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사랑하면 결혼하고, 덜 사랑하면 동거하나요? (기혼도 미혼도 아닌 괄호 바깥의 사랑)

더 사랑하면 결혼하고, 덜 사랑하면 동거하나요? (기혼도 미혼도 아닌 괄호 바깥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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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동거는 결혼을 위한 계단도, 대안도 아닌 그 자체로 완성된 상태”
연애 천재 만춘의 달콤쌉싸름 셰어 라이프
동거라면 어딘가 음침하고 비밀스런 골방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게 아니라면 결혼 생활에 돌입하기 전 맛보기 애피타이저쯤으로 치부했다. 적어도 연애 천재 정만춘의 이야기를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 네 명의 각기 다른 성격의 사람과의 동거를 통해 목격한 바, 동거는 결혼을 위한 준비가 아니고, 완벽한 연인을 찾기 위한 실험도 아니며, 미성숙하고 되바라진 청년의 일탈은 더더욱 아니다. 동거는 그 자체로 완성된 메인 디시다.

기존의 가부장적 가족 공동체와 결혼제도가 포용하지 못하는 ‘개인의 행복과 안녕’을 위해 기꺼이 동거라는 선택지를 택한 그녀는, 오늘의 자신을 마음껏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녀의 발랄하고 확신에 찬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안심하게 된다. ‘나이가 차면 결혼해서 가족을 만들라’는 미션을 수행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타인을 위한 삶을 견디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기 때문이다. “가끔 혼자 있고, 주로 함께 있고, 때때로 다 같이” 살기에 더 사랑할 수 있다고 몸소 증명하기 때문이다.
저자

정만춘

한트럭의사람과썸을탔다.연애한사람은봉고차한대에태울만큼,동거한사람은승용차에비좁게앉힐만큼만났다.외국인과의연애도,폴리아모리도해본적없으니꽤보수적인편이라주장해본다.글로밥술이나뜨고사는글노동자로,여성과일에대한팟캐스트〈큰일은여자가해야지〉를진행하고있다.

목차

프롤로그동거에는실패가없다

첫번째괄호.내가다시동거를하면성을갈지
첫번째싸움은한집에두권있는《비행운》으로부터
같이살고싶은데너네집가서전부치긴싫어
함께살아도‘자기만의방’이필요하다
같이살고싶으면여행먼저해보라기에
내삶의범위를-100에서+100으로넓히기
언젠가괜찮은산책로
집안일잘하는남자라고페미니스트인건아니니까요
내가다시동거를하면성을갈지
같이사는건둘이어도,스물이어도힘든거야

두번째괄호.기혼(),미혼(),어째서다른빈칸은없죠?
다시동거를하면성을간다더니
우리사이가좋은건내통장네통장이따로있어서야
기혼(),미혼()어째서다른빈칸은없죠?
추석선물세트팝니다,임신,출산,결혼이한번에!
아,나빼고다결혼했네
이혼해도함께살수있던데
가끔은혼자있고싶어미칠것같아
제발서프라이즈이벤트좀그만해
그사람과살면그사람이묻어요

세번째괄호.날만나지않았더라면,넌더잘살았을까
신혼부부사기단
한사람을사랑하면전세계가내게온다기에
오랜여행을하다보니알게되었네,내가좋은애인이아니라는걸
애인어머니와함께한1박2일
나는자연인이되기싫다
어머니는말하셨지,사업만큼은같이하지말아라
우리가괜찮은사람이라는걸알게되기까지너무오랜시간이걸리기도하니까
날만나지않았더라면넌더잘살았을까

네번째괄호.그리하여행복하게살았습니다
엄마,아빠에게동거한다고말하는날이오면
여기도여자둘이살고있습니다
여자둘이산다는걸적에게알리지말라
섹스를안해본건아닌데처음이긴처음이야
당연하지않은일이당연해지려면
호모콘수무수와살기
선택할수있는사치
그리하여행복하게살았습니다Ver1.
그리하여행복하게살았습니다Ver2.

