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날엔 사랑을 지어 먹어야겠다 (엄마의 밥상에서 내가 배운 것들)

그리운 날엔 사랑을 지어 먹어야겠다 (엄마의 밥상에서 내가 배운 것들)

$16.80
Description
때로 어떤 사랑은 맛으로 기억된다
나를 만들고 채우고 키워낸 ‘엄마의 밥상’
평범한 존재로 살아가는 작은 날들의 가치를 다정하고 감각적인 언어로 기록해온 류예지 작가의 신간. 어린 시절, 빈한하지만 풍성했던 밥상을 가득 채운 한 사람의 사랑이 스무 가지 소박한 음식 이야기 속에서 생생하게 그려진다. 살다가 문득 까닭 모를 허기가 질 때 나를 위로하는 지난날의 소소한 기억을 끄집어낼 수 있다면, 무심코 지나친 평범한 날들이 주었던 기쁨을 가만히 되짚어낼 수 있다면, 부끄럽지만 결코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갈 한 줌의 용기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어우렁더우렁 모여 우직한 정성으로 차려낸 음식을 나누어 먹은 소박한 날들의 추억이 우리 삶에 얼마나 중요한 의미인지 일깨워주는 한편, 오늘도 세상에 부딪히고 깨지며 홀로 아파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용기와 말 없는 위로를 전해주는 책이다.
저자

류예지

마음에새겨진음각의무늬를가만히들여다보고그것을글로옮길때담백한행복을느끼는사람.충실히쓴것을충분히나누는일은늘설레지만한편으로는고달프기도해서,그나머지는충만한삶을사는일에집중하고있습니다.인터뷰집《내가딛고선자리》를시작으로음악에세이집《어떤,소라》와기록에세이집《이름지어주고싶은날들이있다》를썼습니다.평범한존재로서살아가는작은날들의가치를소중히여기며,용기를얻고싶은순간이면‘계속해보겠습니다’라는문장을마법사의주문처럼읊조리곤합니다.
인스타그램@davidsmile_books

목차

프롤로그|사랑할수있는날은언제나짧기만해서

PART1그밥상에서는누구도배제되지않는다
그밥상에서는누구도배제되지않는다*나새이콩가루국
먹을만큼마침맞게자랐네*정구지짠지
날알아주는이,그대뿐*마늘종볶음
우리안의슬픔을둘둘말아삼켜버렸지*신김치김밥
어때,이만하면괜찮았지?*앞다릿살제육볶음

PART2싸우자,이놈의세상아!
내안에잠자는평범한여름을불러내고싶어서*오이매깡물국수
싸우자,이놈의세상아!*쌈밥
당신의정성은언제나잘생김*구운들기름김
알수록좋아지는사람,먹을수록빠져드는맛*양념고추부각
염치없이맛있는,알아서더욱무서운*잡곡미숫가루

PART3그자체로이미충분한맛
가장깊고아픈미끼를문것처럼*오징어숙회
내속의불량함을깨우다*분홍소시지달걀부침
그자체로이미충분한맛*소고기육개장
세자매의사랑이오래도록이어지기를*집고추장
충만했던시절에살짝발을담그듯*갱시기죽

PART4내앞의한사람을단단히끌어안는일
묵묵히,묵묵히,그렇게*꿀밤묵
누군가를대접하는즐거움에대해*시금치파스타
가장나중까지지녀야할맛*배추적
때론달달함도필요하니까*감주
내앞의한사람을단단히끌어안는일*알타리김치

출판사 서평

인터뷰집《내가딛고선자리》를시작으로음악에세이집《어떤,소라》와기록에세이집《이름지어주고싶은날들이있다》를펴내며평범한존재로살아가는작은날들의가치를다정하고감각적인언어로기록해온류예지작가가따뜻한음식에세이《그리운날엔사랑을지어먹어야겠다》로돌아왔다.
기억속에박제된어린시절의한장면에서이야기를시작하는작가는나새이콩가루국,오이매깡물국수,갱시기죽,배추적처럼일상의식탁에서점점찾아보기힘든향토색가득한지역음식과양념고추부각,구운들기름김,잡곡미숫가루,집고추장,감주,꿀밤묵처럼만드는데지극한정성이필요해이제더는잘해먹지않는음식은물론,정구지짠지,마늘종볶음,소시지달걀부침,알타리김치처럼너무나평범해서오히려눈에잘띄지않는음식을하나하나되살려그시절의맛을정성스레재현해낸다.

