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송연암집』풀어읽은이인터뷰
1.연암박지원의문장은오늘날의독자들에게도여전히사랑을받고있습니다.오늘날까지연암의글이읽히고사랑받는것은어떤매력이있어서일까요?
개성을그렇게주장하고,창의성과단독성을그렇게갈구하지만,우리들이추구하는건집단화된개성과보편화된창의성과사회화된단독성입니다.이것을자신의정체성이라여기며살고있습니다.갇힌줄도모른채갇혀있는것이지요.그래서일까요?이상하게도뭔가답답한듯울체를자주경험합니다.보편타당이라는규정력안에서,주체적이라는착각속에서관성대로살고있는듯하지만,내몸어디엔가해소되지않는답답함과해명되지않는혼란스러움이쌓여있기때문입니다.나의욕망을나도모르고,진짜내가누구인지나도모르니,몸이반응해버린것입니다.
저는연암의글을읽었을때,이뚫리지도풀리지도않던울체가해소된듯시원했습니다.연암박지원의글은일종의해방구였습니다.조선시대선비의작품에서예상되는바,저의선입견일수있지만,그무거움,보수성,엄격함,고루함,규칙성,위계성,당위성,보편성따위는찾아볼수없었습니다.오히려‘하고싶은것’,‘말하고싶은것’을매우경쾌하게,아주유연하게표현했습니다.연암의글은어떤법에도,어떤스타일에도,어떤가치에도얽매이지않은,자유롭고대담하고독창적이고예리하지만,또한따뜻하고유머가넘칩니다.연암만의방식으로세상의이치와삶의방향을표현했고,자신만의독특한스타일로문장을구성했습니다.연암은글을통해지금-여기-나에게필요한‘삶의출구’가무엇인지를알려주며읽는이들에게말을겁니다.연암의글은세상의모든권위,경계를뛰어넘어우리앞에펼쳐진하늘과땅,삼라만상과사람들에게말을걸고,그들의정기에접속하여새로운관계와길을만드는경지를보여줍니다.
연암은말했습니다.우주만물이책이라고.하늘과땅사이에흩어져있는모든것들이책의정기라고.그런데하늘과땅이비록오래되었으나끊임없이만물을낳고,해와달이오래되었으나그빛은날로새롭습니다.하늘과땅,해와달.삼라만상은한순간도똑같지않으므로,연암의글은매번다르게구성되었습니다.하여,연암의글은접속할때마다새롭습니다.그리고그접속으로우리들은새로운삶과새로운스타일을구상하게됩니다.연암의글은투명하고통쾌하게우리들의갈길을열어줍니다.연암의글이200여년의시간적거리를뛰어넘어여전히매력적인건,이때문이아닐까요?
2.이번『낭송연암집』에서는연암이중년이후에쓴글들을중심으로엮었다고하셨는데요.가장자유롭고빛나던젊은시절이아닌벼슬하던만년의글들을모으신이유는무엇일까요?
『연암집』을읽으면서유독눈길을끌었던것은연암박지원이수령생활을했을때썼던글이었습니다.연암이40대까지썼던글들은많이알고있었지만,50대이후벼슬살이하던시절의글들은낯설었던터라,그랬을수있습니다.그렇지만그낯설음때문에50대이후만년의글에주목한것은아닙니다.연암이백수시절친구들과의우정을통해갈고닦았던바그‘자유로운’삶의방향과철학이수령의직무를수행할때도변함없이지속되었기때문입니다.게다가‘독서에매진하는선비는천하를경륜할수있다’는연암의존재론적확신이실제수령생활을통해너무나창발적으로현실화되었음을,그만년의글들은여실히증명하고있었습니다.연암의지행합일에대한경탄,자기확신에대한감동이만년의글을읽으며몰려왔습니다.
