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의 쓸모 (가정 폭력 트라우마를 넘어 회복과 치유의 여정으로)

상처의 쓸모 (가정 폭력 트라우마를 넘어 회복과 치유의 여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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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내게 필요한 시간이 흐르며 알게 되었다
미워해야 할 만큼 미워해야 용서할 수 있다는 걸
울어야 할 만큼 울어야 웃을 수 있다는 걸
오랜 세월 남몰래 간직해온 내밀한 아픔을 용기 있게 고백하는 유수경 작가의 에세이. 어린 시절 잉태된 가족의 불안정과 아버지의 폭력에 조용히 숨죽이며 안으로 상처를 켜켜이 쌓아 올리던 작가는, 결국 해결되지 않은 감정의 파도에 속절없이 휩쓸리며 성인이 된 이후 조울증, 불안장애, 강박장애에 시달렸다. 한순간에 우울과 불안에 잠식당해버린 작가의 삶을 구원한 것은 변함없이 곁에서 그를 지지해준 사랑과 자기 안에 잠들어 있던 한 톨의 용기였다. 치유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작가의 몸과 마음에 새겨진 결핍은 그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새로운 세계로 발을 내디딜 수 있게 돕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었다. 가정 폭력의 트라우마를 딛고 선 생존자인 작가의 이야기는, 가시덤불을 헤치고 나아가는 고통의 터널 속에서도 어떻게든 내일의 희망을 찾아내는 인간의 존엄과 상처의 쓸모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를 안겨준다.
저자

유수경

저자:유수경
한아이의엄마이자장애가있는아이들을가르치는특수교사다.눈물도웃음도많다.사과도고맙다는말도잘한다.가정폭력환경에서자란탓에성인이된지금도언성이높아지거나싸우는상황을힘들어한다.그리고마찬가지이유에서,자신의입에서나오는말과눈빛이학교의아이들에게상처가되지않도록마음을쓴다.
좋은사람이되고싶다.좋은어른이되고싶다.
작은인연을귀하게여기고평범한하루를감사해하며살아가고싶다.
instagram.com/sooo_kyoung/

목차

프롤로그|나를닮은아픔에게

1부아물지않는상흔
그날나는다시태어났다
기찻길이있던동네
도망치고싶던날들
처참히깨어진것들
네자매
지워지지않는상처
영화속한장면같은
차라리세상이끝나길
할머니도여자잖아요
가혹한슬픔의밤
들어주지않는기도

2부살고싶던나날
아기가된폭군
수능보던날
나를닮은사람들
사진속숨겨진장면
분노뒤에가려진두려움
사라진하루의기억
곁을지키는일
사랑받고싶어서
작은용기의근원
다시는만나지말아요

3부나를위한사랑과용서
자라지못한부모의마음을키우는아이
오백만원에담긴사랑
엄마,내딸로태어나줘
내곁을지켜준유일한어른
함께있는것만으로도
마지막선물
그토록듣고싶었던말
찾을수없는기억
오늘이우리의마지막순간
안녕히보내주기

에필로그|운디드힐러

출판사 서평

한국가족사회복지학회〈청소년의학대피해와부부폭력목격에따른자살생각차이분석〉이라는논문에따르면,가정에서직접학대를당한청소년보다부부간폭력을목격하며간접피해를본청소년이자살을더욱자주떠올린다고한다.작가는어린시절아버지가엄마를때리는모습을일상처럼목격하고,늘아버지를죽이고스스로자신도죽이는어두운생각을하며암울한청소년기를보냈다.아버지가엄마의몸에새기는폭력의흔적은결코지워지지않는상처였고,어느곳보다안전하고따뜻해야할집이라는공간은세상에서가장불안전한공간이었다.기억할수있는까마득한오래전부터,아버지의주먹질과발길질에처참히깨어진살림이매일같이나동그라져비명을질러댔고,형태를잃고부서진것들은다음날이면어김없이쓰레기통에버려졌다.아버지로인해많은것들이깨지고버려질때마다어린소녀의꿈과희망도함께부서져갔다.

해결되지않은과거의감정은성인이된뒤의삶에까지영향을미쳤다.가슴에새겨진어린시절의상처가결혼후튀어나오며조울증,불안장애,강박장애로모습을바꾸어작가를괴롭혔다.우울과불안이한순간에삶을덮치자먹고자는기본적인생활조차어려워졌고,계속되는자살기도로원치않게가족과지인을우울의구렁텅이로함께몰고갔다.힘겨운나날이었다.보이지않는희망은저만치멀리있었고,눈앞의하루는너무나버겁게만느껴졌다.

그러다어느순간선물처럼뱃속에아이가찾아왔다.새생명을위해서라도달라져야겠다고생각했다.우울증을끊어내려작가는정신과치료를받았고,아이에게자신의상처를대물림하지않기위해노력했다.가정폭력을다룬소설이나에세이를읽으며스스로를위로하기도했다.그러는사이,비슷한상황에놓인이에게가장큰위로를주는건그와같은일을겪은사람의‘고백’이라는걸깨달은작가는,용기있게자신의이야기를꺼내어놓기로결심했다.

그러나아팠던기억을꺼내어적는건,힘겹게통과한시간을되감아다시그곳으로돌아가는일이었다.어떤시간은여전히아프고무서워서,어떤시간은화가나서울었다.반복하며글을고치는괴로운과정이이어졌다.잊혔던기억이꿈으로재현되며수시로잠을깨웠고,과호흡으로손발이저리기도했다.분명한것은,그러는사이자신이달라지고있다는사실이었다.살아움직이던기억속장면은점차흐릿해졌고,단지회상하는것만으로도시큰거리고저릿했던몸은어느순간반응하지않았다.더이상아이처럼엉엉울지않고과거의자신을오롯이마주하고있었다.결국하나하나들여다보며토닥여주고나서야오래된상처가떠나갔다.상처에고운날개를달아주며작가는비로소아팠던시간을안녕히보내줄수있었다.과거의상처가헤집고간자리에시나브로새로운각오와다짐이자리잡았다.

오직바랄뿐이다.이이야기가자신을닮은누군가에게한줌의위로와희망이되기를,삶을버텨낼작은의지가되어주기를.오직상처의연대를통해비슷한아픔이있는이들이외롭지않기를바라는마음으로,상처가상처로끝나지않고누군가에게쓸모있기를바라는마음으로!가정폭력의트라우마를딛고선생존자인작가의이야기는가시덤불을헤치고나아가는고통의터널속에서도어떻게든내일의희망을찾아내는인간의존엄과상처의쓸모에대해생각해볼여지를안겨주기에충분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