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지성, 소세키와 만나다 (현대인의 불안과 소세키의 질문들)

대중지성, 소세키와 만나다 (현대인의 불안과 소세키의 질문들)

$14.50
Description
감이당 대중지성(감성) 프로그램을 통과한 학인들이 펼치는 고전 리-라이팅의 향연, 감성 시리즈의 첫번째 책. 감이당 대중지성에서 공부하기 위해 4년간 대구와 서울을 오가던 저자는 어느 날 나쓰메 소세키를 만난다. 끝없이 자아를 의식하고, 타자를 의심하고, 도덕과 욕망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며, 경쟁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헛발질하는 소세키 소설 속의 인물들에 매료되어 소세키 장편소설 14편을 완독, 그 속에서 소세키 시대와 다르지 않은 현대인의 불안의 기원과 여전히 유효한 소세키의 질문들을 길어낸다. 인간의 마음을 믿을 수 있는지, 죄의식에서 자신을 구원할 길은 있는지, 결혼의 엉킨 실타래를 풀 단서는 있는지, 세상과 섞이기 힘든 이유는 무엇인지 등등 현대인의 불안에 대한 소세키의 질문들과 그 답을 소세키의 소설들 속에서 그리고 필자 자신의 삶 속에서 찾아보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소세키와의 새로운 만남은 물론 ‘대중지성’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저자

박성옥

그유명한58년개띠로태어나뜨거운80년대에청년기를보냈다.대학에서영문학,대학원에서언론학을전공하고연구기관,방송국에서전문직으로일했다.나이오십대에인문학에꽂혀4년동안대구에서서울을매주오가게된다.‘감이당’에서동서양고전을배우고글쓰기의존재론을익혔다.학원사업을접고자발적백수가되어읽고쓰며살아간다.현재대구의인문학공동체‘구인회’에서공부의즐거움을나누고있다.짬짬이인문학강의도나간다.인생3막을문학과철학을횡단하는작가로살아가는꿈을꾸고있다.

목차

책머리에

프롤로그_우리와닿아있는소세키의질문들

1부내면의불안을파고드는질문들
한눈팔기道草-가족안에서내가원하는삶을찾을수있을까?
가족이라는인연의무게│도리냐개인주의냐│작가의탄생

그후それから-노동은인간의의무일까?
돈을벌지않는것은죄악인가│떳떳한백수의논리│사랑과돈의함수관계│불꽃이튀는삶의에너지

문門-죄의식에서자신을구원하는길은?
과거에붙들린사람들│죄의식,자신에게가하는형벌│자신의힘으로문을열어라

마음心-인간의마음을믿을수있는가?
왜자신에게극단적인폭력을행할까│자의식의굴레,자기환멸의덫│아무도믿지못하는자의고독


2부성장기의통과의례가되는질문들
산시로三四郞-누가청춘에게길을말해줄까?
배짱이생기는약│사막에불시착한청춘│자기본위의길을찾는사람들│배움과접속으로열어가는세상

갱부坑夫-세상에서도망치고싶을때어디로갈까?
삶의나락으로떨어지다│이질적인존재와의만남│모순된자아를긍정하다│죽음의유혹에서싹트는삶의열망

춘분지나고까지彼岸過-시시한일상을벗어날수없을까?
진정모험을하고싶은가│조각보처럼이어지는‘귀로듣는모험’│일상의차이를변주하라


3부나와타자를둘러싼질문들
우미인초虞美人草-독립적인여성이설곳은어디인가?
결혼할남자를선택할자유가있을까?│자극과욕망이뒤섞이는환영의불빛│가부장적관행에맞서는여자는악녀인가?│후지오가21세기에살고있다면?

명암明暗-결혼의엉킨실타래를풀수있을까?
결혼의빛과그림자│수평적인부부관계를실험하다│음양의조화와불화가만들어내는권력관계│타자와의관계에출구는없을까?

