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같이바람같이살다가라하네
베토벤의교향곡「운명」은우리네운명이라는것이거친파도와맞서기도하고,잔잔한호수의물결같기도하고,계곡의급물살타고래프팅하는것같기도하며,어느순간환희와절망이교차하다최후선고를수용하듯,마무리하는것이우리네인생과흡사하다는생각이들었습니다.
바르게보고,바르게말하고,바른행동을하며,바른삶을산다면어떤운명이되었든간에그사람에인생은존경할만하다할것입니다.사람은위대하기도하고그렇지못하기도합니다.그것은그사람이선택한방향성과지속성,절제와용기가말해주는것입니다.
해제라는낱말은석달,한철의졸업이라고할수있지만,나스스로자신의에고에서벗어나는우화(羽化)라고할수도있습니다.
매미가칠년이상을땅속에서인고시간을참고기다리는것이나,수행자가각고의시간과열정으로벼락치는깨달음이있고난뒤에갖는인욕의선물같은것이참해제입니다.
기다리지않아도때가되면해제는올것이지만,자신의땀으로공을들여맞이한해제는설렘과보람이섞여있습니다.
원상스님의수상집(隨想集)인《해제를꿈꾸며》는연꽃마을과함께하며부처님의참된진리를전파하고자애쓴결과물입니다.한낱미물중생일지언정모든생명을사랑하라는부처님의가르침을실천해온스님의지론(持論)과평소행동철학을반영하고있습니다.
큰꽃을피우는우리는바로상가(Sangha;승가)입니다.
스님이가지고있는날카로운불교와삶에관한예리한직관과역설,문사가갖는가슴따뜻한정서를함께보여줍니다.또한,스님은지행합일(知行合一)을통해단호함의필요성과독자에게공감가는이야기로감동을줍니다.그리고,가슴을울리는자비심이넘쳐흘러왜곡된세계와생명관에대해서는사무량심의가르침을담고있습니다.
이러한스님의자비행은당연히‘연꽃마을’이라는사회복지법인을이시대보살운동을하는단체를경영하게했습니다.이단체는누군가의손길이필요하면손이되고발이되어주는복지법인입니다.또,자원봉사자여러분과후원자분은,이러한순수한뜻에동참해주는마음따뜻한분들로서보살이고,가브리엘입니다.
‘연꽃마을’의사명은입적하신창업자덕산당대종사께서직접쓰신글입니다.연꽃마을의정체성을바로보여주는글이지요.그중에‘효도대행자’라는말이있습니다.노인복지의선봉에서있는연꽃이요,보살이라는말과다르지않습니다.
불성을깨달은사람은모든이와모든것이부처입니다.그러한세계가화엄의바다이며지혜와자비가실천적으로현현할것입니다.신에대한믿음이그득한사람은신의다른이름이사랑이라는것을체득할것입니다.
책속에서
※해제무렵이면한겨울묵은옷가지를모아빨고자신이덥던이불베개를모두꺼내깨끗이빱니다.다음사람이오면새것처럼쓰게말이지요.초참시절에는해제가그렇게기다려지더니나이가한살,구력이한살먹다보니그렇게기쁜기다림은아니더이다.결제(結制)도해제도,만남과이별도삶의일부로받아들여서인가요.부처님당시에도한나무아래서삼일이상머물지말라는말이있었는데,아마도사람은한곳에머물면집착하기가쉬우므로그리하였을거로생각합니다.
---「p17.걸망과누비.」중에서
※죽비는또한경책에의미가있습니다.어떤스님이일과를일탈하거나잘못이있으면백팔배,오백배,천팔십배심하면삼천배까지참회의절을시킵니다.보통두번,세번까지참회를시키고안되면경책에들어갑니다.이것을절에서는죽비공양이라고합니다.정진하다가졸때는어깨에장군죽비를내려졸음을가시어또렷한의식으로정진하게도와줍니다.죽비공양이들어갈때도절차는분명합니다.대중공사끝에어떤결정이내려지면경책을받는스님은무릎꿇어앉아있고,죽비공양을내리는스님은그스님에게다가가서합장반배한후,‘공양을받으시겠습니까?’라고의사를묻습니다.안받겠다고하면거기서대중공사는끝나고스님은걸망을지고절을떠나는것입니다.받겠다고하면무릎위의장삼을양옆으로흩어놓고허리를뒤로젖혀서양팔로방바닥을집고의지하여최대한무릎위에죽비가잘내려칠수있도록돕습니다.장삼을죽비가닿지않도록하는것은,장삼은부처님옷이기에그렇습니다.이렇게대중살이는엄격한질서가살아있어서대중의어려움과무서움을몸과마음으로익힙니다.
---「p24.아상과아집을꺾는회초리,죽비.」중에서
※“여기내손안에는작은새한마리가있는데,계속들고있으면이새가죽을것이고,내가이주먹을풀면새가날아가버릴것인데자네라면어찌하겠는가?”나는아무말도하지못했습니다.이런것을선가에서는선문답이라고하고,거량이라고도합니다.답답하기도하고,영감쟁이가원망스럽고부끄럽기도하여,자리를빨리벗어났으면좋겠다는생각만들더군요.사실,나는두세번의견처가있었다고자부하던터였는데,보기좋게한방얻어맞았습니다.그노스님은젊은시절부터만공스님문하에서참학하였던은둔고수이셨습니다.그대라면어찌하시겠습니까?얻을수도없고그렇다고버릴수도없다면어찌하시겠습니까?
-49p.얻을수도없고버릴수도없나니取不得捨不得.」중에서
※선덕(조실급)이신성우스님도같이줄을서서,누룽지한조각을얻고는행복해하시는데,정광스님께서는채신을지키시려는것인지,한번도그누룽지를얻어드시지를못했습니다.그래도궁금은하신지이따금곁눈질로바라만보고는그대로지나쳐가시곤했습니다.하루는부공양주한테‘스님!내가쓸때가있어서그러하니한조각더주시오’라고하며한점더얻었습니다.그철에내소임이청중이었습니다.학교로치면부반장쯤되고권세가있는자리입니다.그권세의힘으로누룽지한조각을더얻어선덕이신정광스님께달려가아직온기가식지않은누룽지를드렸더니금세웃음기가득한아이얼굴이되었습니다.어른을여러철모시고살았지만,사적인말씀하시는것을본적이없고얼굴에표정도무표정그자체이었습니다.선가에서는꽉막힌상태를은산철벽이라는단어로가끔쓰기도하는데,그은산철벽의문을열었습니다.
---「p73.봉암사와누룽지」중에서
※우리는자기중심적으로나만잘살면된다고생각하지만그렇지않습니다.동쪽의울림은동시에남서북으로전달하지요.나는인이면서항상연이된다는것이인연의법칙입니다.목마른사람에게물한잔떠주고,배고픈이에게국수한그릇사드리는것이결코작은일이될수없는이유입니다.서정주님의보석같은시어(詩語)처럼,“한송이노란국화꽃을피우기위해봄부터소쩍새는그렇게울어야했고,천둥은먹구름속에서그렇게울었나봅니다.”당신은나에게잊을수없는연이고나의바람은당신에게청명한가을하늘아래핀노란국화꽃이고싶습니다.
---「p194.인은씨앗이요,연은그씨앗이발아할수있는밭」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