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숙의 글쓰기 특강 :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고미숙의 글쓰기 특강 :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15.03
저자

고미숙

고전평론가.20대에는청년백수,30대중반에박사학위를받았지만40대초,중년백수가되었다.혼자는너무심심하고외로워서공부공동체를꾸렸다.현재[감이당]&[남산강학원]이나의본거지다.2080세대가함께꾸려가는지성의네트워크라생각하면된다.주요활동은‘읽고쓰고말하기’.이렇게살아도밥벌이가되고수많은벗들을만날수있다는사실이놀랍고신기하다.이행운을많은이들과나...

목차

책머리에:지금도좋고나중에도좋은!

프롤로그:나는왜글을쓰는가?―나의글쓰기편력


1부이론편―?글쓰기의존재론

1.산다는것―안다는것
‘산다’는건‘선다’는것
인간(人間),‘사이’의존재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생각을‘생각’하라!
돌원숭이가서쪽으로간까닭은?―생각에서탈주하라!
생명을보존하려면?―간절히궁금해하라!

2.안다는것―읽고쓴다는것
하늘과땅,존재의GPS
말이곧‘디바’다!
문자,SNS의시작
나무,지혜의전령사
테제1―읽었으니써라!
테제2―쓰기위해읽어라!
읽기와쓰기,그거룩함과통쾌함에대하여

3.읽는다는것,그거룩함에대하여
책이곧별이다!
신의선물―읽는자에게복이있나니!
혁명은책의해방이다―모든이에게책을허하라!
책이곧‘나’다!―자의식에서자존감으로
다이어트에도영성이필요하다?!
에로스는로고스를열망한다!
공자와붓다의지복을누리고싶다면?읽어라!

4.쓴다는것,그통쾌함에대하여
새로운‘계급’의탄생―읽는자와쓰는자
수렴과집중―카오스에차서를부여하라!
‘뇌와손과혀’의유쾌한삼중주
생명은창조다!―에로스와글쓰기
지금도좋고나중에도좋은!
글쓰기엔천재가없다!
부의새로운척도―책과유머
글은길을낳고,길은밥을부른다!
붓다와공자가전하는글쓰기비결
5.감히알려고하라!감히쓰려고하라!
빅뱅에서블랙홀까지
이번생은처음이라―TransGeneration을향하여!
성혁명이가능하려면?―글쓰기와성애의기술
21세기문명의비전―소유에서증여로
디지털노마드―글쓰기는미래다!


2부실전편―?대중지성의향연

1.칼럼쓰기:1,800자의우주
초식1―발원하라!집중하라!
초식2―사계절의리듬을타라
초식3―일상의모든것을활용하라
초식4―절차탁마,자의식과의전투
칼럼쓰기예시문

2.리뷰의달인-되기:텍스트와의‘활발발’한케미
리뷰란무엇인가?―마주침의유물론
읽는다는것―무심하게접속한다
다시,읽는다는것―사심으로접속한다
쓴다는것―새로운텍스트를토해낸다!
리뷰쓰기예시문

3.에세이-하라:자기삶의철학자-되기
철학이란무엇인가?:존재,인식,윤리
나는누구인가?:인식과사유
나는무엇으로존재하는가?―욕망과행동
어떻게살것인가?―윤리와비전
차서를부여하라!차이를생성하라!
에세이쓰기예시문

4.여행기의비결:유랑에서유목으로!
인간은왜끊임없이길을떠나는가?
우리시대의여행―유랑과유목‘사이’
여행기의비결1:말과이야기의향연
여행기의비결2:사건의현장,사유의탄생
여행기쓰기예시문

에필로그:대중지성과고전‘리-라이팅’(re-writing)

출판사 서평

『고미숙의글쓰기특강:읽고쓴다는것,그거룩함과통쾌함에대하여』지은이인터뷰

1.많은글쓰기책이있지만,선생님의이책은다른글쓰기책에서는볼수없는‘글쓰기의존재론’을다루고있습니다.선생님께서는‘글쓰기’야말로우리의생명과존재를유지하는데필수적이라고이야기하고계신데요,어떻게특별한사람들만하는거라고여겨왔던글쓰기가존재일반을지탱하는힘이될수있는지에대해간략한설명부탁드립니다.

