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자살했다 (상처를 품고 사는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 | 곽경희 신작 에세이)

남편이 자살했다 (상처를 품고 사는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 | 곽경희 신작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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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남편이 자살했다. 슬퍼야 하는데 화가 났다. 기가 막힌 건 나도 그가 죽기를 바랐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힌 건 이제야 그가 다시 살아나길 바란다는 것이다.

남편은 아내인 나와 아이들보다 자신의 어머니를 더 챙겼고, 그 무엇보다 술을 사랑했다. 자신의 건강이나 가족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친구들과 어울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술을 마셨다. 평균 수명이 마흔 살이라는 심각한 병을 앓고 있었음에도 그는 결코 술을 경계하지 않았다.
온갖 방식을 동원해 그가 술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했지만 어떤 것도 통하지 않았다. 나는 이 모든 것이 남편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 내가 못나서 벌어진 일이라 여겼다. 그래서 그를 원망하고 미워하며 나 자신을 깊숙한 우울의 늪으로 끊임없이 밀어 넣었다.

경찰에게서 남편의 자살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애절한 통곡이 아닌 그간 꾹꾹 눌러놓았던 분노가 먼저 터져 나왔다. 사라지든지 죽든지 아무 상관 없는데, 왜 하필이면 ‘자살’이라는 유치하고 치졸한 방식을 선택해서 끝까지 나를 골탕 먹이는지 너무나 밉고 원망스러웠다. 끝끝내 나를 남편 죽인 몹쓸 여자로 만들어 놓아야 속이 시원한지도 궁금했다. 그의 장례를 치르는 내도록 나는 바락바락 악을 쓰며 그에게 따져 물었지만, 그는 끝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남편에 대한 원망은 죄책감과 자괴감으로 이어졌다. 나는 이 세상에 전혀 쓸모없는 존재처럼 여겨졌다. 살 가치도 없고,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여자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죽는 것 말고는 딱히 답이 없어 보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남편처럼 덜컥 죽을 수도 없는 처지였다. 내겐 넷이나 되는 아이들이 있었다. 나는 답을 찾아야 했다.
(...중략)
나는 지난 시간을 재해석하게 되면서 차츰 남편에 대한 죄책감을 덜어낼 수 있었고, 바닥까지 추락했던 자존감도 조금씩 회복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누군가에겐 희망이 될 수 있겠다, 아니 꼭 희망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피어올랐다. 세상 어딘가에 있을 가족의 상처로 슬퍼하고 자책하고 있을 또 다른 나에게, 괜찮다고 그건 당신 잘못이 아니라고 따뜻한 진심을 전하고 싶어졌다. 도무지 희망을 찾을 수 없다며 그만 포기하려는 또 다른 나에게 희망이 없는 삶은 없다고 힘찬 응원을 전하고 싶어졌다.

이 책에 쓰인 많은 사연과 힘겨움, 그리고 토닥임과 격려는 나 자신을 향한 말이기도 하지만 지금 나와 같은 힘겨움을 겪고 있을 당신을 위한 작은 위로이기도 하다. 나의 이야기가 당신에게 작은 숨구멍이 되어주길 간절히 바라면서, 우리 같이 가보자고 조심스레 손 내밀어 본다. -서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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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곽경희

갑작스러운남편의자살로하루아침에자살자유가족이되었다.슬픔과고통에빠져있기에는책임져야할네아이가있었다.이끔찍한현실속에서도와줄이가아무도없다는사실에깊은우울감을느꼈다.그러나그럼에도살아야하기에‘내가나를도와야겠다고’마음먹고,상담치료를시작했다.내면깊은곳에응어리져있던자신의마음을하나둘씩꺼내놓기시작하면서고통의무게도조금씩줄어갔다.그렇게죄책감,분노,서러움…상실의고통을넘어애도의마음에이르기까지더디지만한걸음한걸음회복의길을걸었다.
포기하고싶던순간에도막연한빛을좇으며,결국어둠에서벗어나게된자신의극복경험을통해소중한사람의죽음,상실로고통에빠진이들에게희망을전하는사람이되기로결심했다.아픔을딛고,헤쳐가는길을함께해주기위해,“이제행복해져도된다”는응원의메시지를전해주고자이책을썼다.
대학교에서간호학을,대학원에서상담심리를전공했으며,대학상담실에서학생들을대상으로상담을하기도,보건소,재활요양병원중환자실병동에서근무하기도했다.이후경북교육청교육철학분야강사에선정되었으며,ALP‘삶의질향상센터’에서강연활동을이어가고있다.

