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역사학계의거장폴벤느가그린
현대지성의혁신자미셸푸코의지적초상
그리고탄진실시대의푸코읽기
푸코의오랜친구이자동지였던벤느가
단호한태도로추출한미셸푸코사유의정수
회의주의적고고학자이자전투적행동주의자였던
푸코와의대면으로우리를이끈다
『푸코:그의사유,그의인격』(이상길옮김,리시올,2023)은『푸코,사유와인간』(이상길옮김,산책자,2009)의개정판입니다.
옮긴이가기존번역을전면적으로가다듬고주석을보강했습니다.또한초판부록이었던「미셸푸코연보」와「저작목록」을최신화했습니다.
2021년‘푸코스캔들’의전말과그함의를다룬「개정판옮긴이후기」를더했습니다.
이책은주저없는부인과함께시작한다.“아니다,푸코는구조주의사상가가아니었다.”1960년대에구조주의는프랑스지성계를휩쓸었고,열광의반면에서인간주체의의지를구조에종속시키는결정론적사고라는비판또한받았다.그런가운데“인간은바닷가모래위에그려진얼굴처럼사라지게될것”이라는마지막문장으로유명한『말과사물』(1966)이일약베스트셀러가되며푸코를이사조의선두로각인시켰다.푸코를구조주의자로규정하는이해는오늘날까지도재생산되고있는데,벤느는이오랜오인에종지부를찍고자단언한다.“그는회의주의사상가였다”고.벤느에따르면초험적토대에기초하는보편진리를거부하고사유로삶을정당화하지말것을주장한것이푸코의회의주의다.이회의주의를바탕으로푸코는각시대의특이성을이루는진실을끝까지추구했고,인간주체의자유를믿으며스스로실천속에서이를입증했다.
고대그리스-로마사의대가로알려진폴벤느는푸코와동시대를살며깊이교류한,누구보다푸코를이해하고자노력한지적동지중한명이다.벤느는1950년대고등사범학교학생시절푸코를처음만나우정을쌓았다.그는젊은푸코가마르크스주의와접속했다이탈하는과정,니체를읽으며자신의회의주의철학을발전시킨과정,동성애자로서의식변화를거친과정등을지척에서지켜본벗이었다.각자의이력을밟다가1975년콜레주드프랑스에서재회한후로는서로의지적기획에서대체할수없는조력자가되었다.벤느는1978년발표한「역사학을혁신한푸코」에이어대표작중하나가된『그리스인들은신화를믿었는가?』등의저술을통해자신이이해한푸코주의를역사학실천에접목했다.또한후기의푸코가서양고대사를탐사하는데능력을보탰고,이에푸코는“이책한장한장에끼친그의영향은형언하기어려울”정도라며벤느의기여를치하하기도했다(『성의역사2』,「서문」).
푸코의이른타계로부터긴시간이흐른2008년,그간에도자신의작업속에서꾸준히푸코사상과의대화를이어왔던이역사학자는푸코의작업이가진의미를선명히하고해묵은오해를교정하는『푸코:그의사유,그의인격』을펴내며벗에게마지막헌사를바쳤다.이책에서벤느는푸코라는인물의글과삶이이루는입체성을온전히그려내기위해해설서와회고적전기의성격이교차하는독특한형식을취한다.독자는이희유한책을통해푸코사상에대한가장일관되고에두르지않는설명을,더불어우상의옷을벗은인간푸코의모습을만나게될것이다.
한국어판『푸코:그의사유,그의인격』은2009년출판되었던『푸코,사유와인간』의개정판이다.개정판의주요한추가요소로는다음사항들이있다.첫째,초판의번역을맡았던이상길교수가전면적으로번역을가다듬고세부사항을보충하거나이해를돕는주석을다수더했다.둘째,초판의부록이었던푸코연보와저작목록을최신화했다.셋째,2021년전세계를놀라게했던‘푸코스캔들’의전말을상세히밝히고그허위를드러내는한편,이로부터새로운시대의푸코수용을위한함의또한궁구하는밀도높은에세이「푸코를불태워야하는가?」를‘개정판옮긴이후기’로추가했다.이런개정사항들과더불어『푸코:그의사유,그의인격』은벤느의인도로우리의현행성속에서푸코를읽는신선한기회를제공할것이다.