간략하게말할수있을지모르겠는데,보통글쓰기를여행이나운동등여러취미활동중하나이거나조금전문적인취미처럼생각하기가쉽지요.저도그렇게생각한적이있었고요.그런데제가한20년동안백수지성으로,매년한두권의글을쓰고,여러가지(공동체)활동과삶을실험하면서‘글쓰기’자체에대해새롭게발견한것들이생겼습니다.결론을미리말하자면,‘글쓰기’는여러취미활동중하나가결코아닙니다.간략히요점몇가지만말씀드려볼게요.
지금은‘대중지성의시대’입니다.‘대중지성의시대’란대중이(전통적인의미의)엘리트가되는시대라는겁니다.그럼‘엘리트’는뭐냐,‘글을쓸수있는사람’입니다.글을써서사람들에게인식과사유의방향을제시할수있으면그게바로‘엘리트’입니다.그게아니라(엘리트들이)생산한글을받아보고,그사유를받아서살아가야한다,그러면‘대중’이되는겁니다.이렇게보면‘글쓰기’란다른활동들과는다르게어떤‘본질적능력’과연결되어있습니다.지금시대는모든사람이글을쓸수있는조건이갖춰진환경속에있습니다.말인즉,‘대중’과‘엘리트’의구분이과거와같은의미를잃어버리고있는겁니다.디지털네트워크,인터넷이나스마트폰이무한한독서를가능하게하고있습니다.거기에있는것들을잘편집해서‘나의사유’를펼치면되는거죠.그런데글쓰기를보통의취미나,아니면특별히전문적인무언가로생각하는것이사람들로하여금거기(인식과사유의방향설정)까지나아가지못하게만드는게아닌가생각이들었습니다.
시중에글쓰기에관한많은책들이있습니다.이자체가누구나글을쓸수있는조건이되었으니까그런것이라고생각합니다.그런데,대부분의책들이‘테크닉’에관해이야기하고있는듯한데요,제가공동체에서‘글쓰기’와관련된여러활동을해본결과‘테크닉’은사실그렇게까지중요한게아닙니다.1~2년배우면똑같습니다.기술적인건배우면되는겁니다.그럼에도왜어떤사람은책을내는데까지가고,어떤사람은그냥포기하고마는가생각해보니,(포기하는경우는)이‘글쓰기’가우리의생명,삶에깊게관련되어있다는걸모르고,그저거쳐가는한과정정도로생각하기때문인것같아요.보통은‘테크닉’을잘익히면,글을잘쓰게된다고생각하는데,그게아닙니다.내가얼마나‘글쓰기’를욕망하고있는지,그리고그걸내삶에얼마나긴밀하게연결시키는지가중요한겁니다.책에쓴것처럼‘글쓰기가존재의근원’이라는것이죠.글쓰기를존재의근거로생각하면중간에멈추거나좌절하지않습니다.그걸(글쓰기)를계속해갈동력을얻는것이죠.저는글을쓸때내안에차오르는어떤,충만감?그런것이있는데그건정말미세합니다.나말고는아무도눈치를챌수없죠.그건자신만이알수있는겁니다.테크닉이는게아니기때문이죠.하지만나자신은글을쓰는게너무너무성취감을주는거예요.왜그런걸까?그건바로내가글쓰기를내존재와직접연결했기때문입니다.그걸깨닫고,책에서도그점을특별히강조했습니다.
글쓰기에대한그런관점은인생전체의비전과맞닿아있는것입니다.어떤화려한직업,성공한직업도‘은퇴’라는게있어요.그럼그런직업을가진사람들도은퇴를하면책을읽고,글을쓰고그러려고합니다.왜냐하면어떤화려하고성공적인일을했더라도그걸써놓지않으면그건그냥흩어져사라지기때문입니다.또다른예도있습니다.4차산업혁명시대라고들하죠.이건말인즉‘노동’이점점사라져간다는의미입니다.그럼노동하느라부족했던시간들이남는시간으로바뀌는와중에도대체무얼할것인가.인간은결국인식의지도를새로그려야합니다.사람들은자신을해부해서성찰해봐야하고요.그리고타인과의관계도새롭게만들어가야합니다.그럼그때필요한게뭘까요?바로말과글입니다.저는말과글이가장보편적이면서자기를성찰하면서타인과관계맺을수있는그러한매개라고보기때문에,이건모든사람의비전이될수가있다고확신합니다.이중요한일을예전처럼엘리트에게맡겨놓고그걸따라가겠다?이럴필요가없다는거죠.누구나자기삶의주인이되는길을찾아야하는데,그것들이막이렇게어우러져서새로운어떤중중무진의우주를만들어내는,이런게아마디지털혁명이가져다준새로운삶의모형이라고할수있는데,그럴때가장중요한것은내가말과글을창조하고조율하고소통할수있는능력이아닐까.그런점에서‘글쓰기의존재론’을되새겨볼시기가왔다고생각합니다.


