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자의 윤리, 역사의 마음을 생각하다 (문학으로서의 사기 읽기)

기록자의 윤리, 역사의 마음을 생각하다 (문학으로서의 사기 읽기)

$23.00
Description
문학이라는 감정에 호소하는 방식과 기록성이라는 이성적 기술 방식이 맞물리는 책, 『사기』!
헤아릴 수 없는 다면체인 인간 존재를 그려 낸 사마천의 뛰어남을 읽어 낸다!
동양고전학자 최경열의 문학으로서의 『사기』 읽기. 「항우본기」, 「회음후열전」, 「백이열전」, 「자객열전」 등의 문장과 단락 구성을 세세히 살펴 가며, 후대 사서(史書)의 전범이 된 『사기』가 후대의 사서와 갈라져 문학으로 나아간 지점들을 추적한다.
저자는 궁형을 당한 인간 사마천과 기록자 사마천 사이에 흐르는 분노와 갈등 그리고 마음의 뒤엉킴에 주목한다. 그리고 문학이라는 감정에 호소하는 방식과 기록성이라는 이성적 기술 방식이 맞물리는 곳, 이것이 『사기』의 문학성을 형성하고 지탱한다고 말한다.
또 『사기』가 문학에서도 모범이 되는 이유 중 하나는 모순적 존재인 인간을 관념적으로 그려 낸 것이 아니라 그 모순 속에서 갈등하며 타인과 관계 맺고 비극으로 나아가는 모습까지, 폭넓게 인간을 다룬다는 데 있다. 이것은 사마천의 인간 이해의 깊이를 나타내며, 저자는 이 책에서 『사기』의 서사적 구성력의 뛰어남과 함께 이런 사마천의 인간에 대한 애정과 통찰력을 함께 읽어 내고 있다.
저자

최경열

성균관대학교대학원에서한문학을공부했습니다.곡부서당(송양정사松陽精舍)에서서암(瑞巖)김희진(金熙鎭)선생님께한문을익히며낯선세계에눈을떴습니다.선생님과의만남은무엇보다인간의감화력이무엇인지체험할수있는시간이었습니다.한림원과민추(현고전번역원)에서도고전을공부했습니다.서양인이동양을공부하는치밀함에자극받아영어에도주의를게을리하지않았고,미국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방문학자로연구하기도했습니다.18세기조선지식인들에대한관심을품고있으나그보다우선넓게공부해서파야겠다는생각으로중국고대사상에집중해,선진(先秦)시대저작을두루읽고있습니다.유학이정통이나주류로자리잡기이전,많은담론이쟁명(爭鳴)하는모습이장관이라서공부가흥미롭습니다.
『당시300수』를공역했고일본의유학자이토진사이(伊藤仁齊)의대작인『논어고의』(論語古義),『맹자고의』(孟子古義),『동자문』(童子問)등을잇달아번역했습니다.

목차

서문_인간에대한신뢰,『사기』에서배운것

시작하며:문학으로읽는『사기』그리고작가의탄생

1장『사기』의주변
1.연암의편지
2.『사기』이해의첫번째열쇠,「임소경에게보낸답장」
분노의문학
3.『사기』이해의두번째열쇠,「태사공자서」
4.수치와분노라는감정
공분/수치심이라는자질/문학을읽는마음
5.문학으로읽는『사기』
‘비방하는책’,『사기』/문학사의변동과『사기』/『사기』의후예들/세계관의변화와『사기』

2장역사의낭만성-「항우본기」
1.‘본기’에실리다
2.명장면다섯-첫번째:전성기의시작,거록전투
절제의효과/『사기』와『장자』
3.명장면두번째:극적구성,홍문의연회
유방의정치공세/연극연출/감독과주인공
4.명장면세번째:절정의능력,팽성수복
관중지역의중요성/연쇄반응의발화/전투의전말/아까운인물,범증
5.명장면네번째:역사의낭만성,우미인과의이별
역사적낭만성의기원
6.명장면다섯번째:영웅의죽음,비장미의탄생
김성탄의비평/사마천의문장
7.황제유방
인물의매력혹은사이즈

3장내러티브의구성력-「유후세가」
1.이질적인결합체
2.테러리스트
3.노인과만나다
4.활약과변모
장량의진면목/『사기』로『논어』를읽다/상산사호와척부인의운명
5.해체197
사마천의의심/변신담

4장회의주의자의위안처-「백이열전」
1.혼란의정체
2.독법:문장의리듬
3.읽는괴로움
4.인간에대한통찰력:열전의세계
다면체「화식열전」/「화식열전」에서「맹상군열전」으로

