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투자자의 시간 : 금융 자본주의 시대 새로운 주체성과 대항 투기

피투자자의 시간 : 금융 자본주의 시대 새로운 주체성과 대항 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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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08년 금융 위기는 신자유주의를 넘어서야 한다는 열망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그 뒤 신자유주의는 오히려 더 공고해졌으며, 특히 금융은 사회 전 분야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막강한 위력을 자랑한다. 이 책은 과거의 저항 방식을 고수하거나 ‘대안 없음’을 받아들이는 대신 금융 ‘내부’에서 금융에 맞서 도전을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금융화가 생산한 ‘피투자자’들이 자신의 주체성을 전유해 벌이는 ‘대항 투기’들에 주목한다.

신자유주의 이론과 정책은 개개인을 기업가적 주체로 만들고자 했다. 그런데 신자유주의 개혁의 결과 실제로 도래한 체제는 금융화였고, 막상 금융 권력이 헤게모니를 쥐고 나자 우리 대다수는 투자를 받기 위해 경제적, 비경제적 신용도를 끌어올리려 분투하는 피투자자가 되었다. 이 책은 우리가 피투자자라는 정체성을 전유해 반격을 가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기업 경영, 국가 통치, 개인 품행이라는 세 영역에 초점을 맞춰 피투자자 액티비즘이 신용이라는 무기를 활용할 방안을 제시한다.

좌파가 현재 우울에 빠져 있는 것은 지난 수십 년간 신자유주의와 금융화의 공세에 패배를 거듭한 탓이다. 이 책은 우울을 우파 쪽으로 되돌리려면 익숙한 과거로 돌아가려 애쓰는 대신 현재의 조건을 포착하고 그 조건 안에 거주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저항을 개시해야 한다. 오늘날 좌파에게 필요한 것은 이 자기 실현적 예언 게임에 참가하는 것, 즉 주주와 채권자의 권력을 표적으로 삼아 신용이 할당되는 조건을 두고 당당하게 대항 투기를 벌이는 것이다.
저자

미셸페어

벨기에태생의철학자이자사회이론가로유럽과영미권에서주로활동중이다.1985년에인문,사회과학분야의비영리출판사인존북스(ZoneBooks)를공동으로설립하고현재까지편집위원중한명으로일하고있다.2007년에는프랑스이민정책과관련된모니터링그룹인세트프랑스-라(CetteFrance-la)를창립하고공동창립자이자대표를지냈다.파리고등사범학교,캘리포니아대학교버클리캠퍼스,골드스미스런던대학교등에서강의했다.통치양식의변화,대안적주체성의가능성,좌파정치의전략을중심으로동시대자본주의의정치적풍경을연구해왔다.2000년에『무력하도록고안되다:국제사회의시대』(PowerlessbyDesign:TheAgeoftheInternationalCommunity)를,2021년에는『좌파와좌파의것』(Lagaucheetlessiens)을출간했으며,『리베르틴선집』(TheLibertineReader,1997)과『비정부정치』(NongovernmentalPolitics,2007)등의공저서를편집했다.

목차

들어가며_정치적낙담의여정
슬금슬금다가오는사회주의:전후자유시장옹호론자들의울분
모두를기업가로:우울에대한신자유주의적처방
소득의분배와자본의가치상승:새로운사회문제의밑그림

1장_기업거버넌스의이해관계
고용주와투자자
이윤추출과신용할당
협상과투기
비용계산과리스크평가
임금과기업의사회적책임
피고용인과이해관계자
고용주카르텔과신용평가사

2장_정부정책의책무
조세와부채
주기적인선거와끊임없는가치평가
공간의요새화와시간의점유
포퓰리즘옹호와은행벤치마킹
채무자벗어나기와채권자따라하기

3장_개인품행의가치상승
자립심고취하기와활력잃은이들코치하기
불안해하는이들안심시키기와신용잃은이들솎아내기
불안정노동자와자유계약자
종속에대한보상과상호의존성에대한후원
임노동자와피투자자

코다
감사의말
미셸페어와의인터뷰
옮긴이후기
후주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금융자본내부에서전개되는
대항투기의가능성