2.앞질문과연관해서어떻게글쓰기가‘양생과구도그리고밥벌이’가될수있는지말씀해주셔요.

양생의핵심은내몸의기운,정기신(精氣神)과내몸바깥,자연의기운을조화롭게소통시키는것입니다.기운은사람마다다르고,지역마다다르고,계절에따라또달라지죠.이렇게천변만화하는데,어떻게해야할까요?원활한소통상태를만들려면집중해야합니다.‘집중력’을어떻게유지하느냐가문제인데,이때‘집중’과‘집착’을혼동해서는안됩니다.‘집착’은몸의욕망,에너지를특정한한가지에쏟는거예요.그러면어떻게될까요?다른것들과의소통은끊어지지요.그러면몸이망가집니다.집중은몸전체의기운을모으는능력이에요.이능력이떨어지면사람의몸과마음은항상흩어지게되어있어요.우리는언제나산만하려고하죠.(웃음)한마음으로무언가를해내려고하면1분도사실힘들어요.그런걸매순간느끼죠.그러니까‘정신줄잡아라’이말이무슨뜻인지확실히이해가됩니다.그걸놓치면그냥하루종일붕떠서사는것같죠.그래서,‘집중’을해야하는데,이걸하려면기운이몸아래쪽은내려가서딱버텨야합니다.그런데그게위로올라와서방방뜬다?그러면바로그게‘중독’이에요.아래로딱내려와서버티는힘을내는상태,이걸의역학에서‘수승화강’이라고부릅니다.명상을하거나,기도나,백팔배를하거나하는것들이그런상태를만들려고하는활동이죠.그런활동들이일상에결합되어있어야합니다.그런데‘수행자’가아닌보통사람이할수있는활동이뭐가있을까요?바로책을읽고글을쓰는겁니다.이일은절대중독이안돼요.‘독서’에중독된다?그런사람은없어요.특정장르에중독이될수는있겠죠.그렇지만그런사람에게‘불경’이나『주역』을가져다주면절대중독되지않아요.스피노자의『에티카』를읽으면서중독이되나요?불가능합니다.글을쓰는데중독이된다?그건자기가무슨말하는지모르고쓰면그럴수있습니다.우리가글쓰기를통해자신의삶과세계를성찰하는데중독이될수는없습니다.그렇게글쓰기를하면몸전체가기운을수렴해집중하게됩니다.양생에이보다좋은건없는셈이죠.자신의몸과마음을모을수있는최고의행위,일단은독서고그다음은글쓰기라고생각합니다.
그다음에,‘구도’는자신의인생을길게보는겁니다.자신의생로병사를보는건데,그것의핵심은생사,결국은‘죽음’이죠.‘죽음을어떻게해석하는가?’이게핵심이에요.죽음은‘절대적’인겁니다.이걸살아있는동안어떻게보느냐가문제입니다.그냥살다보면보이지않습니다.그건책을읽으면서,다른사람들이어떻게생각했는지살피고,자기삶에응용하고,그러니까공부를해야합니다.그러다보면결국2600년전카렌암스트롱이‘축의시대’라고불렀던그지점으로가게됩니다.소크라테스,공자,노자,부처가등장했던시대죠.그분들의주제도‘죽음’입니다.‘죽음’을어떻게해석할것인가.내가죽어도삶은계속되죠.이걸‘역사’라부르든,‘우주적순환’이라부르든,‘영혼불멸’이라부르든어쨌건그에대한해석이있어야하는겁니다.정답은없죠.정답이없기때문에끊임없이찾아갑니다.그게‘구도’인거고요.‘답’이있고,그걸찾으러가는게‘구도’가아닙니다.근본적인질문을붙들고지평선을향해계속가는행위가‘구도’입니다.인간이구원되는건바로그길을걸을때라는거죠.삶과죽음이결국엔연결되어있다는걸깨닫고,편안하게잠들며죽음을연습하다가종국엔자신의죽음도담백하게받아들일수있는것,그렇게자신의삶을긍정해가는것,그런게구도인것입니다.
밥벌이에대해서는,제가박사학위를받고교수가안되었죠.중년백수로산지20년이좀되었고요.그동안잘먹고잘살았잖아요?그럼어떻게해서잘먹고잘살았을까요?책을읽고글을쓰고그랬습니다.글을쓰니까책을다양하게읽을수있었고요.공동체속에서책을읽고글을쓰는중에많은사람들이결합할수있었고요.공부와사람이결합하면밥이생깁니다.이건과학적인원리들만큼이나확실한법칙입니다.한번해보세요.공부하려고모이고,모여서공부를했는데굶고가는일은없습니다.사람과사람이연결되는게정치고산업이고경제아닌가요?다그걸로먹고삽니다.그런데그런것들은어떻게보면굉장히한시적이죠.회사가있을때,또뭐내가국회의원일때이런식으로요.그런데책을읽고쓰는일은인류가영원히해야할보편적인활동이기때문에어떤점에서는매우안정적인밥벌이의토대입니다.제인생이그증거고요.그리고이런좋은토대,길에사람들이함께가면좋지않을까해서네트워크가형성이되기도했고,여기까지온거고요.이네트워크에온사람들이자기가하던일을그만두고와서글을쓰고,강의도하면서잘먹고잘살수있었습니다.그런데이잘먹고,잘산다는게사회적으로화려하게성공하고,이런걸로착각하시면안됩니다.그말은정말자신의삶에유용한,그리고타인에게도이로운밥벌이라는겁니다.남을속이고돈을벌거나,돈을버는것자체에중독되어서필요이상의돈을벌거나하는것이아닌거죠.그러면‘소외’가일어납니다.그러나읽고쓰는행위는나를이롭게하고,타인을이롭게하니까떳떳하죠.그렇게해서버는밥과돈은나를건강하게해주고,남으면이걸어떻게나눌까고민하고.이런직업이이거말고또있을까요?



