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머런어쿼드-리치
저자:캐머런어쿼드-리치(CameronAwkward-Rich)
문학과학술적글쓰기를넘나드는미국의시인이자연구자.트랜스/페미니즘/퀴어이론,장애학,흑인학,실험적글쓰기형식을결합해트랜스젠더미학과문화생산,미국내트랜스/페미니즘/퀴어사상의역사와집단적정동을탐구한다.
『끔찍한우리:트랜스부적응과함께사유하기』(2022)로뉴욕시립대의레즈비언게이연구센터가수여하는실비아리베라상,미국현대어문학회의게이레즈비언위원회에서수여하는앨런브레이상을수상했고,35회람다문학상논픽션부문최종후보에올랐다.시집으로는『동정심많은작은괴물』(2016),『디스패치』(2019),『어떤낙관』(2025)이있으며,트랜스젠더작가겸화가레드조던아로바토의일기선집『그리고시간이더재미있게만들어줄거야』(2026)를편집했다.
현재매사추세츠대학교애머스트캠퍼스의여성,젠더,섹슈얼리티연구학과교수로재직하며미국흑인/트랜스창작의계보를그리는단행본을집필하고있다.
역자:호영
한국어와영어를오가며번역하고글을쓴다.『전부취소』(2024)를쓰고『남은인생은요?』(성지음,2020),『YouHaveReachedtheEndoftheFuture』(황인찬지음,2021)를옮겼다.또한책과다른꼴을가진말들,예를들어가사,웹툰,희곡,자막,밈,일기등을쓰고번역하며이를여러경로로유포해왔다.불투명한것을불투명하게전달하는일을통해쾌락,아름다움,윤리를좇는다.웹사이트hoyoung.info.
머리말/감사의말
서론_끔찍한우리와머물기
1장_트랜스의장애역사
홀딩스페이스
2장_트랜스,페미니즘―또는우울한트랜스섹슈얼처럼읽기
3장_트랜스남성성의해리시학
4장_우리라는동행
그후/애도의시
옮긴이후기_소멸이후―‘불가능한’삶을살아가는우리에게
추천의글_루인,이연숙(리타)
참고문헌
찾아보기
광기서리고우울한트랜스삶이라는이미지
그이미지에맞서지않고기댈때
어떤해석과삶의공간이열릴까?
2014년『타임』은미국이‘트랜스젠더변곡점’에도달했다고선언하는커버스토리를실었다.이기사의제목이웅변하듯이제트랜스젠더는온전한가시성을확보한듯보였고트랜스성을범죄나질환과결부시켰던미디어의재현과대중의인식도옛말이된듯했다.높은빈곤율과폭력피해같은가혹한현실이여전히이들을괴롭히는것은사실이지만커다란흐름을거스를수는없을터였다.이렇듯트랜스에대한인정을둘러싸고낙관적인분위기가한껏고조되던이시기,캐머런어쿼드-리치는이런상황이트랜스젠더의구체적인고통을완화하기는커녕오히려증폭한다는우려를지울수가없었다.트랜스적대적세력은갈수록선명하게전선을구축했고트랜스긍정적담론은핵심을놓치고있었다.그핵심이란트랜스운동과정치가긍정과낙관을위해트랜스주체들에게서‘나쁜감정’(badfeeling)을몰아내야했다는것이다.
캐머런어쿼드-리치의『끔찍한우리』는바로이나쁜감정을트랜스에대한사유의중심으로(다시)위치시킨다.트랜스젠더가병자가아니므로시민자격을갖추었다면다른병자들은권리를박탈당해도괜찮은가?이는트랜스성을다른소수자적신체,특히장애인이나유색인신체와분리하고후자를배제하는처사아닌가?더욱이트랜스인‘우리’는대개어느정도는나쁜감정과광기적인사고방식에실제로사로잡혀있지않은가?그리고이런부정적인것들이때때로우리에게살아갈숨구멍을틔워주지않았던가?이책은광기,고통,부적응이이런‘끔찍한우리’를옥죄는제약일뿐아니라이들의창의성을발전시키는우발적이고도필수적인자원이라는발견을나누려는시도다.
『끔찍한우리』로한국에처음소개되는캐머런어쿼드-리치는세권의시집을펴낸시인이자장애학과흑인학분야의도구를활용해트랜스/페미니즘/퀴어이론을연구하는학자다.끔찍한우리를그자체로가능성을내포한세계로이해하기위해그는트랜스젠더학을둘러싼논쟁에독창적으로개입한다.앞선선배들의논의에신선하면서도절실한논점을더하고트랜스배제적페미니즘의주장에대해서도진지한독해를실행함으로써사려깊은읽기의전형을유감없이발휘한다.작가이자번역가로활동하는호영의번역을통해이론적이면서도시적인어쿼드-리치의산문이감각적인한국어라는옷으로갈아입었다.