5장어떤비극-「회음후열전」
1.전쟁의신
2.세개의에피소드
일화에서읽은것
3.상승
한신의등장
4.조나라공략전
한신,병법을논하다/연암의글「소단적치인」/광무군이좌거
5.제나라공략:새장이열리다
6.하강과몰락:괴통과한신그리고제갈량
괴통의설득/괴통+한신=제갈량/한신의라이벌,새로운유방
7.한신은왜죽었을까
허망한죽음/죽은이유를추론하다

6장지기를위해죽다-「자객열전」
1.5인의자객
세가지과제
2.최초의자객,조말
‘조말전’의가치
3.전형적인킬러,전제
합려와요리
4.칼을잡은독서인,예양
어설픈저격/서사에서의론으로
5.핏빛이미지,섭정
칼에대하여/섭정의누나섭영/이름,기호인가실체인가
6.형가,역수를건너다
형가의윤곽을그리다/지기전광/태자단의태도/번오기의희생/형가떠나다/도연명이노래한형가/암살현장/고점리의죽음
7.평가
감정기억·현대사

7장타자에대하여-오랑캐
1.오랑캐들
역사화의필요성
2.남쪽오랑캐의처신-「남월열전」
남월왕조타/육가가만난조타/한제국최초의기록자육가/문제와위타/남월의멸망
3.힘의논리-「흉노열전」
흉노학입문/묵특,아버지를죽이다/묵특,유방을위태롭게하다/진평의꾀/무지와무위/문화충돌,중항열의경우/문화충돌,유여의경우/무제를평가하는문제

맺으며:『사기』가걸작인이유를생각하다

『사기』의구성

출판사 서평

『기록자의윤리역사의마음을생각하다』지은이인터뷰

1.선생님께서는『동자문』(童子問)이나『맹자고의』(孟子古義)와같은이토진사이(伊藤仁齊)의주요저작을번역하시는등유가사상이나유가경전에대한해석의폭을넓히는고전을소개하는작업을해오신줄압니다.이번책은부제에서드러나듯이‘『사기』읽기’에관한책입니다.『사기』는지금껏선생님께서작업하셨던책과는성격이조금다르지않나싶은데요,어떻게해서『사기』를읽게되셨는지궁금합니다.

요즘기준으로보면제가번역한사상서들과『사기』같은역사서는장르가달라다른동네(?)로가는데는진입장벽이존재한다고생각할수있습니다.예전학문기준으로하면유가경전을읽고사서(史書)를읽는것은기본과정이기때문에특별한일이라고볼수없습니다.한문고전을처음공부할때예전기준을적용한셈입니다.전공으로넘어가더라도기본서적은섭렵해야한다는전제를따른셈입니다.철학서와역사서는다르지않은가,라는질문인데현대어로번역하고보니성격이달라보이긴합니다.한문고전이라하면한테두리안에묶여있는게자연스러워보이는데말이죠.
이상해보이지만『사기』가사서(史書)인가라는질문을던질수있습니다.사서가아니라는얘기가아니라사서이상이라는의미에서말입니다.저는문사철(文史哲)이라는근대적분류를별로좋아하지않습니다만어쩔수없이써야한다면『사기』는이세가지를모두포함하기에필수적으로읽어야한다는답을드려야할것같습니다.『사기』가중요한까닭은한(漢)나라이전의고대전통을총괄하기때문입니다.한문을공부하는사람은유가경전을비롯한춘추전국시대의저작을기본교양으로읽어야하는데이때접근하는유가경전은송대(宋代)의시각으로재해석된글입니다.경전에익숙해지면송대의주석이아니라당시의시각으로읽어야한다는숙제에부닥칠수밖에없습니다.춘추전국시대당시의텍스트를이해하는일급의필수자료가『사기』입니다.한나라때의학문이정착하기이전,그러니까관학(官學)이나이데올로기로변하기전이라유동성이강한모습을띠고있다는면이오히려읽기를자극한다고할수있습니다.(이데올로기화했다는말을꼭부정적으로만볼필요는없습니다.관학이라해도송대와같이강력한형태는아니었다는사실도덧붙일필요가있습니다)
위의설명은학술로접근해서간략하게드린말씀입니다만근본적인이유는따로있습니다.『사기』는문장이뛰어나기때문에빠져들게되었습니다.다른이유다빼놓고하나만꼽으라고한다면문장을보기위해『사기』를읽어야한다고해도무방합니다.그만큼문장이좋습니다.저는문학을공부하는사람이라의식적으로언어와문장을중심에두고글을읽는편입니다.서사물을읽는경우에는문장에강조점을놓는경우가두드러지는데내러티브와문장이호응해서만들어내는진경을대할때쾌감은대단합니다.『사기』가그원점이자최고의도달점일수있겠다는생각을품고있습니다.
정리하면이렇습니다.공부하면서사서(四書)를읽고『통감절요』(通鑑節要)을읽은다음『사기』읽기는자연스런행로였는데『사기』의문장에매혹된겁니다.붙잡힌거죠.

