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의 윤리 (주체와 타자, 그리고 정의의 환대에 대하여)

듣기의 윤리 (주체와 타자, 그리고 정의의 환대에 대하여)

$18.00
Description
“우리가 원할 수밖에 없는 게 정의로운 세상이라면, 어느 것도 타자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
- 타인의 존재에 다가가기 위해서 우리는 힘껏 경청하고 기꺼이 물어야 한다!
공적 공간에서의 말하기와 듣기, 서사 정체성뿐 아니라 서발턴·이방인·환대에 대해, 나아가 주체의 불투명성과 취약성, 타자와의 관계, 그리고 정의와 책임과 연대에 대해 숙고하고 있는 『듣기의 윤리』는, 저자 김애령이 오래전 만나 관계를 맺어온 ‘자신의 삶에 대해 말할 수 없는 여성’들에게 어떻게 언어를,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목소리를 돌려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시작되었다.

학술적으로는 은유와 서사 정체성 등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계속 탐사해온 저자는, 이 책에서 ‘타자의 부름에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라는 문제, 곧 듣기의 윤리에 대해 숙고한다. 리쾨르, 아렌트, 데리다, 레비나스, 스피박, 버틀러, 아이리스 매리언 영 등 현대 철학의 핵심적인 사유와 쟁점들을 배경으로, 주체의 불투명성과 인간 실존의 취약성, 그리고 타자(서발턴)의 ‘말할 수 없음’에 대해 고찰하며, 궁극적으로 “우리는 어떤 세계에서 살고자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주체와 타자 사이의 ‘재현 불가능성’, ‘번역 불가능성’이라는 한계 속에서도 저자는 ‘정의의 환대’의 가능성, 곧 “타자가 말하지 못한 것, 차마 말하지 못하는 것, 그 침묵까지 함께 들을 수 있기를, 그러기 위해 쉽게 예단하지 않으며 물음과 대답을 지속하기를 요청”하고, “우리가 함께 보다 정의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길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저자

김애령

이화여자대학교에서철학공부를시작했고베를린자유대학교에서철학박사학위를받았다.2001년부터이화여자대학교에서강의하고있다.현재이화인문과학원교수로재직중이고,주요관심분야는해석학,여성주의철학,포스트휴먼연구에걸쳐있다.MetapherundMimesis,『여성,타자의은유』,『은유의도서관:철학에서의은유』등의저서와“ResistingthePoweroftheGenderedGaze”,「이방인과환대의윤리」,「다른목소리듣기」,「사이보그와그자매들」,「글쓰기기계와젠더」등의논문이있다.한편,막달레나공동체용감한여성연구소의일원으로성매매집결지와그곳여성들의삶에관한다양한연구를진행하면서글을썼고『경계의차이,사이,틈새』,『붉은벨벳앨범속의여인들』,『판도라사진프로젝트』등의공동저서를편집했다.

목차

들어가는말

1부.‘너도말하라’-말하는주체

1장.말하는인간,호모로쿠엔스(HomoLoquens)

1.무엇이우리를인간으로만드는가?
“오뒷세우스의노래”
목소리(phone)와말(logos)사이의간극

2.말하는주체
활동적삶(vitaactiva)의인간적조건
노동,작업,행위
행위와언어의장소:사람들사이(in-between)
사멸하는인간의불멸하는이야기

3.말할수있는자격
언어의공공성과말없는경험
수행적발화와참여의경계
내부의‘무국적자’
말할수있기위해서먹어야한다는것

2장.서사정체성

1.삶과이야기의관계
“삶은이야기다”
행동의묘사,미메시스(mimesis)
텍스트의전후:세층위의미메시스
텍스트형상화이전(以前):경험세계의이야기적특징
형상화이후(以後):이야기읽기

2.서사정체성
실존의조건:시간의아포리아(aporia)
시간의자리,현재
서사정체성
말하기의에토스

3.윤리적주체화
서사정체성의윤리적의미
‘좋은삶’이라는목표와‘더불어살기’라는조건

2부.‘그림자를드리운말’-듣기의윤리

1장.전달(불)가능성

1.말할수없는경험
폭력의재현불가능성
그럼에도말해야한다는책무와불안
문채(figure)와실증성
레비의절망

2.낯선언어
언어난민
“언어는남는다”
“나는단하나의언어를가지고있다.그리고그것은나의것이아니다”
단절과문화적소외
낯선모국어,그리고약속으로서의말하기

[보론]번역에대하여
번역자의과제
벤야민의‘번역’개념
순수언어와타락
바벨신화와번역
번역가능성

2장.다른목소리듣기

1.서발턴의말하기
서발턴역사쓰기:“이야기하도록허용하기”
“우리의말이우리의무기입니다”
인식소적폭력아래에서,“서발턴은말할수없다”

2.서발턴여성의말은들릴수있는가?
이중구속된언어
인식소적폭력과서발턴여성의말하기
들리지않는목소리

3.경계에서사이를듣기
침묵을헤아려듣기위해서
듣기위한윤리

3장.환대공간의언어

1.이방인의현상학
누가이방인인가?
낯선이
물음을던지는자
공동체질서의교란자

2.이방인의권리
환대권,칸트의‘영구평화론’으로부터
환대권의모호성

3.조건부환대,관용
관용(tolerance)의제도화
관용의역설
관용을해체해야하는가?

