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8일, 잠수함 토끼 드림 : 5.18 40주년 기념 소설집 -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5월 18일, 잠수함 토끼 드림 : 5.18 40주년 기념 소설집 -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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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효명,전혜진,정도경,정미영,표명희,하명희

「김순영꽃」으로제12회5·18문학상동화부문신인상을받으며등단했다.아무버스나잡아타고낯선동네에가는걸좋아한다.낯선동네에있는골목길을기웃거리는건더좋아한다.

목차

슈샤인보이-박효명…7
손수건-하명희…43
너의손을잡고서-전혜진…71
생일빵-표명희…105
분홍토끼를위하여-정미영…135
행진-정도경…165

발문)과거와현재그리고미래…이인휘193

출판사 서평

슈사인보이,자장면배달원,하늘고아미&잠수함토끼
그날그곳에,십대들이있었다

항일운동부터촛불집회까지십대들은항상자신이있는곳에서최선을다해살아왔으며,불의에맞서싸웠다.그리고이들의노력과희생이모이고모여,민주주의는조금씩발전해왔다.세상을바꾸기위해싸우다4월19일죽음을맞이하는구두닦이소년‘광식’과광식을살려내과거를바꾸려는미래에서온소년‘소다’,10월16일마산에서시위구경을하다연행되어갖은고초를겪게되는‘자장면배달원’,5월18일에친구들과함께금남로에서있던미경,학교불량급식을고발하는행동에나서는하늘고아미&잠수함토끼,가까운미래의어느날갑자기들이닥친군인에게끌려간엄마가돌아오지않은지10년째되는날행진을준비하는‘나’의공통점은모두십대라는것이다.
정미영소설가는작가의말에서“청소년은미성숙하지않습니다.뜨겁습니다.불의에눈감지않는학생들의외침은철없는짓이아닙니다.과거와현재의청소년이그런것처럼,미래의청소년도가장어두운곳에서가장먼저촛불을들겠지요.”라고이야기한다.
이소설집을통해현재는과거의어두움을청산하며이루어진것이고,밝은미래는그런과거를거울삼아현재를잘만들어갈때비로소이루어진다는것,5·18정신은결국‘인간답게살아갈권리’‘시민의식’‘주체적인삶’이라는것을청소년들과공감하고자한다.


여섯개의빛깔로그려낸,
우리의과거와현재그리고미래
『5월18일,잠수함토끼드림』은여섯작가의작품을묶어출간한소설집이다.작가들의면면과이력을보면탄탄한구성과문장으로권위있는문학상을수상한중견작가부터5.18문학상으로등단해작품활동을시작한작가,SF를비롯한다양한장르에서활발한작품활동을하고있는작가들까지다양하다.그렇기때문에5.18이라는하나의키워드에서출발한작품들이작가의개성과이력만큼다양한시도와이야기로완성되었다.
『5월18일,잠수함토끼드림』은5·18민주화운동40주년기념소설집이지만,단지과거에머무르는이야기가아니다.그시간을거쳐간,목격한,아직몰랐던,수많은청소년이과거와현재그리고미래를관통해나아가고있다는것을보여준다.

-「슈샤인보이」:1960년4·19혁명
박효명작가의「슈샤인보이」에는구두닦이소년‘광식’이등장한다.가난하지만자기보다남을먼저생각하고,개인의삶보다는밝은사회를꿈꾸는광식은낮에는일하고밤에는야학에서사람들과함께유인물을만든다.그런광식에게22세기에서온또한명의소년이접근한다.‘광명작전’을수행하기위해미래사회에서파견된‘소다’다.세상을바꾸려는광식과과거를바꾸려는소다의만남,4월19일은두사람에게어떤날로기억될까?

