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수 있는 동안에 (삶과 죽음의 본질을 포착하는 포토그래퍼의 시선)

볼 수 있는 동안에 (삶과 죽음의 본질을 포착하는 포토그래퍼의 시선)

$16.80
Description
한쪽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포토그래퍼 차경의
눈부시도록 선명한 세계
인물사진 전문 포토그래퍼 차경이 이야기하는 ‘본다는 것’의 의미. 어릴 적 우연한 사고로 눈에 이상이 생기며 사시를 진단받은 작가는,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왼쪽 눈에도 불구하고 우연히 접어든 사진작가의 길 위에서 더욱 피사체의 본질에 가까이 가닿으려 누구보다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촬영 작업에 몰두해왔다. 2014년부터 약 10년간 ‘영정사진 프로젝트’를 정기적으로 진행하며, 오늘 하루의 얼굴이 내가 남기길 바라는 삶의 마지막 얼굴을 만든다는 것, 그렇기에 삶과 죽음은 결코 분리해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 삶에서 맞닥뜨린 우연한 좌절과 성장에 관해 담담히 이야기하는 작가 차경의 이야기는 수없이 많은 것을 보고 있으면서도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우리에게 잔잔한 울림을 전해준다.
저자

차경

저자:차경
인물사진전문포토그래퍼.어릴적우연한사고로인해왼쪽눈에이상이생기며사시를진단받았다.시력이거의없는한쪽눈으로보는세상은여전히수직수평도맞지않고온통뿌옇기만하지만,그렇기에더욱피사체의본질과마음을보고느끼기위한촬영작업에진지하게몰두하고있다.2014년부터약10년간영정사진프로젝트를진행하며오늘하루의얼굴이내가남기길바라는삶의마지막얼굴을만든다는것,그렇기에삶과죽음은결코분리해이야기할수없다는것을배웠다.저마다의고유한얼굴에새겨진본질,고유한빛과색이한데어우러져빚어낸세상의명암,보이는것너머로숨쉬고있는수많은이야기에귀를기울이고싶다.
인스타그램instagram.com/chakyung/

목차


Prologue|지금나를보고있나요
Part1|나는외눈의포토그래퍼입니다
Part2|죽음을곁에두고삶을보자고말해도될까요
Part3|나로서나를바라보기시작했습니다
Epilogue|볼수있는동안에

출판사 서평

17년차포토그래퍼인작가차경은남다른눈을가졌다.어느날시작된사시로인해,왼쪽눈이조금씩자리를이탈해시력을거의잃어버린것이다.그래서작가는자신이“세상의잣대로는미달한자격”을가졌다고말한다.어렸을적친구에게‘사팔뜨기’라는말을듣고충격에빠진뒤로그의삶은한동안스스로를부정하는자신과의싸움과도같았다.마치그림자처럼빛속에모습을숨기고,뜻대로되지않는왼쪽눈을감시하고원망하며,사람들에게눈의이상을숨기려발버둥쳤다.태양아래서면자동으로흐르는눈물이혹여남들눈에슬퍼서우는눈물처럼보일까봐일부러인상을써서주름을더깊이만들어감추었고,마주앉아눈을똑바로보고이야기하는것이어려워사람을경계하고가려사귀는버릇이들었다.그때의불안은우울보다깊었고,자신조차감당하기어려울만큼지독하고날카로웠다.

세상을똑바로보고싶지만똑바로볼수없었던작가는,그러나아이러니하게도,우연한계기로남들보다똑바로보아야만가능한포토그래퍼라는직업을선택한다.온통뿌옇게만보이는세상에서사랑하는사람들의웃는얼굴을한장의사진으로남기고싶다는순수한욕망이그를이길로이끌었다.부정적인자아에이리저리휘둘리기를멈추고이제는얼굴에은근한웃음을띠며살고싶었다.화면가득웃고있는사람들틈에슬쩍끼어웃다보면자신도그들처럼행복해질것만같았다.

그렇게오랫동안뷰파인더너머로그려진세상을보던작가는어느순간깨달았다.자신이포착한찰나의웃음이수천마디의말을가슴에숨긴이야기임을.저마다의얼굴속에각자가자신의렌즈로보아낸삶이라는또다른무늬가새겨져있음을.‘눈이잘보이지않는다’는결점이알게모르게오히려보이는것너머의진심을더욱정성껏들여다보는계기가되어준것이다.이깨달음은자연스럽게인생을바라보는태도에영향을주었고,과연삶의마지막순간나는어떤얼굴을남기고싶은가라는질문에가닿으며영정사진프로젝트에대한아이디어로이어졌다.언젠가갑작스럽게이별하는날이찾아왔을때내가좋아하는나의모습을사랑하는사람들에게선물할수있기를바랐다.죽음이무엇이고삶이무엇인지감히알수는없지만,마지막순간사랑하는사람들을마주할사진만은밝고따뜻한웃음과함께남겨두면좋을것같았다.보이지않는도움과노력덕분에10년넘게이어진영정사진프로젝트를진행하며작가가깨달은것은,결국죽음이란오늘을잘살아내는데필요한선물이라는사실이었다.보이는것과보이지않는것사이에진심이깃들듯이,삶과죽음은결코서로다른곳에멀리떨어져있지않았다.

사진을찍으면서작가는점점더과거의나자신과화해를시도할수있었다.누군가에게들키고싶지않은비밀이나단점혹은결핍같은것들도용기내어안아줄마음이시나브로생겨났다.자신도자각하지못했지만포토그래퍼로서눈으로보이는것너머의본질에가닿으려는노력을게을리하지않은덕분이었다.시력이거의없는한쪽눈으로보는세상은여전히수직수평도맞지않고온통뿌옇기만하지만,그렇기에작가는더욱촬영작업에진지하게몰두한다.고유한빛과색이한데어우러져빚어내는세상의명암,그너머에숨쉬고있는수많은진심에가까이다가가려애쓴다.사진은단지눈에보이는것을기록하는작업만이아니기때문이다.

책작업을위해글을마무리하던즈음,작가는단발적으로두눈이아예보이지않는현상을경험했다.여러병원을전전했지만명백한원인은어디에서도밝혀내지못했다.무섭고두려운한편으로,어쨌든스스로감당해야할일이라는자각이찾아왔다.두눈이보이지않는일은몇차례더이어졌고,그경험을통해작가는비로소죽음을앞둔삶이무엇인지조금이나마실감할수있었다.한때한쪽눈으로만세상을바라보아야하는현실앞에주저앉아암울해하던적도있었지만,이제는한쪽눈으로바라보는세상이얼마나이어질지조차장담할수없었다.그러자신기하게도그동안품고있던사소한오해와선입견,고집스러운취향따위가점점덜중요해졌다.죽음과같은시간을피부에새기면서바야흐로지금살아있는삶이얼마나귀한지농밀하게느끼게된것이다.

이제작가는눈으로맞이한시간이상으로선명하게다가올다음삶의숨결을느끼며마음으로존재를바라보는연습을이어나가야겠다고다짐한다.눈으로든마음으로든계속읽어내고기록하며살고싶다고,적어도볼수있는동안은자신의삶을농밀하게채워가고싶다고이야기한다.꼭보아야할것만보는데도부족한시간,마지막이예정된이세상의여정엔놀라우리만치감사할것투성이니까.우연한좌절을딛고선,그리고여전히현재진행형인싸움을계속하고있는작가의감동적인이야기는,숱한좌절로자신의삶을부정당하는이들에게큰위로가되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