트랜스젠더정치와학문이거리를두어야했던
유령들과함께머물려는시도
젠더연구자로빈위그먼은‘정체성지식’이사회정의를추구하는과정에서교착상태에직면하곤하는경위를밝힌바있다.그에따르면소수자정체성을연구하는분야는자신의비판적실천이정의를생산할수있다는믿음을동력으로삼는다.그런데얄궂게도이믿음을유지하려면연구대상을‘좋은대상’으로구성해야한다.진취적이고정치적으로유용하며부정적인응어리가없는존재여야하는것이다.이로써그대상은커다란윤리적,정치적부담을지며기대치에미치지못한다고간주되는순간더큰심리적부담이발생하게된다.
트랜스젠더정치와학문도여타정체성지식과비슷한궤적을밟아왔다.오랫동안덧씌워진병리화의굴레로부터트랜스젠더의삶과생각을해방하고자많은이가각고의노력을기울였다.그리고이노력은주로트랜스젠더가좋은대상이자시민임을,말하자면미쳐있지않음을강조하는방향을취했다.그결과트랜스가사회적인정을얼마간획득한것은사실이지만,그에대한반발로트랜스혐오가더욱강고해졌고제도적지원을앗아가려호시탐탐하는세력도여전하다.나아가트랜스의사회적수용과정에서반복된행복하고건강하라는명령은상당수트랜스젠더에게견디기어려운압력을부과해오기도했다.이처럼낙관적인전망과그조건이지속되지않으리라는예감이공존하는이순간,『끔찍한우리』는트랜스에게서광기를벗겨내고자한역사를재고하자고제안한다.
이책의뼈대가되는주장은다음과같다.트랜스젠더를넓게는광기와,좁게는정신질환과분리하는프레임은트랜스젠더개개인의복잡한삶을특정면모로환원하고,의료법률적논리를벗어나려하면서도‘장애’를평가절하함으로써그논리를재생산하며,무엇보다여러부적응형태-우울,해리,비사회성등-가트랜스의삶을실제로따라다닐뿐아니라때로는이들에게얼마간의역량을부여해준다는점을이해할수없게만든다.그렇다면‘미쳐있음’이라는부정적인꼬리표를거부하기만하기보다는질문을고쳐야할지도모른다.안녕하지않은,곧잘나쁜감정과기분에시달리는이‘끔찍한우리’를내치지않고이들과함께,이들을통해사유한다면어떤삶과해석의공간이열릴까?
트랜스부적응이가능케하는뜻밖의자유들
이렇게트랜스젠더와광기의연결을전면부인하는대신다른방식의트랜스젠더학을실천하기위해이책은20세기와21세기미국의여러트랜스인물과그들이생산한문화적자료를꼼꼼히읽고통설과는조금다른해석을제시한다.이해석들을관통하는일관된논지는여기등장하는여러주인공이나쁜감정과부적응자라는사실에서도망치지않고그에기대는기예를펼쳐보였고,이를통해막막한세상에서숨을쉴수있었을뿐아니라제한적으로나마자유에접근할수있었다는것이다.
1장에서는19세기말과20세기초중반을살았던트랜스남성적인물세명(에벌린‘재키’브로스,밀턴맷슨,잭비갈런드)의삶을들여다본다.각기다른시기에각기다른지역에서남성적인복장으로젠더비순응을실천한이들은‘정상성’을훈육하는제도와마찰을빚었다.정상적인신체와문제적신체를나누고자심혈을기울인당대의공간통치는후자를유사공적영역에,즉법원,감옥,병원,프릭쇼등에몰아넣으려했다.장애인과트랜스젠더라는범주가함께만들어지던이시기에이들트랜스인은비정상으로,즉일종의장애인으로여겨져여러제약에직면했지만그덕분에예상치못한자유를누리기도했다.특히이장은“구술로는말할수없다고주장했고오로지글만으로소통”한잭비갈런드의일화에주목해,갈런드가스스로장애를수행한덕분에당대의여성이나젠더비순응자에게는보통허용되지않았던저자성과자유에다가갈수있었음을밝힌다.