2.『사기』는동양고전중에서도가장인기있는텍스트가아닐까합니다.꾸준히번역작업이이루어져왔고,역사책으로서뿐만아니라,이야기로,또오늘날에는처세의요령을담고있는책으로독자들의사랑을받고있는데요.선생님께서는『사기』라는텍스트의가장큰매력은무엇이라고생각하시는지요.

거듭말씀드리지만『사기』의가장큰매력은문장입니다.구체적으로어떤점을가리키는지설명해야할것같습니다.흔히‘문장이아름답다’고말합니다.이때아름답다는말은무슨뜻일까요.표현이좋다는뜻으로보입니다.의식하고생각은했지만언어화되지못한상태였는데그것을작가가적확하게,혹은그이상으로드러냈다는의미에서쓰이는경우가많습니다.미문(美文)이라고칭할때의,수사적으로훌륭하고생각을충실히담고있다고찬양하는말입니다.제경우에는미문쪽에강조점을두는표현적아름다움을염두에둔말이아닙니다.제게글이좋다는말은문장의호흡과관련됩니다.문장의리듬이라고할까요,사고의흐름이느껴지는글을말합니다.
서예를잘몰라서붓글씨의아름다움을알려고노력하는편입니다.글씨를보는방법가운데하나가글자의리듬을파악하는것으로알고있습니다.한글자한글자잘쓰는것도중요하지만전체적인글씨의흐름과호흡을느껴어떤기운과생동감에몸을맡긴다고할까요.그걸리듬이라고하는것같습니다.서예와마찬가지로문장에서도문장고유의리듬을느끼려집중합니다.사마천의글은리듬이불규칙합니다.규칙적인흐름을깨뜨려서유려한글을일부러흩어놓는게아닐까생각하는데저도그게정확히어떻게작동하는지탐구중입니다.간결하고함축적인문장과관련이있다고지적할수는있습니다.누구나하는말이긴하지만『한서』(漢書)와비교해보면명확하게알수있습니다.『사기』는불규칙한리듬을따라가는것이매력이라고고쳐말할수있을까요.

3.이책에서는『사기』를‘문학’텍스트로읽겠다는취지를분명히밝히고있습니다.문학으로서의사기를읽는다는것이무엇인지,이렇게읽을때드러나는『사기』의새로운면모는무엇인지말씀해주세요.

『사기』를문학으로읽겠다고했을때문학이라는말은구체적으로서사성(=이야기성)을가리켰습니다.서사의힘이랄까,서사가갖는지속적인힘,원초적인유혹을탐구해보고싶었던겁니다.
사마천은기존의이야기와자료를가지고작업을했습니다.그원재료를재구성해다른세계를탄생시켰습니다.예를들어보겠습니다.한신이악동(惡童)의가랑이밑을지나기전,사마천은“오랫동안쳐다봤다(熟視)”는말을독자들이눈치채지못하게끼워놓아한신의심리를묘사하면서독자를긴장하게만듭니다.이부분을그냥지나치면한신이크게성장하는속깊음을이해하지못하게됩니다.밥을준여인에게고마워하는건인간적으로당연한데그게과한반응일수있음을대화를통해살짝보여줍니다.이장면을음미하지않으면결정적순간에한신의발목을잡았던게무엇이었는지파악하기어렵게됩니다.한신의이중적인속성을잘제시한장면인데이게모순되는속성인지아닌지독자는종합하기쉽지않습니다.사마천은보여주기만하고자세히설명하지않아요.에피소드하나,스쳐지나가는말들을끼워맞추고뒤의것을앞의것과대조하고동시대의인물과견주어보면서이야기를계속조립해야합니다.결과는?사마천이파악한인간군상이하나하나입체적으로드러납니다.인간이단순한존재가아니라는사실이명확해집니다.
이야기가단순하지않다는사실을깨닫게되면흥미가더해집니다.『사기』가달라보이죠.재미있는이야기가다채로운인간이해로변합니다.폭넓게인간을다룬다는것은인간을그만큼깊게이해한다는말이기도합니다.『사기』가전혀다른책이됩니다.이야기의근원적인힘이란독자의호기심을발생시키고끌어가는긴장감을말하지만인간관이바탕에깔려사람을이해하는단계로나아가지않으면생명력을유지하기힘들다고생각합니다.

