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 론 ***
- 애인을 품고, 삶을 건너는 시(詩)의 여정 -
夕江 김석인 시인
(국제문화예술협회, 열린문학 편집본부장)
이 시집은 조용히 말을 건다.
“애인 있어요.”
누군가에게는 웃음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오해가 되며, 또 누군가에게는 오래 숨겨 두었던 마음의 문을 여는 말이 된다.
어느 날, 프랑스의 한 황제가 시인에게 물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자는 누구인가?” 시인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하나님이십니다.” 황제가 다시 물었다. “아니, 하나님 말고 인간 중에서 말이오.” 그때 시인은 이렇게 답했다. “그렇다면 하나님께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 시인이지요.”
그렇다. 가장 행복한 자란, 볼펜을 잡고 삶을 써 내려가 마침내 시가 되게 하는 사람이다. 그 사람은 바로 청봉 (淸捧) 신애경 시인이다.
청봉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애인 있어요』는 사랑을 선언하는 책이기 이전에 삶을 끝내 포기하지 않겠다는
한 사람의 믿음에서 출발한 시집이다. 그 믿음은 말보다 삶으로 먼저 드러나며, 버티는 날들 속에서도 사람을 향한 신뢰와 선의를 놓지 않게 한다.
시인은 깊고 단단한 신앙적 믿음을 바탕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러나 그것은 교리로 앞서는 믿음이 아니라 배려와 나눔으로 실천되는 믿음이다.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타인의 하루를 먼저 살피고, 상처 입은 마음 곁에 조용히 머무를 줄 아는 태도 속에서 그의 신앙은 시가 된다.
이 시집은 네 개의 부(部)로 구성되어있다. 그 흐름은 마치 한 사람의 내면이 밤에서 하늘로, 세상에서 다시 사랑으로 건너가는 여정과 닮아 있다.
제1부 〈깊고 푸른 밤에〉에서는 말하지 못했던 아픔과 고독이 조용히 숨을 고른다. 삶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도 시인은 원망보다 성찰을 택하고, 절망 속에서도 끝내 인간에 대한 연민을 거두지 않는다. 이 밤은 신앙의 침묵이자 기도에 가까운 시간이다.
제2부 〈하늘이 파란 날에〉로 오면 시선이 조금씩 위로 열린다. 하늘을 올려다본다는 것은 다시 믿어 보겠다는 선택이며, 여전히 부족한 자신과 세상을 품어 보려는 용기이기도 하다. 이 부의 시편들에는 감사와 인내가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제3부 〈지구별에 와보니〉에서는 시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길이 더욱 또렷해진다. 우리는 모두 이 지구별에 잠시 머무는 나그네임을 알기에, 시인은 판단보다 이해를, 비난보다 연대를 선택한다. 그의 시 속 따뜻함은 사람을 향한 책임감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마지막,
제4부 〈애인 있어요〉에 이르러 시인은 마침내 고백한다. 이 애인은 특정한 누군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삶을 견디게 한 믿음이며 타인을 향해 자신을 내어주는 존재 방식 그 자체이기도 하다.
청봉 시인은 사랑을 말하기보다 스스로 타인의 애인처럼 살아가려 애써 온 사람이다. 그래서 이 시집의 고백은 가볍지 않다. 눈꽃처럼 순결하고, 새싹처럼 조심스러우며, 햇살처럼 누군가의 등을 조용히 데운다.
정임전 교수가 추천사에서 말했듯, 이 시집은 “한 편의 따뜻한 위로이자 삶의 노래”로 독자 곁에 놓인다. 넘어지고 일어서며 살아온 시간들이 진솔한 언어로 빚어져 우리 각자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진다.
『애인 있어요』는 사랑을 말하는 시집이면서 사람을 믿는 시집이다. 신앙을 삶으로 증명하고, 시를 통해 그 삶을 나누는 한 시인의 조용한 고백이다.
이 시집을 덮는 순간 독자들은 알게 될 것이다. 우리 각자의 삶에도 이미 하나쯤의 ‘애인’이 살아 숨 쉬고 있음을. 그래서 내일을 조금 더 살아보고 싶은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음을. 청봉 신애경 시인은 뽕잎을 고운 비단실로 자아내는 누에를 닮았다. 가는 곳마다 예술이 되고, 보는 것마다 역사가 되는 이번 시집의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아울러 그의 문학 세계가 더 깊고 넓게 확장되기를 기대해 본다.
끝으로,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의 마음속에 진한 감동과 잔잔한 행복이 오래도록 샘솟기를 기원한다.