자기시대의어항을역사화하고
새로운생성을향해개방하고자했던
회의주의자푸코와그의개념도구들
“우리가안다고믿는모든것은우리가모르는사이에제한된다.우리는그한계를보지않으며,그런것이있다는사실조차알지못한다.〔…〕새롭게발생한사건들이압력을행사할때,또는누군가가창안한새로운담론이성공을거둘때우리는이한시적인어항으로부터빠져나온다.하지만우리는새로운어항속에서자신을발견하게된다.”(45)
벤느는푸코의회의주의와그철학에뿌리내린개념도구들을어항의비유를통해풀어낸다.여기서어항이란각시대가구성원들에게부과하는인식의한계(‘역사적아프리오리’),푸코의유명한개념인‘담론’으로만들어진경계를뜻한다.우리모두는이어항속금붕어나마찬가지기에,어항바깥의실재를있는그대로포착할수없고형식적틀인‘담론’을거쳐서만인식할수있다.푸코는이한계를인정하지않고서보편적진리를주장하는모든일반론과형이상학을거부하고자했고,실증적이고엄밀한역사적사실에서출발해한시대의사실을당대사람들이바라보듯관찰하는고고학적방법론을확립해나갔다.푸코는“날것의역사적구성물에대한가장정확하고촘촘한묘사”를거쳐‘담론’개념을도출했고그목적은각시대가품은“궁극적차이”를발굴하는것이었다.이러한차이의규명에의해인간역사가단순한진보의과정이아니라각시대의어항이통째로바뀌는변화의연속이었음이드러나고,우리는섹슈얼리티나광기같은현상들에대한관념이시대에따라얼마나상이했는지를비로소식별할수있게된다.
“발견을위해서는실천의세부사실,행해진것과말해진것으로부터출발해그것들의담론을명료화하기위한지적노력을기울이는편이낫다.그것이잘알려진일반론에서출발하는것보다더생산적이다.”(20)
푸코에게기성관념과질서를해치는상대주의자혹은허무주의자라는비난이가해졌던이유가여기에있다.하지만벤느가분명히하듯푸코는경험적이고역사적인사실들을존중했으며(“이문제는드레퓌스의무죄나가스실의실재를의심하는것따위와는아무런,전혀아무런관계가없다”),다만우리현실을새로운생성을향해개방하고자했다.즉“우리한계에대한역사학적주해”를통해“한계의극복을가능하게만들기”를시도한것이다.무엇이좋고나쁜지에대한지침없이(이런진리게임을만들어내는것이담론이다),무엇을행할지의판단을각자의자유에맡기면서(혹은돌려주면서)말이다.
“나는여러분에게권력의현재담론을기술하려한다.마치여러분앞에전략지도를펼쳐놓듯이말이다.만일여러분이투쟁하고자한다면,스스로어떤전투를선택하느냐에따라그지도에서저항지점들이어디인지,가능한통로들은또어디인지보게될것이다.”(166)
담론의규명은우리를지금과같은주체로형성하는실천과제도들의분산화된기능(이것을푸코는‘장치’라는용어로개념화했다)을낱낱이드러낸다.푸코는벤느에게자기작업의목표란“일련의실천과진리체제의결합이어떻게지식-권력의장치를형성하는지보여주는”데있다고말한바있는데,그결과“우리는우리가무엇인지까지는아니어도우리가더이상무엇이아니게되었는지는어렴풋이나마느낄수있”게된다.『광기의역사』에서『성의역사』에이르는작업들은이처럼우리에게역사화하는시선을습득하게해주었고,자유의실천속에서자신을변화시키는실존적활동인‘미학화’의길을제시했다.
정치적실천에진리의가치를부여하는데
사유를이용하지말것
“푸코는〔…〕시리우스의관점에서내려다보면서세계를잠재적인전쟁터로여겼고,고대든근대든이세계는그어떤정당성도갖지않는다고주장했다.”(191)
푸코가정치의가능성을부정한허무주의자가아니었다는사실은이제분명하다.그는다만정치적실천을형이상학으로정당화하지말것을주문했다.일상속우리의판단과실천은의식하지않은채‘진실의지’에굴복한다.그것은휴머니즘일수도있고“옳든그르든내나라”라스스로에게말하게하는애국주의일수도있다.푸코는이런관념들이현대에노예제가그런것처럼어느순간시대착오적인것이될수있음을공공연하게만들고자했다.그렇다면저항을위해어떤관념에기댈필요도없다.무언가가더이상참을수없는것으로경험된다면,토대가주는확신없이단호하게행동에나서라.푸코는그렇게튀니지반정부학생운동과연대했고,감옥정보그룹GIP활동을벌이며프랑스교도행정의문제를드러냈다.
