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튀리에 신부에게 보내는 편지

쿠튀리에 신부에게 보내는 편지

$16.00
Description
시몬 베유에게 신은 군림하며 명령하는 존재가 아니다. 신은 절대적으로 선한 존재, 포기와 사랑을 실천하는 존재다. 사망하기 직전인 1942~1943년에 집필한 종교사 및 유럽 문명 관련 글 여섯 편을 묶은 이 책은 독특한 신 개념에서 출발하는 베유의 신학적 확신과 물음을 최종적으로 담고 있다. 이 글들에서 베유는 그리스도교가 변질 또는 타락한 배경을 뒤쫓고 모두의 영성적 존엄성에 입각한 사회 질서를 스케치한다.
베유는 고등 사범 학교를 졸업한 뒤 한동안 노동 운동에 투신했고 스페인 내전에도 참여했다. 또 2차 대전이 발발한 다음에는 프랑스 망명 정부에 합류하는 한편 서양 세계가 맞이한 위기의 근원을 해명하고자 분투했다. 당시 서양은 의회 민주주의의 공허성, 권력자 신을 숭배하는 종교들의 타락, 파시즘의 독재 사이에서 파국으로 치닫고 있었다. 이런 경험들이 안긴 절망과 그로부터 피어난 새로운 비전이 이 글들에 새겨져 있다.
저자

시몬베유

저자:시몬베유(SimoneWeil)

프랑스의철학자.1909년2월3일유대인가족에서태어나1943년8월24일영국켄트주의애시퍼드Ashford에있는요양원에서죽었습니다.고등학교때부터알랭(에밀샤르티에)에게철학을배웠고고등사범학교에서철학을전공했습니다.1931년에철학교수자격시험에합격했습니다.노동운동을활발히펼쳤고,1934년12월부터1935년8월말까지공장노동을했으며,노동자들의상황에대한여러편의글을썼습니다.1936년에는스페인내전에참여했습니다.1938년에신비체험을했고,그후엔종교적인글을많이썼습니다.1940년9월마르세유로이주했고,1942년7월엔뉴욕,같은해12월엔런던으로이주해드골이이끄는망명정부(자유프랑스)에참여했습니다.사후에출간된여러형태의글이2차대전이후의지성계에큰영향을주었습니다.총열여섯권으로계획된전집가운데열세권이출간되어있습니다.



역자:이종영

파리8대학정치사회학-정치인류학박사.『내면으로』,『영혼의슬픔』,『마음과세계』등의저서가있고,시몬베유의『신의사랑에관한무질서한생각들』과『일리아스또는힘의시』등을옮겼습니다.

목차


1
이스라엘과‘이교도들’
노아의세아들과지중해문명사
그리스도교와비히브리종교들의원초적관계에대한노트

2
쿠튀리에신부에게보내는편지

3
이전쟁은종교전쟁입니다
우리는정의를위해싸우고있을까요?

옮긴이의말
시몬베유연보

출판사 서평

신의본질부터종교의타락을거쳐20세기의파국까지
시몬베유의최종적인신학적,정치적입장이담긴생애말미의저술들

시몬베유는1909년유대인가정에서태어났다.그의부모는불가지론자에가까웠고베유자신도청소년기에는“신이라는문제를아예제기하지않는것이최악을면하는유일한방법”이라는입장을고수했다.그럼에도나중에밝히길그는항상“그리스도의태도를택할수있는유일한태도로”보았고(『신을기다리며』),1930년대후반에는그리스도인을자처하기에이르렀다.이시기부터신학의문제와종교사연구에전념한그는1943년사망할때까지엄청난양의기록을남겼다.이원고들대부분은생전에발표되지않았지만사후에여러경로로출간되었고,국내에도『일리아스또는힘의시』부터『신의사랑에관한무질서한생각들』,『중력과은총』,『신을기다리며』,『뿌리내림』까지대표적인후기저술이여럿번역되었다.

이제그의신학적사고를담은책하나가더추가되었다.죽기직전인1942~1943년에집필한종교사및유럽문명관련글여섯편을묶은『쿠튀리에신부에게보내는편지』가그주인공이다.자신만의신개념을정립한시점에쓴이글들은신학적쟁점들에대한베유의최종적인확신과물음대부분을전개하고있다.앞의네편은그리스도교의전사(前史)와역사를다룬1942년의글로,특히그리스도교가타락한배경을뒤쫓는다.뒤의두편은1943년런던의프랑스망명정부에속해일하는동안전후프랑스사회의재건이라는맥락에서쓴글이다.이글들에서그는모두의영성적존엄성에입각한사회질서를스케치한다.

베유는고등사범학교를졸업한뒤한동안노동운동에투신했고스페인내전에도참여했다.또2차대전이발발한뒤에는프랑스망명정부에합류하는한편서양세계가맞이한위기의근원을해명하고자분투했다.당시서양은의회민주주의의공허성,권력자신을숭배하는종교들의타락,파시즘의독재사이에서파국으로치닫고있었다.이런경험들이안긴절망과그로부터피어난새로운비전이이글들에새겨져있다.

“신은숨어있고자합니다”
신은왜선한가?

베유신학의독특성은그만의신과선개념에서시작된다.베유에게신은절대적으로선한존재다.이세계를창조했지만군림하지않고세계에서물러났기때문이다.신이세계의왕이길포기했기에이세계는물질적메커니즘과이성적피조물의자율성으로구성될수있었고,베유는이것이신의사랑이라고말한다.신은명령하는존재가아니라우리에게선을행하길간청하는존재다.그리고신의육화이자신과인간의매개자인그리스도가성스러운존재인것도바로이런포기와희생의사랑을실천했기때문이다.