3.보통글을잘쓰기위해서는많이읽어야한다고합니다.그래서글쓰기와읽기의중요성을함께이야기하는책들은적지않은데요.그런데선생님께서는여기서더나아가“쓰기는읽기의연장선이자반전이며도약”이라고하시면서“읽으면써야한다”고주장하고계십니다.어째서쓰기는읽기의도약이되는지또왜읽으면써야하는지말씀해주셔요.

이게굉장히중요한포인트입니다.예전에는책에접근할수가없으니까책을읽는것만해도엄청난도약이었어요.그런데지금은모든사람이책을접할수있죠.도서관도곳곳에있고,책이넘치죠.그리고또학력이굉장히높아졌잖아요.그러니까읽기는사실충분히하고있는겁니다.그런데,이정도로읽은사람들이많다는건,다들뭔가쓸수있어야된다는거예요,그런데이게안되고있습니다.신기할정도로.저는그점이정말의아했습니다.쓰지않으면읽는것이빈곤해집니다.어느수준이상넘어갈수가없거든요.
독서를취미로한다?그러면취미는즐거워야하죠.그러면나를즐겁고편안하게해주는책만읽겠죠.그런책만을읽고서뭔가를생산하기는쉽지않습니다.인식이확장되는것도한계가있고요.즐거움이있는거니까내감정을계속동인한상태에머무르게해주잖아요.‘나는읽기만하면돼.’그러면읽기의영역이저자나학자들이만들어놓은그틀에서벗어나지도않고,사실벗어나려는생각도안하게됩니다.다른사람이쓴책이나강의를열심히읽고듣습니다.이건사실편집된걸보는거죠.그래도거기서뭔가를알게됐다고합시다.이것도사실굉장히중요한겁니다.그렇지만그렇게얻은지식은몹시희소한겁니다.그걸내삶에적용하려고하면,뭐라고해야할까요,너무희미해져서한줌이안되는거예요.
그런읽기와강의의영역밖에는자본이만들어놓은온갖화려한상품과서비스들이넘쳐나죠.그것들은굉장히강력한힘을가지고있죠.그런데강의를듣고책을읽고인식이확장되고,사유가넓어졌다고쳐요.그런데생활은어떻습니까?여전히쇼핑이나온갖중독적인것들을탐닉합니다.단순히읽고강의를듣는것으로는일상을바꾸는힘을모으기가쉽지않다는거예요.그리고지금청년들은대폭확장된교육의기회를누렸는데,그럼에도불구하고‘난누구?여긴어디?’를외치고다닙니다.왜어떻게살아야할지모르겠다고할까요?도대체대학이라는건뭘까요?교육이라는건자기스스로인생의길을찾는능력을주는거잖아요.그런데부모에게독립도못하고,사회에반항하면서대안을제시하거나하지도못하고,그냥삶이정처가없어요.도대체왜이런일이벌어졌을까요?맨날자본주의질서,물질만능주의이런게문제라고한것도벌써몇십년이나되었고요.‘토대’가바뀌지않은겁니다.그럼그‘토대’란뭘까요?‘일자리’가아닙니다.대학에서‘쓰기’를배우지않은겁니다.쓰기.‘쓰는주체’가되지않은겁니다.쓰게되면말하게됩니다.누구앞에서말을하게되려면내가쓸수있어야되요.