행인行人-무엇이부부사이의신뢰를회복시킬까?
가족이라서외로워│신경쇠약직전의남자│근대가낳은시대적질병


4부사회로국가로뻗어가는질문들
도련님坊っちゃん-위선적인사회에서어떻게처신해야하나?
햇병아리교사가마주친현실│정직하면곤란하다?│화폐로맺어진관계의한계179│연인보다애틋한,혈연보다진한증여관계

풀베개草枕-국가가원하는인물이될수있을까?
자연을노래하면예술이되나│그녀의얼굴에2%부족한것│전쟁에반대하는소소한항변│사소한이야기의힘

태풍野分-세상과섞이기힘든이유는무엇일까?
품격이다른외톨이│약자의원한감정vs강자의자존감│자기본위의진정한개인주의

나는고양이로소이다吾輩は猫である-세상의속도와달리자기만의속도로걸어갈수는없을까?
왜고양이의시선인가?│무사태평한가롭게사는사람들│도락,생명력을고양시키는활동│빠름의신화에맞서는안티의윤리


부록-소세키의삶의흔적을찾아서

출판사 서평

?대중지성,소세키와만나다?지은이인터뷰


1.이책은나쓰메소세키가쓴장편소설14권전권에대한꼼꼼한리뷰를토대로하고있습니다.이렇게한작가의작품을전부읽고글을쓰려면작가에대한굉장하고오랜애정이있어야가능한일일듯합니다.그런데충격적(!)이게도선생님께서는나쓰메소세키를본격적으로읽기시작하기전에는소세키의이름조차들어본적이없다고고백하셨습니다(^^;).선생님께서는언제,어떤계기로소세키와접속하게되신건지궁금합니다.
2013년초에‘감이당’에갔을때처음소세키를알게되었습니다.감이당은서울남산골에있는인문의역학공부공동체인데요.삶과우주의근원을탐구하는대중지성프로그램이개설되어있었습니다.당시저는일명대구의강남,교육1번지라고불리는지역에서학원을경영하고있었는데사업이엄청번창하던때였습니다.하지만저는정신없이일에끌려다니는화폐-기계가되어있었고,존재가헛헛하다는생각을떨치지못했지요.물질적인성취와정신적인충만감이어긋나고있다는위기를느꼈습니다.
그래서매주새벽기차를타고서울에가서공부하고밤기차를타고내려오기를4년동안지속하게됩니다.그야말로인문학과찐한연애에빠졌던시간이었지요.제가처음만난화두는‘근대’였습니다.그때동아시아의근대문학의거장,소세키와루쉰등의작가를만났습니다.소세키는물질문명이폭발적으로발전하던시대에등장한모던보이와신여성을그리고있는데요.이상하게황폐했습니다.끝없이자아를의식하고,타자를의심하고,도덕과욕망사이에서줄다리기를하고있었습니다.경쟁의속도를따라가지못해헛발질을하고있다고나할까요.마치제자신을거울에비춰본것같았습니다.
아주우연한마주침에서인식의변화가시작되고인생이바뀌나봅니다.소세키를알게된이듬해저는학원을매각하고전격적으로‘공주’(공부하는주부^^)로서의인생3막을시작하게되었으니까요.지금은인문학강사로변신했고,또이렇게글을써서책을출간하게되었으니소세키가제인생의변곡점을만들어준작가인셈입니다.

2.앞의질문과이어지는질문입니다.소세키에대해문외한이나다름없었던선생님께서소세키의소설들을읽고그것을가지고선생님만의문제의식을살린글까지쓰실수있었던원동력이랄까,또는계속해서읽고쓰실수밖에없었던소세키소설의매력은어떤것이었나요?
제가소세키에게마음이끌린지점은일종의‘찌질함’이아닌가싶습니다.소세키는1900년대초자본주의로진입했던일본의시대상을증언하고있습니다.산업혁명과과학발전으로상징되는근대는이른바풍요의시대가아닙니까?그런데개인이겪고있는내면의풍경은찬란하지않았습니다.한없이왜소하고고독했습니다.소시민들은무력감과피말리는죄책감같은갈등을겪고있었습니다.특히동아시아의지식인들은거세게밀려오는서구문명의물결위에기름처럼부유하고있는모습입니다.이‘찌질함’이우리와비슷하다는생각이들면서소설에빠져들게되더군요.
소세키는국가와는동떨어진개인의내면을다루었습니다.제국주의가대세였던일본사회에서아주작은것을클로즈업하는시선입니다.소세키는신문명의속도를따라잡지도거스르지도못하는불안감을포착했고,화폐를중심으로엮어지는인간관계의뒤틀림을집요하게파헤쳤습니다.자본주의사회가100년후에어떻게가족도친구도사회관계도왜곡시키게될지예견하고시대적징후를예민하게감지하는작품들입니다.