인간이선한존재가되려면신과그리스도의행위를본받아야한다.내가세상의중심에있다는끈질긴상상을탈피해이세계의필연성과타인들을있는그대로사랑해야한다.달리말하면이사랑은세계와타인에게동의를구하는것이다.그런데우리는우리보다지위가낮은사람을아무렇게나,내게아무반작용도일으키지않는투명한공기처럼대한다.“힘을소유한사람은아무런저항도없는공간을걸어”나가며(「일리아스또는힘의시」),약자에게동의를구할필요성도느끼지못하고그들을응시하지도않는다.그러므로약자에대한동의를실천하는것은기적과도같은일이다.중력과도같은힘의비대칭을역전시키는셈이기때문이다.타인에대한깊은이해와주의(attention)가이런관심과사랑을가능케한다.

서양이타락한뿌리에는무엇이있는가?
:우상숭배와‘저주받아마땅하다’라는주문

신과선을이렇게이해하기때문에베유는그리스도교의역사와교회에크게비판적일수밖에없었다.그는세례를받고교회의공식적인일원이되어야할지를끝까지고민했지만결국“교회바깥의그리스도인”으로남기를택했다.이책1~2부에실린네편의글은베유가그렇게결정한이유를상세히밝혀준다.

베유에게신은절대적으로선한존재며그가선한것은이세계에명령을내리길포기했기때문이다.하지만베유가보기에그리스도교의신개념은처음부터‘절대적권력의신’이라는잘못된믿음에오염되었다.절대적권력의신을믿는것은우상숭배며,우상숭배에빠져있는한교회도권력을추구할수밖에없다.우상숭배는개개인이자아중심성에서빠져나오도록이끌기는커녕자아를집단차원으로확장해그자체거대한자아가된다.베유는플라톤의개념을빌려이런집단주의에큰짐승(leBete)이라는이름을붙인다.

권력을추구하는집단이된그리스도교는성원들에게소속감을제공하는한편교회내부의이단을정죄하고타종교를배척해왔다.권력추구에따른이런억압을적나라하게드러내는말이‘저주받아마땅하다’(anathemasit)라는주문이다.예수그리스도는제자들에게모든민족에“새로운소식을가져다주세요”라고말했다.베유는이말을그리스도의삶과죽음을다른나라에전하고우정을쌓으라는뜻으로받아들인다.하지만그리스도교는자신의종교를세계도처에강제로부과했다.

참된신앙임을자처하면서타자를박해한교회의역사와반대로베유는많은지면을할애해신을선과사랑으로서파악하는모든종교전통의근본적인동일성을단언한다.그는예수이전부터그리스도교적내용이있었다는것,계시된텍스트들이보편적으로존재한다는것,이스라엘바깥에도신에대한앎과헌신이있다는것,예수의복음이보편적인성격을지닌다는것을부단히강조한다.

이집트신학,그리스신화와철학,힌두교,도교등세계전역의다양한종교는정확히동일한가르침을제시해왔다.다만어떤종교가명시적으로담고있는진실을다른종교는암묵적으로만담고있을수있다.이종교들을대하는올바른태도는개종을강요하는것이아니라이들종교로부터배움으로써신에대한앎을두텁게만드는것이다.

유럽에닥친정신적위기의근원을찾아

이웃사랑의정신을되살리는것,여러종교전통의동일성을보편주의적으로확언하는것은단순히신학적인문제가아니다.베유는이문제가당대에“핵심적이고긴급하고실용적인중요성”을갖기에이르렀다고말한다.기성교회가선을외면하고권력을추구하면서그리스도의가르침에서멀어졌을뿐아니라오랜세월에걸쳐인류역사에씻을수없는죄를짓고말았기때문이다.절대적권력의신에대한우상숭배로무장한큰짐승,즉그리스도교적서양은다른모든대륙으로진출해개종을강요하고그곳사람들의뿌리를뽑았다.그리고20세기에들어와서는권태와우상숭배가결합해두차례의세계대전이라는파국이펼쳐졌다.

베유는2차대전이“종교전쟁”이라고말한다.교회의자기중심성과‘저주받아마땅하다’라는파문의논리를극복하지못한후과이기때문이다.이책3부에실린두편의글에서그는그리스도가제시한영성적질서를회복하는길을제시한다.이를위해서는‘영적가난’이사회전반에퍼져야하며정의(正意)를사회구성원들이실천해야한다.그에게정의란“동의의능력을지상에서실현하는것”이다.그런데강자가약자의동의를구하는것은기적에가까운일이기때문에“사랑의광기”가필요하다.중력을거스르는이광기야말로베유가가고자했던길이자그가여전히우리에게큰울림을남기는까닭일것이다.

시몬베유는노동자들의고통,전쟁발발과파시즘의부상을겪으며종교적전환을감행했다.하지만이책을비롯한그의모든저술에서드러나듯이는세속적인문제에초연해지기위해서가아니었다.실제로이전환전후로그의구체적인생각과행동에는큰변화가없었다.달라진것은믿음과소명의지반이었을뿐이다.따라서그리스도교에대한그의깊은관심과비판은오히려세계안에더욱확고히뿌리내리기위한시도였다고볼수있다.베유가분별한권태와우상숭배의결합은오늘날더더욱기승을부리고있다.베유의다른작업과함께이책을읽으며우리는과거의서양문명과종교가정말로선과정의를원했던것인지,지금우리는이에다다르기위한사랑과동의를실천하고있는지다시한번자문해볼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