그냥책을읽고소비할때는뚜렷한한계가있습니다.어떤책을읽는데,굉장히어렵다,그러면거기서덮어버립니다.그리고굉장히안좋은느낌을받죠.‘독서는해로워’(웃음)그런데내가‘쓰는주체’가되면어떻게될까요?어려운책을볼때감동을합니다.‘이렇게어려운책을쓰느라고이사람은얼마나고생을했을까?’하면서요.푸코의『말과사물』같은책을보면푸코에대한존경심과적개심이동시에들죠.그러나‘끝까지읽겠다’이런마음,믿음이생깁니다.이과정을통과하면어떻게되겠어요.독서의근육이아주커지는겁니다.예를들면등산하고같아요.남산을맨날돌다가도봉산을갔다고하죠.도봉산자운봉을가는그지점이굉장히힘듭니다.그건즐거움이아니죠.힘들죠.그런데믿습니다.여길넘어가면내안에능력이생긴다.그리고자유가생긴다고요.자유는능력에서생기는거니까요.거길가봐야아는겁니다.그러니까글을써야니체,스피노자,푸코,불경,주역이런사유의길들을나아가겠다는마음이생깁니다.쓰질않으면어떻게되죠?맨날‘어려워’타령을하게되는겁니다.그러면어렵지않은책만읽게되는거고요.내고정관념과통념을계속강화하면서요.그게아니라면‘이런건해서뭐해’가되겠죠.
글쓰기는그래서여러가지문제들에다걸려있어요.교육문제,청년문제등등.교육은왜스스로언어를창조하는능력을키워가는쪽으로방향을잡지않을까?만약그렇게방향을잡으면대학교육기간내내작문을해야합니다.배우는전공이뭐든,문과든,이과든,의대든,공대든상관없이그공부가자기삶과어떻게연결되는지인식하는훈련을하는거죠.이게사실지성의핵심입니다.이게든든해야자기의전공지식을가지고사회에나와서어떤직업을갖든당당하고떳떳하게‘선택’이라는걸할수있는거죠.이게훈련되지않으니까방황을하게되는겁니다.중년이되어도마찬가지죠.인생이헛헛하고,더더욱어떻게살아야할지모르겠는거죠.제가활동하는‘감이당’에중년들많이옵니다.그분들굉장히사회적으로성공한분들이에요.그런데인생을어떻게살아야할지모르고있고,삶을어떻게구성해야할지모르고있습니다.사업에성공하는일이보통일이아님에도요.청년들을막이끌고선도해야하는데도고민이청년들과똑같습니다.그럼이걸어떻게해야할까요?책을읽어야죠.책을읽는데그냥읽는것이아니라‘쓰는존재’가되어서읽어야합니다.인류최고의지성에접속하는겁니다.
내가글을쓰는사람이아니었다면어디까지독서를했을까요.그냥적당히대학원에서하던그수준에서더안나갔을것같아요.그런데내가써야되기때문에,생산을해야되니까,계속내삶에응용을해야되니까『동의보감』같은책까지읽게된거에요.그리고지금은『주역』과불경을읽고요.그런책들을보면세상에어떻게2,600년전에이런책이나왔을까믿기지가않아요.그러니까인류의지성이이미몇천년전에이미거기에도달했다는겁니다.그런데왜우리는이렇게얄팍하고어떻게보면굉장히사춘기스러운정서를반복해야하는가?이미그대양이펼쳐져있는데말이에요.결국쓰는존재가되어서거기에접속해야하는겁니다.그러면막니체가『차라투스트라는이렇게말했다』를쓴스위스를찾아가는그런일이일어납니다.
『열하일기』를예로들어도그렇습니다.저는인생을『열하일기』로역전했는데,연암에대해써야해서읽은거죠.그때는지금처럼대중적인번역도없고,전문가들의번역본이라정말지금쓰는한국어로쓰여있질않았습니다.그런책이었음에도거기에빠져버렸죠.읽다보니까너무심오하고재미있었던거에요.『임꺽정』도그렇습니다.쓰는사람이아니면제가그걸세번이나읽었을까생각을합니다.써야해서읽었더니거기서헤엄치고싶은욕망이생기는거죠.이게바로‘쓰기’가‘읽기’의도약이라는겁니다.쓰지않으면읽기는절대늘지않아요.