“나는보편적투사처럼앞에나서지않는다.〔…〕내가이런점에서또는저런점에서투쟁하는이유는사실이투쟁이내주체성속에서중요하기때문이다.”(167)
현실의문제에개입해특정한편을들고권력에저항하는그의정치학은자기에대한자기의관계,즉미학화의실천에서비롯한것이다.푸코의관심이주체의‘자기배려’기술로향하자많은사람이그가마침내시대를위한도덕을제공하려한다고반겼지만,이또한푸코를향한오해가운데하나였다.벤느는이관심이“1960~1970년대푸코가연구한주제와문제의식의연관속에서고찰되어야”한다는점을강조하며미학화의실천이담론,장치에의한주체화과정과뗄수없는관계를맺고있고,그과정속의복종과저항이각주체의자유의지와연동되는만큼이또한일반화될수없는자아의기술임을역설한다.아마도여기에벤느가이책을푸코저술에대한해설로만채우기보다는자신의기억속에살아있는푸코의모습들(그의섹슈얼리티와관련된일화들또한가감없이포함하는)이교차하도록구성한이유가담겨있을것이다.
푸코의혁신에동참했던동지의가장명쾌한푸코론
『푸코,사유와인간』에서『푸코:그의사유,그의인격』으로
사후약40년이지난지금에도푸코연구의열기는여전하다.콜레주드프랑스강의록완간이후로도사후출간이이어지고있고,푸코연구서만이아니라그의통찰과작업에서영감을얻은새로운연구도활발히생산되고있어서푸코르네상스가현재진행형임을실감시켜주고있다.그런만큼푸코의업적에담긴의미를독자에게명쾌히전달하려는지적배려로일관된이책의유용성은새삼강조할필요가없어보인다.벤느만큼푸코의착상과동기를잘이해하는이는극히드물것이며,있더라도그또한푸코의유산을계승하고전수하려는벤느의동지일것이다(다니엘드페르나프랑수아에왈드,프레드리크그로,디디에에리봉같은이름을떠올릴수있다).벤느는푸코생전에출판된저작들에정통할뿐아니라여러지면에흩어져있던푸코의단편적인글과인터뷰등을정리해묶은『말과글』(총4권,갈리마르,1994)을자유자재로인용할줄안다.푸코의고대사탐구를도왔던풍부한역사지식과수려한문장또한이책을숱한푸코관련서가운데서도독창적인위상으로밀어올리는데일조한다.2022년92세를일기로벤느는타계했지만이책『푸코:그의사유,그의인격』은그의다른빛나는저술들과함께계속해서새로운독자들에게말을건넬것이다.
한편한국에서는2008년프랑스어판의출간직후인2009년에이책이『푸코,사유와인간』라는제목으로출간된바있으며,10여년의시간이지나개정판『푸코:그의사유,그의인격』으로새수명을얻게되었다.초판옮긴이가번역을전면적으로개수했고그간이루어진푸코연구의진전을반영해주석을큰폭으로보강했다.또한초판부록이었던푸코연보와저작목록을최신화했으며,이책에인용된푸코문헌가운데단행본외에도편저서,잡지류등에수록되어일반독자가일일이찾아보기어려웠던한국어번역의서지정보를최대한조사해원서의출전과함께기재했다.이런보강작업을거쳐출간되는개정판『푸코:그의사유,그의인격』이국내푸코독자에게새로운유용성을제공할수있기를기대한다.
“푸코를불태워야하는가?”
탈진실시대의푸코읽기
『푸코:그의사유,그의인격』의옮긴이이상길교수는개정판후기를겸해2021년세계를떠들썩하게했던‘푸코스캔들’의전말과그함의를다룬밀도높은에세이「푸코를불태워야하는가?」를수록했다.이스캔들은프랑스계미국인에세이스트기소르망에의해제기되었으며,그내용은푸코가1960년대튀니지체류시절다수의현지소년을대상으로상습적인성착취를했으나“철학자왕”의권위에눌려(자신을포함한)누구도당시에문제제기를하지못했다는것이었다.폭로는전세계로삽시간에퍼져나갔다.특히보수성향매체들은진보지식인의보루인미셸푸코의도덕적타락을앞다투어성토했으며SNS는이논란을일파만파확산시켰다.
