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펑크: 마크 피셔 선집 2004~2016 1: 책 영화 텔레비전

k-펑크: 마크 피셔 선집 2004~2016 1: 책 영화 텔레비전

$21.00
Description
영국 비평가 마크 피셔는 자본주의 리얼리즘, 유령론, 대중 모더니즘 같은 개념으로 새로움의 충격을 상실한 우리 문화를 독창적으로 진단하고, 과거와 현재의 문화 생산물에 여전히 남아 있는 잃어버린 미래의 흔적들을 면밀한 주의력으로 찾아냈다. 그는 컬트 인사가 되었고,
그런 뒤에는 21세기의 가장 흥미로운 영국 비평가 중 한 명이 되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k-펑크라는 블로그에서 시작되었다.

2017년 피셔가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후 그가 공동 설립한 리피터 북스에서는 2018년 블로그 게시물, 여러 잡지와 저널에 기고한 평론, 각종 매체와의 대담, 미발표/미완성 글 다수를 묶어 800여 쪽에 달하는 『k-펑크』를 펴냈다. 리시올 출판사에서는 10여 년의 시간과 방대한 영역을 아우른 『k-펑크』를 완역할 계획이며, 첫걸음으로 책, 영화, 텔레비전을 다루는 1~2부를 1권으로 선보인다.

『k-펑크』 1권은 밸러드, 버로스, 크로넨버그, 70~80년대 모더니즘 방송 체제, 『샤이닝』과 『배트맨』과 『헝거 게임』 등 책과 영화, 텔레비전에서 피셔가 채굴한 가능성의 조각들을 담고 있다. 이 책에 수록된 글을 읽으며 우리는 불안과 권태가 공존하는 현실에 구멍을 내고자 한 어느 명민한 정신이 사고의 건축물을 쌓아 올린 과정을 들여다보게 된다. 날카로우면서도 정서적이고, 도발적이면서도 관대한 피셔의 비평은 읽기의 기쁨을 선사할 뿐 아니라 우리 자신의 현실을 진단하고 현재의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다른 미래를 꿈꾸라고 부추긴다.
저자

마크피셔

(MarkFisher,1968~2017)
잉글랜드레스터의노동계급가정에서태어나러프버러에서자랐다.헐대학을졸업한후버밍엄대학과워릭대학에서공부했다.워릭대학에서세이디플랜트와닉랜드가주도한‘사이버네틱문화연구회’에참여했고1999년에는『평탄선구축물들:고딕유물론과사이버네틱이론-허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
2003년k-펑크라는이름으로블로그활동을시작해당시융성중이던블로그공동체의허브가되었다.2009년에친구인타리크고더드와제로북스를설립하고첫책인『자본주의리얼리즘:대안은없는가』를발표했다.이어2014년에제로북스에서『내삶의유령들:우울증,유령론,잃어버린미래에관한글들』을,2016년말에는새로설립한리피터북스에서『기이한것과으스스한것』을출간했다.그외에(공동)편집서로『마이클잭슨의저항할수있는소멸』(2009)과『포스트펑크그때와지금』(2016)등이있다.
2017년에사망한후블로그게시물과매체기고문,인터뷰,미발표원고등을다수모은『k-펑크』(2018)와마지막강의를엮은『포스트자본주의욕망』(2020)이리피터북스에서나왔다.

목차

감사의말
서문_사이먼레이놀즈
엮은이서문_대런앰브로즈
왜k인가?

1부꿈꾸기방법들-책

책밈
공간,시간,빛,필수적인모든것:J.G.밸러드시즌(BBC4)에대한성찰들
왜나는로널드레이건과섹스하길원하는가
어느축제의알록달록한그네들
권태의정치란무엇인가?(밸러드2003리믹스)
내가네환상이되게해줘
환상키트들:스티븐마이즐의「비상사태」
J.G.밸러드의암살
무섭고두려운세계
리플리의글램
꿈꾸기방법들
애트우드의반자본주의
토이스토리:꼭두각시,인형,호러스토리
제로북스설립문