트랜스와페미니즘,
오래된교착상태에대한새로운시각
2장은계속되풀이될뿐아니라점점격화되는트랜스와일부페미니즘의갈등을새로운시각으로살펴본다.트랜스젠더는젠더정체성의비고정성에,페미니즘은여성이겪는억압에근거해있기에,두정체성과각각에기반한이론을통합하려한많은시도가실패해왔다.거기에최근에는트랜스배제적페미니즘이트랜스적대를적극재생산하고있기까지하다.이런격화된분위기를배경으로이장은‘우울한트랜스섹슈얼처럼읽기’를제안한다.‘우울한’은소멸의감각에시달리는병리적인상태이지만,또한편으로는소멸할것같은느낌이실제소멸과는다름을깨달으며살아가는과정을뜻하기도한다.페미니즘은트랜스젠더학을통해젠더이분법너머를상상할수있다.역으로트랜스젠더학은페미니즘을통해권력관계를더욱정치하게사고할수있다.이렇듯양자가서로를욕망하고또서로에게필요한것은사실이나이둘을통합하려는기획은언제든좌초할위험을안고있다.그렇다면차라리우울한트랜스섹슈얼처럼읽으며둘의괴리와통합의불가능성을곱씹는편이,불완전한공존을인정하고서로에대한애착에서무언가쓸모있는것을만들어내는편이바람직하지않을까?
트랜스젠더와페미니즘의갈등관계에대한논의를확장하는3장은미국에서가장널리알려진트랜스남성적인물이자「소년은울지않는다」라는영화로우리에게도친숙한브랜던티나의사례와트랜스작가인엘리엇들라인의소설들을살피며성적피해와해리(dissociation),트랜지션의관계를새롭게질문한다.트랜스남성성이성폭행이나여타젠더기반폭력에따른트라우마의증상이라는주장은오랫동안트랜스정체성을병리화하는근거로사용되었고,그런만큼트랜스운동과학계에서는젠더트라우마와트랜스정체성의표면적인인과관계를해체하고자애써왔다.이장은그노력에공감을표하지만,그와동시에그런폭력이때때로젠더이분법의(재생산이아니라)실패를산출하는방식을이담론이놓치고있지않느냐는의문도제기한다.그리고브랜던티나와엘리엇들라인,그리고유년기에젠더화된폭력을겪은많은트랜스인의경험을통해트라우마에대한해리반응이살아갈수있는자아와세계를-우발적으로라도-만들가능성을품고있음을드러낸다.
적응하지못한‘우리’가
둘러앉은모습을상상하게만드는책
4장에서는트랜스의유구한특성인‘비사회성’을중심소재로삼아,다른장들과마찬가지로이특성을병증으로명명된트랜스적대적인구성물인동시에트랜스삶에서흔히발견되는요소로주목하는사잇길을내고자한다.트랜스는‘오인’으로써정의되는사회적범주다.타인에게인식되는젠더와스스로느끼는젠더사이에언제나괴리가있는것이다.이처럼인식될가능성이없다는것이트랜스특유의곤경이라면이들은어떻게자아와세상에대한감각을만들어가는가?많은경우답은‘읽기를통해서’다.이장은트랜스의비사회성과그대표적인형상인‘책벌레’를트랜스젠더가되어가는과정의출발점인내적침잠의사례로구출하며,마지막으로서정시를사회의인식과자기인식사이의간극으로인한쪼개짐을구현하는표현방식으로드러낸다.시간의연속에의존하는여타서사장르와달리서정시가순간들의층층이쌓임을전제하듯,이주체성은쪼개진자아들의포개짐으로구성되어있고내면성과공개성의기묘한공존으로정의된다.이주체성은내면으로침잠한자아이지만그럼에도타인과의관계속에놓여있고,따라서윤리적인형태의교류를요구하고또가능케한다.
이렇듯『끔찍한우리』는트랜스젠더와트랜스학이저자성(authority)을획득하는과정에서부정당해야했던일련의형상을불러내이들특유의행위능력을읽어낸다.‘트랜스젠더변곡점’이선언되고10년이지난지금세계는특별히트랜스적대적인시기에직면해있다.또한「옮긴이후기」에서짚고있듯한국사회에서도지난10년은“새로운가능성이열린”동시에“손에잡히거나잡힐듯한기회들이아주위태롭고제한적인것임”도실감케한시간이었다.“발화를가능하게한환경은삶을지속할수있는환경으로이어지지못했다”(323~324쪽).
트랜스젠더가현재맞닥뜨린낙담과두려움은이들을더한끔찍함으로몰아댈지도모른다.하지만낙담과두려움은삶에서흔히느끼는감정이며끔찍한우리는그것들을자신의일부로삼아계속살아갈것이다.그‘나쁜’감정들을트랜스정체성과무관한것처럼,또는없애야하는것으로취급하지않고오히려그곳에머물며말함으로써다른세계를만들어낼수있을지도모른다.『끔찍한우리』는그가능성을알아볼수있게하는책,부적응과함께사유하자고제안하는책,적응하지못한‘우리’가둘러앉은모습을상상하게만드는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