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이죽으면,크리스마스도설날도없었다.
기린이최우선인해부학자가쓰는만남과탐구,발견의날들
제인구달에게침팬지가있었다면,그녀에겐기린이있었다.그녀는동물원에서기증받은기린사체가들어오는날이면모든스케줄을정리하고기린해부에매달렸다.크리스마스도설날도없었다.어떤사람은“기린이죽으면그게어느때든뛰어나간다고요?연구자들은참대단하네요.”라고말하기도했다.하지만저자는기린이좋아서연구를하는사람으로서해야할당연한일이라고생각할뿐이었다.이때부터지금까지저자는‘동물원에서연락이오면어떤일이있어도반드시나간다’라는마음자세를지키고있다.그렇게30여마리의기린을해부했고골격표본을만들어박물관에보관했다.
하지만처음부터저자가기린해부에성공한것은아니었다.해부는커녕기린사체를흐트러뜨려놓기만했던적도있었다.그럼에도불구하고저자는좌절하지않고새롭게찾아온기린사체들을만나며해부학자로서의전문성을높여갔다.처음으로해부칼을대었던기린‘나쓰코’,처음으로해부를했던기린‘니나’,해부의개념을새로정립하게해준기린‘시로’,실제로제1흉추가움직인다는사실을보여준기린‘아오이’의새끼기린등많은기린들이그녀연구의중요한초석이되었다.그녀에게해부실은차가운죽음의공간이아니었다.열정과치열함이숨쉬는행복한곳이었다.그속에서그녀는자신의연구주제를스스로찾아냈으며꾸준한노력의힘이어떻게놀라운성과로이어지는지를몸소보여주었다.
또한그녀는기린과함께보낸10년동안하나의사실을깨닫는다.‘좋아하는것을좋아한다고말하는것’의소중함이다.무언가를좋아한다고말하면세상은언제나그녀에게다가와주었다.같은흥미를가진사람이다가오는가하면,손을내밀어주는사람이나기회를주는사람도만났다.도쿄대1학년봄에“기린연구자가되고싶습니다”라고말한다음부터많은선배연구자들이친절하고때로엄하게다양한조언을해주었다.자신이좋아하는것을좋아한다고말할수있는용기,그것이그녀를지금으로이끌었던것이다.
동물원과박물관에대한흥미진진한이야기
미래세대의연구에도움을줄골격표본만들기
동물원에서사육되는동물들이죽은후에는어떻게될까?이책은사람들에게사랑받는동물들의‘제2의생애’라고할수있는사후의이야기를통해이러한궁금증을해소해준다.동물원에서죽은동물들이어떻게과학연구에도움을주는지,그리고어떤과정을거쳐박물관의골격표본으로만들어지는지를상세하게알수있다.또한한젊은과학자의연구에대해국가와학계,주변사람들이어떻게지원하는지도알게된다.전국각지의동물원들은과학자들의연구를위해동물사체를대학에기증하며,교수들은젊은과학자들의야심찬연구주제에대해항상긍정적으로반응하며앞으로가야할길을열어준다.이러한모습은스펙쌓기에급급한우리나라교육환경에시사하는바가크다.
저자군지메구는이렇게말한다.“박물관에보관된수많은기린의골격표본을보면이들을모아미래로가는길을열려고한과거사람들의마음가짐이느껴져몹시감격스럽다……내게기린표본을만들어남겨준과거사람들에게경이를표하며나도100년뒤의미래로표본을보내는일을맡아나가고싶다.”또한과거에서도착한바통을받아연구성과라는이름의가치를붙인다음,다음세대로보낼수있는연구자가되겠다고말한다.이러한모습은과학자또는연구자가되기를꿈꾸는젊은이들에게훌륭한본보기가될뿐만아니라‘참지식’에눈뜨게하며억지로주입된‘공부’와스스로주체적으로지식을얻는‘학문’의차이를알게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