출판사 서평

“남자셋여자하나,세상은넓고사랑은무궁무진하다”
지극히이성적인낭만주의자의동거그이상의이야기

당신은눈이나쁘다.지독한난시다.하지만당신에게는안경이있다.잠을자기전까지는결코벗을일없는,신체의일부가되어버린안경.당신의모든인식을재단하는안전한세계.그러나당신은안경을얼마나믿을수있는가?안경을벗으면세계가망할것만같은막연한두려움때문에도수가맞지않는안경을끝내버리지못하는건아닌가?
제도와관습을지키는일은안경을쓰는것과다르지않다.일정부분합의된굴절안에서규칙을정하고타인과자신을통제하는일이다.그것이현실을얼마나왜곡하든관계없이,여전히많은사람들이낡고익숙한안경을벗지못한다.
‘학업-취업-결혼-육아’의획일화된생애주기는참으로견고해서조금만방향을벗어나도차별을받는다.어떠한이유에서건‘남들다하는’미션을그대로수행하지않는이는어딘가부족하거나문제있는사람취급을받는다.그러나어디에나아웃사이더는있는법.남들이뭐라하건오직‘동거만’하겠다선언한이가있었으니,이름하여정만춘.그녀의패기가남다르다.

“동거만하겠다는이야기는어르신들혀를차게하기딱좋다.무슨그런말도안되는소리를하냐며등짝이나맞으면양호하고,‘요즘애들은’으로시작해서‘말세다’로끝나는돌림송을듣는거라면평타는친셈이다.신실한장로님이라면길잃은양한마리를위해기도를올려주실지도모를일이다.기도는감사합니다,아멘.저는길을잃은게아니라산책을하는중인데요.”
-본문에서

정만춘은연애천재다.그녀는트럭에태울만큼의사람과썸을탔고,봉고차에태울만큼의사람과연애했으며,승용차에태울만큼의사람과동거했다.풍부한경험(?)의소유자이지만,스스로비교적‘보수적인편’이라말한다.말마따나보수적인사람이라면응당‘결혼-출산-육아’의평균적인과를착실히따라야할텐데,그녀는기꺼이‘동거’라는선택지를골랐다.더나아가“왜결혼이아니라동거인가?”묻는이들에게이렇게반문한다.“왜동거가아니라결혼인가?”

“결혼은‘함께있다’라는것보다훨씬많은것을함축하고있다.한국사회에서결혼은사랑하는두사람의합일에서그치지않는다.결혼은집안과집안의약속까지포함한다.(중략)다만나는이렇게말할수있을뿐이다.결혼은‘함께있겠다’라는약속보다더큰무엇이라고.상대와하는포옹이라기보다는사회와하는악수에가깝다고.나는아직제도권속으로몸을던져사회와악수할준비가되어있지않았다.그냥사랑하는사람과함께있고싶었다.”
-본문에서

동거를둘러싼수많은추측과음모(?)에맞서그녀는언제든꺼내어읽을수있는대답을준비한다.가령누군가“동거는음침하고퇴폐적이지않나?”하고말하면이렇게대답하는식이다.

“그러나우리의동거는술과섹스와는거리가멀었다.오히려일요일아침의나른한기지개와,바싹하게잘마른수건,뽀얗게올라오는커피거품과비슷했다.함께살기시작하는커플이으레그렇듯,처음엔마트에서카트를끌고돌아다니는것만으로도신이났다.심야영화를보고함께집에돌아오는길에스쿠터위에서맞는바람도시원했다.주민센터에서진행하는텃밭프로그램에도참여했다.고추며상추,토마토모종을사서심었다.거실중앙에웨딩드레스와턱시도를입고찍은사진을걸어두는대신,우리가함께간전시며영화티켓을붙여두었다.”
-본문에서

그녀는여느신혼부부가그렇듯꿀처럼달달한순간들을동거라는틀안에서고스란히누린다.덜사랑해서동거하고,동거해서더음침해지는건아니며,다만설렘과단꿈을보다신선하게간직하는방법이동거라주장한다.여기에서다시등장한동거불신자의질문,“신혼부부의생활과다르지않다면왜결혼하지않는가?책임을회피하고싶어서아닌가?”그래,그런질문이나올줄예상했다는듯그녀는준비된답변을꺼낸다.