연암박지원의집안은18세기당대의명문가였습니다.반남박씨연암집안은선비집안답게청렴하고빈한했지만영·정조시대사대부들의여론을이끌정도로지도적인위치에있었습니다.주류의길로나아간다면연암의앞날은탄탄대로였음에틀림없습니다.그러나연암박지원은권력관계안으로들어가는걸싫어했습니다.권위적이고,위계적인방식에알러지가있었다고해야할까요.명령에순종하고틀에맞추는생활이체질적으로안맞았던것같습니다.연암은자유롭게살고싶은대로살고자했습니다.그래서사대부의표준적인욕망에서도주하여,뜻이맞는벗이자스승들과공부하고글쓰며18세기사대부의삶의방향과지성에지각변동을일으켰습니다.이처럼젊은시절연암은빛나는문장으로,자유로운백수로지행합일의삶을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50대의연암에게신분상의변화가일어난겁니다.집안의생계를책임지기위해벼슬살이를시작한것이지요.연암은지방관아의현감으로재직합니다.한양으로부터멀리떨어진,궁벽한지역의말단관리지만벼슬은벼슬인지라자유로움과는거리가멀다고할수있습니다.그래서저는약간의미심쩍은생각으로50대이후의글을읽었습니다.목구멍이포도청이라,연암도자유를포기하고굴복한것인가?혹시변절?제의심은기우에불과했습니다.가만생각해보면,의식주를해결하기위해일을하는건,인간의기본적인권리요의무가아닌가요?연암은이런차원에서직업전선에뛰어든것이지가치관이바뀌어서관리가된것은아니었습니다.놀라운건,연암이수령직에너무나성실했으며,너무나창발적으로일했다는사실입니다.연암의생각과행동은벼슬살이하면서도독창적이고생기발랄했으며유연했습니다.관료주의에사로잡히지않으면서사심이나욕심하나없이성실하게백성의마음을헤아리고상황에딱맞게일을처리했습니다.이시절의글또한고정관념을뛰어넘는획기적인내용으로가득차있었습니다.
제게연암만년의글들은백수시절에쓴글이상의감동과깨달음을주었습니다.반백세를넘는나이의제게는연암만년의삶의태도가GPS와같았습니다.어떤지위에있든,어디서살든,그현장에서성의와성심을다해,사심도탐욕도부리지않으면서,생기발랄하게능동적으로창발적으로살아가는것,그것외에무엇이있겠습니까?그래서이번『낭송연암집』을기획할때고민하지않았습니다.제게삶의좌표를제시해준연암만년의글을널리알리고싶었기때문입니다.
3.연암이지역의수령을하면서쓴글들을보면,다른벼슬아치들과의갈등으로수령생활이편치않았던듯합니다.그럼에도불구하고연암이수령관직에나아가고쉽게포기하지않았던것은무엇때문일까요?
연암은젊은시절에도그랬지만,만년에벼슬살이를하면서도관직에연연하지않았습니다.먹고사는일의엄중함때문에벼슬길에들어섰지만,권력관계안으로들어가는것은단호히거부했습니다.영남의작은고을,안의에서현감으로재직하면서그동안갈고닦은것,뜻으로간직했던바를정말신나게정성껏실천했을뿐입니다.관아의환경을바꾸고,젖먹이어미의마음으로백성의삶을돌봤습니다.체질적으로게을렀던(?)연암에게는이것만으로도너무바빴습니다.그래서다른데신경쓸겨를이없었습니다.권력구도를저울질하며이름을내거나돈을모으거나상관의눈치를보며아첨하는따위에는아예관심이없었습니다.연암은정말유능하고좋은태수였습니다.