4.절대적환대의이념
조건부환대,관용의자기배반
무조건적인환대의이념
위험한환대

5.환대공간에서의권력관계
환대할수있기위해서:누가말하는가?
환대와젠더
절대적환대의이념

6.정의의환대
법에서정의로,또는정의의권리에대하여
정의의아포리아
듣기의윤리와정의의환대

3부.‘떠도는말’을따라-응답하기

1장.취약성에응답하는한줌의도덕

1.관계적정체성
윤리적경청의조건
주체화에개입하는타자성
오뒷세우스의역설-타자와의관계에위탁된나의이야기
독특한고유성에닿기위한물음,‘너는누구인가?’

2.불투명한주체
언어규범
주체화의거점이자한계인신체
서사의한계와주체의불투명성

3.취약성에응답하기
윤리적폭력비판
취약성(vulnerability)이라는공통의현실

2장.정의로운응답하기

1.정의에대하여
부정의에대한비판적성찰
정의의분배패러다임
분배패러다임비판
억압과지배

2.정의에대한책임
구조적부정의
책임의사회적연결

3.우정과연대
응답하기
우정과연대

맺는말

참고문헌|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듣기의윤리:주체와타자그리고정의의환대에대하여』지은이인터뷰

1.이책『듣기의윤리』에서는‘타자와의관계’라는문제에관한철학적인논의가펼쳐지고있습니다.한편으로이책을일종의‘자전적’인책이라고이야기하고계신데요.어떤문제의식에서이책을쓰게되셨는지,선생님의삶의궤적과책의내용이어떻게맞물려있는지말씀부탁드립니다.

나의박사논문주제는은유와이야기,그리고해석에대한것이었습니다.데리다나리쾨르같은많은철학자들,서사정체성,텍스트와해석에관한철학적이론들이담긴논문을들고돌아온후얼마지나지않아나는성매매집결지와그안에서살아온여성들을만났습니다.추상적철학이론으로다루었던문제의식들이구체적인삶과경험을이해하는데에힘을발휘할수있는지확인하고싶었습니다.그리고무엇보다도,자신의경험과삶에대해말할수없는사람들에게언어를,이야기를돌려줄수있을지고민했습니다.그것을통해자기삶을의미화하고사회적주체로등장할수있어야한다고생각했던것입니다.그것이이책에담긴긴철학적도정의출발점이었습니다.
현장에서사람들을만나이야기를듣고기록하는일과학계에서철학을공부하고가르치고논문을발표하는일이오랫동안내게는두세계처럼서로떨어져공존하고있었습니다.현장에서의만남을학술적논문과연결하지않았고(왠지그러면안될것같았습니다),철학논문은현장에서부딪치는문제들을‘직접’다루지않았으니까요.전혀다른,서로간섭하지않는두영역을오가는것같았던,그래서자유롭기도했고무책임하기도했던,그런시간이있었습니다.그런데이두영역이서서히만나고교차하면서연결되기시작했습니다.그것이이책이걸어온길입니다.철학연구는잠정적이더라도어떤‘결론’으로매듭지어져야하지만,현장에서의경험과고민은늘그매듭이불충분하다고,그것에머물러서는안된다고떠밀었습니다.계속새로운물음으로연결되는사유의과정이이책에담긴생각을따라왔고,그래서이책을‘자전적’이라고한것입니다.

2.책에서이야기하는주체의불투명성과취약성,이야기의재현불가능성과전달불가능성등,타자와소통하는데있어서의어려움을이야기하고계시는데요.이렇게일견불가능해보이는타자와의소통을위해계속해서노력해야하는이유는무엇일까요?

