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고호의 선원들

아르고호의 선원들

$16.00
Description
시, 회고록, 비평을 넘나들며 장르를 구부러뜨려 온 매기 넬슨의 대표작. 파트너 해리 도지와 사랑에 빠진 시점부터 해리 어머니의 사망과 넬슨 자신의 출산에 이르는 몇 년간을 소재로 퀴어함, 사랑, 트랜지션, 모성에 대한 문화적 가정들에 질문을 던지고 자신만의 답을 구하는 과정을 글쓰기로 재생한다.

이 책은 쾌락과 돌봄, 퀴어와 가족, 래디컬과 순응의 관계를 흩뜨리며 끊임없이 나와 우리를 다시 빚는 ‘되어 감’의 과정을 담고 있다. 문화적 이분법과 명명의 한계를 조심스럽게 피해 가며 파트너와 아이를 비롯한 타자들과의 마주침을, 그들이 가져다준 갖가지 쾌락을, 서로를 보듬는 보통의 헌신을 열렬하고도 진실하게 재현한다.

일반적인 회고록이나 자서전과 달리 삶의 내밀한 사건들을 (인용을 경유해) 이론적, 비평적 성찰과 긴밀하게 엮은 이 책은 출간 후 문화계 전반으로부터 찬사를 받았으며, 작품과 삶, 공과 사의 구분을 무너뜨린 오랜 페미니즘 전통을 잇는 한편 ‘자기 이론’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생명력을 확보하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수상내역
♠ 2015년 전미 도서 비평가 협회상 수상작 ♠

저자

매기넬슨

저자:매기넬슨(MaggieNelson)
1973년미국캘리포니아주샌프란시스코에서태어났다.1990년웨슬리언대학교영문학부에입학해애니딜러드의가르침을받았고,1998년뉴욕시립대학교대학원에서영문학석사과정에들어간뒤아일린마일스,웨인쾨스텐바움,이브코소프스키세지윅등에게서수학했다.2001년첫시집을펴내며작품활동을시작해성폭행살해피해자인이모제인에관한책인『제인:어느살인사건』(2005)으로주목을받았다.이후뉴욕학파시인과예술가몇몇을중심으로추상표현주의와젠더를고찰한『여성들,뉴욕학파,여타진정한추상들』(2007),『제인』의후속작인『빨간부분:어느재판의자서전』(2007),블루라는색상을매개로고통,쾌락,상실등을개인적이면서도철학적인시각으로성찰한『블루엣』(2009),예술안팎의잔인함과폭력을다룬비평서『잔인함의예술』(2011)등을출간했다.2015년에는사랑,트랜지션,파트너십과재생산을주제로끊임없는되어감의쾌락과고통을논하고단언과명명의한계및가능성을살핀자전적에세이『아르고호의선원들』을발표해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수상했다.최근작으로는예술,섹스,약물,기후를중심으로자유와한계,돌봄을탐구한『자유에관하여:돌봄과제약으로엮인네가지노래』(2021),지난20년간쓴에세이와비평,대담등을묶은『사랑처럼』(2024)이있다.2005년부터캘리포니아예술대학교에서학생들을가르쳤고2021년부터는남캘리포니아대학교영문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구겐하임펠로십논픽션부문(2010),크리에이티브캐피털문학부문(2012),맥아더펠로십(2016)등에선정된바있다.

역자:이예원
사뮈엘베케트,데버라리비,한강,황정은작가의글을번역하거나공역했다.보이지않게기획,공역,편집도해왔다.

출판사 서평

쾌락과돌봄,퀴어와가족,
래디컬과순응의관계를흩뜨리며
나와우리를다시또빚는무한한되어감의노래

사랑,트랜지션,파트너십과재생산을주제로
생의한시기와관계들,문화적전제들에질문을던지는자기이론적탐구

말이제약이자가능성임을인정하고조심스럽게나아가며
갖가지쾌락을,보통의헌신을,평범한행복을언어화하려는시도

2015년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수상작

『아르고호의선원들』초반부에매기넬슨은자기집머그잔에인쇄된사진일화를전해준다.사진에는연말연시를맞아말쑥하게차려입은넬슨의식구가찍혀있다.넬슨의파트너인해리도지,도지와전파트너사이에서난넬슨의의붓아들,얼마뒤이기(Iggy)가될태아를품은넬슨자신이사진속등장인물이다.인터넷주문을통해머그잔에사진을새긴사람은넬슨의어머니다.넬슨은사진묘사를이렇게마무리한다.“우린행복해보인다”(23).