금융의전면적인지배에좌절해우울에빠지는대신
금융화가생산한‘피투자자’라는조건에거주하면서
동시대자본주의에도전할가능성을발견하려는이론적,실천적기획

2008년의대침체는금융의위력과위험을각인한사건이었다.체계자체를뒤흔든위기의여파로각국정부는무분별한금융기관을비난하며규제를약속했고,분노한대중은‘1퍼센트에맞서는99퍼센트’를외치며월스트리트같은상징적인장소를점령했다.일촉즉발의상황속에서신자유주의는돌이킬수없이침몰한것처럼보였다.
그럼에도신자유주의는죽지않았다.위기를수습하고‘정상’상태로돌아가자오히려더강고해지기까지했다.정부들은애초공언과달리시민을희생시켜은행을구제했고,그렇게살아난은행들은자신을구해준정부의재정상태를우려하며재차긴축을요구하기에이르렀다.점령운동의물결도곧사그라들었을뿐아니라‘99퍼센트’중상당수가금융회로에포섭되었다.노동소득으로안정적인삶을꾸릴가능성이희박해진탓에갈수록많은사람이투자혹은투기에매달리면서주식과부동산,암호화폐의추이에촉각을곤두세우고있다.기후위기가점점더가시화되고팬데믹까지이어져불안이가중되고있지만얼핏보기에유의미한변화를요구하고이끌만한세력은눈에띄지않고있다.
특히금융은사회전분야에서그어느때보다도막강한위력을자랑한다.금융기업이세계를지배하고있다해도과언이아닐뿐더러비금융기업의금융화도상당히진척되었다.따라서현재기업경영에서가장큰입김을행사하는것은주주와투자자의요구다.정부의사정도다르지않다.이들은자국채권소유자의권력에크게종속된채재정건전화를통해투자자눈에비치는자신의매력도를유지하는데사활을건다.또금융은개인들의사고방식과행동에도영향을미친다.안정적인일자리가보장되지않는상황에서사람들은대출과투자에의존하며,이를위해무슨수를써서라도자신의가치,즉신용도를높이려한다.
이처럼생산과분배,통치와복지,개개인의품행까지금융을통해,또금융을위해운용되고있다.그렇다면이전면적인지배에압도당한채로‘대안없음’을받아들여야할까?아니면금융논리에오염되지않은순수한영역을지켜내려는힘겨운싸움에돌입해야할까?『피투자자의시간』의지은이미셸페어는좌파가이두선택지사이에서오도가도못하는바람에우울에빠졌다고주장한다.두선택지를모두거부하는그가보기에더유효한대안은금융‘내부’에서금융에맞서도전을제기하는것이다.이저항을그는‘대항투기’counterspeculation라부르며,이런저항방식이바람직할뿐아니라가능함을입증하기위해금융화가생산한‘피투자자’investi,investee라는주체성에주목한다.