-「손수건」:1979년부마민주항쟁
2019년10월16일에는‘부마1979,위대한민주여정의시작’이라는슬로건으로부마민주항쟁40주년기념식이치러졌다.하명희작가의「손수건」은‘부마민주항쟁’을다룬소설이다.걸어서10분거리도오토바이를타고가야만하는아빠,사람들과어울리지못해밥먹고일하고잠자는생활만하는답답한아빠.윤아는아빠의오토바이소리도,아빠가던지는말한마디도듣기싫어서아빠가들어오는시간에맞춰호른을분다.엄마도아빠와사는게지긋지긋해져이혼을꿈꾼다.결국아빠는엄마와싸우고는집을나간다.
그리고부마항쟁40주년기념식이열리던그날,텔레비전뉴스를통해아빠가부마항쟁당시가장어린나이에무자비한고통을당한피해자라는사실을알게된다.엄마와윤아는미처건네지못한손수건을챙겨들고아빠를만나러,40년전길을잃은열다섯살아이같은아빠를만나러마산으로간다.

-「너의손을잡고서」,「생일빵」:5·18광주민중항쟁
전혜진작가의「너의손을잡고서」와표명희작가의「생일빵」은광주민중항쟁을다룬작품이다.「너의손을잡고서」의미경은고등학생때광주시민들이공권력에짓밟히고죽임을당하는광경을목격해야만했다.「생일빵」의큰아빠는스무살에군에입대해국가의명령으로광주진압에투입됐다.국가폭력이만들어낸상처는세월이흘러도쉬이아물지않는다.시민과군인,그들의처지는달랐지만모두1980년5월18일에광주에있었고,그로인한트라우마를안은채살아가고있다.

-「분홍토끼를위하여」:아미&잠수함토끼의불량급식반대
정미영작가의「분홍토끼를위하여」는요즘청소년들이겪는이야기다.하늘고등학교방탄소년단팬클럽‘아미’와자율동아리‘잠수함토끼’가주도해쓰레기급식에대해학교에문제를제기하는내용이담겨있다.아이유를좋아하는국진찬은아미인새롬을좋아해서아미인척한다.그래서아미와잠수함토끼들만받을수있는행동지침문자를받는다.불량급식반대행동에나서려는학생들과이를막으려는교사들.그사이에서수많은고민과갈등을겪는국진찬은어떤결심을하게될까.

-「행진」:홍콩시위,세월호그리고우리가경험할지도모를미래
정도경작가의「행진」은또다른5·18일수도있는,공권력에의해감시당하고국가폭력에희생되는도시를다룬소설이다.이소설에등장하는도시는국가가모든것을감시한다.공권력은그사회에순응하지않는사람들을찾아서잔인하게죽인다.
그래서‘나’는군인과탱크가이도시를점령하고엄마가사라진지10년이되는날,바로내일행진을하려고준비한다.도시에서도망치지않고살권리,두려워하지않고살권리,가까운누군가를배신하지않아도안전하게지낼수있는권리,사람답게살권리를위해싸우기로결심한다.

1980년5월18일,그후로40년이지났지만,현재까지도5·18민주화운동의진실은제대로밝혀지지않았다.40주년을맞는2020년,그진실이명명백백하게밝혀지기를바란다.
419혁명,부마민주항쟁,5·18민주화운동…….우리사회의민주화를위해싸워온모든사람들,공권력에의해희생당한모든사람들의삶과죽음을추모한다.


책속으로

“되긴뭐가돼?그건한참뒤야.네가죽으면그런세상이다무슨소용이야?넌실패하는일에목숨을거는거라고.”
광식은흥분한소다와눈을맞추고는천천히입을열었다.
“난이게실패라고생각하지않아.구두광이구두약한번칠한다고나는줄아냐?몇번이고약을칠하고죽을힘을다해문대야눈이번쩍뜨이는광을낼수있다고.난그번쩍이는광을위해약을칠하고죽기살기로문대는거야.지금내가하는일이몇번째구두약인진모르지만,이게쌓이고쌓이면언젠가는번쩍하고광이날거아니냐.”
-박효명,「슈샤인보이」에서