2부스크린,꿈,유령-영화와텔레비전

설탕한스푼
저여자는엄마가아니에요
자리에서일어서,나이절바턴
포트메리온:삶의이상향
골고다의유물론
이영화는예전처럼감동적이지않았다
제3제국로큰롤의공포와참상
우리는그모두를원한다
고딕오이디푸스:크리스토퍼놀런의『배트맨비긴즈』에등장하는주체성과자본주의
꿈에서우리는조이가되는가?
크로넨버그의『엑시스텐즈』에대한노트
기억할필요가없도록그것을촬영했다
마커의유령들과제3의길이라는현실
탈정체성정치
“항상당신이관리인이었어요”:오버룩호텔의유령적공간들
커피전문점과난민수용소
대의없는반란
폐허속의로봇역사가
『타이슨』리뷰
“인간들이어머니지구를죽였어요”:이데올로기적징후로서『아바타』
불안정성과부성주의
선물의반환:리처드켈리의『더박스』
사회에기여한다는것
“긴장풀고그냥즐겨라”:BBC에내던져져있음
『스타워즈』는처음부터품절이었다
질리언웨어링의『셀프메이드』
『배트맨』의정치적우경화
적이누구인지기억하라
선악의저편:『브레이킹배드』
계급이사라진방송:『베니핏스트리트』
적을응원하다:『디아메리칸즈』
떠나보내는법:『레프트오버』,『브로드처치』,『더미싱』
영국풍자의이상한죽음
『터미네이터제니시스』리뷰
명성으로지은집:『셀러브리티빅브러더』
안드로이드들에대한공감:도덕성을비튼『웨스트월드』

출판사 서평

21세기영국의가장흥미로운비평가마크피셔
블로그라는새로운기술적조건을움켜쥐고
불안과권태가공존하는현실에구멍을내고자한그의시도전체를읽는다

열띤흥분으로가득했던블로그네트워크의허브가된k-펑크
그곳에서마크피셔가지은사고의건축물을재생한『k-펑크』의첫권출간

“그의글은모든것에더많은의미가있다고,의의가들어차있다고느끼게만들어주었다.마크읽기는쇄도하는황홀감을선사했다.일종의중독.”_사이먼레이놀즈

마크피셔는자본주의이후를상상하지못한채쾌락주의적우울증에빠져들게만드는동시대자본주의의효과를예리하게해부했다.그는새로움의충격을상실한우리문화를독창적으로진단하고,그럼에도과거와현재의문화생산물에여전히남아있는잃어버린미래의흔적들을면밀한주의력으로찾아냈다.독자들의지성을신뢰하며난폭하면서도대화적인산문으로그들에게도전을제기했고,세계를지배하는브랜드들처럼좌파역시세련된슬로건을제시하고퍼뜨릴수있어야한다는믿음을굳게견지했다.그는새로운네트워크와집단성을창조할필요성을줄곧강조했으며,침체된영국의이론적글쓰기와출판계를혁신하고자대안출판사를설립하고운영하는데열의를쏟았다.현실정치에관여해좌파의교착상태를냉정하게진단하는한편,암울한시절을돌파할정확한타격지점을조준하자며독려를거듭했다.마크피셔는컬트인사가되었고,그런뒤에는가장두드러진영국비평가중한명이되었다.그리고이모든것이k-펑크라는블로그에서시작되었다.
1999년에워릭대학에서박사학위를받은뒤피셔는고갈과환멸을느끼다2003년에블로그를시작했다(그가블로그를만든경위및블로그명의연원에관해서는이책에실린「왜k인가?」참조).당시는블로그라는온라인하부구조가새로운유형의토론장을마련해준시기였고,불안정한처지에몰려있던지식인들이너나없이참여해이론,정치,음악,영화를소재로열변을토했다.온라인글쓰기의비공식성과즉각성,대중적인동시에실험적인성격에매료된피셔도자연스럽게“망명지의음악잡지”(사이먼레이놀즈)의일부가되어활기와들뜸이가득했던새천년의온라인환경에서마음껏공유충동을발산했다.방대한관심사,독특한시선,명료하면서도논쟁적인문체,자신이지지한동료들에게보인격려와관대함,언제나대화를더멀리까지이끄는솜씨를발휘한k-펑크는이내블로그공동체의허브로자리잡았다.
사회주의진영이해체되고냉전이종식된1990년대,자유민주주의가결정적인승리를거두었고이제유토피아적인역사의종말이도래했다는언설이횡행하던이10년이끝난뒤서양사회가맞닥뜨린것은테러,불안정,권태,우울,단조로운문화가혼재된현실이었다.피셔는나중에‘자본주의리얼리즘’개념으로발전시킨이현실의효과들을집요하게파헤쳤으며,정확함과정서적인힘을겸비한그의분석은신자유주의체제아래성인이된청년세대에게계시와도같은강렬함으로다가왔다.2000년대초에20대초반이었던비평가오언해설리는당시의기억을이렇게회고한바있다.“나는프록시서버를이용해최신k-펑크게시물을기다리고읽었고,많은경우이는새로운앨범을,최고의드라마다음에피소드를기다리는것과동일한기대감이었다.그러면보상을받았다.”
대침체라불릴만큼위협적이었던금융위기가터지고광범위한반체제운동이불붙은2009년에출간된첫책『자본주의리얼리즘』은“반동의회색장막에구멍을”내자는요청으로예상밖의호응을얻었고,그이후피셔는블로그를넘어기고,대담,정치적참여등으로활동반경을넓혀갔다.2017년초에피셔가비극적으로생을마감한뒤그가공동설립한리피터북스에서는2018년그의블로그게시물,여러잡지와저널에기고한평론,각종매체와의대담,미발표/미완성글다수를묶어800여쪽에달하는『k-펑크:마크피셔선집2004~2016』을펴냈다.이책은피셔의작업을주제별로일곱부로나누고각부에포함된글을시간순으로배열하는구성을취하고있다(포함기준및주제별구성에관해서는「편집자서문」참조).
리시올출판사에서는10여년의시간과방대한영역을아우른『k-펑크』를완역할계획이며,첫걸음으로책,영화,텔레비전을다루는1~2부를1권으로선보인다.2024년에는3부(음악)와4부(정치)를각각2~3권으로,2025년에는5~7부(인터뷰,성찰,피셔의마지막작업인『애시드공산주의』서문)를4권으로출간할예정이다.