4.2부실전편에서는선생님께서활동하고계신<감이당>에서글쓰기와관련된활동이어떻게이루어지고있는지엿볼수있었는데요.공동체에서어떻게글쓰기와관련된활동들이이루어져왔고,현재이루어지고있는지좀더구체적으로소개부탁드립니다.

지금부터한8년쯤전에감이당에서내건모토중에‘글쓰기를수련하기’가있었습니다.그러니까아예‘글쓰기수련’을표방하면서(공동체가)시작되었던것이죠.그래서(감이당에서운영하는프로그램중에)‘대중지성’에서수련하는과목들을소개하자면,‘몸과우주’를다루는의역학,그리고각종텍스트들을낭송하는과목,그리고글쓰기,이렇게세과목입니다.일주일에하루,저세과목을공부하는겁니다.이세과목을다루는‘대중지성’프로그램을봄,여름,가을,겨울네학기체제로운영하죠.그런데,어느날보니‘대중지성’프로그램이엄청힘들다고소문이났더라고요.일주일에하루하는건데,왜그럴까싶었습니다.가만히보니까수업이힘든게아니라,글쓰는걸힘들다고느끼는거였습니다.그것도매번발표는하는게아니라,8주과정을하고에세이발표를한번하는거예요.한계절에하나쓰는건데그렇게어렵나?그거쓸때보면거의뭐전쟁터같아요.그게도대체왜그럴까생각해보니,글쓰기가어렵다기보다는몸의리듬을그런식으로써본적이없기때문이에요.우리가새로운운동을배울때,처음에는다어렵죠.안쓰던근육을써야하니까.그런데그게기본이딱잡히고나면그다음엔자연스러워요.그거랑같은겁니다.
그렇게아우성치며힘들어했지만,그걸계속유지했습니다.지금은좀더다양하고,좀더힘들어졌어요.가령밤을세워가며발표하는경우도있었는데,다음날아침에사람들표정이너무너무밝았죠.무슨상을주는것도아니고,화려한뒤풀이가있는것도아닌데요.아무런보상이없어요.그런데다들너무뿌듯한거죠.이뿌듯함의이유가뭘까요?이것의핵심은내가내언어로내인생의지도하나를그렸다,바로이거예요.이게주는충만감은다른어떤것과도비교할수가없는겁니다.
그런데,문제는‘대중지성’프로그램이요일별로있고,그걸1년동안진행하는건데,그러다보니까이런장기프로그램에접속을못하는분들이있습니다.한번놓치면또일년을기다렸다가참여해야하니까요.그래서,아주짧게단기적으로여러가지글쓰기강의를열었죠.그런데거기서또리뷰,에세이,여행기등을쓰는프로그램을진행했습니다.거기서또알았죠.글쓰기에대한욕구가대단하다는걸요.역시사람은남의말듣는것보다자기가생산하는걸좋아한다는걸다시확인했습니다.이게본성인겁니다.남이천걸음걷는거구경하는것보다내가걷는한걸음이중요한거죠.이게바로존재의명령입니다.
글을쓰면,사람들에게말을할수가있습니다.제가이렇게글을써서밥벌이를하게된건,공동체가있어서이기도하고,또한가지는2008년무렵부터대학바깥의인문학광장이크게열렸기때문이에요.환경적인영향도크죠.자본의잠식이대규모로변했고,안정적인일자리는점점사라지고요.일이없고정처없는상태가확대된거죠.이게꼭나쁜걸까요?역설적으로그렇게되면서사람들이사용할수있는시간이늘었어요.거기에곳곳에도서관들이들어섰고요.
2003년에『열하일기웃음과역설의유쾌한시공간』을내고강의를다닐때만해도,그도서관들이모두공사중이었습니다.그도서관들이모두지어진거죠.그런데이도서관들이정말근사한곳에생겼습니다.시골에디지털도서관이생기기도하고,도시에는꼭숲이나공원있는공간에들어섰고요.그런공간이열린겁니다.이말은무언가하면‘평생학습’이가능한공간이무료로열린겁니다.도서관뿐이아니에요.구청이나지자체에서도인문학공부를할수있는프로그램이많습니다.20여년동안강의를하러다녀보니그렇습니다.그럼그렇게열린공간에사람들이모입니다.그럼거기에뭐가있어야할까요?학습프로그램이있어야합니다.그리고강사가있어야하죠.2008년부터제가점점바빠지기시작했어요.그뿐이아닙니다.일반사기업에서도강연요청이많이옵니다.교사연수,공무원연수같은곳에서도요청이오고요.이많은강의들을누가담당해야할까요?실제강의를주최하는곳에서는‘이제부를사람다불러서누구를불러야할지모르겠다’는이야기를많이합니다.앞으로이부분에서많은강사풀이필요한거죠.
그래서감이당에서하는공부가그렇습니다.‘글을써라,그리고강의를해라’라는거죠.그래서글을쓰고어느정도수준에이르면강의를할기회를주고요.일종의자기훈련의기회를주는겁니다.그렇게해서각자가자기지역이든,또는자기세대든자기가활동하고싶은공간에서자신들의네트워크를만들기를바라는것이고요.그게바로감이당의비전입니다.