4.선생님께서는이책에서“인간을얽어매고삶을질식시키는매너따위와는다른차원의문제가윤리에걸려있고그윤리의핵심가운데하나가수치심이다.의로운일을하고도부끄러움을느끼는게인간이라는이상한존재아닌가.나는사마천의부끄러움을인간으로서가져야할근본자질로이해한다”고하셨습니다.사마천의부끄러움은『사기』라는텍스트와어떻게연결될까요?

현대인이사마천의부끄러움을이해하기어렵다고생각합니다.개인주의가모토인사회에서가문중심의사고는이상해보일가능성이높지요.현대인인들인간관계가왜중요하지않겠습니까마는전통시대의가문과사제관계라는사회성은이시대에찾기어렵습니다.우리사회처럼공공성이심하게훼손된상태에서는부끄러움에서공분(公憤)으로전화하는사마천의심리는여러가지를고려해야이해할수있을것같습니다.
저는『사기』의기저에부끄러움이있다고생각합니다.부친과가문에대한부끄러움은옳은일을했음에도부당하게처벌받았다는분노와등을맞대고있습니다.‘발분(發憤)의서(書)’라는것은그점을지적한것입니다.그러나분노만으로작품을만들지는못합니다.감정은형식화하지않으면휘발되거나폭발합니다.외침이나한숨만으로글이되지않는것과같습니다.사마천이『사기』를쓰면서새로운형식을창안하려애썼던이유도이와무관할수없다고생각합니다.형식화하는순간객관화의토대가마련되고자신을객관화하면서작가의글쓰기는전진할수있습니다.부끄러움은자신을반성하는메커니즘이되고분노는동력이됩니다.『사기』가남다른텍스트가될수있었던것은감정을잘다스려보이지않게했기때문입니다.그러나보이지않는것이비석에새겨진글자처럼뚜렷한흔적을남겼습니다.개인감정이승화된케이스라할까요.『사기』저변에면면히흐르는그정서를감지할수있어야된다고생각합니다.
자신의감정이자신의책과관계맺는방식이라는관점에서보더라도『사기』는흥미로운대상입니다.치유하는글쓰기라는말이레토릭에그치지않으려면상처에서치유로가는과정에대한면밀한분석이필요합니다.그복잡한길을탐구하는것도『사기』를읽는한방법이라고생각합니다.

5.이책에서다루지못했지만『사기』에서독자들이읽어보았으면하는이야기가있다면소개부탁드립니다.

서사성을강조했으니서사가두드러진작품을하나소개하겠습니다.「오자서열전」입니다.이야기의열도(熱度)가높아금방몰두하게되는이야기입니다.한데주의해야합니다.사마천의서사방식이간단하지않습니다.설명하지않고보여주기만합니다.장면사이에비약이많습니다.장면묘사가자세하지않아상상해야합니다.심리묘사가없는것같아인물을파악하기힘듭니다.말과대화를인물을드러내는데다얘기한것같지만따져보면생략이적지않습니다.모순되는얘기를하는가하면앞에서한얘기라고지나가버리기도합니다.빠진부분을메꾸고앞에한얘기를들춰보고읽을때에야재미가배가됩니다.
저는이글을통해남방정서를어렴풋이감지할수있었습니다.강남지역을다룬일련의글들(생각보다많습니다.유방의측근들과항우등등이남방출신임을상기해보십시오)과함께읽어보면좀더선명하게느낄수있을겁니다.그냥이야기로서만즐겨도흡족함을안겨주는강렬한글이기도하지만요.
책에서강조하긴했지만저자가전(傳)마지막에쓴사평(史評)을정독하시길부탁드립니다.이야기가완결되는부분이바로사평입니다.이야기에만정신이팔렸다가는잃어버리는게생기기마련인데사마천은사평에서놀라운균형감각을보여줍니다.앞의이야기를다뒤집어버리기까지합니다.그의문장솜씨와안목은여기에게다모여있다해도과언이아닙니다.수준높은독자라면작가와안목을겨뤄볼수도있습니다.누누이언급했듯이사평은특히나문장이압축된데다리듬이불규칙해갈피를잡기가어렵습니다마는따져읽으면그만큼보람이따라오는명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