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근대건축 (어두운 역사를 위한 유용한 지도 | 개정판)

사라진 근대건축 (어두운 역사를 위한 유용한 지도 | 개정판)

$20.00
Description
서울을 구성하는 건축은 크게 두 부류다. 끊임없이 부수고 새로 짓는 콘크리트 건축물, 그리고 귀하게 보존되고 복원하는 전통 건축(주로 조선시대). 이 책은 그 공백의 시공간을 그 어떤 역사보다 생생히 기록한 건축물들의 이야기다.
「서울의 휴일」(1956), 「자유결혼」(1958) 같은 영화를 보다가 연기하는 배우들 너머 배경에 흐릿하게 보이는 친숙하고도 낯선 도시 풍경에 시선을 사로잡혀 본 적이 있다면? 아득한 고층 빌딩들로 가득 찬 지금 서울의 지면 아래 어딘가 흔적을 내고 남아 있을지 모르는 저 건축물들의 이야기에 자연스레 관심이 옮겨 갈지도 모른다.
디자이너 박고은은 20세기 중반 영화 속 낯선 건축물들의 현재 위치를 눈에 익은 지형지물에 근거해 추정해 보곤 했다. 그 일은 마치 지도 위에서 조각난 퍼즐들을 맞춰 보는 놀이 같았다. 아파트와 고층 빌딩처럼 현대적인 건축물과 귀하게 보존/복원되고 있는 전통 건축물. 그들 사이에 존재했던 많은 근대건축은 영화 속에서나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이문세가 「광화문 연가」를 부르던 20세기 서울 풍경은 지금과 닮고도 달라 더 기묘한 느낌이다. 1980년 경복궁 일원을 촬영한 사진(서울역사박물관 아카이브)을 보자. 경복궁 경내에 위압적인 석조건물(옛 조선총독부)이 자리잡고 있고, 광화문 건너편엔 붉은색 벽돌건물(옛 경기도청)이 궁궐을 마주보고 있다. 버스와 형형색색의 승용차가 다니는 길 옆으로 낮은 기와집들과 현대식 빌딩이 공존한다. 요즘 10대 청소년에게 이런 사진은 합성사진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과연 이 도시의 시간을 얼마나 기억하게 될까? 이 책은 도시에서 사라진 근대라는 시간층을 건축물을 매개로 채워 보고자 한다. “한 시대를 상징했던 건축물은 그 시대가 끝난 뒤에도 살아남아 자기의 삶을 살아간다.”(김현경, 「세운상가의 미래」 중에서)고 했다. 한 시대를 상징했던 건축물은 물리적으로 이미 사라진 뒤에도, 살아남아 이야기를 전한다.
저자

박고은

저자:박고은
그래픽디자이너이자연구자.사라진것들에대한이야기에흥미가있다.서울대학교미술대학에서시각디자인을전공했고네덜란드디자인아카데미아인트호벤에서인포메이션디자인을전공했다.사라져가는근현대건축에관한이야기들을수집하고시각화하는건디자이너가할수있는일이라생각해‘사라진근대건축’프로젝트를시작해논문,웹사이트,그리고책출간으로이어나갔다.『사라진근대건축』은2021년출판콘텐츠창작지원사업선정작이다.또한디자인작가로서여러전시에작품을선보인바있다.‘글자를입은소리들이모인지도’(2023국립아시아문화전당기획전),‘노래하고춤추던정원’(2023국제타이포그래피비엔날레타이포잔치),‘감각축적’(2024국립현대미술관기획전)등.

