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내추럴해지는 방법

인생이 내추럴해지는 방법

$16.00
Description
“후회 없이 꿈꾸고 있으니 걱정은 말아 줘.”
와인과 삶에 자연을 담는 프랑스인 남편과 소설가 신이현의
장밋빛 인생, 그 유쾌한 이야기
충청북도 충주 어느 산골에는 한국에서 농사짓는 프랑스인 남편과 와인 양조장 대표가 된 소설가 아내가 살고 있다. 그들은 바로 1994년 장편소설 《숨어 있기 좋은 방》으로 신선한 충격을 주며 문단에 데뷔한 신이현 작가 부부다. 《인생이 내추럴해지는 방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삶의 길과 사는 곳을 송두리째 바꾼 용감무쌍한 부부의 따뜻하고 유쾌한 삶의 이야기다.
한국인 아내이자 이 책의 저자 신이현은 경상북도 청도 출신 소설가였고, 프랑스인 남편 레돔을 알자스가 고향인 컴퓨터 엔지니어였다. 이 부부의 인생 항로 변경은 남편의 한마디에서 시작되었다. “이렇게 더 이상 계속할 수는 없어. 죽을 것 같아.” 결국 그들은 자신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지금 충청북도 충주에서 남편이 오랫동안 원하던 농사를 짓고, 수확한 포도와 사과로 내추럴와인을 양조하는 일을 한다.

그들은 농사와, 와인과, 인생에서 ‘자연이 준 그대로의 삶’을 추구한다. 남편 레돔은 와인은 자연이 준 그대로를 표현하는 것이고 와인의 시작은 땅이라고 말한다. 한 잔의 와인을 마시는 것은 그 과일이 자란 땅과 나무, 그해의 비바람과 햇빛을 즐기는 것이라고. 말 그대로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술이다. 그래서 부부는 와인을 맛볼 때 ‘얼마나 맛있는가’보다는 얼마나 내추럴한가, 얼마나 신선하고 살아 있는가에 중점을 둔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신선하게 살아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비록 땅과 바다와 하늘을 느끼는 것은 잠깐이고 대부분의 시간은 살아가느라 정신없는 ‘가엾은 인생’들이지만.

저자 신이현은 자신의 앞날에 대해 엄청난 부자가 되어 난리가 날지도, 엄청난 빚을 지고 밀항선에 몸을 숨기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털어놓는다. 미래가 쉬워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후회 없이 꿈을 꾸었으니 무엇이 되든 상관없다고 담담하게 말한다. 그저 내가 원하는 인생을 살 뿐이라고. 유쾌하고 거침없는 그녀의 말속에서 우리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 내추럴한 인생을 살라는 작가의 쿨한 응원을 듣는다.

저자

신이현

1964년경상북도청도에서태어났으며,계명대학교불문학과를졸업하였다.1994년장편소설『숨어있기좋은방』(살림,1994)으로문단에데뷔했다.그녀의하루는집앞빵집으로빵을사러가는것으로시작해서다음에나올책을위해파리의뒷골목을돌아다니다맛있어보이는빵집에들러저녁에먹을기다란빵을사서집으로돌아오는것으로끝맺는다.단조로운일상에서글쓰기는새털처럼부드럽게설레는즐거...

목차

프롤로그

제1장그렇게농부가되다
농부가된남자레돔씨/새로운시작이쉽지만은않았지만/맛있는와인은농부의손에서시작된다/남의땅에서짓는농사/첫눈에반하는땅도있다/꿈에그리던땅,이곳을밀림으로만들리라/땅과함께꿈꾸기시작하다/작은알자스레돔테루아

제2장우주와같은작은숲,과일밭을꿈꾸다
농부,별을노래하는이/‘어린왕자의소행성’을닮은거름더미/농약을먹지않은또록또록반짝이는씨앗을찾아줘/꿀벌아,우리집에온걸환영해/말안통하는두고집쟁이,프랑스농부대한국농부/지렁이는어떻게땅으로오는가/우린오래오래살아야해/나무들의아버지에게도좋은날이있겠지/내일은일기예보가맞을거야