목차

프롤로그_그렇게우리는조금씩나아지고있다

Chapter1어느날,남편이자살했다
그날은이혼하기하루전날이었다
자살,가장잔인한한방?
제가용의자라고요??
나는가능한더불쌍하게보여야했다
비록껍데기뿐일지라도살아만있지
두번의결혼과두번째이혼
상처가배우자를고른다
내가당신을사랑하는법
죽음보다더두려운삶

Chapter2당신은떠났지만나는밥을먹는다
그때그전화를받았더라면
웃는것도죄가되는사람들
전업주부에서다시일터로
살고싶다,살아야겠다!
고통이또다른고통을치유한다
살아있는소나무가들려준이야기
셀프허그라도괜찮아
모든걸내려놓는시간
그래야우리는오늘을살수있다
나를가두는얕은시냇물에서벗어나
내생애가장아름다운여행의시작

Chapter3상실을넘어애도의마음으로
미처보지못했던그의아픔들
이제야사랑이보인다
다시치른장례식
나와엄마,다시맺는관계
나는바보같은엄마가되고싶다
다하지못한용서를받아준아이들
다시피어난일상의소소한행복
그럼에도채울수없는빈자리
새아빠가있었으면좋겠어요

Chapter4준비하지못한이별에대하여
어설픈위로의말은상처를준다
인생은짧은순간순간이모여완성된다
내삶의체리향기를찾아서
그러니일단은살고볼일
내가존재해야세상도존재한다
살아있는자만이생방송을시작할수있다
손을내밀어야다시일어설수있다
살기위해우리는이야기해야한다
나를이끄는아름다운별

에필로그_이이야기가당신에게작은숨구멍이되기를

출판사 서평

그럼에도살아야하기에나는이이야기를시작하려한다
“나는마흔아홉살에죽을거야.”남편이입버릇처럼했던말이다.공교롭게도남편은마흔아홉살을한달앞두고스스로생을마감했다.어느날갑자기죽음을선택한남편,그리고하루아침에자살자유가족으로,네아이의가장으로힘겨운싸움을시작하게된저자.슬퍼야하는데화가났고,아무런잘못이없는데죄책감에시달려야했다.평범한일상은더이상사치였고,아픔을극복하려할수록‘남편이죽었는데어떻게저렇게아무렇지않을수있지?’하는시선들을온몸으로받아내야만했다.그러나저자는절망과우울을딛고일어섰다.오랜시간상담치료와글쓰기를통한회복의길을걸으며자신의인생을희망으로이끌었다.그리고홀로남겨진사람들,상실의공허함에빠진사람들에게희망의이야기를전해주고자이책을썼다.

상실의공허함에빠진이들에게,
다시금희망을안겨주는위로의말들
누군가의죽음뒤남겨진사람들은자신의상처를입밖으로꺼내기가어렵다.슬픔을느끼기전에죄책감,분노,원망등차례대로밀려오는감정과싸우면서도‘최선을다하지못했다’는자책감,자신을탓하는것만같은사람들의시선들에그저홀로그고통을감내하며살아간다.저자는남편의죽음을받아들이고,그를온전히떠나보내기까지“서러워도참아야했고,눈물겨워도눈물을삼켜야했다”고고백하며,그과정들을어떠한포장도없이자신이느끼는감정들과부딪히게되는현실을있는그대로들려준다.
그리고문득혼자라는생각에이모든것이무슨소용인가싶은절망감이찾아오겠지만우리는결코혼자가아니며세상은마냥힘겹고절망적인곳만은아니라고말하며위로와희망의손을내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