목차

개정판을내며
책을펴내며
서문
근대건축과함께걷는길

1장지워진건축,일제식민시대
‘게이조’시기건물의명암
조선총독부청사연대기
조선신궁과신사들
반도호텔의운명
엽서사진속경성들

2장파괴된건축,한국전쟁과서울요새화계획
한국전쟁1950-1953
덤프머드,1950년서울폭격
서울요새화계획

3장숨겨진건축,군사정권과발전국가시대
군사정권의두가지전략
프로파간다를위한거대한무대
중앙정보부의음지들

만일그때그건축이사라졌다면(김소연건축가)

출판사 서평

다시태어난‘사라진근대건축’안내서

이책은‘건축’이아닌‘사라진’에초점을두고쓰였다.앞선건축계와역사연구자료들을살펴보고많은부분을참고하였으며,여기저기흩어져있는건축물에관한정보를아카이브해그것들이도시에서사라져간이야기자체를모아엮고자했다.기억하고싶지않은부끄러운시대,그래서우리가사는도시에서사라져줬으면하고바라는것들.마치가위로싹둑오려내거나,그위에다른겹으로덧대어숨기듯우리손으로지워버린그건축물들을이책에모았다.건축물들이사라지기전,서울에살던구성원에게어떻게경험되었는지그일상적이고평범한이야기들을모아서재구성했다.
『사라진근대건축』개정판은함께걷는길을안내한다.1)서울중심가길은구서울역사를출발해옛미츠코시백화점을지나한국은행화폐박물관,경성전기주식회사등을따라걸으며그장소와건물에겹겹이쌓인이야기를떠올려볼만하다.2)남산길은국치길을중심으로일제강점기조선신궁이자리했고군사정권기에는비밀리에운용된장소들의흔적을차분한마음으로따라가는경로다.
『사라진근대건축』은250여점의귀중한사진과문서자료(대한민국국가기록원부터미국국립문서기록청까지)를보기편하게체계적으로수록했다.역사,건축,디자인을아우르는참신함과깊이를인정받은‘출판콘텐츠창작지원사업’선정작이다.사라져가는이도시의공간과장소들을탐색하는시간여행자를위한안내서『사라진근대건축』속으로들어가보자.

익숙한일상의풍경혹은유령처럼숨어있는유산을찾아서

‘옛조선총독부철거냐보존이냐?’(1991년MBC「여론광장」)논쟁끝에1995년광복50주년을기념해철거행사와함께일제잔재인조선총독부청사가사라졌다.그런데이를계기로수년간공론화된찬반논쟁을통해우리사회는일제강점기건축물같은부정적문화유산(negativeheritage)도철거하는것만이능사가아니라는인식을얻었다.그렇게2001년‘등록문화재’제도가생겨근대건축물도보존의가치가있다면문화재로법적인보호를받을수있게되었다.
이책의1장‘지워진건축,일제식민시대’는조선총독부청사가광화문을밀어내고들어섰다가어떻게우리근현대사와함께하다사라졌는지,주요모습들을시간순으로따라가본다.또한남산에있었던조선신궁을비롯해전국에무려1,400여개나들어섰던신사들의과거와현재를알아보았다.지금의소공동롯데호텔자리에일본인이세워운영했던반도호텔의영락또한극적이다.
한국전쟁중서울은남북간의치열한전투와공습을겪으며회복되기힘든큰피해를입었다.서울에생긴근대건축의공백은전쟁의영향이기도하다.2장‘파괴된건축,한국전쟁과서울요새화계획’은전쟁중도심의파괴,그리고전후서울요새화계획으로급히건설된남산터널과을지로지하보도,남산타워,북악스카이웨이,잠수교등을돌아본다.이건축물들은70년전전쟁의후유증이기도하다.방공호(남산터널,을지로지하보도)나전파교란(남산타워)등의군사적목적으로만들어졌다는사실을기억하며이시설들을이용하는시민이얼마나있을까.정전중이라는상황은여전하지만이들은어느새익숙한일상의풍경혹은유령처럼이도시에있다.
3장은‘숨겨진건축’,즉군사정권기‘발전국가’를지향하며건설된세운상가를비롯한도시개발,그리고폭력으로얼룩진국가기관인중앙정보부를재조명한다.남산에있던중앙정보부건물들은이미많이사라졌다.중앙정보부의후신인안기부는관련건물41개동을서울시에이관하며건물들모두를철거해줄것을요구했다고한다.철거를요구한이유는무엇이었을까?한시대의어두운면을감춘건물은사라져망각되어도되는걸까?
저자는사라진근현대건축물을리서치한결과를지도위에새겨,함께찾아보고생각해볼것을권한다.이책이어두운역사를찾을때쓸만한지도가되기를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