“육수를우려내는데는바닥한쪽이새카맣게그을린양은냄비만한게없었다.눈을반쯤뜬채,밀려오는하품을쫓아내면서도엄마의손은날랬다.대가리와똥을미리따놓은굵은멸치몇마리,넓적한다시마를꺼내육수를우려내기시작했다.양은냄비속육수가푹푹끓어오르며밭은김을뱉어내면,엄마는소면삶을냄비를올려요리에속도를붙였다.소면을삶는동안엄마는냉장고에넣어둔오이를서둘러꺼냈다.텃밭에서따온오이의크기는제각각이었다.그중에서속을박박긁어낸큼직한늙은오이는아삭한식감을자랑하는고명으로순식간에탈바꿈했다.”
-〈내안에잠자는평범한여름을불러내고싶어서〉중에서

소박하지만정성가득차려낸음식에얽힌추억은,나아가어린시절우리를먹이고입히고키워낸존재에대한헌사로화해그립고애달픈풍경속으로우리를소환한다.대식구의끼니를차려내느라늘고단했을엄마,반찬하나차려내기힘든가난한날에도기죽지않고텃밭으로냉큼달려가직접키운상추를따오던엄마,자식들이첫끼를해치우기도전에다음끼니로무엇을해줄지고민하던엄마,서울로떠나는자식에게무엇하나라도더들려보내려고바리바리짐을싸던엄마…….사랑으로차려낸엄마의밥상에서작가가배운것은이루다표현할수없이많다.이를테면사방으로뻗어나가나는정구지의왕성한생장속도를보듬을때필요한정성이나,모르는것에대해솔직해지듯마늘종볶음을먹을때이에힘을주고좀더쫑쫑거리며씹게되는용기,비에도바람에도지지않겠다고다짐하며쌈채소를바작바작소리내어씹는당당함같은것들.

“아주가끔그런생각을한다.엄마를그렇게틈없이종종거리며‘같잖지’않게살도록단련시킨건,희생으로점철된시대를건너온엄마에게그러지않아도된다고,좀더여유롭게살아도된다고당당히말하는자식을두지못해서라고말이다.내가엄마를더는불안하지않게만드는딸이되었다면,엄마는5종잡곡미숫가루를만드느라바람을헤아리고하늘을살피는삶을살지않았을지도모른다고말이다.”
-〈염치없이맛있는,알아서더욱무서운〉중에서

세월은어김없이흐르고,영원한것은이세상에없다.새벽부터오후까지종종거리고도힘이남아돌던젊은엄마는사고로부러진허리뼈가잘못올려붙으며바닥에오래쪼그려앉는동작을하기어려워졌고,덩달아어떤음식은이제먹고싶어도먹을수없는목록의대열에올라서고말았다.이미사라진혹은언젠가는상실할소중한존재에대한작가의애정은글곳곳에엄마의손맛이담긴양념처럼배어들어우리를눈물짓게한다.누구나분명‘상실이전제되기에더욱간절한’음식이야기하나쯤은가슴속에품고살아갈것이다.작가는이책을통해소중한존재와함께한날들의기억을지금여기에서현재화하는시간을가져보라고권한다.살다가문득까닭모를허기가질때나를위로하는지난날의소소한기억을끄집어낼수있다면,무심코지나친평범한날들이주었던기쁨을가만히되짚어낼수있다면,부끄럽지만결코부끄럽지않은삶을살아갈한줌의용기를낼수있을테니까.이책《그리운날엔사랑을지어먹어야겠다》는그렇게사랑하는사람들과함께어우렁더우렁모여우직한정성으로차려낸음식을나누어먹은소박한날들의추억이우리삶에얼마나중요한의미인지일깨워주는한편,오늘도세상에부딪히고깨지며홀로아파하는이들에게따뜻한용기와말없는위로를전해준다.

“그런데세월이지날수록한가지는더욱분명하게알것같다.내가기어이이해해야할사람이누구인가를.그건바로이불가게에서의해프닝은벌써오래전일처럼새까맣게잊어버린천연한얼굴로고춧가루한주먹슬슬뿌려알타리를힘껏버무리는엄마여야할것이라고.나이만먹었지,바람든무를씹듯못난생각을퍼석퍼석씹어대며되새김질하는딸의입속에맛있는거한가지를더넣어주기위해,부러진허리뼈를곧추세운채끝내엉덩이로기어서라도부엌을전력질주중인내앞의엄마를,끝내사라져버릴내안의한사람을알타리를씹듯단단하게꽉껴안는일일것이라고.”
-〈내앞의한사람을단단히끌어안는일〉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