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 : 한 시절 곁에 있어준 나의 사람들에게

우리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 : 한 시절 곁에 있어준 나의 사람들에게

$13.35
저자

김달님

나에게달님이라는이름을지어준사람이말했다.너는가을과닮은사람이라고.이책을쓰는봄과여름동안줄곧가을을생각했다.남은날들에도가을같은글을쓰며살고싶다.에세이『우리는비슷한얼굴을하고서』『작별인사는아직이에요』『나의두사람』등을썼다.

인스타그램www.instagram.com/moonlight_2046
브런치스토리brunch.co.kr/@20150127

목차

프롤로그
01무사히이곳으로건너왔음으로
봄에하는일
밤을지켜주는사람
인생이나에게미소를지어줄때
내가모르는너의인생
아유,잘긁네
보리차가빨리식는계절
엄마를엄마라고부르는마음
나의막내에게
여길봐라,저길봐라

02마음을생각하게돼
은희에게
정말로필요했던건
상상하는뒷모습
그곳으로가자
시월의글쓰기수업
그여름의빛
시절의우리
우리는언제까지나
입이궁금한사람
이기분을너에게알려주고싶어
꿈같은이야기

03떠오르는얼굴들
눈은펑펑내리고
우리가그린원
서로에게믿는구석
언니에게
그대로두어도좋을마음
아마도어둠속에서우리는
현대서점에서만나
우아하고호쾌한발야구
어디서든,무엇을하든
스코디스코시스쿼시
이야기는어디에서오나요
다정한이름을부를때
희망하는얼굴들

출판사 서평

김달님은어쩜이름도김달님이야!
삶에완전한어둠은없다는걸알려주는건달이가장잘하는일이다.
-김혼비,《다정소감》,《아무튼술》저자

이눈밝은사람은대상을재단하지않는다.
사려깊은태도로사소해보이는일상속에도우주가깃들어있음을알려준다.
-윤단비,〈남매의여름밤〉감독

《나의두사람》,《작별인사는아직이에요》이후3년만의신작
살아갈용기가필요한순간,
불현듯찾아온한움큼빛같은김달님의글!
누군가가있던자리를알아채는사람,앞모습보다뒷모습에마음을기울이는사람,《나의두사람》,《작별인사는아직이에요》를통해많은사람들에게올해의책으로불리며큰감동과여운을남겼던작가김달님이3년만에신작산문집으로돌아왔다.《우리는비슷한얼굴을하고서》는전작들에서한걸음더나아간다.조금더넓은보폭으로삶곳곳에서머물렀던사람들과그시절을이곳으로부르며다시마주한다.
김달님은언제나다정하고따뜻한마음으로사람을본다.가족들이지나왔을혼자만알법한시간을,남모르게숨겨둔친구의마음을,전하지못해아쉬움으로남은날들을사려깊은태도로헤아린다.“외로워질때면옆을봐.아마도우리는비슷한얼굴을하고서어둠속에함께서있을거야”라는그의말은진심이되어곁으로파고든다.그렇기에누가알아주겠어,무슨소용이있겠어,내삶이의미가있긴한걸까하며스스로작게만느껴질때,책에담긴김달님의다정한마음이한움큼빛으로다가오는것이다.때로는평범하기그지없는우리의하루를어디에선가누군가는애정어린얼굴을하고서기억해주고있다는사실만으로많은것들이괜찮아지기도하니까.

내게글쓰기는이러한일이다.기억에남아있는사람의이름을불러내쪽으로돌아보게하는것.오랜만에마주하는돌아본얼굴을찬찬히살펴보고맞아,너거기그렇게있었지.반가워하는것.…너를다시볼수있어서좋다고나에게만들리는목소리로말해보는것.그리고혹시라도들려올지모를너의대답을지금여기에서기다려보는것.그렇게너를다시사랑해보는일이다.-261쪽