5.2부실전편에서는네가지장르의글쓰기(칼럼,리뷰,에세이,여행기)에대해구체적인조언을해주고있는데요.네가지글쓰기각각의핵심적인특징이있다면한번더짚어주시면좋겠습니다.그리고,장르를관통하는글쓰기의대원칙이있다면무엇일까요?

‘실전편’은감이당에서했던제강의를녹취한게기반이되었습니다.강의를8주,10주단위로했고요.강의는조별로진행되었는데,튜터들이각조들을관리하는식이죠.이렇게가면이탈자가거의없습니다.함께산을오르면서로격려해주면서끝까지함께오르는것과같은원리인겁니다.그래서감이당은조별활동을굉장히중요하게생각합니다.
칼럼쓰기는무엇보다한페이지안에사회적이슈와결합된생각의정수를담아내는겁니다.이건훈련이없으면안되는거죠.그냥사회를논평하는식으로써서는안됩니다.사회적현상이어떻게내몸을통과하는지,그게내일상에어떻게연결되는지,그래서그것이어떻게나를지배하거나이끄는지,이런것들을사유해야하는겁니다.즉,문제의식이있어야합니다.그게핵심인거죠.
리뷰,서평은,세상에서평이얼마나많습니까?그런데이걸감상적인코멘트를다는식으로하면책과의결합이대단히느슨해집니다.리뷰는책을선정할때부터의집중력,그다음은책을읽어나가는집중력이중요하죠.최소한세번이상은읽어야합니다.첫번째읽어서책을알았다는건대개의경우오해입니다.아무리쉬운책도,세번이상은읽어야합니다.무조건세번이상읽고,리뷰를두페이지써야죠.그러려면어떻게해야할까요?일단,내스토리가있어야하죠.책을읽고누구에게이야기를해준다고하면,스토리라인을짜야하는거죠.이걸훈련하는겁니다.뭐라고해야할지생각이안나면책을베고자는거죠.사실은이것도진짜로케미를일으킵니다.안믿을것같지만진짭니다.(웃음)여하튼대충대충해서는안되죠.이건무엇보다‘관계’를맺는연습이거든요.사람과의관계에서도대충대충하면나중에부끄러운일이산더미처럼쌓이잖아요.책도마찬가지입니다.그러니까리뷰쓰기는책과관계를맺는방법,타자와관계맺는방법을훈련하는거죠.
그다음에에세이는철학이에요.에세이자체가철학이라는뜻이거든요.철학을하지않는사람이있나요?철학을하지않고어떻게살죠?사람이.정기신(精氣神)중에신이바로철학의영역인데요.삶의방향,‘내가이렇게살겠어’라는걸세우는거죠.이건반드시있어야하잖아요.자기삶의철학자가되어야하는겁니다.존재론,그리고세계에대한인식,윤리의방향까지.에세이는그걸쓰는과정입니다.
여행기는,요즘여행을많이들다니죠.여행을다녀오면온갖의미들이쏟아져야하죠.그런요즘은사진이쏟아지고있죠.그리고폴더가늘어나고요.그리곤곧고독속에빠져들죠.그러지말고사진과함께이야기가생성이되어야합니다.그래서여행기수업은세계최고의여행기『열하일기』를보면서이야기를어떻게생성시키는가,그걸배워가는과정이었습니다.여행엘가면어떻습니까?‘사건’을두려워하지말아야합니다.의미는어디있죠?바로‘사건’속에있는겁니다.각자자기의여행기를쓰는데,기본이되는텍스트를『열하일기』를바탕으로했어요,거기에는사건과이야기가범람을하니까,그걸참조하는글쓰기였고요.