집에놀러온친구가머그잔을보고는말한다.“와.내평생이렇게이성애규범적인건처음봐.”이말에넬슨의머릿속에는일련의질문이연잇는다.이사진이우리의관계에관한진실을말해주는가?가족처럼보이는관계를꾸리면어김없이가족이라는범주에포획될수밖에없을까?파트너인해리가남자도여자도아니라면(“호르몬맞는부치로정체화하는데만족하는해리”)같은사진도다른의미를띠게될까?한사람을근본적으로탈바꿈하는임신과출산이라는경험이어째서곧장순응과연결되는걸까?어떤기준으로정상성과전복,순응과급진을나눌수있으며누가나누는가?

『아르고호의선원들』은시,회고록,비평을넘나들며장르를구부러뜨려온매기넬슨의대표작이다.이책에서그는파트너해리도지와사랑에빠진시점부터해리어머니의사망과넬슨자신의출산에이르는몇년간을소재로삼아퀴어함,사랑,모성에대한문화적가정들에질문을던지고자신만의답을구하는과정을글쓰기로재생한다.그러면서파트너십과트랜지션,돌봄을주제로끊임없는되어감(becoming)의고통과쾌락을기록하고언어가갖는한계뿐아니라새로운가능성을탐색하려시도한다.일반적인회고록이나자서전과달리삶의내밀한사건들을(인용을경유해)이론적,비평적성찰과긴밀하게엮은이책은작품과삶,공과사의구분을무너뜨린오랜페미니즘전통을잇는한편이양식을새로이일컫는‘자기이론’(autotheory)개념이생명력을확보하는데기여하기도했다.

출간직후이책은“오늘날미국에서활동하는가장짜릿한작가이자동세대의가장예리하고도유연한사상가”(올리비아랭),“『아르고호의선원들』을읽고나는더행복해지고자유로워졌다”(율라비스),“독창적이고두려움을모르며마음으로가득한눈부신책”(킴고든)이라는평가를비롯해문화계전반으로부터격찬을받으며넬슨을동시대의가장중요한작가반열에올려놓았으며2015년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안겨주었다.번역가이예원이독보적인언어활용으로조탁한한국어판은우리삶을어떻게보듬고표현할것인지에대한새로운시각을열어줄것이며,언어가불완전하면서도그만하면충분할수있음을감각적이면서도감동적으로드러내줄것이다.

이분법과규범을사양하고구체적으로삶에다가가며
‘진짜라는느낌’을추구하는끊임없는과정으로재정의하기

해리에게사랑을고백한직후넬슨은그에게그리스신화에나오는‘아르고호원정대’를두고롤랑바르트가쓴구절을보낸다.“‘당신을사랑한다’고말하는이는‘선박의이름은그대로임에도바다를항해하며배를점차새로이만들어가는아르고호의선원’과도같다고바르트가설명한대목이었다.”넬슨은이구절을다음과같이해석한다.“시간이지나면서선체의각부위가교체되고그러므로더이상예전과같은선박이아님에도변함없이아르고호라는이름으로부르듯이,연인이‘당신을사랑한다’고말할때이문장에담긴의미는그문장을사용함으로써매번갱신되어야한다”(11).

이해석은‘사랑해’라는단언뿐아니라언어자체에도적용되며삶과정체성,관계도마찬가지다.너와나,우리는언제나똑같이불리겠지만그내면은,어쩌면외형도끊임없이무언가가되어가는중이다.특히해리와넬슨은얼마후서로다른방식으로깊은변동을경험한다.해리가트랜지션을위한테스토스테론투여와수술을결심하고넬슨은아이를낳기로결정하기때문이다.이책은그과정이이들과둘의관계를어떻게바꿔놓았는지를기록하지만단순한회고와는거리가멀다.이사건들에결부된사회적정의와문화적상상이얼마나협소하고경직돼있는지를의심하고한층포괄적인정의에도달하는것이이책의주된목표다.