네,손수건.내대갈통이깨져서피가흐르니까어떤키큰누나가자기손수건으로내머리를이렇게꾹꾹눌러줬어요.나는지금도그손수건을잊을수가없어요.부산에서마산으로놀러왔다가집에가기싫어서자장면집에서배달하던때란말입니다.마산에는아는사람하나없지,시위하는사람들을생전처음보고신기해서따라다니다가붙잡혔지,고문관은나한테파출소에불질렀다고하지,내가불지르는걸봤다고누구는손가락으로나를가리키지…….환장하겠더라고요.내편이아무도없는데그누나가손수건으로내머리를눌러주는순간눈물이쏟아지더라고요.그누나를오늘기념식에서만났어요.네가그때그중학생이가?하는데딱알겠더라고요.그때잠깐스치고간그누나가이렇게생생하게기억날줄은나도몰랐어요.
-하명희,「손수건」에서

“한쪽에서는빨갱이취급을하면서먹고살길다막아놓고,다른한쪽에서는그때광주에있었다고,민주주의의성지라고,이슬만먹으면서민주주의만생각하고사는사람들처럼착각하는데.야…….정말둘다달갑지않아.그때내가아는사람들이왜거리로나갔는지알아?공수부대가멀쩡한사람들,죄없는사람들을때리고부러뜨리고대검으로찔러서나간거야.항의하러나간거라고.광주사람이날때부터무슨열사고전사라서민주주의를위해싸운게아냐.그건,다들그냥…….”
이렇게까지흥분하고화낼일이아니었다.수현은아직학생이고,광주에서벌어진사건은이아이가태어나기도전의일이었다.그런데수현에게화풀이하듯말하는것은정말어른답지못한일이었다.그런데도멈춰지지않았다.
“드라마나보고와서광주는민주주의의성지라고말하면,그게뭐그리반가운일이라고!”
-전혜진,「너의손을잡고서」에서

‘그빌어먹을군대가사람을망쳐놓을줄이야.깎아논밤톨같은내아들을,세상에,반편이를만들어보내다니…….’
억장이무너지는듯한한숨과함께쏟아놓는할머니의넋두리를민서는귓불이닳도록들으며자랐다.
‘어디다친데라도있었으면우리가의심을했겠지.몸은생채기하나없이멀쩡했거든.제대하고나서한동안방에틀어박혀멍하니벽만바라보고앉아있는거야.면벽하는수도승도아니고…….’
그무렵고등학생이었다는아빠의증언도가끔뒤따랐다.
‘세월가면나아질줄알았지.한달두달,일년이가고,십년이십년이흘러도그대로더니어느새사십년일세.후유…….’
할머니의한숨은40년이라는시간을실감나게해주려는듯깊고도길었다.
-표명희,「생일빵」에서

그날밤,갑자기찾아온아빠를보고할머니가활짝웃었다.아빠는술만마셨다.나는일찍잠자리에누웠다.토끼한마리,토끼두마리……눈을감고토끼를헤아렸다.내가토끼를세는동안두분이계속속삭였다.비상계엄,광주지역학생시위,계엄군집단발포…….토막토막들려오는단어들에숨이막혔다.나는머리끝까지뒤집어썼던이불을가슴까지내렸다.머리위창문사이로달조각이보였
다.할머니가아빠한테미안하다고했다.억울한세월이이렇게길어질줄몰랐다고흐느꼈다.라디오뉴스에서들은이야기가마구떠올랐다.할머니는학생들이목숨바쳐지키려한민주주의가뭔지모르겠다고했다.하지만가끔밥먹으러오던학생이죽었다는소식을듣고어떻게모른척하느냐고,화염가득한거리로나가는할아버지를잡을수없었다고했다.아빠가가슴을치며울었다.
-정미영,「분홍토끼를위하여」에서

그래서우리는행진할것이다.10주년,아니10주기가되는날우리는행진할것이다.우리가잃어버린사람들을애도하고그들의용기를기념하고사라진사람들의이름을외치면서행진할것이다.우리는폭도가아니라고,우리는반역자가아니라고,우리의말은거짓이아니고진실이며세상사람들은이곳에서일어난일들에관한우리의이야기를믿어야만한다고외치면서행진할것이다.
“모든사람이다투사가될수는없어.”
언니가말한다.그러나누군가는투사가되어야한다.우리의도시를되찾기위해서,우리의미래를되찾기위해서싸워야만한다.엄마는그렇게싸우다잡혀가서사라졌다.아니,‘사라짐당했다.’그러니까나도싸울것이다.엄마를위해서.
-정도경,「행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