자신을사로잡았던작품들에대한애정에서출발해
신자유주의에장악된현재에대한비판에이르는여정

마크피셔는자본주의리얼리즘에대한문화적분석과음악비평으로가장잘알려져있다.하지만그는불가해할정도로탐욕스러운독자이자시청자이기도했고,대중문화전반뿐아니라고급문화,정치와철학,정신건강과소셜미디어등무한해보일만큼다양한주제를넘나들며,때로는이모두를아우르며정곡을찌르는글을남겼다.출간된책만접한독자에게는다소의외일지모르지만그에게가장오래그리고깊이영향을미친인물은소설가J.G.밸러드였으며,또그가자본주의리얼리즘,대중모더니즘,유령론,쾌락주의적우울증,시장스탈린주의같은개념-슬로건을다듬어나간것도책,영화,텔레비전과씨름하면서였다.
초기에k-펑크의목표는비교적단순했다.어린시절과청년기에자신을사로잡았던작품들에대한애정을되찾고그애정에의미를부여하는것.그리하여1부에서는단연J.G.밸러드가,2부에서는감독데이비드크로넨버그가두드러지는등장인물로출연한다.피셔에게밸러드는“20세기의자원들을조립해그세기에접근하는데필요한개념적이고방법론적인레퍼토리를제공해”(54)준동시에“고급모더니즘의기법과대중소설의리프가서로를강화하게함으로써고급문화의반계몽주의와중간문학의포퓰리즘을동시에피할수”(108)있었던작가다.한편버로스,밸러드와삼각편대를이루는크로넨버그는초기의바디호러작품을넘어『엑시스텐즈』나『폭력의역사』같은작품을통해“주체성이일종의시뮬레이션이라는발상”(232)을발전시켰다.두작가에대한해석은“‘실재’로간주되는것이현저하게정치적인물음”(248)이며,자본주의리얼리즘이자연화하는질서의우연성을드러내는것이급진정치와비평의과제라는피셔의지속적인신념이어디서발원했는지짐작하게해준다.
그외에도k-펑크블로그는스피노자,카프카,버로스,SF소설과영화,들뢰즈와가타리,보드리야르등자신의강박(피셔자신이애호한표현)대상들이불러일으킨전율을되새기고자했다.나아가동료블로거들과의교류에힘입어점차한층풍부한대상들로관심을확장하고“일종의주제적리듬에접속하기시작”(26)했다.프로이트와제임슨,지젝,데리다,바디우같은이론가들의작업,새로운사건과경험,계속변화하는사회적,문화적분위기에서추가적인영감을얻은그는생전에출간한세권의책인『자본주의리얼리즘』,『내삶의유령들』,『기이한것과으스스스한것』의뼈대를서서히세워나갔다.그리고『k-펑크』1권은이명민한정신이사고의건축물을쌓아올린과정을재생하고있다.