넬슨은퀴어와래디컬이라는말을재고의대상으로삼는다.퀴어와래디컬을한쪽에두고혼인과임신을다른쪽에두는문화적이분법과동성혼에대한찬반론에개입하며그는자신에게막대한영향을미친이브코소프스키세지윅을따라퀴어의정의를“각양각색의저항과균열과불일치를모두아우르는말”로확장하려한다(이단어의의미가성정체성및성적지향과근본적으로결부되어있음을부인하지않으면서도).“아르고호처럼주격으로작용하는단어,탈피(脫皮)한혹은교체되는선체부위와부품을지명하려는의사를지니는단어,언명하는한편포착을피하는수단이되는단어이길”(47).

이책은묻는다.서로대립하는듯보이는단어들자체에고착되어개개사례의다양함과다채로움을놓치는빈약한사회적,문화적상상이문제의한축은아닐까?눈으로확인할수있는특정한삶의형태만이퀴어하거나래디컬하다는것도일종의규범으로작용하고있는건아닐까?중반부에그는모성과예술,돌봄과성애의구분을무화하는A.L.스타이너의전시〈강아지와아기〉를비평하며이렇게말한다.“이작품은몸의경험이종류불문하고새롭고낯설게만들어질수있음을,이인생에서우리가하는그무엇도뚜껑덮어은폐할필요가없으며그어떤일련의관행도관계도이른바래디컬과이른바규범성을독차지하지는않음을상기시킨다”(114).

이책에서주된영감의원천으로등장하는인물은정신분석가D.W.위니콧이다.넬슨은그의‘진짜라는느낌’(feelingreal)이라는개념을자기것으로삼는다.우리는진짜와가짜를나누고나만이진짜편에서있다는유혹에빠져들곤한다.하지만위니콧은“누구나자신이진짜라는느낌을갖고자바랄수있고다른사람들이스스로진짜라고느끼도록도울수있으며,스스로진짜라고느낄수도있다”고보았다(25).각자가저만의방식으로진짜일수있을가능성을부정하면어떤급진적인말도“규범/위반이라는이분법과누구에게나하나의삶을살것을요구하는강요”(117)에미끄러질위험이생긴다.반대로넬슨은세지윅의지침을받아들여“사람들은각기다르다”(115)는사실을유념하고무엇에관해서든“복수화하고구체적으로언급”하려한다(98).『아르고호의선원들』은얼핏규범을따르는것처럼보이는삶의세부들이깊게들어가보면독특하게진짜라는느낌을추구하는과정일수있음을자신의사랑과출산,나이듦을사례로예증하는책이다.

우리의근원적인의존과취약성을인정하는순간
가능성으로다가오는보듬음과보듬어짐의쾌락

그렇지만끊임없이진짜라는느낌을확보하는과정은나홀로만들어가는것이아니다.오히려타자들과의마주침속에서나를내주는위태로운결심이야말로되어감의동력이다.해리에게사랑을고백하고넬슨은“속을까발리고당황한”(11)기분을느낀다.또이기를배고낳기위해선“끝없이추락하며산산이조각날”(166)위험을감수해야만한다.이두존재와의마주침을통해그가상기시키는것은우리모두의근원적인취약성(vulnerability)이다.그렇지만취약성은단순히내약함을인정하는것을넘어“나를지키면서도뭐든다줄”(12)가능성을발견하는원천이기도하다.

중반부에넬슨은해리가탑수술을받고자신은임신4개월차가된2011년여름(“너와나의몸이변해가던여름”)을떠올린다.“표면상네몸은점차더‘남성’에가까워지고내몸은점차더‘여성’에가까워지는듯이보였는지모른다.하지만내면의느낌은그렇지않았다.”그렇다면이들은무엇이되어가고있었을까?“달리말하자면우리는나이들고있었다”(129).이때‘나이들어감’은자신들이특정한정체성에한정되지않음을,또쾌락과기쁨이특정한형태에고착되지않음을강조하려는표현이다.