권력이빚은주체성을
그에반하는용도로전유하기

『피투자자의시간』의지은이미셸페어는벨기에태생의철학자이자사회이론가다.유럽과영미에서활발히활동중이며1985년에인문,사회과학분야의비영리출판사인존북스ZoneBooks를공동으로설립하고현재까지편집위원으로일하고있다.또프랑스에서는이민정책관련모니터링그룹을창립하기도했다.이처럼그는학계바깥활동을병행하며통치양식의변화,대안적주체성의가능성,좌파정치의전략을중심으로동시대자본주의의정치적풍경을비판적으로탐구해왔다.
마르크스와푸코의통찰을따르는그의논의는두가지이론적전제에기반한다.하나는저항이항상권력에내재한다는것,다른하나는권력이빚은주체들이그지위를전유해appropriate권력에강력한도전을제기할수있다는것이다.따라서동시대의저항을이해하고이론화하려면현재의권력이어떤주체성을생산하는지를파악해야한다.그리고이는오늘날주된자본축적및통치양식이무엇인지해명하는작업을요구한다.그리하여이책은결정적인구별,즉신자유주의와금융화의구별을제시하면서논의를시작한다.
신자유주의이론과정책은‘주주가치’를기업의핵심과제로격상했고,각종규제완화등을통해기업친화적인환경을조성하려했으며,개개인을기업가적주체로만들고자했다.그런데지은이에따르면신자유주의자들의의도와결과사이에는괴리가있다.왜냐하면실제로도래한체제는금융화였기때문이다.물론신자유주의와금융화는서로도움을주고받는관계에있으며때로는동의어로여겨지기도한다.하지만이둘은서로다른주체성형식을낳는다.신자유주의가각자의삶을하나의사업처럼대하는자립적인기업가를양성하고자한반면,막상금융권력이헤게모니를쥐고나자우리대다수는자립은꿈도꿀수없는의존적인존재가되었다.금융화된자본주의에서우리는투자를받기위해경제적,비경제적신용도를끌어올리려분투하는피투자자로살아간다.
투자권력에완전히종속된듯이보이는피투자자들이과연반격에나설수있을까?하지만지배가아무리물샐틈없어보이더라도언제나균열이있으며저항은이미벌어지고있다.지은이는전통적인노동-자본대립이약화되었지만그와동시에또다른갈등이부상했다고말한다.소득분배가아니라‘신용할당’을둘러싼전선이선명해지고있다는것이다.『피투자자의시간』은기업경영,국가통치,개인품행이라는세영역에초점을맞춰피투자자액티비즘이신용이라는무기를활용할방안을,또현실에서활동중인피투자자운동이기존운동과차별화되는지점을제시한다.

임노동자에서이해관계자로,임금에서기업의사회적책임으로
:주주가치를신봉하는기업경영을어떻게제어할것인가

1장「기업거버넌스의이해관계」는금융화로인해기업의목표가이윤추구에서주주가치추구로이동했음을강조하며기존의자본가-노동자관계와는상이한권력관계가부상했다고주장한다.‘신용할당’권력을보유한투자자와자신의매력도를높이고자애쓰는피투자자의갈등이첨예해진것이다.달리말해현재가장막강한권한을행사하는존재는어떤프로젝트가자금을할당받을지,무엇이생산될지를결정하는투자자와주주다.
그러므로지은이에따르면임금노동자의저항은더이상사회적투쟁의유일한중심이아니다.그렇다고해서노동운동이모든가치를상실한것도아니다.왜냐하면대항투기에나서고자하는피투자자들이과거노동계급이채택한‘전유’전략에서배울수있기때문이다.산업자본주의시대의노동운동은‘자유로운노동자’라는지위가자본의착취를은폐하는이데올로기임을비판하는데그치지않고이지위를전유했으며자본가들의전략을모방했다.그리하여노동조합을결성하고단체협상기술을발전시킬수있었다.이와마찬가지로피투자자들역시자신의지위를거부하는대신그안에거주하면서투자자들의기술을차용해신용할당조건들을수정하고자시도해야한다.이것이바로‘대항투기’가뜻하는바다.“이는다른평가기준을조성함으로써,그리고금융자본가들이자연스럽게높이평가하는유형의시도들의신용을떨어뜨림으로써대안적인프로젝트들의가치상승을촉진하는것을뜻한다”(55).
이에따라주된전장도임금에서‘기업의사회적책임’으로옮겨간다.피투자자운동은기존기업거버넌스의리스크가터무니없이높음을드러내고노동과인권,환경을보호하는대안들의매력도를증대시켜야하기때문이다.그러므로경영학에서주주stockholder와대비되는이해관계자stakeholder의지위를전유해이들의요구를하나로묶어낼필요가있다.그리고이런요구들을관철하기위해특정기업의상품이나프로젝트에대한보이콧요구,사회적책임을중시하는대안적인신용평가사설립등의방안을활용할수있을것이다.이에성공한다면투자자들의추측에서사회적책임과사회적무책임이차지하는상대적인비중을변화시킬가능성이생긴다.물론보이콧같은운동은예전에도존재했다.하지만오늘날피투자자액티비즘은‘투자자의권력’을표적으로삼음으로써이운동들에새로운의의를부여하게된다.
이처럼지은이는금융이투기적이며기업의사회적책임은기만적이라고비판하는것을넘어이런투기게임에적극참여하자고제안한다.그래야신용할당이사회갈등의내기물이된상황에서금융자본에유의미한반격을가할수있기때문이다.그리고이는역설적이게도노동운동의정신과방법을오늘날에맞게되살리는길이기도하다.