「푸코를불태워야하는가?」는여러자료를검토해애초에이스캔들이2020년소르망이편집인으로있는월간지에서처음제기되었고,그가2021년저서『나의개소리사전』을출간하며한층살을붙여‘노이즈마케팅’수단으로제기한것임을보여준다.충격적인내용에검증보도또한연이었고,이과정에서곤란을느낀소르망은기억이부정확할수있다며문제제기를얼버무렸다.2021년5월파리의미셸푸코센터는기소르망의무고에대한엄중한경고를담은성명서를발표했고소란은잦아들기시작했다.
‘푸코스캔들’은이렇게한바탕의해프닝으로매듭지어진것일까?그럴수는없을것이다.‘탈진실시대’로일컬어지는현대의미디어환경속에서,이폭로에호응했던상당수에게푸코가아동성착취범이라는고발은이미기정사실이되었기때문이다.한국에서도신속하게이스캔들을전파했던언론가운데후속보도를통해사실을정정한곳은찾아보기어렵고,심지어는그진원지에서‘가짜뉴스’라판명되었음에도잘못된정보에근거한비판기사를한층확장해발행한사례도있다.
한편이스캔들을지난세기후반‘프랑스이론’의세계적유행에반발하며부상한‘사상전쟁’의한단면으로이해하는접근도가능하다.특히미국의보수주의적학계가권력과자유에관한급진적이론화를추구했던푸코를표적삼아그사생활에대한루머에기반해비판을시도한사례는소르망이전에도존재했다.
스캔들을넘어
통치성과자유의문제를다시생각하기
「푸코를불태워야하는가?」는스캔들의전말을밝히는데서한걸음더나아가오늘날푸코를읽는우리의조건을환기한다.그리고다시한걸음을더내디뎌,이번스캔들이의도치않게시사한푸코철학의한계지점또한고찰해볼수있지않겠냐는제안을건넨다.
소르망은푸코에대한고발을뒷받침하기위해1977년프랑스의형법개정정국에서푸코가아동의‘동의없는’소아성애의합법화를지지했다는주장을제기했다.물론이주장도허위다.실제로푸코가지지서명을한것은관련법제에서아동의‘동의여부를중심에놓는’문건이었기때문이다.푸코가현실속섹슈얼리티법제사안에개입한사례는여럿있는데,그개입속에서그는소수자집단에대한법적차별의폐지,섹슈얼리티에대한국가권력개입의최소화,성적관계의정당화에있어‘동의’의우선시를주장했다.그리고그연장선에서성적인관계의동의연령을하향시켜야한다는입장을제출하기도했다.
이에세이는푸코가정작자신의논리를현실에적용하면서권력-자유,강제-동의,복종-저항의관계를지나치게단순화하고개인의자율성만을특권화하는(신)자유주의적관점으로환원시킨것은아니냐는질문을던진다.그리고질문을‘성의역사’기획과‘통치성연구’를포함하는1970년대푸코연구관심의진화와연계시키면서,푸코가어떤당대적문제의식에서일견그간자신이주창해온복합적권력-자유론을스스로단순화시키는듯한실천으로나아갔는지를규명하고자한다.(그가당시‘비정상적’섹슈얼리티를가진‘위험한개인’을사회에대한잠재적위협으로여기는안전통치체제의성립에강한경계심을품고있었음을특기해둘필요가있다.)
이주의깊은논리적추적의과정에서『푸코:그의인격,그의사유』를통해활성화된푸코의개념과발상들은시험대에오르는가하면추적에힘을불어넣기도한다.과거푸코의개입에서경솔함을발견할수있는것이사실이지만,좌파조차‘사회를보호해야한다’는이데올로기적담론에포섭되어‘위험한개인’의격리와처벌에골몰하는오늘날의담론지형은그가우려한안전사회의공고화를보여주기도한다.이렇게「푸코를불태워야하는가?」는하나의소동극에대한분석에서출발해우리가어떻게푸코를활용해야하느냐는새로운고민까지안겨주며『푸코:그의사유,그의인격』에또하나의층위를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