“함께사는동안내가그의가족을,그가나의가족을챙겨야할일은없었다.그의어머니생일이면,그는안개꽃과생크림케이크를사들고부모님집으로갔다.우리부모님결혼기념일에는내가부모님과함께남해로여행을떠났다.우리는서로사랑했고서로를책임지려했지만,각자가사랑하는사람까지책임지려고하지는않았다.다만,서로가사랑하는사람에대한각자의감정을존중했다.”
-본문에서

그녀에게동거는책임회피의수단이아니다.연인의주변에신경쓸노력으로그와의사랑에만집중하는것이그녀에게는더중요했다.그말은곧상대방의주변환경이어떻든편견없이그를사랑하겠다는다짐이며,또한그녀가사랑하는것들을온전히존중받겠다는분명한의지다.

누군가는제도안으로성큼걸어간후에,잘못된제도를고치겠다며창을갈기도한다.멋진일이다.그러나영내가할수있을만한일은아니다.주뼛거리며뒤로물러난나는다르게갈수있는길은없나뒷길을기웃거린다.거대한창대신조그만맥가이버칼을들고,이렇게가볼까저렇게가볼까궁리하면서.괜찮은길을찾으면내봉화를올리리라.“여기야,여기로도갈수있어!”라고소리쳐야겠다.맥가이버칼로대충잡풀을잘라만든길이,언젠가괜찮은산책로가될지모를일이다.
-본문에서

불과수십년전만해도사람들은결혼만이우주의진리인것처럼굴었지만,지금은많은이들이결혼을선택하지않는다.바로그‘선택’이라는단어안에비혼과결혼은동등한지위를갖는다.결혼을통해안정적인가정을꾸리는커플과결혼후별거를약속하는부부,여자둘의동거,남자둘의동거,남자셋과여자셋이함께사는공동체,이혼후경제적인이유로함께사는부부까지.그녀에게동거는우리가사랑을말할때결정할수있는여러선택지중하나다.

자의로시작한네번의동거를통해정만춘은이제‘공인받지않은채함께사는일’에대해말하기시작한다.그것은타인의시비를피해관계를속여야하는일이며,공인된부부에게만주어지는사회적혜택을포기해야하는일이다.평생함께한상대에게자신의유산을남길수없는일이며,차별과편견앞에서서로를증명할수없는존재로사는일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그녀가동거하기를멈추지않는이유는불편을감수하면서도지켜야할것이있기때문이다.그것은궁극적으로자기자신을향한사랑이다.내가원하는것을분명히알고,또내가원하는것을행할수있는용기.그과정에서우리사회가놓친여러제도적함정들을들춰내어소리치는일이다.“여기야,여기로도갈수있어!”
그녀가이책에서주장하는바는심플하다.세상만물,사랑을말하는태도와형식이다양하다는것을인정하고제도적인뒷받침이있어야한다는것.그리하여사랑앞에서누구하나소외받는이가없어야한다는것.

1미터목줄안의삶은어떨까.반경1미터가세상의전부인삶.그게뚱땡이(강아지)의세계라면나의세계는어떠한가.나의목줄은몇미터일까.내목줄끝의말뚝은어디에박혀있을까.경기도외곽의작은동네에박혀있을까?아니면대학동창들의라이프스타일에?이름을들어본회사에취업해서,역시탄탄한직장을가진남자와결혼하여아이를낳는평범하고(?)행복한일상이나의범위일까?만약그렇다면내삶의평균은무엇과무엇을더해서무엇을나눈값일까?
-본문에서

결론적으로당신이낡은안경을벗어도세상은망하지않는다.오히려왜곡된렌즈때문에미처몰랐던목줄을발견할지도모른다.당신이이책을통해유통기한이지난안경과일별했으면한다.그리하여더는스스로를원치않는관습안에옭아매는일이없었으면한다.사랑앞에서당신이어떤선택을하던그게옳다.누구도틀리지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