뉘앙스

뉘앙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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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11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6』, 『아네모네』를 펴낸 시인 성동혁의 첫 산문집이 출간되었다. 등단한 지 10년 만이다. 성동혁 시인은 어린 시절 다섯 번의 대수술을 받았다. 소아 난치병 환자로 병동에서 긴 시간을 보냈으며 여전히 투병 중이다. “사는 데 꼭 필요한 요소가 꾸준함인 것”같다지만, 그에게 꾸준함이란 벅차기만 한 이름이다. 조금 애쓰면 그보다 더 많이 쉬어야 하는 그는 자신만의 호흡과 걸음으로 『뉘앙스』를 완성했다.

시와 다를 것 없는 삶을 사는 그에게는 삶이 곧 슬픔이었다. 차갑고, 무겁고, 막막한 시간을 가만히 견디는 수밖에 없었다. 어려운 몸으로 많은 불가능 속에 살고 있는 그이지만 성동혁 시인은 이내 곧고 말간 눈으로 이야기한다. “보이지 않는 사랑이란 말을 두 눈 가득 꾹꾹 담아 보여 주던 나의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는 한 “슬픈 적이 없었던 것 같”다고. 이 책은 시인의 삶 곳곳에서 곁에 자리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네모를 부러뜨릴 수 있는 건 저 무른 과일 같은 게 아닐까 생각하”게 만드는 그의 곁에 자리한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

성동혁

1985년서울에서태어났다.2011년《세계의문학》신인상으로등단했다.시집으로『6』이있다.

목차

들어가는글잊고있어서멈춘건아닐까

1부
산소통
울지않는사람

함께,오를수있는만큼
무제

용기
무제
오늘은눈이펑펑내렸고
성탄절
CANONAUTOBOY3
WATERMANEXPERT
무제
무제

THRRED’HERMES
어린이에게받은것들
시월
일력
오늘본나무들은모두트리같아
무제
무제
엄마지구는둥글잖아요
아인슈페너
무제
무제
입원
시월
텔레파시
착실하게
행복하지않아도되니
나는이제작은생각을벗어던지고
칠월
미안해
뉘앙스

2부
첫행
이곳이천국이되었을것이다
악기
SM3
「발레」
무제
,
일요일
秋分
모스끄바,내가곧갈게

선택
무제
무제

다인실
무제
몸과마음의건강
동시를쓰게되었어
북유럽소년
친구
☆♡
병원건축
너무늦었지만
하루다섯가지색깔
안녕,모스끄바
겨울은
겨울의일정
시와편지와기도
무제
시인
무제
크루아상
무제
메스로쓴시

3부
어떤날
친절
poet
긴별자리
겨울이오기전엔약속을빼곡히잡고
열심히
무제
파도
구월
에스프레소
일력
다녀왔어요
무제
COS에서만나
93.1
투고
부럽지도부끄럽지도않게
비눗방울삼촌
신인
만일
오월
FREITAG,행운의쓰레기
『새벽세시의몸들에게』
가까이
멀리
위로
조망하는자연
설익은말이나가는계절
꿈틀꽃씨
요즘의행복은택배로만도착한다

작가
일부

4부
모스끄바
용무없는전화

푸른꿈
제철과일
환자복
호더
연희
사람
연말
무제
멀리에서온것들은왜이리아름다운지
이름을알게되는일
아부
슬픈일이많았지만
평일의생일
이인삼각
이기려하지마
COVID19이후의삶
하얀
격과결
소서
조카의주황띠
무제
안녕
단하나의
여전히
마지막행
오늘의것
다시만나지않아도되니