시간점유하기와사회적채권자로행동하기
:재정건전화시대에민주주의를되살리기위한시도들

2장「정부정책의책무」는20세기중반이래국가의성격이조세국가에서부채국가를거쳐재정건전화국가로바뀌어왔다는사회학자볼프강슈트렉의관찰에기반한다.신자유주의시대의막이오르자국가는자본의요구에따라각종규제를완화하기시작했지만,유권자의불만을달래기위해복지국가의기능도어느정도유지해야했다.부족해진재원을대출로충당한결과각국은국제채권자집단의손아귀에놓였다.그뒤채권자들이상환능력을우려하자정부들은공적지출을줄이고시민에게민간대출을종용하는재정건전화정책으로의전환을감행했고여전히재전건정성을전가의보도로휘두르고있다.
이처럼국가는시민의열망과국제대부자의요구사이에서균형을잡아야하는처지에몰렸지만거의늘후자를우선시한다.가장결정적인이유는시민은‘주기적인선거’로몇년에한번씩만정치적대표자를심판할수있는반면금융권력은‘끊임없는가치평가’를통해언제든해당국가에불리한조치를취할수있기때문이다.이에금융권력에맞서국민주권을회복하고자하는일각에서는정치제도를‘요새화’하자고제안한다.이와달리시간성의논리에주목하는지은이는금융권력이활용하는시간을‘점유’하는것이더유망한대안이라고주장한다.정치인들이내리는결정을쉴새없이평가하는힘을획득하고,그리하여환자,학생,환경주의자,불안정노동자,장애인등의이해관계를옹호하는대안적인압력집단을양성해야한다는것이다.“이는인민주권의이름으로위임된권한을이용해신용공급자에게저항하는것이아니라,신용공급자와경쟁하는압력집단에대한선출직공직자의책임성을높임으로써신용의장자체를재구조화하는것이다”(132).
다른한편재정건전화로의전환과민간대출의확대,천문학적인비용이소요된2008년위기의은행구제금융으로부채가동시대자본주의의핵심비판대상이되었다.일부사회비평가는임노동자대신채무자가자본주의의새로운주체성이되었다고주장하면서부채거부운동에서혁명의희망을찾는다.반면지은이는채무자들이처한조건의복잡성을강조하면서금융위기가발발했을때는입장이바뀌어이들이금융기관에대한대부자가되며,또국가에대해서는금융적채권자와대립하는사회적채권자라는지위를보유한다는사실을지적한다.따라서관건은채무자를완전히종속된지위로바라보지않고이들이맡을수있는상이한역할을전유해영구적긴축의지지자들에맞서는다양한용도로활용하는것이다.