나자신도이물음을계속되풀이합니다.왜그리해야하는가?해석학이라는철학분야에서나를몰아가는첫번째추동력은,언어가오가는모든장소에는소통과이해의어려움과불가능성못지않게기대치않았던성공과가능성이함께한다는것입니다.투명하고그래서재론의여지가없는확고한이해는불가능해보입니다.그러나우리는언제나말로표현된것보다더많이이해하고,보는것보다더많이느끼며,주어진것보다더깊이다가갑니다.그성취가단번에이루어지는것도아니고늘한결같이유지되는것도아니지만,우리는실제로이세계안에서그오해와이해,그불가능성과가능성,의미의부족함과과잉사이를오가며타인과함께머물고있습니다.
그사이에서상호이해를위한노력을계속해야하는이유를‘우리는어떤세계에서살고자하는가?’라는당연하고단순한질문에서찾을수있지않을까생각합니다.(한나아렌트의말을살짝인용한다면,)우리인간은할수없는많은일들(지구를떠나우주로날아가거나,불멸을꿈꾸거나,생각하고느끼는기계를만들어내는등)을하려고노력하는기이한종이지만,만일우리가지금당장할수있는일에더집중한다면당연히‘우리는어떤세계에서어떤삶을살고자하는가’를묻게될것입니다.더나은,더평화로운세계에서살고자한다면,그렇게우리스스로가더나은존재자가되고자한다면,이런노력을계속하게되지않을까요?

3.말을할수없는존재들,그말이들리지않는존재들을‘타자’,‘서발턴’,‘이방인’,‘소수자’등의개념을통해설명하고계십니다.각각의개념들이담고있는함의들에어떤차이가있고,실천으로나아가는데어떤시사점을갖는지간단히소개부탁드립니다.

‘타자’,‘서발턴’,‘이방인’,‘소수자’같은개념들을우리는섞어사용하기도하지만,이각각의개념들은각기다른문제를가리킵니다.스피박이분석했던‘서발턴’의문제가데리다가다루는‘이방인’의문제와같지않고,그것이들뢰즈와가타리가말했던‘소수자/소수성’과완전히겹쳐지지않습니다.또‘타자’는더일반적인개념이지만,가장철학적인개념이기도합니다.
스피박은‘서발턴’을사회적패권이없는,비가시화된,낙인찍힌,주변화된집단을가리키기위해사용합니다.스피박이던진‘서발턴은말할수있는가?’라는물음은,이미중층결정된언어의권력안에서이들의존재에귀기울이는일에주목합니다.한편데리다가‘이방인에대한환대’를말할때,그는지구화시대,이방인혐오가만연한세계의이주민과난민들을생각합니다.폭력과테러,경제적·정치적이유로경계를넘는이주민들,난민들,미등록노동자들,그들과존엄한관계를맺기위해무엇이필요할까?데리다가다루는절대적환대의윤리적이념은,이들과마주한우리들(쫓기듯경쟁속에살면서각자의생존이지상의목표가된),평등과공정성을‘몫’을나누는문제로이해하는우리,신자유주의적주체들을멈춰세우려는물음입니다.그리고‘소수자’라는개념이있지요.실재하지도않는다수성의표준밖에서,우리모두는교차하는정체성의목록들안에소수성의표식을하나쯤가지고있을것입니다.
서발턴,이방인,소수자는각기다른의미를지니고,우리에게각기다른물음으로다가옵니다.반드시기억해야할것은,이개념은결코고정된본질규정이아니라는것,각기다른표준화와경계짓기의산물이라는것입니다.그리고이교차적경계짓기사이에서어떤개인은더취약해지고더주변화된다는것입니다.따라서우리모두가어느만큼은소수자이며서발턴이자이방인이라는사실을인정하는것못지않게,이‘차이’,이분명한고통의격차를예민하게의식해야한다고생각합니다.

4.타자이해의불가능성을넘어서는데그치지않고정치적실천으로나아가야한다고역설하고계시는데요.이책을읽는오늘날의독자들이어떤생각과자세로타자와만나고실천에나서기를바라십니까?

어떤것을적극적으로제안하는것이었다기보다,오히려이책에담긴고민자체가그런귀결로나아가게된것같습니다.타자와의관계의윤리가선의나호의,깊은성찰과의무감같은것에서출발하고또거기머물러야한다면,그건개인들에게너무나큰짐이될거라고생각합니다.그럼에도‘정말우리가살고싶은사회가정의로운사회라면,’우리에게는어떤선택이필요하고,거기에서어떤작은실천이시작되지않을까,생각했습니다.
확고하고선명한의식과전망,같은뜻과의지,동질성이아니라,각각의영역에서발생하는사회적부정의에대해우리각자가어떤문제를느끼고있다면그것을바탕으로부분적으로,유연하게연대할수있지않을까,희망합니다.데리다나아이리스매리언영에게서,그리고도나해러웨이에게서나는그런꿈을보여주는아름다운언어를만나곤합니다.내가발견했던그것을조금이나마보여주고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