나가는글파주

출판사 서평

이책이세상의곳곳에서작은구원을가져다주리라고나는믿는다.
-최은영,소설가

그의슬픔은차고맑다.문장은첫눈같다.
책장을넘기면아름다운말들이녹아내릴것같다.
-박연준,시인

성동혁시인의견고한분투앞에서위태로운것은오히려세계다.
-김지은,아동문학평론가

『6』,『아네모네』시인성동혁의첫산문집
“문장은나의아름다운사람들을담기엔너무협소하다.”
2011년《세계의문학》신인상으로등단,『6』,『아네모네』를펴낸시인성동혁의첫산문집이출간되었다.등단한지10년만이다.성동혁시인은어린시절다섯번의대수술을받았다.소아난치병환자로병동에서긴시간을보냈으며여전히투병중이다.“사는데꼭필요한요소가꾸준함인것”같다지만,그에게꾸준함이란벅차기만한이름이다.조금애쓰면그보다더많이쉬어야하는그는자신만의호흡과걸음으로『뉘앙스』를완성했다.
시와다를것없는삶을사는그에게는삶이곧슬픔이었다.차갑고,무겁고,막막한시간을가만히견디는수밖에없었다.어려운몸으로많은불가능속에살고있다.하지만성동혁시인은이내곧고말간눈으로이야기한다.“보이지않는사랑이란말을두눈가득꾹꾹담아보여주던나의아름다운사람들”이있는한“슬픈적이없었던것같”다고.
그의곁에는시월이왔음을알려주는다정한친구가있고,대신걸음을옮기는사려깊은사람들이있고,병상보조침대에서곁을지키는사랑하는가족이있고,같은병동에서하트모양스티커를건네는반짝이는어린이가있다.이책은그렇듯,시인의삶곳곳에서곁에자리했던사람들에대한이야기다.“네모를부러뜨릴수있는건저무른과일같은게아닐까생각하”게만드는그의곁에자리한아름다움에대한이야기다.

‘맑은슬픔’,‘투명한서정’의시인성동혁의내밀한시간들
“어떤사람들은말한다.쓸것이병밖에없냐고.”
내가울면엄마도운다는것,사랑하는엄마도수술실까지는같이들어오지못한다는것을또래아이들보다빨리깨닫게된수술대위의어린시인의모습으로책은시작된다.일찌감치아픔을배운그는성인이되어서도여전히어린이병동에서투병중이다.병원에입원할때마다작은손으로시인의링거를끌어주고침대위에서주전자춤을춰주었던아이들,아끼는스티커를떼어붙여주던아이들.병원에서만났던그들을기억하는일이자신의의무임을감각한다말한다.병원에서는“침대위에서피를뽑고침대위에서밥을먹고침대위에서친구들을그리워하다옆으로누워오랫동안숨소리를”들으며혼자견디는것밖에할수있는게많지않다.그렇기에같은병실에서비슷한기도를하며작은몸으로견디는어린이들에대한성동혁시인의애정과마음은깊고간절하다.
“나는아직,함께병을재우고깨우던아이들의목소리를기억하는것만으로시간이부족하단생각이든다.내시가파생된곳은나의의지와는무관하던곳이다.그곳에서비슷한기도를하던아이들이나의시를쓴다.”

그를살게했던사람과몸과시와감각에대하여
“그럼에도결국남는얼굴과풍경과문장.그것이시가아니면무엇일까.”
흩어져있는십여년의기록을모으는방대한작업이었다.모든글이유기적으로연결되어가능한일이기도했다.아픈몸으로사는그이지만행운처럼만난사람들이대신걸은걸음덕분에많은풍경을볼수있었다.“곁을지키는일”이“사랑의다른말”임을진심을다해보여주던사람들.
친구들은산에올라본적없다는시인을번갈아업어가며산에오른다.그들의목표는정상이아닌,“함께,오를수있는만큼”이었다.혼자서정상을오르는일보다오를수있는만큼함께하는일,그와친구들의시간은언제나그랬다.곁을지키던가족들에대한미안함과애틋함도책곳곳에자리했다.아픈아이의곁을지키는엄마와아빠의마음을상상하는일,추운거리의앙상한나무처럼약해지는부모를바라보는시인의뒷모습을생각하는일은우리의몫이된다.가족도함께할수없는곳에는의료인들과어린이가있었다.어떤의지도갖기어려운병실이었지만,수술실에서,병동에서함께해준이들덕분에십대도이십대도삼십대도있을수있었다고그는말한다.
성동혁시인은끝내걷기를포기하지않을것이다.느릴지라도,넘어질지라도계속걸을것이다.내내“그누구도그것들을위해노력하지않는것들을위해노력”하는나날이겠지만,곳곳에서그의곁에자리한사람들과함께걸을것이다.강하고아름다운마음으로,사람들의얼굴을떠올리며.


<추천의글>
그의글은맑고다정하고어진사람의눈을마주보는일같다.청명한가을햇빛아래에서고개숙여내그림자를바라보는일같다.사랑하는사람을마음으로안아주는일같고이름도모르는아이를위해기도하는마음같다.이시인은알까.자신의귀한글이어떻게다른이들의영혼을일깨워주고보듬어주는지,자신의글에담긴마음이얼마나강하고아름다운것인지를.따뜻한포옹같고,내아픔에같이울어주는친구같은이책이세상의곳곳에서작은구원을가져다주리라고나는믿는다.
-최은영,소설가

이토록시같은언어를그는왜시로쓰지않았을까,생각하다질문을수정한다.그에게시와시아닌것의경계가있기는할까?이책은‘울지않는슬픔’이‘우는슬픔’보다더슬프다는것을아는자의찬독백이다.그의슬픔은차고맑다.문장은첫눈같다.책장을넘기면아름다운말들이녹아내릴것같다.“무엇이든나는얇아지고있어요.하얀구름같은게뜯겨나가는걸느껴요.”라고그가말할때,나는잠깐순도높은‘슬픔의결정(結晶)’을손에쥐어본듯한기분이든다.
-박연준,시인