한시절곁에있어준나의사람들에게보내는
다정하고애틋한마음의편지
“그러니부디잘살았으면해.어디서든,무엇을하든.”
‘한시절곁에있어준나의사람들에게’라는부제처럼이책은사람들에대한이야기지만,시절에대한그리움이가득한연서이기도하다.우리가지나왔을날들,앞으로닿게될시간들,그곁에서비슷한얼굴로함께있을사람들에대한한사람의애틋함은읽는내내도리어우리마음을도닥인다.
언제나삶의모든것이되어준할머니할아버지,이토록명랑하게자랄수있게해주었던하지만사는게녹록지않았을세고모,삶의한부분이자조금더마음을기울이고싶은엄마아빠와동생들,가장많은편지를받았지만연락이닿지않는친구,자주가던학교앞분식집사장님내외….떠올리기만해도언제나힘이되는사람들부터한시절함께였지만지금은만나지않는사람들까지,그들을하나하나곰곰이바라보며작가는혼자서는결코자신이될수없었음을깨닫는다.

그날은정말그렇게빌게되더라.문을닫고나오는데이상할만큼조금간절해지기도했어.그러니부디잘살았으면해.어디서든,무엇을하든.새로운곳으로가는나도새로운이름으로살아가는너도.그리고한때나에게편지를보내준많은사람들도.-233쪽

책속에서그는코로나이후로면회를오지못하는가족들을할머니가어떻게받아들이고있을지마음을쓰고,오랜만의면회가끝나고앞서걸으며남몰래눈물을훔치는아빠의뒷모습을기다려주고,내나이의절반의나이에나를낳았을이름모를얼굴을이해하고,사는일에떠밀려아이를맡기고는아이가깨기전에집을떠나야하는고모의마음을다시금생각한다.너는엄마가없냐며나는아빠가없으니우리친구하자던투박하지만정다운어린우리를기억하고,양팔을벌린크기만큼의작은삶이지만내일도오늘과비슷한하루가되기를바라며,때로는살아갈이유가필요한친구곁에서서어김없이다가오는삶을견디고누리면서할머니가될때까지살아가자고환하게웃어보인다.그마음이너무도깨끗하고단단해서,어느새그가마주했을얼굴보다누군가의곁에애틋한마음으로머물러있을김달님의얼굴이더욱선명해진다.
편지를다시읽는일이우리가무엇을잃어버렸는지를알게되는일같다는그의말처럼이책을읽다보면우리가잊고있던,잃어버린것들이곁으로불쑥찾아와손내밀것이다.잘지냈어?나도잘지냈어.어디서든,무엇을하든부디잘살고있으면그걸로되었다고.그렇게우리는비슷한얼굴을하고서살아가고,사랑하게될것이다.



<추천사>
가끔씩상대방이용기를필요로할때믿음을담아말한다.“누군가는꼭알아줄거야!”“누군가는반드시기억할거야!”라고.김달님작가의전작들에이어이책까지읽고서새삼깨달았다.그렇게말할때마다어렴풋이떠올렸던‘누군가’와,김달님이가장비슷한얼굴을하고있다는것을.“웃게해준사람”으로기억되고싶다고김달님은말했지만,그는늘나에게“비로소울게해준사람”이었다.웃기보다어려운일.혼자못하는일.울음을덜어낸후에샘솟는힘이란정말반듯하고단단해서책을덮을즘엔잘살아나갈용기가빛처럼가득하다.그리고외치지않을수없어진다.김달님은어쩜이름도김달님이야!삶에완전한어둠은없다는걸알려주는건달이가장잘하는일이다.
-김혼비(《다정소감》,《아무튼,술》저자)

책을덮자작가를만나보고싶어졌다.그리특별할게없다고생각하는내삶도그가봐준다면,애틋해질것같다는기대감이들었기때문이다.김달님의책을읽는내내밤하늘을올려다보고있는것만같았다.다만내가별들을무리로뭉뚱그리는사람이라면,작가는그별을하나씩제대로들여다봐주는사람이다.이눈밝은사람은대상을재단하지않는다.사려깊은태도로사소해보이는일상속에도우주가깃들어있음을알려준다.덕분에세상에는80억명의사람이있고,그사람수만큼의우주가있다는사실을떠올릴수있었다.80억개의우주라니,덕분에외롭지않다.어쩐지그우주에선따뜻한쑥내음이날것만같다.
-윤단비(〈남매의여름밤〉감독)