상호후원관계에기반한대안적인프로젝트들
:플랫폼자본주의의부상과플랫폼협동조합운동의가능성

3장「개인품행의가치상승」은기존기업이나국가의결정에영향력을행사하기보다는직접자신의프로젝트를꾸리고자하는피투자자들의액티비즘이성공할가능성을논한다.4차산업혁명으로노동이종말을고할것이라는예언이과장된것은분명하지만,플랫폼자본주의의대두로많은임금노동자가임시직노동자나프레카리아트같은독립계약자freeagent로대체되고있는실정이다.공유경제나협력경제같은거창한이름아래‘파트너’로불리는이들은사실상거의아무런자율성도누리지못하며극심한불안정에시달리는중이다.
이런상황의비판자들은노동조합들이기존에성취한권리를보존하고자영업자신분인자유계약자들이노동자로분류되도록힘을쏟고있다.반면지은이는이른바‘우버화’된노동자들이벌이고있는운동을들여다보면서법적분쟁에휘말린거대플랫폼들이휘청대는사이피투자자들이자신만의디지털플랫폼협동조합을결성할가능성에주목한다.과거에협동조합운동은실현가능성없는공상적인대안이라며비판받곤했지만플랫폼자본주의의도래가협동조합운동에새로운생명력을불어넣어주었다는것이지은이의주장이다.비교적저렴한기술을통해구현이가능하며,신용도를측정하는등급평가시스템역시대안적인용도로전유할수있기때문이다.자신만의기획을추구하면서이들은약탈적인터페이스들의신용을떨어뜨리고자신의가치를상승시키는게임에들어서게된다.
또플랫폼협동조합운동의지지자들은거대플랫폼이노동법을준수하지않고조세를회피하려갖은애를쓴다는점을강조하며국가당국에한층엄격한규제를요구할수있다.그렇게되면가격이나품질측면에서협동조합이경쟁력을갖출수있을지도모른다.나아가플랫폼협동조합운동은일자리와결부된보호장치가아닌보편적이고무조건적인보장을국가에요구하는운동들과시너지효과를일으킬수있다.대표적인것이기본소득과커먼즈운동으로,이운동들이서로충돌을빚지않는것은아니지만지은이는이들이모두포스트임노동운동가들이이루는성좌의일부분이라고주장한다.“사회주의와공산주의가자유로운노동자들의꿈이었다면,포스트임노동사회에대한자신만의비전을상상하고구축하는것은이제피투자자운동가들몫이다.밑그림을그려나가는과정에서이운동가들이선배운동가들의유토피아보다는가치상승가능성이있는프로젝트들의경험에서더많은영감을받고있다는것은결코놀라운사실이아니다”(228).

과거를희구하지않고현재를직시하기
:좌파의우울을떨쳐내기위한하나의이론적시도

이처럼『피투자자의시간』은세장에걸쳐신자유주의자들의이론과정책이실행된과정을살펴보는동시에그에맞선투쟁들이어떻게기존운동과차별화되는대항투기의성격을품고있는지를밝힌다.저항의가능성에대한이론적기초와신자유주의역사및동시대투쟁에대한분석을능숙하게결합하고있는이책은피투자자와대항투기라는도발적인개념을대단히매력적이고강력하게제시한다.잃어버린과거에고착되는것에강하게반대하는그의논의와어조는시종일관자신감넘치며도전적이다.중요한것은이책에서지은이가제시하는기업보이콧캠페인이나플랫폼협동조합운동등을반드시따라야할청사진으로이해해서는안된다는것이다.방점은각각의자본축적체제가고유한저항형태를산출한다는사실에찍혀야한다.그리고지은이가‘피투자자’나‘대항투기’같은개념을통해새로운저항의가능성을‘투기’하고자한것은그래야만좌파의우울에서벗어날수있다고판단했기때문이다.
이책은“우울이언제나좌파의전유물이었던것은아니다”(7)라는문장으로시작한다.좌파가현재우울에빠져있는것은지난수십년간신자유주의와금융화의공세에패배를거듭한탓이다.하지만그이전만해도더많은경우우울과불안은우파몫이었다.좌파는망설임없이미래가자신의것이라는쪽에내기를걸었고,거침없이저항에나섰으며,두려움없이고용주카르텔을모방해노동조합을결성했다.
지은이는우울을우파쪽으로되돌리려면과거노동자투쟁의내용이아니라정신과형식을되살려야한다고믿는다.그가보기에는익숙한과거로돌아가려애쓰는대신현재의조건을포착하고그조건안에거주하면서새로운형태의저항을개시하는것이더욱실효성있는길이다.증권은가격이오르면수요도오히려증가하는역설적인상품이다.어쩌면사회운동도이와비슷할지모른다.오늘날좌파에게필요한것은이자기실현적예언게임에참가하는것,즉주주와채권자의권력을표적으로삼아신용이할당되는조건을두고당당하게대항투기를벌이는것이다.『피투자자의시간』은그것이가능함을입증할뿐아니라우울에빠질필요가없다고우리를독려하는책이다.

※『피투자자의시간』한국어판에는원서에없는미셸페어와의인터뷰및충실한해제성격의옮긴이후기가실려있다.지은이의견해를한층분명하게파악하는데도움을줌으로써금융자본주의에대한비판적교양서로서이책의장점을더욱풍부하게만들어주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