3.이책의부제로짐작건대,선생님께서소세키의소설을관통하는키워드로꼽으신것은‘불안’입니다.그불안이소세키로하여금계속질문을던지게했을테고요.그런데당시일본의성장세나제국대학에영국유학파출신이라는소세키개인의이력을보면‘불안’과는별상관이없어보이기도하는데요,소세키가감지한불안은어떤것이었나요?그리고그것이백년후의우리에겐어떤질문을던지고있는것인지궁금합니다.
소세키는일본제국대학출신의보기드문최상위엘리트입니다.국비장학생으로뽑혀영국유학까지다녀왔으니마음만먹으면권세와부를누릴자격을갖췄다고봐야죠.실제그의동료들은식민지정책의고위관리가되어출세했으니까요.하지만그의인생역정은아주드라마틱한데요.소세키는어느날대학교수를그만두고아사히신문사에입사합니다.장편소설을쓰고월급을받는전속작가가된겁니다.국립대교수를마다하고소설을쓰다니제정신인가주변사람들이깜짝놀랐을정도로획기적인선택입니다.
사실소세키는영문학을가르치는일에염증을느끼고있었습니다.나라마다문화와전통과역사가다르면문학도다를터인데서양문학을그대로답습하는일에저항감을가졌던것이죠.하지만경제적으로궁핍하기이를데없었고가족의밥벌이를위해노동하느라신경쇠약이깊어졌습니다.누구보다소세키자신이극도의불안을경험했습니다.그는자기본위의문학을하고싶다는열망에서소설을썼습니다.소세키의작품세계를특징짓는굵직한키워드는근대문명비판,마음의탐구,개인주의입니다.
공동체적사회질서가무너진후근대인은자유를얻은대신고독을지불해야합니다.소세키는바로이양면성을포착했습니다.끝없이남과비교하고경쟁하고흔들리는자본주의형인간이불안의원천입니다.돈이흘러가는외부속도를따라가느라외면과내면이불일치하는데서불안은깊어갑니다.그근저에는비대해져가는자의식이있었습니다.소세키는자기마음도알지못하고타인과소통할수도없는인간이과연진보한것인가질문을던지고있습니다.각자의본성에맞게자기속도로살아가고싶다는소소한항변입니다.
그의질문은유례없는디지털문명의변동에휩쓸려있는우리와맞닿아있습니다.소세키의소설속인물들은우리와닮았습니다.그들이고뇌했던근대의명암은오늘날우리의삶에고스란히투영되어있습니다.인공지능과4차산업혁명이핑크빛미래를예고하고있지만우리의삶은불안합니다.막상자신이설자리가어디인지확신이들지않습니다.소세키가근대인의행로에대해던진질문은지금도현재진행형이아닐까요.