<책속에서>
언젠가는밤에핀환한목련을보고서쓸쓸해지는날이오겠지.기억을가지고사는한어쩔수없는일이다.그럼에도다행인일은한해한해가지날수록이런이야기를나누었던시간을기억하는일이얼마나소중한지를알게된점이다.그리움에는빛이있어어느날엔불쑥울게되더라도눈물을닦고다시웃을수있는힘을함께준다는것도.
18쪽,〈봄이오면하는일〉

지금껏살아온삶에불행한일도슬픈일도분명있었지만단지엄마가없었기때문에생겨난일들이아니다.엄마와함께살았다면좋았을지도모를일들은어차피내가알수없는인생이다.그러니아버지의당부대로엄마를미워하지않을수있다.지금내나이의절반의나이에나를낳은어린여자.열여섯의엄마를서른넷의내가이해하지못하면어쩌겠는가.그러므로모쪼록잘살아갔으면좋겠다.당신이선택한당신의소중한삶을.
36쪽,〈인생이나에게미소를지어줄때〉

“그렇네.우리가모르는네인생이있었네.”
그건서로의고생을쓰다듬어주면서동시에가볍게퉁치자는말같았다.누구의고생이더컸든,모르는곳에서울었든,다들무사히이곳으로건너왔으므로.선희는새맥주캔을땄고,금세다른이야기를불러와높은목소리로웃었다.그런선희를보면서어렴풋이하나의장면이떠올랐다.
45쪽,<내가모르는너의인생>

혼자걸을때도혼자걷지않는다고생각한지오래되었다.내가아주혼자일때나는할머니와함께걷는다.예쁜것,눈부신것,아름다운것을보면잠시멈춰서서마음속으로말을건다.할머니여길좀봐.손톱만한꽃이피었어.저길좀봐.해가노랗게진다.그럼할머니가‘어머나.정말그렇네’하며고개를끄덕이는것같다.그순간엔할머니가어디선가가볍게날아와잠시다녀간기분이들지만가까운사람에게도이느낌을정확히설명할수없다는걸안다.하지만누구나이런경험을해본적있지않은가.그사람이없는곳에서그사람을떠올리며잠시하나가되는일.
76쪽,<여길봐라,저길봐라>

서울에서차를타면여섯시간이걸리던우리집으로준이를데리고왔던날.잠든준이를두고늦은밤몰래집을나서던고모를봤던기억이나.어둑어둑한거실에서할머니는걱정하지말라고조심히가라고손짓을하고,고모는신발을신으면서코를훌쩍이고있었지.그때는잠에서깬준이가많이울까봐걱정했는데,이제는잠든준이를방에두고나와어두운현관에서신발을신는고모마음을생각하게돼.
87쪽,<은희에게>

너와이런실없는대화를하면서대부분은웃어넘기고,이상하게도한번씩은마음이미어질때.나는꼭그곳으로가야겠다는생각을한다면믿어지니.내가가야할곳이장소가아니라시간이라는것이.살아보고싶은미래가나를기다리고있음이생생하게실감이난다면말이야.그러니까우리.어김없이다가오는삶을누리고견디면서할머니가될때까지살자.네가사랑하는사람들,내가사랑하는사람들여럿과매듭같은팔짱을끼고서우리가할머니가된시간으로가자.모쪼록몸과마음은크게다치지말고.어느새지나버렸는지모를세월을지나서.
110쪽,<그곳으로가자>

“너엄마없어?”악의없는목소리였지만질문을하는이유를알수없어우물쭈물하며그렇다고대답했다.그렇구나,고개를끄덕인희진은말했다.“나는아빠없는데.우리친구할래?”
열살인생에들어본가장떨리는말이었다.아마도누군가에게처음으로반하는순간이었을것이다.그말을시작으로희진과나는친구가되었다.
140쪽,<우리는언제까지나>

편지를쓰는동안우리는조금더다정한사람이되잖아.읽는사람이기쁘길바라면서해줄수있는가장좋은말을쓰려고노력하니까.덕분에이편지들을처음읽던나는아마그전의나보다더잘살고싶어졌을거야.그런데편지를보내준사람중지금은연락하지않는이름이더많다는건이상한일이지.‘이런말을주고받던사람들도지금은다모르고살아간다.’그렇게생각하니까오래된편지를읽는일이그동안내가무엇을잃어버렸는지알게되는일같더라.
230쪽,<어디서든,무엇을하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