자신의삶을업어야하는어린이가있었고그는자라나시인이되었다.그는“쓸쓸함을예습하면서”일찌감치어른이되었지만그날들덕분에어린이를잃지않았다.시인의병상에는타인의아픔이스스럼없이초대된다.성동혁시인은넘어지면서도걷는다.넘어지면서도넘어지는사람들곁에그가있다.세상의모든있다와없다사이에서우리는그를만난다.친구의등에의지해서산에올랐던그는이책을통해우리에게등을빌려준다.성동혁시인의견고한분투앞에서위태로운것은오히려세계다.
-이지은,아동문학평론가



<책속에서>
내가울면엄마도우는구나.침대차에실려수술실로가는복도.엄마의얼굴을올려다보았는데엄마의얼굴이그렁그렁모두떨어질것같았다.그건내가지금까지본얼굴중에가장크고슬픈얼굴이었다.덕분에난울지않는아이가되었다.눈물을흘리면그때의크고그렁그렁하던엄마의얼굴이다시쏟아질것만같아,나는참는아이가되었다.
12쪽,〈산소통〉

낮밤이바뀌었다.고요한시간이늘었다.대화할수있는시간이줄었다.그래서말을자주적어놓는다.만나면하지도못할말을적어놓는다.혼자하는이야기는너무일방적이다.당신이나를사랑하지않는다면모두쓸모없는말이다.지구본은참작은데당신은너무멀리있는것같다.
35쪽,〈무제〉

곁을지키는일은힘들다.한사람의언저리에낮은의자를가져다놓는일.그것은사랑의다른말아닐까.그것은희귀하고아름다운일이다.곁을지키고싶었던사람들을두고이곳에왔다.혹내가필요한일이생겼을때나의의자가안보일때나는어떠한죄를짓는것일까.그들의곁,곁을지키고싶다.
나의슬픔은병실이비좁아서가아니다.나의병실이당신이있는곳까지닿지않기때문이다.우린미안하고그리워하다끝이날것만같다.
37쪽,〈곁〉

어떤사람은그런말을했다.쓸것이병밖에없냐고.나는아직,함께병을재우고깨우던아이들의목소리를기억하는것만으로시간이부족하단생각이든다.내시가파생된곳은나의의지와는무관하던곳이다.그곳에서비슷한기도를하던아이들이나의시를쓴다.
아이들의얼굴을모두잊고,더불어나와아이들이병밖에있을때나는시를쓰지않을것이라다짐한다.그렇게되는날부터나는시를버리고아이들과하루종일뛰어다닐것이다.숨이차지않는곳에서,약을먹지않아도되는곳에서.환자복이아닌알록달록한옷을나눠입고.
73쪽,<악기>

많은장애인이죽음으로,투쟁으로이뤄놓은것들위에서살고있다.감사하다는말도적절치않고,죄송하다는말도적절치않다.적절한말을찾기어렵다.어떤시도,글도,이런삶앞에선침묵케한다.그럼에도쓰는이유는,그들이이곳에있다는것,우리가이렇게있다는것을이야기하고싶어서이다.
79쪽,

오랫동안견디는삶을살았어.많은힘이그곳에쓰였어.고통을견디는것.나대신주변사람들이꾸준해졌어.그근육으로나를업고나를들고나를위해뛰었어.그러나이제는그러면안돼.그러기엔그들의약해진얼굴이보이고,약해진근육들이느껴져.그럴순없어.
홀로해야하는것들의범위를늘리려노력하고있어.단순하고당연한것들의범위를늘리려하고있어.그누구도그것을위해노력하지않는것들을위해노력하고있어.
99쪽,<동시를쓰게되었어>


가끔약속장소에땀을흘리며들어오는친구들이있다.난그들이자리에앉아시원한커피나음료를시키는것만봐도기쁘다.열심히걸어나를만나러왔다는것만으로감사하다.나대신걸음을옮기는사람들덕분에나는길을걷지않고도갇히지않았다.자신의발위에나를얹고걸었던사람들덕분에이미많은길을걸은기분이다.
117쪽,<무제>

사람이지나가면많은종류의감정이남는다.머문시간에비해많은슬픔을남기는사람이있기도하고,기억이안날만큼휘발된얼굴또한많다.무엇이나의삶에더많은부분이었는지간단히설명할순없다.
그저어떤시간과풍경이있었다는것을기억한다.나의기록방식은양과비례하지않는다.한문장이된시간이있기도하고,한권의책이된시간도있다.감정만남긴시간은더더욱많다.
223쪽,<오늘의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