넬슨은해리와의성적인관계가깊은쾌락을안겨주었다고거듭이야기한다.“내도착과속궁합이잘맞는걸넘어완벽히들어맞는도착을가진사람을찾기까지왜이리도오래걸렸을까?”(109)하지만이기를낳은이후“이제는우리모두에게성벽에의권리와더불어피로에의권리또한있다”(168)고생각하기에이른다.이것은쾌락(pleasure)이사라졌다는말이아니다.다양한종류의쾌락이있으며의존과돌봄도쾌락일수있다는사실에대한긍정이다.넬슨은임신한몸을이끌고해리의탑수술여행에동행한다.수술이끝나고호텔방에서회복을도우며넬슨은감동적으로말한다.“우리는수시로네몸에붙은배액관을종이컵에비우고가득찬혈액등등을호텔변기에부어버려야했다.그때나는다른어느때보다너를사랑했다.인공체리색배액관과,더나은삶을,맨살로바람을쐴수있는삶을살고자수술을선택한네용기와,호텔베개를쌓아서만든왕좌에상체를지탱하고?실밥이터지지않게?꾸벅꾸벅잠이드는너를”(126).

과거넬슨은유능한여성이길원했고,의존을경멸하고고도의능력발휘에서자존감을끌어내려했다.하지만해리,임신과출산을비롯한많은마주침이그를바꿔놓았다.“사람을녹초만드는자립성대신의존을불쑥시인하고나면,긴장이누그러지며몸이풀린다”(156~157).그에게는바로이것이수행성(performativity)의의미다.그는수행성이전략이나속임수가아니라“우리가다른이를위해혹은다른이덕에존재하는여러방식을,그것도일회성으로나특정한경우에한해서가아니라처음부터그리고노상그리하는방식을”(95)뜻하는개념이라고믿는다.

내취약성과의존에열려있다면,아기를비롯한타자들을내가보듬을때조차나역시그들에게보듬어진다는것을유념한다면기존의나(라고생각했던것)에게서돌아설수있게된다.그리고그럴때“이지구상에서가장보람있는쾌락과기쁨은다른이를충족시키고스스로를충족시키는것사이를미끄러지듯오가는것”임을받아들이게된다.“어떤사람들은이를하나의윤리라고부를테다”(148~149).

말의한계와가능성을거듭시험하며
언어가불완전하더라도그만하면충분할수있음을증명하는
회고록의수행에관한책

『아르고호의선원들』은느슨하게시간순으로전개된다.해리와만나사랑에빠진넬슨은해리와해리아들과함께살게된다.중반부에해리는호르몬투여와수술을,넬슨은임신을결심하며,말미에이르면해리어머니의사망과넬슨의출산이병치된다.하지만일반적인회고록이나자서전과달리‘기억’에큰무게가실리지는않는다.하나의일화에서다음일화로,하나의단계에서다음단계로넘어가는중간중간에질문,비평,성찰이자유롭고도자연스럽게끼어든다.

가령그는임신기간에자신이모유를만들지못할까봐걱정했던일화를전한다.하지만이일화를길게이야기하는대신그는곧바로어머니와모유의유한함이아이의분노를불러일으킨다는카자실버먼의논의를비판적으로검토하며,이어모성을다른방식으로재현할필요성을역설하는실버먼에응수하며글쓰기와재현이라는영역으로발걸음을돌린다.그러고는모유가독성분을함유할수밖에없다는사실을언급한다음담배연기때문에유독했던바에서일하며그곳의알코올중독자들을자존감의재료로삼았던과거로돌아가고,이런성향을어머니에게물려받았다는사실을경유해타인에대한멸시가얼마나소모적인지를깨달은현재로다시돌아온다.

넬슨은“난내경험을펼쳐보이고나라는사람이생각하고사유하는방식을수행하는것에흥미를느낀다”(150)라고말한다.출간후에있었던한인터뷰에서는“제게기억은그다지흥미로운주제가아닙니다.저는수행적글쓰기에흥미가있어요.열기를가진것을,혹은무언가와함께움직이는느낌을좋아하는것같아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