과거가약속했지만실현하지는못한
잃어버린가능성들을발견하기

어린시절부터자신을사로잡았던문화생산물들에대한이충실성은오늘날만연한향수와극적인대비를이룬다.현재의문화가새로운것을산출하지못하고권태롭게과거를희구하는반면피셔는‘다른미래’를꿈꾸었던70~80년대‘대중모더니즘’popularmodernism작품들을소환한다는점에서그렇다.또한자크데리다가고안하고피셔가2000년대중반이래“제2의(비)생명”을획득했다고평한개념인‘유령론’hauntology은“모더니즘에대한모종의향수”,“우리가기대하도록대중모더니즘이훈련했지만결코물질화되지못한미래들”을재활성화하려는노력을가리키는이름이다.이두개념화와더불어과거의작품들에대한피셔의사적인집착이문화전반에대한대안적인구상과결합되었고,그배경에는68혁명과그유산이자리해있었다.68은실패로끝났고70년대부터개시된신우파의반격은자유롭게이동하며팽창하는자본을제외한모든것을긴축하는신자유주의체제를탄생시켰다.하지만60년대의반란이일으킨기대들은곧바로진압되지않고80년대까지이어져음악잡지와텔레비전같은매체들에스며들었다.
당시에는알아차리지못했지만한노동계급소년을지적으로양육했던이황금기의문화를피셔는펄프모더니즘,그뒤에는대중모더니즘이라이름붙였다.그가아이러니를섞어‘부성주의’paternalism라일컫는이시기의매체들은대중성과전위성을결합해익숙한것이아니라낯설고새로운것을제공함으로써다른미래를기대하도록대중을훈련했다.그리하여개인적인기억과대중모더니즘에대한향수모두에인도되어70~80년대텔레비전드라마와영화를떠올리는글(각본가데니스포터의작품들,텔레비전영화『아르테미스81』,드라마『더프리즈너』등등)이『k-펑크』1권에서가장흥미로운분석의일부를이룬다.
반대로신자유주의가대중의욕망과기대를거의장악한작금의텔레비전은경제적,심리적불안,노동계급에대한비하,지적인것을경멸하는태도를조장하는도구로전락했다.우리는“사람들이원하는것을준다”(324)구실로경쟁,능력주의,냉소,셀러브리티가점령한오늘날텔레비전에관한글에서가장사나운어조의피셔를만나게된다.그는‘서바이벌’프로그램에서끔찍한수준에이른공격성과바닥을향한경주를부추기는경향을보며,‘리얼리티’TV에서는편파성을숨긴채중립적인어조로복지제도를악마화하고노동계급을전형에가두려는시도를감지한다.대중모더니즘에서‘셀럽리얼리티’로의타락이상징하는문화적침체를숙고하면서피셔는공적인것과지적인것을거듭강조하게된다.

공적인것과지적인것을되살려
새로운집단성을상상하고구축하려는노력

피셔는신자유주의가부상하면서“문화적엘리트주의에대한맹공이물질적엘리트의공격적인부활과나란히진행되었”(297)다고말한다.얼핏평등주의적으로보이는우리시대의문화는강제적인쾌락과자극을끊임없이유도하지만실제로는우리가원하고욕망할수있는것을엄격히제한한다.반면피셔는“시청자의지성을전제하는태도에엘리트주의적인것은없다”(324)는신념을고수한다.그는공영방송의강화를권위주의적인조치가아니라선물과놀라움으로사고해야한다고제안한다.또유명방송인이나임원에게돌아가는막대한돈이텔레비전의가장창조적이고도취약한부분인작가들에게재분배되어야한다고주장한다.
공적인것과공공부문을강화해야한다는요청은불안정할뿐아니라과도노동에시달릴수밖에없는교사직과프리랜서생활에서얻은교훈에바탕을두고있기도하다.깊은울림을남기는대목들에서그는자신이꽤나잘해왔다고,대단히운이좋았기때문에그럴수있었다고,그럼에도글쓰는삶을이어가기가여전히너무나벅차다고고백한다.비즈니스중심의문화제공모델은창의적이지도평등하지도않다.애정을가지고문화적과업에헌신하는이들을보호하는공적완충장치만이문화부흥과새로운집단성양식을촉진할수있다.
그가출판사제로북스를공동창립하면서쓴「제로북스설립문」(152~153)은이입장을더없이통렬하게드러낸다.어느출판사도엄두를내지못할당파적인태도와거부할수없는어조로그는“오늘날문화는공적인것이라는개념과지성인이라는형상을제거했”다고말하고는“제로북스는출판이공중을지성인으로만드는것이라는이념에헌신합니다.무사고를조장하는단조로운합의문화를살아가는오늘날비판적이고참여적인성찰이그어느때보다중요하다고우리는확신합니다”라는포부를밝힌다.그자신이k-펑크블로그로그랬듯우리의정신이아무리경제에식민화되더라도어디선가누군가는가치있는일을하고공유하고자할것이다.하지만이를뒷받침하는근거지가존재하지않을때이모든것은부지불식간에흩어져버리거나자본에흡수되곤한다.k-펑크이래피셔는블로그를통해,출판활동을통해,노동당내외부활동을통해부단히“집단적접속”(31)을구체화하고자했다.여기에는개인적인욕구도깔려있었지만,이를넘어대항문화가흐르고넘쳐자본주의미디어에포획된프롤레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