제3장와인은익어가고우리는살아남았다
백가지사과를먹으면백가지상상을하게된다/한병의와인을만들기위해필요한것들/세상에죽으란법은없으니까/올해로제와인에선슬픈맛이날지도몰라/농부도가끔은바다로가야한다/오늘은엄마요리가필요할것같아/와인이익어가는최고의계절/과일껍질에붙은야생효모는와인의영혼/보글보글한자연방귀의맛을보여주고싶군/잠든로제와인을흔들어깨우는계절/충주의태양과바람이봉인된한병의와인/와인은익어가고우리는살아남았다

제4장노래하는땅으로일구다
어느날청년이포도밭으로왔다/땅님,함부로굴어서미안해요/땅을키울줄알아야농부다
늙은여왕벌이마을을이끌고왔다/땅이좋아서춤을추면와인도좋아서춤을춘다/너를노래하는땅으로만들어줄거야/거리의낙엽과깻단더미로이불을덮어주다/호밀을뿌리면기분좋은일이생긴다/자연의고수들이모여드는무림의숲포도밭/‘인생은아름다워’농법

제5장후회없이꿈꾸고있으니걱정은말아줘
맞절도안하고볼에다뽀뽀를하는프랑스사돈이한국에오다/위층엔한국라디오,아래층엔프랑스라디오/가끔은프랑스고향맛이그리운농부에게/죽음의계곡에서벗어날비법을알려주세요/파이팅도대박도싫은대표의고민/이렇게커보긴처음이라는잡초/슬플때는사과한알을곁에두세요/아낌없이순환되는양조장/세상에하나밖에없는아가씨의출현/인생이내추럴해지는지극히개인적인방법

출판사 서평

“꽤고생할텐데그거?”
“그래도좋아.죽어도농부가되고싶어.”
“그렇다면인생을바꿀수밖에없겠네.”

죽어도되고싶다는데더이상무슨말이필요할까.하지만남편의죽어도농부가되고싶다는선언이후안락하던삶은예측할수없는삶으로바뀌었다.엔지니어이던남편은어느날갑자기회사를그만두더니농부가되어와인을빚겠다며덜컥농업학교에입학했다.카페에앉아에스프레소를마시며지나가는개들을구경하던파리지앵아내는젊지않은나이에인생을바꿀수있을지걱정이되었지만,남편의꿈에동의한다.다만조건이있었다.농사를짓는다면‘프랑스가아닌한국에서.’

이렇게하루아침에농부의아내가되고와인양조장작은알자스의대표가된저자의하루하루는끊임없이밀려오는온갖서류들과해결해야하는일들로“눈알이팽팽돈다.”농부가된남편레돔씨가요구하는것이라면건강한벌도,농약먹지않은반짝이는토끼풀씨도,유기농소똥도거뜬히구해와야한다.게다가농부레돔씨가이름마저생소한생명역동농법을고집해이웃농부들의호기심어린눈총도받아야한다.예상치않은고달픔의연속인나날속에서달콤살벌한인생을단단히맛보고있다.

하지만그녀는인생을바꾼뒤자주듣는대박을응원하는말도,어떻게살지염려하는주위의걱정도사양한다.적어도‘후회없이꿈을꾸었다’,노래할수있으니걱정은말아달라고.그녀의유쾌한당부는‘아름다운인생의봄’을꿈꾸는이들에게,삶의방향을재점검하려는이들에게,새로운길앞에서망설이는이들에게소박하지만세련되게행복해지는방법이무엇인지를알려준다.그녀의웃음을자아내게하는경쾌한삶의모습은우리의몸을채우고있던긴장감을스르륵녹여주고또다른발걸음을시작할수있는기운을준다.

자연이준그대로의삶
소박하지만세련되게행복해지는방법

저자는매일저녁집앞초등학교운동장을걷는다.걷다보면걸치고있는것들이성가셔서신발도벗고작은가방도벗고윗도리도벗어버린다.급기야는양말도벗고맨발로걷는다.지금내발밑에밟히는이것이지구구나,내가발을딛고사는지구가이런느낌이구나,참단단하고듬직하네…….발바닥의온감각이지구를느낀다.그녀가살아있는존재임을,자신이밟고있는지구가대지의여신의등짝임을알게해주는순간이라고말한다.