연암은1791년충청도의면천군수로부임합니다.안의현감시절,연암은의옥에관한소견서를잘썼습니다.이때충청감사한용화는도내의흉년으로조세감면혜택을청하는장계를조정에올려야했습니다.연암의친구였던공주판관김기응은공문서에서도뛰어난글솜씨를보였던연암을추천합니다.연암의장계로조정의윤허를받자,충청감사는연암을자기측근으로끌어들이려고심리관으로임명합니다.그리고는도내수령들의고과를함께논의하자고제안합니다.자기편으로끌어들이려는감사의편애와꼼수를연암은견딜수없었습니다.구속받기싫어하고아첨을싫어했던성정의소유자연암은이를거절합니다.충청감사는이를괘씸하게여겨연암의고과를깎아내립니다.참치졸하지만,상명하복의관료사회에서늘일어나는일이지요.그러나이런정도로연암의패기를꺾을수는없었지요.연암은이를묵과할수없었습니다.그리하여병을핑계로사직서를제출합니다.연암에겐기본적인의식주를해결할책임이있었지만,그렇다고아첨하거나타협하면서까지관직을유지할마음은조금도없었습니다.다행인지이일로연암의관직생활이끝나지는않습니다.1800년8월양양부사로임명되거든요.양양에가서도신흥사의중들을징계하는데,강원감사의미온적인처리에불만을가졌던연암은부임한지1년도채안되어병을핑계로사직서를내고집으로돌아옵니다.연암의관직생활은여기서끝납니다.연암은관료로서임무에충실했지만,그렇다고벼슬살이에안주한적은없습니다.연암은수령의임무가주어지면아주기껍게일했습니다.그러나그뿐,자신의뜻을펼칠수없을때는단호하게떠났습니다.막힘없이떠나고막힘없이부임했던연암.이것이야말로욕심에사로잡히지않는자유의모습이아닐까요?
4.이책에서독자들이꼭읽었으면하는글들이있다면소개부탁드립니다.
이낭송집은연암의슬기로운수령생활을보여주는글들을많이실었습니다.편편이모두훌륭하고흥미롭지만,제가처음『연암집』을읽었을때새로운발견인것처럼눈에번쩍뜨이고신기했던글두편을소개할까합니다.
한편은연암이친구였던대구판관이단형에게보낸편지입니다.이당시영남일대는극심한흉년으로백성들이굶주림에시달려대대적인진휼이시행되었습니다.진휼시행의주체는수령들인데,진휼이쉽지않았습니다.굶주리는백성을한사람도빠뜨리지않아야하고,나눠주는곡식을모자라지않게준비해야합니다.이런가운데대구판관이단형은연암에게편지를보내진휼의고단함을하소연합니다.연암이이편지에답장을합니다.
연암의답장은반전그자체입니다.연암은친구를위로하고달래지않습니다.진휼에관한태도를바꾸라고제안합니다.백수였던그대와내가갑자기임금의은혜를입어부자영감이되어,뜰에수십개의커다란가마솥을걸어놓고1,400여명의부황들어굶주린동포들을한달에세번씩먹이는즐거움을만끽하니,즐거움중에이보다더한즐거움이어디있느냐고말합니다.이렇게상황을다르게보고,다른마음으로대처하면,무수한웃음소(笑)자가뒤따를것이라고합니다.놀랍지않은가요?연암에게진휼은,동포들에게밥을먹이는행운이자천재일우의기회였던것이지요.이런마음으로진휼을한다면받는사람들의마음또한어떻겠습니까?상식의전복!놀랍지않습니까?
또한편은안의현감시절,살인사건을심의하고올린보고서입니다.연암은셜록홈즈처럼살인사건의해결에뛰어난능력을발휘했습니다.연암은함양마을에사는한조롱이라는처녀가물에빠져죽은사건의재심을맡았습니다.조사한관리들은자살이라고판정했습니다.그러나연암은원한에의한자살이라고보았습니다.한조롱이가곁방살이를했는데,집주인장수원이한조롱이를평소에유린하고폭행한것이자살의원인이라고추리했습니다.한조롱이가자신의머리털한줌을간직하고죽었기때문입니다.연암은이한줌의머리털을단서로삼아장수원에게강간미수의형률을내립니다.연암은이렇게보고합니다.“조롱이목숨을걸고저항한자취도오직이머리털뿐입니다.몸은비록골백번문드러지더라도이머리털이남아있는한,이한줌의적디적은머리털로도옥사의전체를판정할수있는것입니다.”연암은한조롱이의마음을읽고,남겨놓은단서를간과하지않았던것입니다.이두편만보아도,연암이수령생활을어떻게했는지알수있습니다.그런마음들이만년의글들에면면히담겨있습니다.이만년의글을읽으면,틀림없이연암이라는사람에대해서다시생각하게될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