4.소세키의소설을모두읽으셨으니독자분들께꼭소개해주시고싶은부분도많을것같습니다.소세키소설속명장면베스트3와그이유를들려주세요.
소세키는지긋지긋할정도로속마음을후벼파는능력이있는데요.그중『마음』에서‘선생’이친구의자살을발견하는장면이압권입니다.선생은한밤중에잠이깨어옆방에서친구가동맥을끊고피투성이가되어쓰러져있는것을봅니다.그는덜덜떨면서몰래유서부터읽습니다.친구는하숙집딸을연모하고있었는데그것을알게된선생이하숙집아주머니에게먼저혼인승낙을받아낸날밤의일입니다.선생은친구를배신한사실이알려지면세간사람들에게경멸을당할까봐공포심을느낍니다.저는이대목을덜덜떨면서읽었습니다.친구의생명보다자신의잘못이드러날까봐더두려운게사람이라니,이토록세상의이목을의식하는인간이란얼마나허약한존재인지가슴이먹먹해지는명장면입니다.
제가소세키의소설들에서발견한공통점은사람들이애정의삼각관계에얽혀서지지고볶는다는점입니다.남녀상열지사는예나지금이나흥행보증수표지요.『그후』에는다이스케가옛친구의아내가된미치요에게빠져드는장면이아주탐미적으로묘사되어있습니다.사건의발단은돈입니다.쫄딱망하고병든미치요가다이스케의집에돈을빌리러옵니다.그녀가시집간후첫재회입니다.그녀는흰백합세송이를들고오는데옛날에다이스케가그녀에게백합꽃을들고갔던것을기억하고있다는암시입니다.급히걸어온그녀는숨을헐떡입니다.물을가지러간사이에그녀는꽃병의물을마십니다.창백했던그녀의뺨에화색이돌자다이스케는오랜만에자신을되찾은기분을느낍니다.이격정멜로의끝은어떻게될까요?집안에서호적을파버리네인연을끊네사달이나고자발적백수였던다이스케가노동전선에나서게되는등스토리가흥미진진합니다.
소세키는어떻게사회적관계를맺을것인가고민하는작품을많이썼습니다.『나는고양이로소이다』의구샤미는친구들과의지적인농담을재미삼아살아가는가난한영어선생인데요.어느날같은동네에살고있는대부호사업가인가네다부인이방문합니다.가네다부인은구샤미의후배가사윗감으로적당한지뒷조사를하러찾아온것입니다.가네다가누구지?구샤미는심드렁하게반응합니다.가네다부인은기가막힙니다.지금까지자기집안을몰라보는사람도없었거니와굽실거리지않는사람이없었기때문입니다.초라한선생주제에건방지기짝이없네.빈정상한가네다부부가구샤미를골탕먹이려는사건들이펼쳐집니다.돈이지배하는홈파인공간에서탈영토화해서유유자적살아가는구샤미일행에게애정을느끼게되는장면입니다.그들이해학과익살을무기삼아속물적인집단을무력화시키는장면이매우통쾌합니다.

5.마지막질문입니다.선생님께서는어느날갑자기공부에뛰어들게되셨고,소세키를읽고,쓰고,이렇게책까지내게되셨는데요,이과정에늘기쁨만있지는않았을듯합니다.특히나(추측건대^^)글을쓰시는과정은굉장히괴로우셨을텐데요,그럼에도불구하고,우리는왜공부하고,질문하고,읽고,써야하는것일까요?그과정을다겪고나시니어떤점이가장좋으셨나요?독자분들께한말씀부탁드립니다.
소세키는생애첫소설을썼을때의심경을자전적소설『한눈팔기』에남겨놓았는데요.피를쥐어짜내듯이글을쓰고바닥에쓰러져서짐승처럼신음하는소리가처절합니다.글을쓰는고통이생생하게전해집니다.대문호도이럴진대저같은학인은말할것도없지요.마른행주를쥐어짜듯이글을썼습니다.
글쓰기는무엇보다정직하게자신과대면하는일입니다.자기만의사유와해석이없다는비참함도맛보고철석같이믿어왔던가치관과고정관념이깨지는당황스러움도겪었습니다.뭔가그럴듯하게포장하고싶은자기과시의욕망과도대적해야했지요.부끄러움으로도화상을입습니다.글쓰기가자의식을떨쳐버리는수련이된다는것을알게된게가장큰성과입니다.
니체는인간은매순간극복되어야할그무엇이라고말했지요.아무리많은책을읽고좋은강의를듣는다해도한줄이라도구슬을꿰지않으면흩어져버립니다.글쓰기란구슬을꿰듯의미있는가치를생성해내는일입니다.읽고쓴다는것은자신을극복하는용기이자삶을변화시키는힘이됩니다.더욱이대중지성의글쓰기는학벌과권력,자본이결합된카르텔에균열을내는창의적인가치생성이라고믿고있습니다.이책을필두로‘감성시리즈’가활발하게이어지기를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