의비판」이“요컨대그들은틀렸고우리가옳으며,(비록제가나는그렇게생각하지않노라말할만큼은조심스러웠지만)샬럿브론테는인종주의자라는식”(99)으로읽혀온것에,그리고자신이그런해석의여지를제공한것에유감을표명하며,「잘못을바로잡기」와관련해서는“바깥의부름이있다는,그러므로인간존재들은타자의부름을통해인간이된다는관념이,이제제게는,너무감상적인걸로보”(129)인다고말하면서“권리와책임이‘도래하다’라는영속적양식으로모두에게공유될수있다고는더이상믿지않아요.이제는이것이교육철학을통해하나의정신집합으로서에피스테몰로지적으로창조되어야한다고믿지요”(130)라는새로운인식을강조한다.
마지막으로「텍스트에서는무슨일이일어나는가」에서는J.M.쿳시의기이한자전적소설『서머타임』을읽으면서수사학자원들을두드러지게활용하는이텍스트가무엇을욕망하는지를묻는다.특히‘간접자유화법’을사용해쿳시는백인남성크레올이말할권리가있는것과그렇지못한것을조심스럽게구분한다.이런수사학적신호들을따라가면서스피박은쿳시의텍스트적질문과욕망에주목하고,허위로가득한이자전적소설의어느부분에서진실함이구축되는지를확인한다.
이런읽기들을감행한교육무대에서스피박은“세심”하고“겸허”하게읽으라고,“아주고지식하게문자그대로”읽으라고학생과독자에게청한다.이는텍스트의프로토콜에조심스럽게들어가“텍스트에설정된사적인문법을살펴본다는”뜻이다(204).그가강조하길하나의텍스트는사회현실의증거도이론을적용할대상도아니다.또한우리는작가라는“의도하는주체에게서충분히거리를두고있어야”(188)할뿐아니라“예술을위한예술”(197)이라는유혹에도굴복하지말아야한다.철학적인읽기와문학적인읽기등등을구분하는것역시쓸데없는짓이다.그에겐“그냥읽기가있는것”(206)일따름이다.“우리는텍스트가읽히길원하는대로겸허하게읽어들어가요.그러면서서히텍스트가돌아서기시작하지요.우리가충분히잘배웠다면요”(63).이읽기란텍스트의프로토콜에들어가는실천,즉세부에주목함으로써텍스트의질문을확인하고텍스트가펼쳐내는욕망을따라가는실천이다.그가“비평적내밀함”이라부르는이것을확립할때독자인우리는“오히려텍스트를굴리고사용할수있다고,다시말해목전의기획을위해텍스트에담긴최상의에너지를사용할수있다고생각하는자리를찾아내”게된다(206).

스피박을다시읽기위해

스피박은오드리로드의말을비틀어‘주인의도구를사용해주인의집을무너뜨리기’를말한바있다.주인의도구를사용하지않겠다는선언은과제를회피하겠다는핑계로쓰일수있기때문이다.스피박의제안은지적질에그치는대신차라리이도구들즉주로서구남성들이정교화해온이론들과공모하면서이이론을서발턴을위해전환하자는것이다.이는주인의텍스트와노예의텍스트모두를세심하게살펴야만가능한일,언제나타협의위험이도사리고있고성공하리라는보장도없지만그럼에도피할수없는과제다.
이를포함한여러이유때문에스피박읽기는어렵다.그리고『읽기』는이어려움을경감해주지않는다.입문격의설명을제공하기보다는그가자신의원칙에입각해그다운읽기를실행하고있기때문이다.그럼에도스피박의글에는날카로운직관에서비롯하는섬광같은강렬함이가득하며『읽기』곳곳에서도이매력이빛을발한다.나아가“변명도말고비난도마세요.입구를확보하세요”라고말하면서“문학적훈련을통해상상력을사용”하라고권하는일흔살된이대가의어조는읽기가사소해지고있는오늘날특별히감동적인울림을남기기도한다.
스피박의쓰기는우리에게많은해독노력을요하지만,『읽기』는강의라는형식덕분에,또질의응답을통해,마지막으로그의섬세한읽기그자체로인해그가견지하는읽기와교육에대한관점을한층수월하게이해할수있게해준다.또이작은책은그가오랫동안사용해온개념과모티프,사례상당수를촘촘하게담고있기도하다.그의대표작중하나인『포스트식민이성비판』의「문학」장에서샬럿브론테와마하스웨타데비,J.M.쿳시를다루었음을감안하면이책이『포스트식민이성비판』의다시쓰기라고볼수도있으며,후기저작인『다른여러아시아』와『지구화시대의미학교육』을이책이압축해되풀이하고있다고읽을수도있다.요컨대『읽기』는가야트리차크라보르티스피박의읽기들을돌아보고우리의읽기를위해그의읽기를사용할수있도록준비시키는최상의도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