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종이들 (사소하고 사적인 종이 연대기)

나의 종이들 (사소하고 사적인 종이 연대기)

$15.00
Description
“종이는 나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나 자신이며
세상에서 제일 흥미로운 탐구 대상이다”
어느 종이 애호가의 종이에 얽힌 사소하고 사적인 역사. 인쇄소집 딸로 태어나 기계 위에서 움직이는 무수한 종이에 활자가 입혀지는 모습을 보고 자란 작가는 몇 년 전부터 고향인 대전으로 돌아와 작은 인쇄소를 경영한다. 한때 타향에서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꿈을 꾸며 도전하고 부딪치고 좌절하고 흔들리던 마음 같은 것들이 사각거리는 종이에 배어 있다고 믿는 작가는, 서랍 속 편지와 우표에서 희미해진 추억을 되짚고, 노트와 다이어리에 지치고 애달픈 감정을 여과 없이 쏟아내며, 길거리에 어지러이 나뒹구는 평범한 전단지 안에 들어 있을 이름 모를 어떤 이의 마음을 헤아리며 안타까워한다. 우리 곁에 무수한 형태로 존재하는 빛바랜 종이처럼 쓸모를 잃고 조금씩 잊혀지는 것들에 대한 섧음, 그럼에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평범하고도 값진 희망이 담담하게 그려진다.
저자

유현정

빛바랜종이를보면설레고오래된물건을보면수집하고싶어지는호기심많은왼손잡이다.
오늘의감정을매일노트에기록하고,과거의감정이궁금해질때는서랍속에간직하고있는종이들을살핀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소비자학과미술사학을복수전공했고,〈포브스코리아〉와〈월간중앙〉에서기자로일했다.
몇년전고향인대전으로돌아와대전역근처인쇄골목에서작은인쇄소를운영하면서크고작은책자들이탄생하는순간을지켜보는일을즐긴다.

목차

PROLOGUE|익숙한사물의힘

1장종이속의나
미미의집
따뜻한허수아비
왼손잡이의사회화
종이의권위
타인의시선

2장수집된종이들
닿고싶은곳들
알고싶은나
즐거움의모음
꿈과미련
노네임

3장감정의정리
불안의일
종이해우소
즐거움의회상
종이루틴
기록의이유

4장평온한관계
필사의깊이
‘날’이아닌‘나’를위해
종이의쓸모
만져만든책

5장종이의일상
폐지의배려
변방의기질
종이위사람들
종이의감각

EPILOGUE|나,지금,종이

출판사 서평

수만가지종이가다양한모습으로우리삶과함께한다는사실을깨닫고있는사람은몇이나될까.우리가들이마시는공기처럼,매일접하는존재에대한소중한감정은특별히돌아보지않는한무뎌지는게당연하다.종이로만들어진수많은사물도그운명을피할수없어서,쉽게소비되고쉽게버려진다.이책《나의종이들》은그렇게버려지고잊혀지는종이에우리가돌보지못했던지난날의기억과언젠가다시찾아야할‘나’의모습이짙게배어있음을담담히상기시킨다.

인쇄소집딸로태어나기계위에서움직이는무수한종이에활자가입혀지는모습을보고자란작가는몇년전부터고향인대전으로돌아와작은인쇄소를경영한다.한때타향에서아무리노력해도쉬잡히지않는꿈을꾸며도전하고부딪치고좌절하고흔들리던마음같은것들이사각거리는종이에배어있다고믿는작가는,서랍속편지와우표에서희미해진추억을되짚고,노트와다이어리에지치고애달픈감정을여과없이쏟아낸다.다시는돌아갈수없는한때의시절과어쩔수없이놓아버려야했던고달픈청춘의꿈을방한구석에쌓인종이에서끄집어내고,그안에서다시자신의아픔과화해하며스스로를위로하는법을발견해낸다.

작가가이책에서이야기하는종이는오래전친구에게받은편지이기도하고,집게손가락한마디크기에불과한우표이기도하며,드라마작가원고공모전에정성을다해제출한대본이기도하다.오래전부터버리지않고모은극장티켓,어릴적받은학교상장,길거리화랑에서구입한무명작가의그림,집에서다용도로사용하던신문지등형태와종류는제각기다르지만분명히그안에는한인간을만들어낸사소하고사적인역사가녹아있다.

지금작가에게종이는인쇄업을통해삶을영위하는수단임과동시에,세상과불화했던자아를위로하고달래주는현명한카운슬러이자,세상에서제일흥미로운탐구대상이다.작가는매일공장한쪽에있는인쇄기에서리드미컬하게찍혀나오는종이를마주하며다양한삶의무게를가늠하고,머릿속에떠오르는일련의불편한감정과타인에게말로털어놓지못한내밀한언어를종이위에기록하고응시함으로써하루의의미를발견해낸다.언뜻단순해보이는그일이화해와용서,도전과용기의씨앗이되어주었다.작가는이렇게고백한다.

“종이의존재가치를결정하는것은결국내몫이었다.그것이버려지지않도록재활용하거나간직할수있도록,자신과의접점을발견하기위한계속된고민속에서나는나를파악할수있었다.종이안에는내가먹고,쓰고,읽은것들이오롯이담겨있으니까.그흔적들이내게용기를줬다.오늘도충분히열심히살았고,언젠가노력이빛나는순간이반드시올것이라는믿음이조금씩자리잡았다.”

《나의종이들》은지극히개인적인연대기인동시에,한편으로는지금어디에선가자신의존재가치를부정당하거나우울감을겪고있는이들에게전하는작은위로이기도하다.이책을읽고나면누구나작가처럼종이에담긴과거의나를살피고,자신의취향에맞는종이를모으고,버려진종이의쓸모를찾아재활용하고,종이위에자신의감정을기록하고싶어질것이다.그것은새로운취미일수도,자기안의다양한감정을어루만지는화해의시작일수도있으며,오늘을살아갈의미를찾는최소한의노력이될수도있을것이라믿는다.우리는모두종이와함께하기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