저자는열대나라에서잘익은파파야를먹을때도이런기분을느낀다.칼이없어서그냥손가락으로파파야를반으로자른다.부드럽게쪼개진오렌지색파파야안에검은진주처럼반짝이는씨앗을털어내고너무목이말라그냥파파야속에입을쿡박고먹는다.목을타고파파야즙이흘러내리고지저분해지지만먹는것을멈출수가없다.열대땅의열기와농부의땀,먼지,파파야밭고랑을흐르는진흙탕물의맛이그대로느껴진다.과일을먹으면서땅의냄새와열기를강렬하게느낀다.저자는그뒤부터는과일을먹을때면그때의그기분을느끼기위해집중하는버릇이생겼다.밭에서갓딴복숭아를먹으며그너머희미하게땅과바람의맛을느낀다는것,지구속깊은어딘가에서길어올린물을마시는기분이라고말한다.

이부부가세상을바라보는방식은간단하다.그저자연이준그대로의것들을땅에도자신들의삶에도그대로적용한다.그야말로첨가물이라곤한방울도들어가지않은내추럴인생,그들이익어가는와인속에서꿈꾸고가꾸어가는인생이다.


책속에서

“대박나세요.성공하세요.”
인생을바꾼뒤사람들이이런말로응원한다.그것도좋겠지만별의미는없다.우리는이미원하는인생을살고있으니까.우리의꿈이어디로갈지는아무도모른다.완결되지않은채불안하게진행중인지금이나쁘진않다.끝을알수없는한편의스릴러처럼흥미롭다.엄청난부자가되어난리가나는건아닌지모르겠다.빚을잔뜩지고밀항선에몸을숨기느라진짜뜨거운난리가날지도모른다.어느것이되어도상관없다.중요한건지금우리는‘후회없이꿈을꾸었다’,노래할수있기때문이다.
―〈프롤로그〉에서

테루아는프랑스말로‘땅’이라는뜻인데,와인이온땅을가리킬때흔히쓰는말이다.한잔의와인을마신다는것은한움큼의땅을마시는것과같다.와인맛이다른것은땅이다르기때문이고,땅이다른것은지역마다환경이다르기때문이다.와인이포도의출신지에따라다른맛을낸다는것은신비롭다.세상의모든와인이같은맛을낸다면인생이참지겨울것이다.지역마다다른땅이있고당연히다른술이있고다른음식이있고다른문화가있다.그래서우리는각기다른추억을가진풍요로운인간이될수있는것이다.
―〈작은알자스레돔테루아〉에서

“내꿈은뭐……‘남의집남자’가부지런히일궈놓은숲과같은포도밭을산책한뒤고집센‘남의집남자’가만들어놓은내추럴와인을한잔마시는건데…….”
이제는다글러버린꿈이다.돈을왕창넣어땅을샀다.아직일은시작도하지않았고가야할길은까마득한천리길이다.이땅은이제우리의땀을받아먹고싹을틔우고나날이푸름을더해갈
것이다.그보답으로우리에게흰머리카락과깊은주름을돌려줄것이다.땅은그런것이다.
―〈이곳을밀림으로만들리라〉에서

레돔은후회하지않는단다.의미없는일을하며월급받을때보다무언가를창조하고있는지금이좋단다.죽도록일해도좋단다.그렇지만나는잘모르겠다.남자가벌어주는돈으로집안을반짝반짝청소하고식단을짜고,찻집에앉아책이란것을읽던시절이실재했던일인지,단꿈처럼아득하다.레돔은지금이좋다지만나는가끔잠을설친다.우리는제대로가고있는것일까,미래에굶어죽지는않을까…….어찌되었거나지금우리는죽지않고살아남았다.이것만으로도얼마나고마운지!
―〈와인은익어가고우리는살아남았다〉에서

언제부턴가나는술을마실때‘얼마나맛있는가’보다는‘얼마나내추럴한가’,‘얼마나신선하고살아있는가’에중점을둔다.음식또한입에짝붙는맛보다재료본연의특징을살리려고애쓰는요리사가더좋다.바다에가서수영하며우주의감촉을느끼고열대나라에가서파파야를먹으며그땅의열기를느끼며사는것이인생이지만,실제우리인생은별로그렇지못하다.땅과바다와하늘을느끼는것은잠깐이고대부분의시간은살아가느라정신없다.가엾은인생이다.
그런와중에냉장고에내추럴와인이한병있다고생각하면,오늘그것을한잔마셔야지생각하면,인생이가벼워지는기분이든다.한잔마시면숨이쉬어진다.그렇다고강요할생각까진없다.
인생이내추럴해지는개인적인방법일뿐이니따라하지는마세요.
―〈인생이내추럴해지는지극히개인적인방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