이렇게완전히다른글쓰기의장르속에서도원리는딱한가집니다.‘차서를지키고차이를생성하라.’모든글쓰기를관통하는대원칙이죠.‘차서’란시간의차이와공간의질서두가지를합친말입니다.시공의흐름이죠.모든일이봄,여름,가을,겨울처럼스텝을밟는다는겁니다.연애도그렇죠.봄바람처럼훅들어왔다가가을바람처럼훅꺼지고요.그리고길고긴겨울이옵니다.씨앗으로되돌아가는시간이죠.사업도마찬가지고글쓰기도그렇습니다.이모든과정을밟아야사람에게잉여가안남습니다.쓰다말면찜찜하고뒷골이당기고그렇죠.글쓰기의힘도뭐냐하면‘차서’를부여하는거예요.기승전결이있는거죠.봄은기,일어나고,여름은승,펼치고,가을은전,전환이일어나고,전복,결은마무리인데….대단원의막을내리면서다른길로이어져야돼요.이게네버엔딩이에요.왜냐하면시공은멈추지않으니까.이걸염두에두고글을시작하면글쓰기도잘될뿐더러그다음에내가이걸삶에응용할수가있죠.기승전결이딱된거에대해서는사람들이잉여가별로없어요.이게핵심이에요.칼럼이든리뷰든여행기든차서가잡혀있어야해요.이거를자유자재로운용을해서앞부분에결론을먼저제시하고그다음에뭐중간에하나씩펼치고이런식으로갈수도있는데,이건기본을익힌다음에운용을하는거지요.왜냐하면인생도겨울에서시작할수가있잖아요.아니면한여름에불타는화염속에서시작되는인생도있으니까.그러나이런스텝을밟아야하죠,다시.결국은.그게한가지핵심이고.
그러면이건모든사람이공통으로익혀야하는거예요.그렇다면개별개별의차이가있어야하잖아요.차서를잡고,그다음은,차이를생성해야합니다.이게뭐냐하면문장안에자기고유의감각,정서,윤리,이게들어가있어야돼요.우리가교과서나교장선생님훈화를왜따분해할까요?차이가없기때문이죠.그런글,그런말은들으면바로지루함에빠져요.
그런데우리가매년봄을맞지만한번도봄이동일하지않아요.그래서우리가봄이올때지루하다고하지않아요.아~또봄이왔구나,하며반기지.가을에낙엽이떨어지면또처음겪는것처럼느낍니다.왜냐하면낙엽은하나도동일한게없어요.봄에피는들풀이나가을에떨어지는낙엽그어떤것도동일한순간조차없다는거예요.그게주는새로움,이게중요합니다.우리언어도마찬가지예요.글도절대동일한문장을쓸수없어요.보고베끼지않는한,나도내가쓴문장을동일하게구사하지못해요.그순간에만가능한거예요.그런데어떻게다른사람하고같을수가있겠어요.우리가속담을인용한다거나,많이떠도는그런말,상투어,클리셰라고하는그런식으로쓰지않는한동일한문장이나올수는없습니다.심지어영혼이통해도동일한문장을쓸수는없어요.그래서이차이,이차이를생성하려면자기개성이살아있어야해요.
근데우리가개성을스스로지우고있어요.특히엄청난상품의욕망에끌려가니까똑같은말을하고,똑같은스토리의이야기를하니까지루해서점점이야기를안하게되거든요.영화를보고재미있게이야기를해주면,그게더재미있어요.영화를보는거보다.그래서이게살아있으려면내가그런상품이나대세에휩쓸리지않아야해요.상품이나대세의특징이뭐냐하면몰개성하게만드는거예요.그래야군중이휩쓸려가서막물건을사게되어있어요.몰개성이핵심이거든요.거기에휩쓸리지않아야자기개성이오롯이살아요.그런데이거는다른사람이알수도없고선생이코치해줄수도없어요.너의개성이이거야,이렇게해주는것은불가능하기때문에이건정말오롯이자기의몫인거죠.
그런점에서글쓰기의핵심은어떤종류의글을쓰든‘차서를부여하고차이를생성한다’예요.차서를부여하는거는어떻게보면,공통감각,보편적정서의자각이면서그정서에접속하는건데,그렇게함으로써타인과소통하는길을여는거예요.그런데,차이를생성할때는나의고유성,독특한임팩트가부여되어야합니다.그러면사람들이새로운언어,새로운길,이런거를하나더발견했구나,이런기쁨을주게돼요.너무간단하지않습니까?차서를부여하고차이를생성할것,이것만잘외우시면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